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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두사람의 눈물

2006.09.03 05:27

솔비 조회 수:1059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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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의 눈물



- 원작 : 코가와 미사키




“ 여어- 와코우! ”

“ 아, 안녕. 후지키. ”

그로부터 하루가 지나고 또다시 방과후가 되어 느릿느릿 복도를 거닐던 나는, CD를 한 장 들고 종종걸음을 치고 있는 와코우와 마주치고는 즐겁게 인사를 나누었다.

“ 혹시 게임CD 돌려주러 가는 거야? ”

내가 CD를 가리키며 묻자 와코우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응! 어제 집에서 아빠 PC로 밤늦게 까지 계속 했거든! ”

“ 야~ 대단한데. 그래, 그래서 클리어는 했어? ”

" 응~ 헤헷 "

“ 정말? 오오~ ”

나는 어깨를 움츠리며 킥킥 웃었고, 와코우는 두뺨을 발그레하게 물들인채로 게임에 대한 뒷설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복도를 걸었을까.

조잘조잘 설명을 이어가던 와코우의 목소리가 돌연 뚝 끊어져 버렸다. 나는 의아함에 와코우를 돌아보았고, 와코우는 말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만 인형처럼 딱딱하게 얼굴이 굳어 복도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코우가 넋을 잃고 바라보는 곳엔.... 아.

“ 아, 나이스 타이밍~ 안녕 와코우. 후지키. ”

복도 저편에서 흥겨운 듯 들려오는 야마구치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또한 와코우처럼 굳어 앞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평소와는 달리 약간 들떠 보이는 야마구치의 앞엔... 누군지 모를 여자아이가 한명 있었던 것이었다.

야마구치는 우리의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 채지 못한 것인지 싱글싱글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 근데 너희 요즘 되게 친하다? ”

야마구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것인지 와코우는 고개를 숙이며 꼭 끌어안고 있던 CD를 주춤주춤 내밀었다.

“ 이거 돌..려 주려고... ”

“ 벌써 클리어 했어? ”

“ 아... 응. 재밋었어 고마... ”

“ 아앗!! ”

말을 이어가던 와코우와 야마구치 사이에, 아마구치와 함께 있던 여자가 대뜸 비명을 지르며 불쑥 끼어들어다. 그녀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로 믿을 수 없다는 듯 CD를 바라보다 자신이 들고 있는 책으로 야마구치의 머리를 힘차게 후려 갈겼다.

“ 이 바보 안경잡이!! ”

퍼어어억!!

그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나와 와코우는 눈알이 빠질 만큼 놀랬고, 야마구치는 난처한 듯 미소 지었으며, 그 여자는 책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소리를 질러댔다.

“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중학교 때 취미로 만든 소프트 게임을 보고 싶다고 하더니! ”

“ 일반인의 감상도 들어봐야죠 선배. 크리에이터가 꿈이면.. 아야야! ”

“ 이건 오래 된 거란 말야!! ”

잠시 야마구치와 티격태격 하던 그 여자는 와코우를 휙돌아보더니 더욱 빨개진 얼굴로 설명일지 변명일지 모를 것들을 마구 늘어놓기 시작했다.

“ 아... 저기 저- 이... 이건 내가 옛날에 만든 게임이야. 프로그래밍도 조잡하고... 조잡해서... 그래서... 저... ”

말이 정리가 안 되는지 더듬더듬 말을 이어가던 그녀는 종래엔 ‘창피해~!!!’라는 단말마를 남기곤 복도 저편으로 달려가 버렸다. 야마구치는 ‘선배. 게임이요. 게임.’이라며 CD를 들고 그녀를 따라가려다 문득 우리를 돌아보며 싱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 나도 재미있었다고 생각해. 미래 게임 디자이너의 처녀작. ”

그리곤 그녀와 함께 복도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와코우와 나는 녀석이 사라질 때까지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넋이 빠져 그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 사실 나는 야마구치가 사라진 복도가 아닌 와코우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차분하게, 눈물조차도 흘리지 않고, 그 크고 검은 눈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복도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요하게, 너무나도 고요해 평생 동안 잊지못할듯한 얼굴을 한 채로...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콧잔등이 점점 아려옴을 느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분노와 함께, 내 코에서 후두둑 핏물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 아... 어라. 그러고 보니 나 지금 눈물 안 흘렸어... 그치, 후지키... ”

문득 와코우는 정신을 차린 것인지 자신의 눈가를 매만지며 중얼거리다, 내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나를 돌아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 후지키! ”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지 못하고,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코를 움켜쥐며, 고개를 숙인 채 크게 소리쳤다.

