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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미녀와 야수

2005.07.03 14:48

세이니 조회 수:680 추천:8

extra_vars1 죽으러 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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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 "

그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대체.. 그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알수가 없었다. 나의 기억은 그때의 상황, 단 한조각만을 뱉아내곤 다시 잠들어 버렸으니까.

나는 터덜터덜 익숙한 거리를 걸으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해 할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의 상황도, 나의 기억도, 지금의 내 상태도.. 어째서..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한건지. 가슴이 아프고, 왜 이렇게 서글픈건지.

어느덧 우리 집이 보였다. 지금까지 늘 보아왔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우리 집이었다. 아니, 지금의 기분 탓 뿐일지도 모르는 노릇이지만..

어차피 이렇게 되어 버린거 내일이라도 이 마을을 떠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이제 그녀석도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다고 했으니 평온하게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수도 있을꺼고.. 내 기억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며.. 그러다 보면 이런 기분도 괜찮아 지겠지. 그럴꺼야.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그런데...

" 우씨. 왜이렇게 눈물이 난담 "

나는 손등을 들어 내 눈가를 쓱 훔쳐 닦았다. 울면 안된다고,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그래, 사실을 인정하자.

사람의 온정을 느끼지 못하고 2년동안 떠돌아다닌 내게, 일주일동안 좋으나 싫으나 죽자사자 나를 따라다니며, 나와 부댔기던 그 녀석과 정이 들어 버렸다고. 그래서 그녀석이 떠나고 나자 홀가분한게 아니라 섭섭하며 외로운, 어딘가가 텅 빈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리고.. 마지막에 그 녀석을 제대로 잡지 못한것을 후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자.

" 바보같은 자식. 그렇다고 내 말은 끝까지 듣지도 않고 그렇게 가버리냐. 나쁜놈. 나쁜놈의 자식. "

나는 코를 훌쩍이며 집 문을 벌컥 열었다. 이참에 오늘안으로 짐을 다 싸버릴 작정으로. 그런데..

" 늦었군 "

문을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내가 아닌 누군가의 목소리가 텅빈 집을 울렸다. 설마.. 그녀석. 그 바보같은 녀석이? 이럴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님 무표정을 가장해야 할지 혼자서 바보같은 고민을 하다 나는 결국 울먹이며 집안으로 한걸음 들어섰다.

" 너... "

그러나 집안으로 들어선 나는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공기를 느끼곤 한걸음 물러섰다. 지독하게 칙칙하고 음습한... 그래, 내 본능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불길함이 우리집 안에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반쯤 어둠에 잠긴 집 안에서 픽 하는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 기다리느라 눈이 빠지는줄 알았어? "

녀석이 아니야?! 나는 왠지 모르게 불길한 분위기를 감지하곤 그대로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누군가가 순식간에 나를 따라잡아, 나를 들어 올린뒤 집안으로 난폭하게 패대기쳤다.

" 으윽!! "

나는 온몸에 통증을 느끼면서도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점차로 집안의 어둠이 눈에 익숙해지며 서서히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눈앞에는 키가 큰 검은머리의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무표정한 여자가 그를 호위하듯 그의 한걸음뒤에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나의 뒤에는 날 패대기친 덩치가 큰 남자가 서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저.. 번지수를 잘못 찾으신게 아닌지..? 모두 첨 보는 사람들이시네? "

" 흠... 역시 기억을 못하는건가? "

내 눈앞의 흑발남자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 혹시.. 내가 기억을 잃기 전에 나와 알고 있던 사람들..? "

" 뭐, 그렇지 "

" 하하.. 그런데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나봐? 분위기가 장난이 아닌걸보니.. "

그는 하하하 웃었다. 그리 유쾌한 느낌이 드는 웃음이 아닌걸 보니 정말로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나보다..

