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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피아니스트

2005.07.07 08:32

솔비 조회 수:670 추천:9

extra_vars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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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생각나요? 그때, 선배가 한밤중에 음악실에서 혼자서 피아노를 쳤던 날이요. 제가 처음으로 선배의 피아노 연주를 들었던 날 말이에요.

그날, 실은 저도 피아노를 너무 치고 싶어서 학교에 몰래 숨어들었던 참이었거든요. 학교에서 피아노를 치려구요. 그날 분명히 달도 뜨지 않는 그믐날 밤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어두워서 앞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나는 벽을 더듬어 가며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죠.

선배도 알다시피 음악실은 5층이잖아요. 그것도 무진장 구석진 자리에 위치했구요. 그렇게 어두웠던 날 5층의 구석까지 나아가기가 얼마나 힘이 들던지...

그런데 막 3층을 지났을 때 쯤인가? 분명히 그때쯤 이었을 거예요. 콰광!!!하고 무진장 커다란 소리가 내 귀를 강타하는 거예요! 마치 천둥소리처럼 커다란 소리였어요. 저는 놀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들었죠. 피아노 소리... 그래요. 분명 그 소리는 피아노의 건반을 강하게 두드렸을 때 나는 소리였어요.

처음 그 소리가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을까. 곧 뒤를 이어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죠.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빠른 템포의, 그리고 포르테(강하게), 포르테, 포르테, 포르티시모(아주 강하게)!!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 피아노 소리를 따라 내달리고 있더군요. 용케도 그 어둠 속에서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고, 5층까지 곧장 뛰어 올라갔어요. 학교에서 피아노의 소리가 들려올 수 있는 곳은 분명히 음악실뿐이니까요. 곧 음악실에 도착을 할 수 있었고, 저는 음악실의 문을 열었죠.

그리고 문을 열었을 때 느낀 감정은... 아마 선배에게 아무리 말을 해줘도 모를꺼예요. 음악실 안에서는 폭풍이 몰아 치고 있었거든요. 격렬하고도, 강렬하게, 그러나 노래하듯이... 아마, 저는 평생동안 그 관경을 잊지 못할꺼예요. 그곳에서 정신없이 피아노를 치고 있던 선배의 모습도요.]




나는 동글동글한 필체로 적혀있는 그녀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그 편지를 읽고 있자니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진짜 궁상이다. 정말로..

하지만 이런 궁상을 받아줄 그녀는 이제 내 곁에 없다. 검은 긴 생머리가 예뻤던 그녀, 까만 눈동자로 언제나 날 올려다보며 웃음 짓던 그녀, 손이 작았던 그녀, 그 작은 손으로 언제나 행복하다는 듯 서툴게 피아노를 치던 그녀, 내 피아노 연주를 좋아해 주던 그녀, 이런 나를 좋아해 주던 그녀... 그녀는 이제 없다.

이렇게 그녀의 생각만 하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정말 어울리지도 않게 궁상떤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녀를 잊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 두근거림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참지 못하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곡명은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쳐주었던 엘리제를 위하여. 피아노를 치고 있자니, 내가 이 곡을 쳐주었을 때 쪼그려 앉아 펑펑 울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고 보니 벌써 1년이 지나갔구나... 나는 미소를 지으며 눈가를 찡그렸다. 왠지 나도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 1년전. 나는 처음으로 그녀를 만났다. 우연히, 그러나 우연이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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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최근에 적은 글입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적어본 본격 연애물(?)이기도 하죠.
여러모로 어설픈점이 많긴 합니다만;(뭐 어설픈점이 없었던 적은 없었지;)
그래도 왠지 애착이 많이 가는 글이에요.
저번 겨울방학 한달내내 피아니스트에 매달려서 열심히 이 글을 적어댔던 기억이 나는군요.
부디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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