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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미녀와 야수

2005.07.02 22:17

세이니 조회 수:639 추천:7

extra_vars1 죽으러 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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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으흑.. 훌쩍. 훌쩍 훌쩍 "

마을 자체가 시골이라, 마을에서 조금만 나가면 천연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숲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나는 숲의 구석탱이 볕이 잘 들지않는 어두침침하고 음울한 나무 그늘 구석에서 무릎에 머리를 묻고 훌쩍이고 있었다. 우울했다. 무진장..

" 저어.. 울지마라 "

그리고 내 옆에는 아무리 가라고 화를 내도 계속 내게 붙어있는 그 녀석이 있다. 나는 울컥 하는 느낌에 고개를 번쩍 들고 외쳤다.

" 울지 마라니! 이게 누구 때문인데?! 너무해!! 진짜 너무하잖아!!!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내 기억속에서 없는 일이잖아. 이젠 나도 모르는 일이란 말이야!!! 그래. 냉정하게 말하자면 네게 그 약속을 했던 나는 지금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야!!! 겉모습은 같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이라고!!!! 그런데 왜 자꾸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혀!!! "

" 아니 저... "

" 으.. 으흑.. 아니! 따라 다니는 것 까진 그렇다 쳐. 왜.. 왜 시도 때도없이 그러는데?! 너 때문에 알바는 다 잘리고 마을 사람들도 죄다 나를 이상한년 쳐다보듯이 보잖아!!!! 난 몰라!! 여기서 육개월은 살면서 돈을 모을 생각이었는데!! "

그래. 사실 하고 싶었던 말은 이 뒷말이었다. 어느덧 저놈이 나를 따라다닌지 일주일, 저 바보놈이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삽질한 결과 나는 알바란 알바에서 다 잘려버리고, 마을 사람들도 이젠 나를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

기억을 위한 여행을 한지 어엿 이년. 이제 여행 자금도 다 떨어져서 돈을 모아야 하는데... 그런데 저놈 때문에 내 생활이 몽땅 엉망이 되어 버리다니. 설상가상으로 다른 마을에 간다해도 저 놈이 또 나를 따라와 나를 괴롭힐것만 같았다. 아니, 도망쳐도 곧 얼마가지 않아 나를 찾아내어 버릴것만 같다. 차라리 진짜로 아무도 모르게 죽여 버릴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눈을 가늘게 뜨고 놈을 노려보자 놈은 변명이랍시고 말했다.

" 그러니까 일치감치 나를 죽였으면 일이 이렇게 까진 되지 않았을... "

" 아악! 차라리 그입 다물어!!! "

나는 그대로 벌떡 일어나 놈을 걷어차 버렸다. 내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던 놈은 불의의 기습에 어찌 대항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 나는 그런 놈을 마구 밟아대며 외쳤다.

" 이 바보!! 멍청이!! 변태!!! 싸이코!!! 죽으려면 혼자 죽어!! 멀쩡한 인간 살인자 만들지 말고!!! "

" 컥.. 죽이려면 이런 방법 말고 단방에... "

" 미쳤냐! 혹여 죽인다 해도 너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여주마!! 이놈!!! "

일어서지도 못하는 놈을 몇번이나 뻥뻥 더 걷어찬 나는 그래도 성이 풀리지 않아 근처를 휙휙 둘러보았다. 오호라. 저쪽에 송진이 흘러나오고 있는 소나무가 보이는군. 나는 분노의 힘을 빌려 놈을 냅다 그 나무로 던져 버렸다.

" 으악?!! "

놈은 나무에 철썩 달라붙은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녀석의 몸을 꾸욱 꾸욱 눌러 더욱 나무에 밀착시켰다.

" 이.. 이게 무슨짓... "

" 시끄러! 여기에 붙어서 네가 뭘 잘못했는지 반성해!! "

" 대체 무슨 소..... "

" 그러니까 그걸 알아내!!! "

버럭 소리를 지른 나는 그대로 빙글 돌아서서 더욱 깊숙한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잔득 소리를 질러서 그런지 눈물은 더이상 나지 않았고, 기분도 조금은 풀린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놈에 대한 화가 풀렸다는건 아니다.