" 안본 사이에 농담 실력이 꽤 늘었는데? 그건 그렇고 기억을 찾게 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들을 동원했는데 역시 그런걸로는 영~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나보지? "

" 여러가지 방법들..? "

" 그래. 너의 옛 애인이라던가, 아니면 괴물에 의한 충격요법이라던가... "

나는 방금전 숲속에서 마주쳤던 그 괴물을 떠올리곤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 그 괴물을 네가 풀어놓은 것이었단 말이야?!!!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괴물과 마주쳤으면 어쩔뻔 했어!! 그리고 옛애인!! 아.. 옛 애인..? "

설마..? 그녀석이...? 회색머리에.. 붉은눈동자를 가졌던.. 하지만... 그렇지만.....

" 흠.. 그럼 좀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까 "

검은머리의 남자는 그때 녀석이 앉았던 그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더니 흥얼대듯 이야기를 이었다.

" 사실 나는 평범하지 않은 조직원의 일원이었고, 너는 평범하지 않은 여자였어. 사실을 말하자면 너와 나는 숙적에 가까운 사이었지. 그런데 어느날 말이야, 너는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커다란 비밀을 훔쳐서 달아난거야. 그건 무척이나 커다란 비밀이며 우리에겐 무척이나 필요한 비밀이었지.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아무리 노력해도 널 찾을수가 없는거야. 어디로 갔을까. 어디로 갔을지 필사적으로 널 찾아헤맸는데! 이럴수가 있나. 아주 우연히 찾아낸 너는 무척이나  평범하고 수수한 여자가 되어있는게 아니었겠나? 그렇게 될수 없는 여자였는데 말이야. 그 이유가 뭘까 했더니.. 너는 기억을 없애버렸더군. 아니, 없어진건지 없애버린건지는 모르겠지만.. "

왠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위험하다고 위험하다고 정신없이 경보가 울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벋어날수 없는 나는 두려워하는 모습만은 보이지 말자고, 용기를 내어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그 비밀이 그렇게도 중요한 것인가봐? 그렇게 열심히 찾아 헤매는걸 보니..? "

" 그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아낼만큼 "

그 순간 내 뒤에 있던 덩치가 내 양손을 포박했다. 나는 앙칼지게 검은머리를 노려보며 외쳤다.

" 이거 왜이러셔!! 내 몸이 성하지 않으면 그 비밀이고 뭐고 없어!! 내 몸에 상처하나 내봐!!! "

" 어이구. 무서워라. 그런점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만. 하지만 걱정마. 네 몸에는 손가락 하나 데지 않을테니까. 단지 보여줄게 하나 있는데, 혹시 난동을 부릴까봐 잠시 막아둔거야. 그럼 네이 그걸 "

검은머리의 남자는 옆의 여자에게 손짓을 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지금 이 순간이 두렵지 않았다. 이놈들이 내게 무슨 비밀을 알아 내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예전에 무슨 여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운 마음은 눈꼽만큼도 들지 않았다. 차라리 그녀석이 집요하게 나를 따라오던 순간이나, 그 괴물이 나를 덥치던 순간이 훨씬 무서웠다.

어쩌면 나는 정말로 평범하지 않은 여자였을지도 모른다..

" 자, 일단은 선물 "

챙그랑.

내 눈앞에 검 한자루가 떨어져 내렸다. 두껍고 커다란 검이었는데, 방금 무언가를 베어낸듯 진득진득한 암적색 피가 엉겨붙어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붉은빛을 띄는 검날은 이런 피 따위는 별것도 아니라는듯 비웃고 있는것 같았다. 마치 피를 잔득 먹은것처럼...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 검을 쳐다보고 검은머리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 이건..? "

" 네 검이야. 2년 전까지 애용하던 검이지. 왠지 익숙한 향수가 느껴지지 않나? "

" 내가......? "

나는 멍하니 그 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것처럼 익숙한 검이었다. 그 순간 내 두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나는 양손이 포박되어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바닥에 떨어져 내린 내 눈물방울을 보고 어라..? 라고 중얼거렸다. 어째서 내 눈에서 눈물이 나는거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계속 바닥의 눈물방울만을 바라보았다.

