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정령

2005.06.24 02:27

솔비 조회 수:1076 추천:6

extra_vars1
extra_vars2 1017-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extra_vars9  


가끔은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진실할 때가 있다.



[ 명령을!!!!! ]

[ 아악!! 대장님?!!!!! ]

[ 크아아아아아아악!!!!!!!!!!! ]

[ 젠장!!!!!! ]

[ 아... 아...... ]

[ 으아아아아아!!!!!!!!! 어머니이!!!!!!!!!!!! ]



하지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 중, 무엇이 진실일지는 알수가 없다.



" 하아.. 하아.... 하아... 젠장.... "

얼마나 걸었을까. 끝도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나침반도, 지도도, 식량도, 물조차도 없이.. 대체 얼마나 걸어왔는지 기억조차도 희미해져간다.



내나이 다섯살. 병은 부모님과 누나를 빼앗아갔다.

내나이 열살. 불은 나의 집인 고아원과 고아원가족들을 빼앗아갔다.

내나이 열두살. 도적은 나의 양부모를 빼앗아갔다.

내나이 열세살. 귀족은 나의 양 여동생을 빼앗아갔다.

내나이 열 다섯살. 돈은 나의 행복을 빼앗아갔다.

내나이 열 여덟살. 나라는 나의 자유를 빼앗아갔다.

내나이 스무살. 전쟁은 나의 모든것을 빼앗아갔다.



" 살아남은것은.. 나뿐인가...? "

오른팔이 아파왔다. 지혈을 하고있던 왼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상처를 막고있는 천쪼가리만으로는 모자란지 피가 배어나와 바닥으로 뚝뚝 흘러 내렸다. 멍하니 그 상처를 바라보고 있자니 괜히 헛웃음이 나올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홀로 살아남은것은 운이 좋은것인가, 아니면 운이 나쁜것인가..

차가운 숲속에 바람이 불어 나뭇잎들은 서글프게 울어댄다. 아마 이 숲은 적군에게 포위되었을 것이다. 일단 내 지위가 한 부대의 지휘관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적군의 기밀을 알아버리기까지 했으니.. 하하, 그러고 보니 그거 비밀로 할테니까 살려달라고 빌면 목숨만은 살려줄까?

" 쿡.. 쿡쿡.... 커억 "

풀썩. 순간 다리의 힘이 풀리는 느낌이 들며 내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초여름이라 싱그러운 풀내음이 피비린내와 섞여 내 코를 스쳤다. 쓰러져 멍하니 초여름의 따스한 햇살을 받고있다보니 이제야 지금의 계절이 초여름이라는 것을 실감할수 있었다. 이딴일을 시작할때는 추운 겨울이였는데 말이야.. 어느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 버렸군. 그만두고 싶다. 이대로 이곳에서 잠이나 자고싶다. 잠시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모든것이 꿈이었으면. 어린아이로 돌아가 어머니의 손길아래 잠을 깨고 아버지와 팔씨름을 하고 누나에게 사소한 장난을 칠수 있다면..

하지만.. 그럴수 없겠지?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두 다리가 바들바들 떨려왔지만, 그냥 이곳에서 잠이나 자고 싶었지만 나는 그럴수 없었다. 애국심이라던가 죽어간 전우들의 목숨을 등에 엎고 있어서라던가하는 그런 눈물나게 장엄한 이유였다면 얼마나 좋왔을까만은.. 그런 이유였다면 나같이 약해빠진놈은 한참전에 나가 뻗어버렸을테니까... 나를 여기까지 지탱한 것은 단지 이 이유 하나. 이곳에서, 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행복해지고 싶다는 바람 하나 때문이었다. 나는 정말이지 이기적인 놈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이기적이 놈이기 때문에... 그렇기에 행복해지고 싶었다.

아주 오랫동안 힘겹게 걸어가기만 했던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고통은 지금의 고통만이 아니라 아주 오랜 옛날부터 지속되어 왔던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러니까.. 제발 행복해 지고싶다. 괴로움웠던만큼 불행했던 만큼 언젠가는 행복해진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목숨걸고 믿어온 나였기에 행복만을 꿈꿔왔던 나였기에.. 나는 꼭 행복해져야만 한다.

간신히 나무 밑동을 잡고 걸어나가던 나는 또다시 다리에 힘이 풀리며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비탈을 따라 굴러버렸다. 너무 기진맥진해버려 굴러떨어지며 몸을 찢는 돌들의 느낌같은것이 느껴졌지만 비명조차 지를수 없었다. 그렇게 굴러 떨어지다 겨우 몸이 멈추었다는 것이 느껴질무렵 나는 겨우 눈을 떴다. 흐릿하게 작은 옹달샘이 눈에 들어왔고, 그제야 졸졸거리며 옹달샘위로 실같이 가는 물이 떨어져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힘겹게 그 옹달샘으로 다가가 입을 대고 물을 마셨다. 물을 마시니 조금이나마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겨우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펴보니 절벽에 볼록 튀어나온 공터 같은 부분이라 적군에게 들킬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수통에 물을 뜬다음 천천히 상처를 씻기 시작했다. 세수를 하고 상처를 물로 씻어내니 훨씬 나아지는것 같다. 옹달샘의 물은 나의 피로 붉게 물들어 버렸지만. 하아.. 그건 그렇고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할까. 들키는것은 시간문제인데.. 도망칠수 있을까..?

