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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polarbearjmg Necromancers

2005.07.14 00:46

영원전설 조회 수:1214 추천:12

extra_vars1 벤 로크하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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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약 그보다 먼저였다면, 그는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그들은 나를 겁쟁이라고 한다.  그렇다.  난 힘을 얻기 위해 누구나 가지는 위험부담에 겁을 집어먹곤 도망쳤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미련 없이 도망쳤다.  

  왜 난 그때 강령술도 버리지 않았는가.  아마 그것은 쓸데없는 오기였을 것이다.  그들에게 굳이 이식을 당하지 않아도 강해질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은 맘에서였을 것이다.
  그곳에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이식을 강요하지 않아도 강해질 수 있다고 ‘집단’을 설득 시키고 싶은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  그의 비극이 그 아이들에게도 일어나지 않기를.



강령술사 - 그의 이야기


story1. 한국

  

  - 그래.  도착했는가.

  “네.  그저께쯤에.  도움에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 그 정도야 어렵지는 않지.

  잠시 수화기에서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 내 떠나기 전에도 말했지만, 그를 찾는다고 해서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

  “그건..  만나보면 알겠지요.”

  - ..  뭐, 그건 그래.  하지만 조심해라.  집단의 그 철통같은 감시 속에서도 무력으로 빠져나온 놈이니.  뭐, 네 능력을 생각한다면 그와 대면해서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  그들도 조심하라고.  그들 역시 그 네크로를 찾고 있으니까.

  “네.  그럼 이만.”

  덜걱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며 하얀색의 작은 가방을 어깨에 메곤 전화기 부스에서 나온다.  턱까지 내려오는 그의 긴 금색 머리카락이 그가 움직일 때마다 살랑거린다.

  “아.”

  뭔가 잊어 먹은 듯 그는 갑자기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버스를 기다리는 듯 하는 검은 양복의 한 직장인에게 다가간다.

  “실례합니다.”

  무표정하게 돌아선 남자는 생김새와는 다른 그의 유창한 한국말에 자못 놀라는 표정이다.

  “혹시 지금이 몇 시인 줄 아시는지요?”

  남자는 조금 머뭇거리다 자신의 소매를 걷어 은색 손목시계를 본다.

  “아..  8시 45분입니다만..”

  “아, 네.  감사합니다.”

  동시에 버스 한 대가 정거장에 선다.  남자는 버스의 번호를 보더니 황급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버스에 무리하게 올라탄다.
  굉장히 힘들게 인간들을 싫고 가는 버스를 바라보다 그는 콧등까지 내려온 작은 알의 안경을 검지로 누른다.

  “..  여기는 등교시간이 언제지?  나..  늦은 걸까.”

**********************************************************

  “하하, 뭐, 별 걱정을.  몰라서 늦은 건데 뭐, 신경 쓸 거 전혀 없단다.”

  이 선생이란 사람이 앉은 자리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눈을 완전히 다 가리는 사각 알을 가진 안경을 연신 만지작거리며 실실 웃어댄다.  

  “외국에선 학교를 늦게 등교하나 보지?”

  “네.  특별한 일을 빼면 9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게다가 길을 조금 헤맸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나저나 한국말을 정말 잘하는군?”

  “한국에 오기 전에 공부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막상 오면 적응하기 힘든 게 사실인데 말이야.  대단하군, 역시..  이름이 벤?  벤..  로크하울(Rokhowl)?  성이 희한하군.”

  벤은 그의 말에 듣는 체 마는 체 하며 선생 못지않게 불편한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무릎을 꿇은 채로 양 손을 번쩍 들은 이상한 자세를 취한 한 여학생을 곁눈질로 흘겨본다.  고등학생인지 의심스러운 키와 얼굴 때문에 교복이 아니었다면 어느 선생 따님인줄로 착각할 뻔 했다.
  사복을 입는 곳에 주로 있던 그인지라 교복에 유난히 눈이 간다.  여름에나 어울리는 하얀 반팔에 왼쪽 가슴엔 주머니가 달려있는 블라우저에 빨간 매듭이 걸어져 있고 치마는 끝에 하얀 리바이스가 있는 검은색의 A라인 주름치마이다.
  ..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그에 눈엔 매우 거추장스러워 보인다.  특히 저 매듭에 여학생이 숨쉬기 불편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  아니, 그저 손 드는게 힘들어서 그런가?