" 쳇. 그놈 정말 싸이코에 초변태라니까 "

나는 또다른 나무그늘을 찾아내 쪼그리고 앉아 투덜거렸다. 대체 왜, 저녀석은 나에게 그렇게 집착 하는것인가. 그것도 '죽여달라'는 정말 말도 안되게 이상한 일로 말이다. 몇번이고 말로 타이르려는 시도도 해 보았건만 저놈에겐 아무리 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거의 확고한 신념에 믿음으로 칭칭 휘감긴 광신도적인 느낌만이 나에게 전해질 뿐이었다. 종교 이름은 '죽음'에 구호는 '죽여줘..'

" 으윽.. 올릴것 같아 "

아니. 종교생각은 넘기고. 저놈은 왜 그런짓을 하는건지. 질문을 할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넌 알필요 없다'이고.. 표정은 무진장 쑥쓰러운듯한 표정에다..

" ... 으으. 역시 단순한 변태인가... 여자 한명을 찝어서 죽여달라며 끈질기게 달라붙고 그때문에 난처해 하는 여자를 보며 쾌락을 느끼는...?? "

왠지 신빙성이 있는 생각이었지만, 사실 그런게 아니라는건 내가 더 잘 알고있다. 그녀석의 눈빛은.. 이런말 하긴 뭐 하지만 한치의 사심도 섞여있지 않은 단 하나 '죽음'만을 바라는 진지한 눈빛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문에 내가 그놈을 싫어하지는 않는 것이긴 하지만.. 아니, 그게 중요한것이 아니라...

/ 바스락 /

" .........? "

저쪽 풀숲에서 들려온 소리에 나는 눈을 깜빡이며 수풀을 쳐다보았다. 쳇. 그놈 벌써 나를 따라온건가? 하는 생각에 나는 옷을 탁탁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으유! 지긋지긋해!! 그만 좀 따라와!!! "

그러나 수풀 저쪽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혹시 설마 때리고 나무에 붙이고 해서 화가 난건가, 하는 생각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수풀을 바라보자,

" ?!!!! "

나의 눈이 커졌다. 갑자기 수풀에서 검은 그림자가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와 나에게로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수풀에서 튀어나온 그것은...

" 크르르릉! "

사.. 사자? 아니, 아니다. 사자처럼 보이지만 사자보다 더욱 날카로운 발톱에 독니, 그리고 날개까지 가진 몬스터.. 그러니까 이름이 뭐였더.. 뭐였더... 으.. 기.. 기억나지 않....

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그대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도망쳐야 한다던가,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지만 몸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상했다. 지금까지 많은 몬스터들을 만났지만, 분명 저놈보다 더욱 악질인데다 고약한 몬스터를 만난적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았었는데. 온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무섭고... 아아. 몰라 모르겠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무서워서 눈물만이 나왔다.

" 으.. 으흑.. "

" 크르... "

어떻해야 하지..? 나는 더이상 몸을 움직이지도 어쩌지도 못한채 멍하니 그 괴물을 올려다 볼수 밖에 없었다. 그 괴물이 땅을 박차고 내게로 달려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괴물이 내 목을 물어뜯기 일보 직전, 마치 시간이 정지한것처럼 그 순간의 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지며 수많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런걸 주마등이라고 해야하나? 가까이 있었던 일부터 서서히 옛날의 일들이 떠오르며, 단편적이긴 하지만 옛날 내가 기억을 잃었던 시절의 생각들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바보같게도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도 이런일이 있었지. 그래. 왜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저 괴물과 똑같이 생겼던 괴물과 대치하고 있었어. 아, 그래. 무서웠었어. 그 괴물이 너무 강해서. 분명히 이렇게 강할리가 없는데 너무나도 강해서 무서웠었어. 그리고.. 이마.. 이마가 아프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려 내 시야를 가리려 해. 그런가.. 내 이마의 상처는 그 괴물과 싸우다가 다친거구나. 그런데.. 왜 싸웠었지? 그 싸움의 승패는...?

" 티엘!!!"

그때 수풀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며 튀어 나와 그 괴물을 밀쳤다. 그리고 그는 내 목을 물어뜯기 직전의 괴물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몇바퀴를 굴렀다. 나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곤 헉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녀석이었다. 억지로 송진을 떼고 왔는지 웃옷이 너덜너덜한 그녀석은 인간이라고는 믿을수 없는 근력으로 괴물을 내리 누르고 있었다. 녀석은 한번 크게 숨을 몰아쉬곤 허리춤에서 단검을 순식간에 뽑아들어 괴물의 목으로 내리 찍었..

