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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정령

2005.06.25 22:42

솔비 조회 수:743 추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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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두자루의 검을 빼들었다. 이 여자아이 중 푸른머리의 여자아이를 죽이면 될것이다. 저 아이가 동력원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저 여자아이를 죽인다.. 기회는 단 한번..

품속에 숨긴 마지막 독을 검에 뿌린 나는 검을 들었다.

' 처음엔 도망칠 생각이였는데..... '

여자아이들이 좀더 다가올 것을 기다렸다. 강한 힘과 살상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때 내가 잘못본것이 아니었다면 저 아이들의 약점은 아주 작은 소리까지는 듣지 못한다는 점과, 보통 이상의 속력은 낼 수 없다는 점.

' 지금은.. 죽인다 '

푸른 머리의 여자아이가 내가 서있는 나무 아래로 다가왔다. 나는 천천히 뛰어내릴 준비를 했다.

' 이젠 도망치지 않아도 되니까.. 죽이고.. 행복해 질것이다. '

나는 양손에 검을 잡고 뛰어내렸다. 그리고 검으로 여자아이의 정수리를 찍어내리려던 찰나 푸른 머리칼이 날려 올라가며 여자아이의 얼굴이 들어났다. 그런데... 그런데 놀랍게도 그 얼굴은 병때문에 죽었던 누나의 얼굴이었다. 나의 눈이 커졌고, 나도 모르게 검을 빗겨 날렸다. 여자아이의.. 아니 누나의 푸른 머리카락만이 한움큼 잘려 나갔다. 무서울정도로 무표정하고 아름다운 누나의 하얀 얼굴이 나의 눈앞에 있었다. 그 얼굴은 내 꿈속의, 기억 속의 누나의 얼굴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 누..나 "

배가 아파 왔다. 누나의 손끝이 나의 배를 뚫고 등까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눈앞이 흐려졌다. 나는.. 나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었는데...




// 생각을 해봤는데요오. 역시 인간의 사고방식은 이해할수가 없었어요. //

어둠속. 나는 어둠속에 있었다. 어둠속에서 언제부터 있었는지 그런 것은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어디가 아래인지 위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단 한가지 알 수 있는점은 정령이 내 얼굴 바로 앞에서 내 뺨을 붙잡고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점이였다.

// 어쩔수가 없는거겠죠? 그러니까 펠도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아요. //

무슨 소리이지?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 언제나 심심했어요.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길 원했어요. 그래서 화려한 옷을 입었어요. 커다란 리본도 달았지요. 하지만 아무도 나를 알아봐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무를 바라보며 혼자서 떠들었죠. 혹시 아주 작은 소리라도 들리면 몇번이고 꽃들 앞에서 똑같이 따라했어요. //

소녀는 나의 뺨을 놓았다. 그리고 나에게서 떨어지더니 싱긋 미소지었다.

// 좋은거 하나 가르쳐 드릴게요. 정령은 죽지 않아요. 사라지는 것 뿐이에요. 이전의 기억들만 사라지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먼 훗날 사라졌던 나의 조각들이 다시 모여 새로운 정령을 만들어 내죠. 그러면 오랜 잠에서 깨어나듯이 제가 다시 깨어나지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

웃고있는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 꼭 옛날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소녀의 몸이 천천히 사라져갔다. 마치 도화지에 그렸던 그림이 물에 녹아가는 것 처럼.

// 처음으로.. 날 찾아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처음으로 나와 이야기 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죽지 말아요.. 꼭 행복해 지세요.. 나도.. 이름이 가지고 싶어요.. //




나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 현실감이 찾아오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곳은 좀전까지의 숲속이였다. 나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손으로 나의 배를 만져 보았다. 상처같은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쓰러져 있었다. 다가가 보니 모두들 죽어 있었다. 하나같이 미소를 지으며 죽어있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한곳에 모았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주머니 속에는 다행이 마지막 성냥 하나가 남아 있었다. 기름 같은 것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아이들은 잘 타올랐다. 붉은 불꽃 속의 아이들 중 누나의 얼굴이 보였다. 누나도 웃고 있었다. 나도 웃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뺨이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내 뺨을 타고 투명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 눈물을 닦으려는 생각도 하지 않고 고개를 들었다. 나무 위에 화려한 원피스가 걸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것이 보였다.

' 당신 인간이 맞는거죠? '

' 꼭 하나하나를 구별하는 이름이 있어야 하나요? '

' 이해할 수 없어욧!!!!! '

' 펠도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아요 '

' 처음으로.. 날 찾아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처음으로 나와 이야기 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죽지 말아요.. 꼭 행복해 지세요.. 나도.. 이름이 가지고 싶어요.. '



내나이 스물한살. 정령은 유일하게 남아있던 나의 죽음을 빼앗아 갔다.



// 혹시.. 인간이세요? //



.
.
.
저주 받은 숲 : 인간을 그리워하는 정령의 전설이 전해진다.
* 정령 :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원자가 마력의 형체로 공기중을 떠다니다 계기를 통해 합쳐져 모양을 이루는 것을 뜻함. 그 모양은 동물의 모양을 하기도 하며 식물의 모양을 하기도 한다.
by 세계의 전설/ p.127



- fin



http://blog.naver.com/mirpi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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