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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미녀와 야수

2005.06.26 20:56

솔비 조회 수:735 추천:6

extra_vars1 죽으러 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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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려가던 나는 무언가에 쾅 부딛쳤다. 엥? 어라? 이게 뭐지? 내 눈앞에 왠남자의 가슴이 떵하니 있는게 아니겠는가? 고개를 더 들어보니 흐린 하늘을 연상시키는 회색 머리카락과 와인빛의 눈동자를 가진 남자의 얼굴도 보였다. 자세히보니.. 오오! 잘생겼다.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나는 발랄하게 죄송합니다아~~! 라고 외치곤 그 남자를 피해 다시 달려가려 했다. 그런데 이개 왠일? 그 남자가 내 팔목을 덥석 붙잡는것이 아닌가? 나는 의아함에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 왜그러세요? "

그러자 그 남자는 처음 봤을때와 조금도 변함없는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드디어 찾았다. "

" 네? "

나는 의아해질수 밖에 없었다. 이 사람,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인데 나를 드디어 찾았다니?? 장난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것 치고는 이사람의 눈빛은 지나치게 진지했다. 왠지 강렬하다는 느낌이 드는 눈동자. 날카로운 눈매 때문일까? 아니 그것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뻘쭘하게 한걸음 물러섰다.

" 대체 무슨소리세요...? "

" 이번엔 도망치지마. "

" 옙? "

그의 눈이 뚫어져라 나를 바라보았다. 유난히도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그렇게 바라보자 갑자기 무진장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화끈거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 그런데 이런일이 또 있었던가??

" 약속했잖아. 다음에 만난다면... "

그는 왠지 간절하게도 들리는 목소리를 내며 내 손목을 더욱 꽉 잡았다.

" 나를 죽여주겠다고 "

" .......네? "

에? 이게 뭔 소리냐? 죽여? 내가? 누굴? 에??? 나는 당황스러움에 눈을 끔뻑이며 입을 벌리고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휙휙 저었다.

" 그... 그럴리가 없잖아요! "

" 아니. 약속했다. "

" 기억에 없어요!! "

" 시끄럽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라. 어서 죽여. "

" 자... 잠깐.... ! "

" 어서! "

" 그러니까.. 내 말좀!! "

" 자아! 죽이란 말이다!!! "

" 꺄아아아아아악!!! "

나는 그를 확 밀쳤다. 이거 처음에 얼굴이 잘생겨서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변태 아니야?! 놀랐는지 그의 손이 내 손목을 놓혔고 나는 그대로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 기다려! 약속을 지키란 말이다!! "

왠지 처절하게까지 들리는 외침이 뒤에서 들려왔다. 하.. 하지만 그런 약속 생각도 나지 않는단 말이야!

" 꺄악~! 변태에요! 변태엣!!!! "

나는 달려가며 눈을 콱 감고 외쳤다. 다행이 넓은 거리라 사람들이 '변태?' '변태라고?'라며 내 뒤의 그 남자를 붙잡는것 같았다. 아아, 이러면 더이상 따라오진 못하겠지. 나는 약간은 안심하며 달려갔다.




2.
" 헉.. 허억 허억...... "

집 앞까지 달려온 나는 허리를 꺽은채 숨을 몰아쉬었다. 설마 그상황에서 따라오지는 못했겠지? 뒤를 돌아보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지만 인기척 같은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한숨 같은걸 내쉬며 벽에 등을 기대고 털썩 주저 앉았다.

" 허억.. 허억.... 정말로 이상한 녀석... "

나는 습관처럼 이마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내 손끝에 까실까실한 흉터가 만져졌다. 평소때는 앞머리로 가리고 다니지만 내 이마에는 가로로 길게 흉터가 나 있었다.

이 흉터는......

사실 어떻게 된 것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열 여섯살 이전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기억상실..이라 해야겠지. 지금 내 나이가 열 여덟이니까, 그래. 나는 단 이년치만큼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내 나이가 열 여덟인지도 확실치 않다. 어째서 내가 기억 상실에 걸려 버렸는지는 당연히 모르고, 단서라면 내 이마의 이 흉터와 처음부터 내 손목에 차여 있던 팔찌. 이 가지 정도.

그래서 나는 지금 내 기억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하고 있다. 단서는 작고, 아직도 실마리는 잡지 못했지만...

사실 이 이마도 까고 다니고 싶지만 나도 여자다 보니 이런 흉한 흉터를 내 보이고 싶진 않더라고.

" 아, 그러고 보니... "

그러고 보니.. 그 남자....

' 드디어 찾았다. '

' 이번엔 도망치지마. '

' 약속했잖아. 다음에 만난다면... 나를 죽여주겠다고. '

" 그래..... 분명히 나를 아는 눈치였어. "

대화의 내용이 이상한데다 이상하게 무서워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긴 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 남자 나를 아는 눈치였다. 그리고 그 눈빛... 어딘지 모르게 강렬했던 그 눈빛도 어디선가 봤던것 같은... 처음이 아니었던것 같은........

" 아.. 아니 그렇다고 해도. 왜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하는거지? 설마.. 정말로 내가 그런 약속을 했던건가..? 아니 그건 그렇고 꼭 나여야 하나? 말투를 보니 나를 아주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것 같은데.. "

아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을 하면 생각을 할수록 이상하다. 뭔가가 이상해..