// 꺄아아아아아아아아~~~~~~ //

갑자기 내 뒤에서 들려온 소녀의 비명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열 다섯살이나 되었을까? 이런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원피스를 입은 커다란 파란눈과 파란머리칼의 소녀가 조그마한 손으로 양뺨을 감싸며 안그래도 큰 눈을 더욱 커다랗게 뜨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주받은 숲이라 일컬어지는 이 숲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 엄청난 위화감이 느껴졌다.

// 다.. 다... 다 다다 당신은 인간인가욧?!! //

이상한 말투.. 거기다 이상하게도 울림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인간이냐니.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 아아아아아아아앗!!!!!!!! //

경계심을 가지고 대답하지 않은채 소녀를 바라보고 있는데 손녀는 돌연 손가락으로 내 뒤의 옹달샘을 가리키며 커다랗게 외쳐댔다.

// 물이 물이이이이이이~!!!!! //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소녀가 둥실 떠오른 것이다. 그렇게 둥실 떠오른 소녀는 옹달샘 앞으로 날아가 주저앉더니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 물이 더러워 졌어어. 당신짓이죠? 당신짓인거죠?!! //

소녀가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나는 또한번 내 눈을 의심하였다. 아까는 분명 푸른색이였던 소녀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있었던 것이었다. 머리카락 또한. 그것은 나의 피가 섞인 옹달샘과도 같은 색이었다.

" 그럼.. 내 피를 물이 아닌 불에 씻나? "

잠시 그녀의 붉은눈을 바라보던 나는 퉁명스레 한마디를 던졌다. 그 붉은 눈동자는 분명 피와도 같은 빛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은 붉은빛이였다.

// 내말은 그런게 아니잖아요옷!!! //

" 미안하군. 이 샘이 네것인지 몰랐다. 꺼져 주도록 하지 "

// 엣? 앗 자.. 잠시만욧! //

소녀는 내 옷깃을 덥석 붙잡았다. 그리고 동그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 당신 인간이 맞는거죠? //

어느샌가 소녀의 눈동자가 검은색으로 변해있었다. 머리카락 또한. 그것은 나의 눈동자의 빛이었다. 나는 천천히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 너는 뭐지? "

소녀는 여전 내 옷깃을 놓지 않은채 야무지게 대답했다.

// 제가 먼저 물었어욧 //

" 인간이다 "

// 여..역시 그거군요~! //

소녀는 내 옷에서 손을 때고 양손을 모운채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둥실 떠오르더니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 인간이에요~ 인간~~ 정말 만나보고 싶었어요~ 인간은 굉장히 아름답고 행복한 생물이라고 들었어요~ 인간이군요~ 저 정말 감동했어요~~ //

아름답고 행복한 생물이라.. 저 아가씨가 대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인간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인간이라면 아름답고 행복한 생물이라는 말을 할리가 없지 않는가.

" .. 넌 누구지? "

// 아차차~ 제 설명을 하는 것을 잊어버렸군욧. //

소녀는 내 눈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내 뺨을 양손으로 감싸고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 이 세상이에요. 잘 부탁드리와요. //


-----------------------------------------------------------

아. 표지 그림이 따로 뜨는군요.(끄덕끄덕)
에에. 일단은 제 작가 게시판에는 예전 썼던 단편위주로 글이 올라갈것 같습니다.
현재 연재하고 있는 '사신의 러브콜'과 '겨울비'는 좀더 비축분을 만들고 좀더 수정을 가한후에 작가 게시판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ps
많은 분들이 제가 작가가 된걸 축하해 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앞으로도 정말 열심히 하는 세이니가 될수있도록 노력할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 피아니스트 [3] file 세이니 2005.07.17 586
18 피아니스트 [6] file 세이니 2005.07.16 611
17 Necromancers [6] file 세이니 2005.07.16 736
16 Necromancers [9] file 영원전설 2005.07.14 1214
15 피아니스트 [5] file 세이니 2005.07.13 623
14 [공지] Necromancers [9] 세이니 2005.07.10 698
13 피아니스트 [10] file 세이니 2005.07.10 530
12 피아니스트 [10] file 세이니 2005.07.08 840
11 피아니스트 [12] file 솔비 2005.07.07 670
10 미녀와 야수 [12] file 세이니 2005.07.04 651
9 미녀와 야수 [7] file 세이니 2005.07.03 680
8 미녀와 야수 [13] file 세이니 2005.07.02 639
7 미녀와 야수 [8] file 솔비 2005.06.28 717
6 미녀와 야수 [11] file 솔비 2005.06.26 735
5 피아노 [8] file 솔비 2005.06.26 959
4 정령 [10] file 솔비 2005.06.25 743
3 정령 [7] file 솔비 2005.06.25 755
» 정령 [12] file 솔비 2005.06.24 1076
1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31] file 솔비 2005.06.22 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