  ‘무슨 짓을 하면 저런 고문을 받는지.’

  “뭐, 이건 대충 이렇게 되는 거고..  교복도 천천히 해결하고..  음. 이봐, 김 선생!  얘한테 우리 학교에 대해서 대충 가르쳐줘.  안내 할애도 알아보고.”

  “저 바쁜 거 안 보이세요?  안 그래도 정신이 하나 없는데..”

  “잠깐이면 되잖아!  나도 할 일 많은 사람이야!  잔소리 말고 어서!”

  ..  이 선생이란 사람은 이곳에서 꽤 영향력이 큰 사람인가 보다.  어쨌든 그녀는 투덜거리며 자신이 들고 있던 프린트를 그대로 안고 벤에게 다가왔다.

  “벤이라고 했지?  반갑다.  보시다 시피 내가 조금 바쁘거든?  나중에 천천히 얘기하자.  학교안내는..  그래, 저 애가 시켜 줄 거야.  최 선생님!  그 애 좀 이쪽으로 보내주세요!!"

  최 선생이라 불린 덩치 큰 남자가 심드렁하게 뭔가 말하자 그 아이는 잽싸게 이쪽으로 튀어온다.  다리는 후들거리면서.

  “너 1학년이지?”

  김 선생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저 모습에 1학년이 아닌 게 비정상인 것 같다.
  
  “얘가 3학년이거든?  마침 방과 후니까 네가 학교 안내 좀 해주렴.”

  “예?  제가요??”

  “그래. 내가 좀 바빠서 그래. 알았지?  부탁한다!”

  순식간에 대화를 끝낸 그녀는 프린트를 들고 단숨에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이런 황당한 강제 이벤트에다가 선생까지 나가자 그녀는 패닉상태에 빠진 듯 우물쭈물 거리다 벤에게 고개를 숙인다.

  “아하핫!!  안녕하세요.”

  “......”
  
  생각보다 활기찬 목소리에 이번엔 벤이 움찔했다.  벌 때문에 그녀의 기분이 언짢은 것이라고 어림짐작 하고 있었던 터라 그녀의 밝은 목소리는 오히려 그에게 상당히 거슬렸다.
  그의 침묵을 이상하게 여겼는지 그녀는 벤을 올려다본다.

  “아앗!!  카레경!!!”  

  벤의 눈썹이 순간 움찔한다.  그에게 카레는 먹는 음식.  그리고 그다지 좋아하는 음식도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근.  그래, 그 속에 들어있는 당근이 싫다.  그렇다고 편식한다는 생각을 남에게 가지게 하는 것도 싫다.  그래서 원체 먹지를 않는다.  부득이하게 카레를 사서 먹어야 한다면 일단 당근의 존재여부를 살펴본다.  생 당근도 싫지만, 가장 싫은 것은 카레 속의 당근.  스믈스믈하면서도 별 쓴 맛은 혼자서 다 내는 것이 싫다.
  ..  아니, 카레경이라고 부른 것이 자신이 카레를 싫어하는 것과 상관이 있나?  저 애가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지 않는가?
  벤은 그의 머리카락을 무의식적으로 만진다.  혹시 이 머리카락 색깔이 카레 색깔이라는 것인가?  그리 꾸리꾸리한 색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헤...헬로우!!”

