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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Fate / Battle Royal*

2008.05.14 04:24

◈ÐÆЯΚ◈찰드 조회 수:1167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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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서번트가 기어이 죽었구나.]


 


"네."


 


별 감정도 없는 소녀의 목소리. 그리고 동굴 저 깊은 곳으로부터 울려퍼지는 목소리가 있다. 목소리는 조롱하듯 말했다.


 


[육탄전에 능한 서번트라고 해서 멍청하게도 대책없이 칼질을 해댄 탓이겠지. 그래도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군.]


 


"이제 제가 할일은 무엇입니까?"


 


소녀는 여전히 아무 감정 없는 어조로 물었다. 자신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에 대한 기대감이나 불안감, 심지어 자신의 서번트가 당했다는데에서 오는 공포감이나 초조함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는 말투였다.


 


[전에도 말했지만... 일단 네게 남은 일은 최후의 승자와 대치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뒤에, 내가 소환해주는 서번트와 함께 그 최후의 승자를 밟아버리면 되는 것이지. 이것이 바로 나의 마지막, 세번째 실험이니라.]


 


"그 서번트의 소환 말입니까?"


 


목소리의 분위기가 몹시 차분해졌다.


 


[정확하게는 초능력의 컨트롤이지. 인간은 자연력이나 신력, 그리고 혼령술 분야는 어느정도 다룰 수 있으나, 이 초능력에 관해서만은 아직도 미스테리지. 전신앙을 갖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들이나 가끔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이 분야를 연구하고 사용 가능한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나는 그것을 발굴해낼 것이다.]


 


"알겠습니다."


 


목소리의 말이 가진 의미는 은근히 엄청난 것이었다. 마법을 발휘하는 자연력, 성스러운 힘을 사용하는 신력, 정령이나 영혼을 다루는 이계력 과는 또다른, 제 4의 능력을 활성화 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너무도 무거운 일의 준비를 맡게 된 소녀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없이 자신의 임무 만을 마음에 새겨둔체 몸을 돌려 동굴을 빠져나갔다.


 


 


"날이 어두워집니다, 마스터."


 


그러고보니 해가 기울어간다. 수평선 위로 붉게 펼쳐진 노을은 무릎꿇고 앉아 무덤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동자를 불태운다. 그러나 정작, 그 정열의 빛을 담은 눈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이미 머리끈이 풀어진지 오래된, 바닷바람에 부드럽게 하늘거리는 중발머리의 소녀, 나노하가 조용히 말했다.


 


"응... 또 하루가 끝나가네."


 


"슬슬 눈을 붙일만한 장소를 찾아봐야 하지 않습니까."


 


"..........."


 


나노하는 잠시 말 없이 그대로 페이트의 무덤을 바라보더니 침울하게 입을 열었다.


 


"여기서... 잘래."


 


".....여기는 몸을 숨길만한 곳이 없어서 위험합니다. 마스터... 페이트님과 뱀신의 원수는, 우리쪽도 만전의 상태여야만 갚을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몸을 생각하셔야죠."


 


백번 옳은 소리였지만... 지금 나노하에게는 그저 귀에 거슬리는 소리일 뿐이었다.


 


"싫어. 여기서 잘거야."


 


"........."


 


숫제 무덤에 기대버리는 나노하를 보며 레이는 할말을 잃었다. 더이상 별 달리 나노하를 움직일 수 있을만한 말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그 옆에 앉았다.


 


"레이."


 


"......예."


 


나노하의 음성은 여전히 푹 잠긴 체였다.


 


"페이트쨩과 뱀신을 죽인 그 성직자와 마술사... 그리고 우리가 남았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카드의 빛이 4개 남았으니, 성기사와 소환술사 둘중 하나가 더 남았겠죠."


 


"승산이 있을까...?"


 


"........"


 


물끄러미 나노하를 바라보던 레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마스터답지 않게 그런 약한 말씀을..."


 


"나... 이제껏 페이트쨩과 함께 싸워왔잖아... 그리고 너도 뱀신과 함께 싸워왔고... 근데 이젠 우리만 남았어. 아마 예전같은 자신감은 나오지 않을것 같에."


