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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나르실리온

2006.08.28 21:01

솔비 조회 수:1095 추천:6

extra_vars1 3장 - 도망쳐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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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그리곤 엔터테이먼트 (주) 개발 2팀 가람과 바람
시나리오 : 김보영
초안 : 김무광

본 소설은 게임 나르실리온의 시나리오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팬픽입니다.
내용은 기존의 시나리오와 같게 나가지만, 제 임의에 따라 많은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이것은 연습용이자 반쯤은 재미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재 기간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2.
봄의 문턱인 세 번째 달이 벌써 중순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길고도 지독한 추위는 여전히 사라질 줄을 모르고 잇었다. 테미시온의 수도라 할지라도 그 추위의 위력에서 피해갈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몸을 웅크린 채 종종 걸음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두꺼운 옷차림이 아닌 사람이 한명 있었다. 얇다 못해 몸의 상당한 부분을 노출시키는 옷차림을 한 한명의 소녀. 그것이 비록 공기 중의 마력을 몸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옷차림이었다고는 해도, 그 이질적인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허나 정작 본인은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진 듯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깊이 신경을 쓸 틈이 없는 듯 했다. 그녀의 고민의 원인은,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하나의 쪽지였다.

- 금발 검사에 대해 전할 말이 있음. 3구역 5불럭 모퉁이 상점 라디오렌 앞에서 기다릴 것. -

성에서 빠져나올 때 한명의 하녀가 은밀히 전해준 쪽지에서는 발신인은 거녕, 그것에 대한 어떠한 말도 언급이 되어있지 않았다.

‘ 금발의 검사라 함은 엘을 뜻하는 것일까... ’

쪽지를 쥐고 있는 소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과 엘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터였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이런 쪽지를 보낼 인물이 누구인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가 않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한 이런 행동을 한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애매한 정보 따위는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더군다나 다시는 엘을, 그 남자를 만날 생각도 없었다. 더 이상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그러한 마음 반대편에는 그를 만나고 싶어 하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헤어진 이후 그가 어떻게 된 것인지, 지금 몸은 괜찮은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러했기에 그녀는 이렇게 망설이면서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러한 감정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녀는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아무런 결정을 내리고 있지 못했던 것이었다. 대체... 이 쪽지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 아이고, 레이나님. 바로 접니다. ”

고개를 푹 숙인 채 쪽지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제법 키가 크고 덩치가 있는 한 남자가 떡하니 버티고 서서 싱글싱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나는 그의 말에 대답을 하는 대신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한걸음 물러섰다. 아무리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고는 해도 이 남자가 다가오는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전쟁터에서 살다싶히 했던 그녀는 인간의 기척에 만큼은 매우 예민했다. 그것은 자신의 목숨과도 연관된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저 남자는 자신의 가까이까지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고 다가왔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저 남자가 엄청난 고수이거나, 혹은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는 별 볼일 없는 남자여야 했다.

과연 지금 이 남자는 전자일까? 혹은 후자일까? 이 쪽지의 주인이 이 자인가? 레이나는 조용히 마력을 모으며 신중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 누구시죠? ”

레이나의 질문에 그자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시골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자만이 보일 수 있을 것 같은 순박한 웃음이었다.

“ 하하핫!!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윈드 교단의 모리스 하딘 이라고 합니다. ”

윈드 교단의 모리스 하딘... 들어 본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레이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커다란 키와는 어울리지 않는 섬세한 이목구비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길고 갸름한 얼굴형에 쳐진 눈매. 그리고 가늘고 높은 코끝에 간신히 매달려있는 동그란 안경. 그 안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인상은 전체적으로 매우 지적인 느낌이었다. 그 웃음만 아니었으면 어딘가의 학자라고 말해도 믿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만큼 더더욱 이자의 정체가 의문스러웠다. 윈드 교단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데다, 교단의 승려가 자신에게 말을 걸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레이나는 더욱 신중을 가하며 입을 열었다.

“ 제겐 대체 무슨 일로... ”

“ 승려가 필요하시지요? ”

“ 에? ”

난데없이 얼굴을 불쑥 들이밀며 내던지는 모리스의 말에 레이나는 저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냈다. 하지만 모리스는 그런 그녀의 모습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주먹을 꽉 쥐며 장대한 자기어필을 시작했다.

“ 아아~ 길고도 길었습니다. 나라가 어려운 이때! 비록 시골의 조그마한 교단의 미천한 신자이긴 합니다만, 어찌 제 한 몸을 사리겠습니까. 이 미약한 힘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수도로 출발한지 어엿 두 달 하고도 반. 지금 이곳으로 오기까지 수많은 역경과 위험이 있었습니다만 저는 결국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습니다. 저희 교단에는 이런 말이 있지요. 국가가 어려울 때는 모두 힘을 모아라. 정말 좋은 말이 아닙니까? 그리고... ”

처음에는 신중하게 집중하여 들으려 노력하던 레이나였으나 그의 말이 끝이 보이지를 않자 결국 한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이 말을 어디서 끊어야 할지 심각한 고민을 시작했다.

십중팔구 이자는 시골에서 올라온 승려로써, 자신의 독특한 복장이 마도사를 칭하는 것임을 알고 접근한 것이리라. 고수는 무슨, 별 볼일 없는 자일게 분명했다.