“ 미안... 미안 와코우! ”

“ 후지키? ”

“ 나... 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분해서... ”

“ ...... ”

“ 너무 분해서! ”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피를 너무 흘린 것인지 머리가 핑 돌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기 때문이었다.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나의 뺨에 느껴짐과 동시에 나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와코우의 얼굴을 본 듯했다.

나는 멀어져가는 의식 저편으로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와코우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 코피는 와코우의 눈물을 대신하여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내가 아픈 만큼, 아니 더욱 더 그녀는 아파하고 있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눈을 뜬 순간 내 눈 앞에 보인 것은 천장의 소나무 얼룩이었다. 소나무가 있다는 건 여기가 양호실이라는 얘기구나...

“ 일어났네. ”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양호실 침대를 가르는 하얀 천 너머에서 들려오는 와코우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켰다. 와코우는 천사이로 고개를 불쑥 내밀고는, 손에 들고 있는 봉지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었다.

“ 빵 사왔어. 피 엄청 흘렸으니까 보충해야지. ”

와코우는 의자를 하나 끌어와 내 머리맡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는 점점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방금 전의 일 때문에 차마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와쿠우의 반대쪽으로 돌아누웠다.

도무지 그녀의 얼굴을 마주볼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도 알수 없었다. 얼굴은 화끈거리고, 심장도 쿵쿵 뛰어, 또 코피가 나올 것만 같았다.

“ 너무 놀라면 눈물이... 안나오나 봐. ”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에 침묵이 내려앉은 양호실에 와코우의 조그마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돌아누운 내가 곁눈질로 본 그녀의 얼굴은 생각보다 담담했고 또... 예뻤다.

와코우는 아무 말 못하는 나를 배려해 주는 것인지 다시 한번 싱긋 웃더니 봉지에서 빵들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사와 봤는데. 호두빵, 팥빵, 카레빵, 아, 볶음우동 빵은 못 샀어. 삼각 김밥 살걸 그랬나? "

나는 여전히 그녀를 쳐다보지 못한 채로 한손을 내밀었다.

“ 카레빵. ”

내민 손에 와코우가 빵봉지를 쥐여줄때 살짝 스친 손끝이 무척이나 뜨겁게 느껴졌다. 나는 빵봉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하지만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지 못한 채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다음엔... 나 도와주기다. ”

“ 좋아. 뭔데? ”

와코우의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은 말하지 않으련다. 말하면 놀라서... 아마 또 울 테니까.

내가 한참동안 대답을 하지 않자 와코우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잠시 하늘을 바라보더니, 돌연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 그 게임... 사실은 엄청 지루했어. ”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이 흘러내릴 듯 말 듯 반짝거리며 망울져 있었다. 그 묘하게 시원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또한 미소를 짓고는 작게 대꾸했다.

“ 푹 빠졌었던 주제에. ”




- 두사람의 눈물.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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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쓰고나서 정말 여러가지로 반성과 반성을 많이한 작품입니다.
본래 만화의 분위기를 절반도 살리지 못했어요.
으으- 씁쓸해라.
다음번에는 힘내잣!!!

뭐- 반성회는 여기까지 하도록하고 (~'ㅅ')~
일본 만화라던가 하는걸 보면 굉장히 여러가지 추임새(?)같은게 많이서 재미있어요.
헤에~ 라던가
여어~ 라던가
에엣?! 이라던가
하는 뭐 이런저런 것들.
사실 그거쓰는 맛에 이 소설을 적은것 같기도 한 묘한 기분이 드는 오늘 이밤;
하루도 빠짐없이 9시 수업시작에 하루도 빠짐없이 5가 마지막수업인. 아 아니구나 하루는 여섯시에 마치네 ㄱ- 아무튼 그런 알수없이 거지같이 공강만 많은 학교 시간표를 저주하며
저는 오늘은 이만 스르륵 가라 앉습니다.
학교에서 책이나 많이 읽고, 영화나 좀 많이봐야겠어요.(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