 


푸욱. 짧게 한숨을 내쉰 레이가 살짝 상체를 돌리더니 나노하의 손을 잡았다.


 


"마스터의 의지에 따라... 저는 강해질 수도 있고,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남은 서번트들 중에 제가 상대하기 버거운 자는 오직 하나, 성기사놈 뿐입니다."


 


"성기사...? 버몬드 말이지?"


 


"예."


 


"하지만... 치요와 아유무는 같이 다니잖아. 샤나의 경우 혼자니까 어찌어찌 될수 있다 쳐도, 치요와 아유무는 어떻게 하지?"


 


레이가 걱정 말라는 듯이 웃어보였다.


 


"페이트님과 뱀신이 당했던 테오놈의 수법이 있잖습니까."


 


"기습...?"


 


"예."


 


레이는 자신의 쇼트 스워드를 꺼내 보였다.


 


"놈들이 가진 근거리 무기는 대거가 고작입니다. 테오의 경우 칼도 아닌 로드 고요. 특수능력을 쓸 사이도 주지 않고 육탄전으로 바로 치고 들어갈 경우 가장 유리한 것은 바로 접니다."


 


"하지만 테오는 로드도 기가막히게 잘 쓰잖아. 방심해선 안돼."


 


"알고 있습니다."


 


나노하의 눈빛이 묘하다. 어쩌면 그것은 나노하 만이 지을 수 있는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표정이리라.


 


"저는 서번트, 환영술사 입니다. 저의 환영술을 십분 발휘하여 단 한번, 정통으로 벨 수 있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저의 환영술을 동반한 기습을 막아낼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버몬드는 어떨까?"


 


다시 불안한 서번트가 거론되었다. 레이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힘있게 고개를 들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응...?"


 


"일단은 안전하게 피해 있도록 하죠. 남은 서번트는 4명이고, 아마도 분명 늑소나 버몬드 둘중 하나는 당했을 겁니다. 누가 누구에게 당한건지는 알수 없으나, 버몬드가 당했다는걸 확인할 때 까지는 숨어있는 것으로 하죠. 그 뒤에 남은 자들을 상대로 싸움을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아..."


 


나노하가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지금은 별 달리 수도 없으니까... 버몬드가 당할때까지는 피해있도록 하자."


 


그리고 나노하는 페이트의 무덤을 쓰다듬었다.


 


"페이트쨩과 뱀신의 원한을 갚고... 이젠 페이트쨩을 위해서도 반드시 최후의 승자가 될거야. 그리고 너와 나... 우리 둘은 페이트쨩과 뱀신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는 거야."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레이와 나노하는 서로 마주보면서 방긋 웃어보이고는, 페이트의 무덤을 뒤로 한 체 안전한 장소를 물색하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만 쉴곳을 찾아봐야 겠습니다."


 


날이 삽시간에 어두워지자, 설하가 일행을 돌아보았다. 그 즉시, 테오가 옆의 초원에 풀썩 주저앉았다.


 


"우어! 그냥 여기서 쉬자. 다리아퍼!"


 


"에... 괜찮을까요?"


 


숲속이라고 해도 이곳은 오솔길 한가운데다. 더구나 이곳은 다른 숲들과는 달리 몹시 정직한(?) 편이었다. 정확하게 풀들과 나무만 울창하게 깔려있고 그 흔한 바위나 언덕, 기타 지형지물이 거의 없었다. 이오가 어설프게 웃으며 테오에게 말했다.


 


"아무리 같이 다니는 서번트가 우리 뿐이라지만... 너무 방심하면 위험해요."


 


"아아! 방심따위 하지 않아. 그저 다리가 아플 뿐이라구. 아, 그렇지. 우리끼리 교대로 불침번이라도 서면 되는일 아닌가?"


 


뭔가 긴박하다면 긴박할 수도 있는 상황을 간단하게 말해버리는 테오의 의견에 따라, 교대로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가장 먼저 이오가 손을 들었다.