" 죽이면 안돼!!! "

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자리에서 튕겨나가듯 녀석의 팔으로 달려들어 녀석의 팔을 꽉 잡았다. 아슬아슬하게 단검은 괴물의 목을 빗겨나가 바닥에 꼽혔다.

" 주.. 죽이는건 안돼. 괴물들도 바보는 아니야. 이정도로 했으면 힘이 통하지 않는다는걸 알고 물러날꺼야.. "

나는 숨을 몰아쉬며 그의 팔을 잡고 고개를 휙휙 저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는 팔에 힘을 빼고 괴물에게서 물러났다. 그 괴물은 그놈과 나를 한번씩 쳐다보고는 힘없이 꼬리를 내리고 뒤를 돌아 숲속으로 사라졌다. 괴물이 사라지고 나자 일시적으로 회복되었던 내 다리는 다시 힘이 풀려 나는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내가 한심해지는 느낌에 고개를 푹 숙였다.

" 괜찮은건가? "

" 응... 아, 너는 괜찮아? "

나는 고개를 들고 내 앞에 서있는 그를 올려다보며 되물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을 보곤 놀라서 눈을 크게 뜰수밖에 없었다. 드물게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보는 그 미소에 나는 멍하니 넋을잃고 그 얼굴을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잘생긴건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웃으니 마치... 마치... 아,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 응. 나도 괜찮다 "

" 그.. 그래? "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느낌에 고개를 푹 숙이며 작게 대꾸했다. 그러자 그는 의아한듯 내 앞에 한쪽 무릎을 끓고 앉아서 내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는게 아니겠는가.

" 그런데 정말 괜찮은거냐? 얼굴이... "

" 괜찮다니까!!! "

나는 빨개진 얼굴을 들키는게 부끄러워서 그를 확 밀치며 외쳤다. 그런데 이번엔 그는 뒤로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 버티며 피식 웃는게 아니겠는가?

" 역시. 변하지 않았구나. 기억이 없다곤 해도.. 전혀 변하지 않았어. "

" 뭐? "

"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묻겠다. 날 죽이지 않겠나? "

" 당연하잖아!! 죽이고 죽는게 애들 장난이냐?! "

" 그런가? 역시. 그렇군... "

그는 왠지 모르게 안심한듯한 표정과 슬픈듯한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보니, 저녀석 지금까지 나에게 대했던 태도와 표정이 어느 순간부턴가 확 변해 있었다. 언제부터였지? 아, 그래.. 내가 그 괴물을 죽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을때.. 그때부터야. 이상해 이런 분위기. 꼭... 그래, 전에도 이런 일이....

" 저어!! 잠깐만!!!! "

일어서서 어딘가로 가려던 그녀석을 붙잡듯 나는 외쳐다. 그러자 그는 문득 무언가가 생각이 난듯 뒤를 돌아보며 내게 말했다.

" 티엘. 내가 알고있는 네 이름이다. 더 길었던것 같은데 넌 나에게 여기까지밖에 가르쳐주지 않더군. 그리고.. 미안하지만 나는 더이상 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없다. 그럼, 이만 난 가보도록 하지. 미안.. 했다. 너에게 무리한걸 자꾸 요구해서. 하지만 이제 다시는 널 귀찮게 하지 않을꺼야. 다시는.. 만나는 일도 없을꺼고... "

" 잠깐.. 잠깐만 기다려!! "

하지만 그 녀석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척 하며 그대로 뒤를 돌아 달려가듯 이 곳을 빠져나가 버렸다. 나는 멍하니 그의 뒤를 바라보다 문득 어떤 사실 하나를 깨닫곤 고개를 번쩍 들어 그가 사라진 곳을 응시했다. 그래, 저녀석의 왠지 모르게 익숙한 눈빛. 어디서 봤나 했더니.. 분명...

" 그래.. 내 이마에 상처를 입혔던 그 괴물... 그 괴물의 눈빛과 같아.... "

어째서? 그럴리가 없잖아? 같을리가 없잖아?? 그때 그건 괴물이었고, 지금 이녀석은 인간인데. 그런데.. 그런데도 그 눈빛들이 왜 겹쳐져 보이는거지? 대체.. 어째서..? 그럼 그때 그 괴물과 나는 왜 싸웠던거지? 그리고 그 승패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리가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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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끝났답니다.
아아~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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