" 흠.. 아직 깨어지지 않는건가...? 잘도 버티는군. "

" ..........? "

그 검은머리의 남자는 알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더니, 이번엔 작은 공같은것을 내게로 던졌다. 그것은 데구르르 굴러 내 앞까지 굴러왔고.. 나는 그것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눈물이 눈가에 맺혀 흐릿하게 그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회색의 실같은것이 뭉텅이진 공이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사이 나의 시력도 조금씩 돌아왔고 마침내 그것이 또렷히 내 눈에 들어왔을때 나는 믿을수 없어 눈을 크게 뜰수밖에 없었다.

" 자.. 잠깐...? 이거.... 설마...? "

흐린하늘같은 회색의 머리카락.. 지금은 감겨있지만 분명 붉은 와인빛일 눈동자, 익숙한 콧날과... 입술과 뺨과.... 아.

" 너의 옛 애인이다. 네게 죽여달라고 따라다니던 놈이지? 무척이나 강해서 죽이는데 애 좀 먹었어. 물론 마지막은 너의 그 애검으로 끝을 맺었지. 네 검에 마지막을 마감하는게 그래도 다행이었는지 마지막에 반항은 하지 않더군. "

" 거.. 거짓말.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그럴리가.... "

나는 덜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머리만 남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도 못하고, 그저 그렇게 바라보며, 아니라고 부정만 하고, 그런데도 눈물은 흐르지 않고, 머릿속은 엉망이 되어갔다.

" 그럼 진짜라는걸 믿게 해줄까 "

검은 머리의 남자는 한손으로 그의 머리를 집어들어 내 눈앞에 가져다 대었다.

" 자. 자세히 잘 보라고. 가짜인지. 진자인지. 응? "

그리곤 그의 얼굴을 더욱더 내 얼굴에 가까이 들이대었다. 그의 얼굴이 코끝이 닿을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너무나도 가까워서 손을 뻗으면 만져질것 같은, 금방이라도 눈을 뜰것 같은...

" 제대로 잘 보라고. 이래도 가짜라고 할텐가? "

그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뚝 뚝 떨어져 내리며,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쿵 쿵 쿵쿵 울려왔다. 언젠가 느꼈던, 분명이 느꼈던 그 감정이 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 쳤다. 머릿속은 새하얗게 백지가 되어버리는것 같았고, 마치 내가 내가 아닌것 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이 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때, 그녀가 깨어났다. 내 안에서..

" 카이넬!!!!! "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입에서 노호성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제 멋대로 내 몸이 움직여 엄청난 힘으로 내 뒤의 덩치를 튕겨냈다. 순식간에 내 몸이 아직도 '그'의 피가 남아있는 검을 움켜쥐고 카이넬이라는 이름의 검은머리 남자에게로 달려들었다.

" 네놈이 잘도! 키엔은 나만 죽일수 있다! 네놈에게 죽을녀석이 아니야!!!! "

" 하하하. 이제야 기억이 되돌아 온건가 "

카이넬의 앞을, 항상 카이넬의 옆에 서있던 여자가 막아섰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마치 꿈만같았다. 나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돌아가는 나의 몸도, 얼마 전까지는 상상도 할수 없었던 지금의 상황도, 그리고 방금전까지 나와 이야기를 하며 웃기도 했었던 그녀석의 죽음도..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에 무언가가 튕겨들어오듯이 하나의 기억이 들어왔다.

아마도 '나의 본체'가 강하게 생각하는 것이 내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오는것 같았다. 그 기억 속에서 나는 그 괴물과의 싸움에서 이겨 있었다. 그 괴물의 이름은 '키엔'이었고, 나는..

나는 괴물을 사냥하는 사냥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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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요....
악당을 적는건 너무 힘들어요.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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