 


"뭐, 그러면 제가 처음으로 설깨요. 다른 분들은 눈을 좀 붙이시죠."


 


손목시계를 보러 손을 든 이오는 박살나있는 자신의 시계를 보며 잠시 할말을 잃었다. 그는 치요, 아유무, 스쿨드를 둘러보며 배시시 웃었다.


 


"누구 시계 가진 사람 있어? 내꺼 언제 박살난거지?"


 


"으, 응. 나 있어."


 


스쿨드가 얼른 자신의 시계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테오가 얼른 다가와 시계를 들여다보며 입을 딱 벌렸다.


 


"잠깐잠깐. 이게 시계라고?? 그러고보니 전부터 너희들 손목엔 이상한게 걸려 있어서 이 시대의 무슨 발명품이겠다 싶긴 했는데. 이게 시계였단 말이냐?"


 


"...? 네. 뭐가 잘못됐나요?"


 


스쿨드의 시계를 집어든 테오가 여전히 왕방울만해진 눈으로 말했다.


 


"시계라는게 이렇게 작을리 없어! 이것봐. 나 해적이었다고. 사이비 귀족놈들에게서 빼앗은 호화로운 사치품이 제법 되었단 말야. 하지만 이렇게 작은 크기의 시계따윈 없었어! ....하지만 확실히 시간이 가고 있군!"


 


"아, 예... 지금은 다 그런 크기예요. 물론 벽에 거는 거나, 책상 위에 놓는 시계는 큼지막한것도 많지만요."


 


"오... 오, 그래. 햐... 이것 참 신기하네. 하핫."


 


시계를 다시 이오에게 건네준 테오가 훽 아유무를 돌아보았다.


 


"왜 이런게 있다는 얘길 해주지 않았지, 마스터?!"


 


"................"


 


...말이 되는 투정을 부려야지.


설하는 별로 신기하지 않은지 그런 테오의 모습에 한번 픽 웃어주고는 치요를 바라보았다.


 


"이오님께서 초번초를 서신다고 하니, 우린 눈을 좀 붙여도 되겠습니다. 누읍시다."


 


치요는 방글방글 웃으며 설하를 바라보았다.


 


"설하님은... 별로 안신기하신가봐요?"


 


"글쎄요... 전혀 아닌건 아닙니다만, 제가 살던 시대에는 그래도 손안에 쥘 수 있는 회중시계 정도는 고안이 되어 있던 시대였으니까요. 언젠가는 저런 크기의 시계도 나올것 같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아하..."


 


과연, 하며 치요는 다소곳이 풀밭 위에 누웠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는지 설하는 얼굴을 붉히면서 돌아앉았고, 치요는 그 모습을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더니 설하의 로브자락을 잡았다.


 


"설하님은 안누우세요...?"


 


"아... 예. 그래야지요."


 


설하는 천천히 치요의 옆에 누웠다. 그러자 치요가 당장 설하의 품 속을 파고들어왔다.


 


"마스터...?"


 


"그냥 이러고 있을께요. 이래야 안심이 되어서..."


 


".....예."


 


둘은 그렇게 꼭 달라붙어서 누워있고, 아유무와 스쿨드가 역시 붙어서 누워 있었으며, 불침번을 서기로 한 이오와 테오가 멀찍이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후우... 저녀석도 그러고보면 불쌍한 녀석이야."


 


테오가 조용히 말했고, 이오가 그를 돌아보았다.


 


"누구요?"


 


"치요 말이다."


 


"치요가요?"


 


왠지 설하가 거론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오는 의외라는 듯이 설하에게 폭 안겨있는 치요를 바라보다가 다시 테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왜요?"


 


"저녀석은 화합을 원하고, 최후의 승자 없이 그저 다같이 섬을 빠져나가길 원하고 있지."


 


"...그렇죠."


 


테오가 안색을 흐렸다.


 


"물론... 그렇게 되면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사라져 버릴지, 아니면 의외로 그냥 이 세상에 남게 될지. 근데 그건 아닐것 같에. 십중 팔구는 사라져버릴걸. 그리고 그건 설하 녀석도, 마스터인 치요도 모르진 않겠지. 근데 아직 어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 설하한테 달라붙어 있으려 하잖아, 가만보면."