  ..  벤의 얼굴이 살짝 얼어붙는다.  이젠 헬로우란다.  자신이 한국말인사에 대답을 안하니 대뜸 한국말을 못하는 줄 알고 헬로우라고 하는데..  왜 하필 헬로우인가.  잠시 기다려 주었지만, 헬로우말고는 다른 인사말을 모르는 듯, 아니면..

  “보...  봉쥬르?”

  ..  뭐, 열심히 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아, 미안.  난 벤이라고 한다.”

  마치 잠시 한 눈을 팔고 있었던 듯이 벤은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갑작스런 한국말에 그녀는 벙찐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하라는 악수는 안하고 고개를 다시 숙인다.

  “아, 안녕하세요!  민유경이라고 해요!”

  벤은 내밀었던 자신의 손을 슬그머니 뺀다.  
  뭐, 이런 인사도 나쁘진 않겠지.

*************************************************************

  ..  조금 탁하다.
  말로는 시골 학교라고는 하지만, 역시 시골은 아닌가.  웬만한 곳엔 차가 다니고 높은 아파트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  이런 대엔 낮에도 어두운 곳들이 많겠지.

  “저기요오..”

  벤은 자신의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며 어물거리는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과연, 거기엔 그녀가 우물쭈물 거리며 종종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다.
  도대체 누가 안내원인 거냐.

  “아..  무슨 일 있는 거에요?  교무실에서 나가자마자 밖으로 갑자기 뛰쳐나가서...”

  “..  아니.  그냥 나와 보고 싶었어.  역시 학교는 갑갑해서.”

  “아앗, 정말욧?!  저도 그래요!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소름이 끼치니까!  이건 뭐 학교 전체에 마가 낀 건지..  아, 하긴 전 어느 학교나 가도 항상 기분 좋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역시 그렇다고 얼굴을 찡그리면 보기 안 좋죠!  역시 사람이란 나쁜 일이 있어도 웃어야 되거든요!  왜냐하면..” 

  무엇을 느끼긴 했지.  이제까지 살면서 몸의 감각은 아마 보통 사람보다 조금 날카로울 거다.  창문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그 이유에서이지.  
  하지만 누구지?
  버그?  버그는 아니겠지.  그들은 낮에 그렇게 싸돌아다니지 않으니까.  무엇보다도 그들의 둥지가 발견되지 않게 조심하는 놈들이니.
  그럼 필시 집단이나...  아니면..
  
  “저기요오..”

  유경은 벤의 어깨에 손을 대려다 마치 뜨거운 것에 대인 듯 황급히 손을 뒤로 뺀다.  벤은 무표정하게 뒤를 돌아본다.

  “그러니까~  점심시간이 12시 40분에 시작하는데 벌써 12시 삼..”

  갑자기 학교 전체에서 요란스럽게 벨이 울림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하얀색 하복과 검정색 바지(또는 치마)를 입은 학생들이 대거 학교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아앗?!  왜엣?!  내 시계는 아직 35분인데?!  에에....”

  그녀는 무언가에 대해 심히 고심하다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벤의 손을 우악스럽게 잡는다.

  “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일단은 매점부터 둘러보죠!  배고프시죠?!”

  “아니.  난 그리..”

  유경은 이미 힘차게 그를 잡고선 걸어가기 시작한다.

  “꾸물거리면 늦는단 말이에요, 카레경!”

  ..  난 카레가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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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뭔가 저에게 있어 가장 다루기 힘든 캐릭터가 있다면 활발하고 나사가 약간 빠진 여자애일까요.  저 어색한 활발함;;;;;;  마치 썰렁한 농담(예를 들어 역전2에서 나오는 그 삐에로의 "역시나 그랬을지문덕"이란 이상한 대사)에 억지로 아하하하하 웃다가 턱이 빠지는, 그런 이상한 느낌 =ㅅ=
  세이니님과 같이 쓰면 점차 나아질까요 =ㅁ=;;;  님의 캐릭터를 살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OTL

p.s.  세이니님, 원본보다 많이 바뀌었으니 처음부터 읽으셔야 해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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