(대체 무슨사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남자와 나는 옛날 아는 사이였다. 그런데 내가 죽여주겠다고 약속을 했나보다. 그래서 자신을 죽여달라고 적어도 이년 이상을 나를 찾아 헤매어 나를 겨우 찾아냈다..?

"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건 왠지 쌍방이 변태가 되어 버리는것 같은 느낌이잖아. 죽여 달라고 2년이나(혹은 그이상) 나를 찾아다닌 그녀석이나, 죽여주겠다고 약속을 해버린 나나.... "

그런데 왜? 왜?? 대체 왜????

" 크윽.....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건, 그런 변태같은 녀석과 연관되는 과거라면 차라리 없는게 났다는거다!! "

그래. 바로 그게 정답!

처음으로 (그것도 제발로 나를 찾아 온 ) 찾은 기억에 대한 힌트였지만, 왠지 정말로 내가 그런 약속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싫을것 같은데다 저런놈을 죽여주는건 더더욱 싫었기 때문에 나는 그런 결론을 딱하니 내려버리곤 집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아, 이 집은 두달동안 내가 머물고 있는 마을 외각의 버려진 집이다. 일단 여행 자금을 모우기 위한 알바를 하면서 임시 거점으로 쓰고있지. 하하하.

" 늦었군 "

" 아아. 미안미안. 밖에서 왠 변태같은 놈이 나를 따라오는 바람에............"

나는 에헤헷 하고 웃으며 뒷통수를 긁적이며 변명하다 문득 이 집에는 나밖에 없는데... 라는걸 깨닫곤 크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 네.. 네.. 네가 어떻게...?!! "

회색머리! 이상하리만큼 강렬한 눈동자!! 녀.. 녀석이다!! 한치의 의심도 가질수 없이 그 녀석이야!! 방금전까지 나를 따라오던 그 변태놈!!!

" 뭐,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지. 아까 하던 얘기나 계속 하자고 "

집안의 의자에 앉아서 무덤덤하게 그는 말했다. 나는 식은땀을 쫘악 흘리며 물었다.

" 에... 그... 죽여줘? "

" 그렇다 "

" ........... "

나는 주저없이 그대로 빙글 돌아서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놈의 행동이 더욱더 빨랐다.

" 꺄악!!! "

놈은 전광석화와도 같은 속력으로 달려와 나를 벽으로 밀어 붙혔던 것이다. 나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손목이 잡힌채로 벽까지 밀려 버렸다.

" 이거 놔!! "

" 그 전에. 설명을 듣고 싶은데. 왜 도망친거지? "

" 아.. 아파!!! "

" 빨리 대답하란 말이야!!! "

그의 외침에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무척이나 진지하게 다그치는 목소리.. 그 눈빛에서도 진지함을 넘어서 애절함까지  느껴졌다. 어째서..? 그것에 그렇게까지 집착을 보이는거지..? 하지만 일단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이 손도 놓아주지 않을것 같아서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 기억이 나지 않는단 말이야! 나는 2년 전부터 기억 상실증이야!!! "

" !!!! "

" 이유를 말했으니까 빨리 이것좀 놔줘! "

그는 왠진 모르겠지만 절망적인 표정으로 '설마'라던가 '그럴리가..'같은말을 중얼거리며 내 손을 놓아주었다. 나는 그 순간 긴장이 풀려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손목이 욱신거려 내려다 보니 빨갛게 부어 올라 있었다.

" 으... "

이게 무슨 일이람. 나는 고개를 숙이고 투덜거리다, 다시 의자로 가서 앉은 그 남자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절망적인 표정으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대체 왜 저러는걸까? 그.. 꼭 죽어야 되는거였나? 그리고 나와는 무슨사이..?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겹쳐져서 내 머릿속을 휘감았다.

" 아... 저어. 그런데 왜 그렇게 나한테 죽여달라고 하는거야..? "

나는 비틀비틀 일어나 몇번을 주저하면서 조심스래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더니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정말 의외의 반응에 나는 그대로 멍.. 해져 버렸다. 그는 주먹을 쥐고 내게 소리를 질렀다.

" 그.. 그걸 어떻게 말하란 말이야! "

" 에? "

" 아무튼 다음에 또 찾아 오겠어! "

" 옛?? "

그는 그대로 벌떡 일어나 문을 밖차고 밖으로 다다다닥 뛰어 나가 버렸다. 나는 그를 잡지도 어쩌지도 못한채 멍하니 그가 현관문으로 달려나가는 것을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저....저건 또 무슨 반응이래니..? 마치... 꼭...

" 무진장 부끄러워 하는것 같은... 아니 쑥쓰러워 하는것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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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그럼 이번에는 분위기를 바꿔서, 명랑코믹로맨틱판타지액션물입니다~(야;)

미녀와 야수.
본제가 '죽으러 온 사람'이었지만 부제인 '미녀와 야수'가 결국 제목이 되어버린 녀석.
어째서 미녀와 야수인지는 곧 나옵니다만...
이상하게 저는 제목을 내용과 연관있게 짓는다고 짓는데, 나중에서야 알아채는 사람들이 제법 되더라구요.
하하하!!; 다 본인의 잘못입니다아.


ps
표지는 월트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홍보 포스터 입니다.
참 재미있게 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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