 


"음... 둘이 좋아지면 괴로워질 뿐이라고 생각하세요?"


 


"당연하지. 다같이 빠져나가서 뭐, 지금 여기있는 마스터들의 목적은 이루어서 당장은 좋겠지. 하지만 저렇게나 좋아져버린 설하가 사라져 봐. 원래 생활로 돌아가긴 힘들걸."


 


"으음...."


 


풀썩. 테오가 드러누우며 말했다.


 


"뭐, 이건 너희들이나 내 마스터를 배신하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예전에 카가미를 죽였던 준 녀석의 말에도 일리는 있어. 카가미도 너희들같은 화합의 무리였지. 하지만 녀석은 이제 슬슬 남자를 원하게 될 나이였고... 녀석의 서번트였던 찰드는 충분히 멋진 놈이었으니까. 막판에 가서 찰드가 사라질 걸 두려워 한 카가미가 최후의 승자를 생각해보지 않게 된다는 보장도 없지."


 


"테오. 그건 좀 위험한 말인데요."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가?"


 


테오가 누운 체로 고개를 돌려 이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가 서번트라고 인간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오. 나도 며칠 전까진 인간이었어. 식민지가 된 나라에서, 해적의 이름을 빌린 반란군을 결성하고 점령국과 싸워오면서 별 개좆같은 일을 다 겪어 왔으니까. 난 아직도 내가 왜 성직자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차라리 심안술사나 혼령술사를 나한테 주지. 그러면 진짜 전천후 학살자가 됐을텐데."


 


"..........."


 


이오가 잠시 할말을 잃자, 테오가 다시 말했다.


 


"아무튼 카가미 정도 나이의 여자라면 침대로도 엄청나게 끌어들여봤지. 그래서 그 나이 때의 여자가 생각하는것도 내게는 지겹도록 잘 보인다. 그것이 정말로 찰드를 남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면 분명 얘기는 틀려져. 그리고 찰드는 염력이라는 사기성 괴력을 발휘하는 서번트라고. 우리쯤 당장에라도 묻어버리고 최후의 승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


 


테오의 말을 못들은걸로 하고 싶어도, 이오는 이상하게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전에도 그랬지만, 자신도 어느정도 카가미의 그런 심리를 눈치 채고 있었던 탓이다.


그러다 이오는 문득 뭔가 생각난건지 본격적으로 테오를 비난하는 듯이 말했다.


 


"그래요. 카가미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쳐요. 하지만 치요까지 그러리라고 생각하는건 설마 아니겠죠?"


 


"......어린아이의 마음은 더더욱 알수 없는 법이니까."


 


"테오!"


 


이오는 목소리를 높히지 않았다. 그저 다른 일행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경악이 담겨 있었다.


휘둥그레진 눈을 하고 있는 이오를 보며 테오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까무러칠 필요는 없어. 어디까지나 가정이지. 저렇게 설하에게 갈수록 빠져들고 있으니 카가미의 예가 생각났을 뿐이다."


 


"마치 카가미가 실제로 배신을 하기라도 한것처럼 말씀하시네요."


 


"그렇게 들렸나. 아, 상관 없어.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희들을 배신하겠다는건 아냐."


 


".....나도 똑같이 말해볼까요? 해적의 말을 어떻게 믿죠?"


 


테오는 지금까지의 여유로운 표정을 거두고 이오를 노려보았고, 이오도 지지않고 테오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한동안 둘이 그렇게 노려보다 테오가 슬쩍 입을 열었다.


 


"어느정도 너희들의 화합에 협조를 할 요량이니까 이런 주의사항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적으로 생각하면 치요가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내 알바 아니지. 없애버리면 그만이니까."


 


"그것참 고맙군요. 하지만 지금껏 우릴 공격해온 다른 애들에게도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치요에게서까지 배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는건 너무 지나친거 아닐까요."


 


"글쎄. 난 좀 현실적 이어서 말이지. 보다 많은 가능성을 생각해두고 있을 뿐이니까. 대비해서 나쁠건 없잖나."


 


"당신, 그렇게까지 치요를 믿지...!"


 


"저기..."


 


갑자기 옆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오와 테오의 험악한 분위기에 잔뜩 겁에 질려있는 스쿨드였다. 테오는 슥 스쿨드를 보더니 고개를 돌려버렸고, 이오는 잠시 감정을 억누르고는 가능한 한 부드럽게 말했다.


 


"어... 어... 안잤니."


 


"아유무는 잠들었는데... 아유무가 조용해지고 나니까 두분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아니... 뭐, 그렇게까지 싸운건 아냐."


 


이오의 말에 테오는 돌아누운체로 씨익 웃었다.


 


"그래. 싸운건 아니지. 내가 치요의 심리를 좀 염려했더니 치요를 의심하는거냐고 시비를 걸고 나오는군."


 


"치요쨩의 심리...?"


 


이오는 다시 테오를 노려보았지만 테오에게서는 더이상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스쿨드가 의아해 하자, 이오는 다시 스쿨드를 보며 손을 내저었다.


 


"아냐. 성직자분께서 이상한 소리를 좀 하셨어. 그 이야기는 그만두자."


 


"응? 어... 응."


 


왠지 더 물어봤다간 혼날것 같은(?) 분위기에 스쿨드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잠시 다들 말이 없어지고... 무인도의 여름밤은 깊어간다.


달도 없는 하늘을 말없이 올려다보던 스쿨드가 조용히 말했다.


 


"지금은 다른 마스터들도 다 자겠다... 그치?"


 


"음... 글쎄. 아마도 그렇겠지."


 


"나도 잘께... 오빠, 다음 누구 깨울거야?"


 


"어? 아, 어. 널 깨울까?"


 


"........."


 


스쿨드는 입을 삐죽였고, 이오는 피식 웃으며 얼른 말했다.


 


"농담이야. 치요 깨우지 뭐."


 


".......이왕이면 그것도 농담으로 해줄래?"


 


"음... 그러지."


 


 


모든 마스터들이 다 자는건 아니었지만.


 


 


대낮에 동굴 안에서 멋진 일을 치르고 초저녁까지 신나게 잠을 즐겼던 샤나와 늑소는 오히려 어둠을 틈타 잠들어있는 다른 마스터들을 노리기로 했다. 계획 자체는 상당히 좋은 것이었으나, 다만 자신이 소환한 소환수에게 갈굼을 당하는 수모를 겪는 부작용이 있었다.


 


"불러서 써먹으려면 피를 바치든가...! 뭔가 댓가가 있어야 할거 아냐! 아까는 낮에 불러내서 죽이려고 하더니만...!"


 


"하하... 그, 그래. 그것때문에 아직도 꽁해 있는감?"


 


뱀파이어 아크세이드는 호되게 늑소를 몰아붙였고, 늑소는 연방 굽신굽신 하면서도 계속 이상한 소리를 해서 아크세이드의 속을 더 긁고 있다. ......뭐 이래?


 


"피 내놔!"


 


"내 피를 줄께!"


 


"...필요 없어!"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샤나가 입을 삐죽이며 조용히 한마디 했다.


 


"이제 장난은 좀 그만두는게 어때, 늑소? 이러다간 날이 새버린다고."


 


"아....."


 


늑소가 다시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용건은 간단하다, 아크세이드. 적들의 위치만 찾아줘."


 


"적? 적이라니? ...아하, 이 시대에서 싸운다는 그 다른 서번트들 말인가?"


 


"그래."


 


"걔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보이면 알려주면 돼."


 


"지금 당장 하나 알려줄 수 있지."


 


"내 마스터 말고."


 


"댓가는?"


 


"야, 이, 짠놈아."


 


늑소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지금 네 먹이감을 찾으라고 말하는 거야."


 


"......!"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아크세이드는 잔혹스런 미소와 함께 혀를 낼름거렸다.


 


"진작 그렇게 말할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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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