레이나는 한손을 들어 그의 말을 간신히 제지한 뒤 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 그런 일이라면 성의 용병대기소로 가서 접수하십시오. 그럼... ”

모리스는 레이나가 자신에게 관심을 끄려고 하는 것을 눈치 챘는지 필사적으로 양팔을 휘저으며 그녀의 시선을 끌려 했다.

“ 아~ 잠깐잠깐. 그 모습을 보아하니 어딘가 임무를 맡아 떠나시는 모양인데, 저같이 뛰어난 승려 하나쯤은 데리고 가시는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요. 제가 이래봬도 승려가 할줄 아는 건 다 할줄 압지요. 한번 보시겠습니까? ”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는데 모리스는 대뜸 양손을 뻗으며 기합을 넣었다. 레이나는 이런 남자가 무슨 행동하든 무시하려 했으나 일순간 주위의 마력이 요동치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모리스를 바라보았다.

‘ ...설마?! ’

모리스의 손끝에 강렬한 백색광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고 조정하는 것은 매우 강대한 마법의 힘이었다. 짐작컨대 마도사들과 동급의, 아니 그 이상의!

‘ 위험해! ’

레이나는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뽑으며 몸을 낮추었다. 온몸의 감각이 찌릿 거리며 위험의 경고를 내뿜고 있었다.

모리스의 손끝은 너무나도 강렬하게 빛나 이제는 눈을 뜨고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 위험했다. 레이나는 오랜 세월동안 키워진 본능에 의해 자제력을 잃고 저도 모르게 모리스에게 돌진하려 했다. 하지만-

뿅!

“ 아하하하! 어떻습니까~ ”

와당탕!! 레이나는 몸의 균형을 잃고 그만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빛나던 그의 손에서 ‘뿅!’하는 허탈하다 못해 진부한 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한 송이의 꽃이었던 것이었다. 모리스는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적이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 마술입니다요.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지요.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

“ 아니... 잠시 두통이... ”

레이나는 한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리스는 자연스럽게 레이나를 부축해주며 싱글싱글 웃었다.

“ 어떻습니까. 굉장하지요? 어어- 그런데 손바닥이 까지셨네. 방금 넘어지면서 다치셨나 보군요. 고운 손에 흠이 나면 안 되지요~ ”

모리스는 호들갑을 떨며 레이나의 손에 회복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부드러운 빛을 내며 레이나의 손을 감쌌다. 그리고 레이나는 그의 마법실력에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마법의 운용이 매우 자연스러웠고, 타고난 마력이 강한데다, 무엇보다 마법의 사용이 능숙했다.

가까이서 본 그의 얼굴은 매우 젊어보여, 나이를 많이 잡아보았자 서른을 채 넘기지 못하였을 것 같았다. 이정도의 마력운용은 이런 젊은 나이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처럼 약물에 의한 개조를 받았거나, 아주 어린 나이부터 생사를 걸고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이상은...

“ 당신... 모리스라고 했던가요? ”

레이나는 진지하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리스는 언제나처럼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레이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저는 재판을 받은 몸입니다.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성으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소풍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귀한 임무를 띤 것도 아니에요. 형벌의 일환으로 떠나는 길입니다. ”

“ 마침 딱 좋군요. 저도 마침 수행을 떠나고 싶었거든요. 쉬운 일을 해서는 수행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지요. ”

“ 모리스. 이 일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몰라요. ”

“ 목숨이 아깝다면 수도로 오지도 않았습니다. ”

“ 보수도 드릴 수 없어요. ”

“ 보수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닙니다. ”

레이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 왜 나지요? 길거리에서 갑자기 만난, 그것도 형벌을 받으러 가는 저를, 하필 나를, 왜 따라오겠다고, 그렇게 고집을 피우시는 겁니까. ”

“ 신께서 그리하라 하시더군요. ”

레이나는 다시 눈을 뜨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모리스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초록색 눈으로 레이나의 파리한 눈빛을 마주하며 성호를 그었다.

“ 그리고 그렇게 버림받은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거리를 배회하시면 세상 어느 남자라도 돕고 싶어 할 겁니다. 하하하!! ”

레이나는 그의 웃음소리에 맥이 탁 풀려 벽에 등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 당신은 계속 웃기만 하는군요. ”

“ 우리 데드피시 교단의 가르침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웃으라고 하지요. 웃음이란 친구에게는 행복을 주고, 자신에게는 즐거움을 주며, 또 적에게는 방심을 하게하는- 그야말로 일석 삼조 아니겠습니까? ”

레이나는 그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그런데 방금 전에 다른 교단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

“ 에? ”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게다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찬바람이 휭하니 한차래 둘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긴 시간동안 입을 세모꼴로 만든 채 뻐끔거리고만 있던 모리스는 곳 아하하-하고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 아이고~ 제가 정신이 이렇습니다. 아므로 교단이었죠? ”

물론 정답은 아므로 교단도 데드피시 교단도 아닌 윈드 교단이었다. 대체 어리버리 한것인지, 비밀이 많은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는 남자였다. 이 모리스라는 남자는.

신중해야 했다. 확실히 긴 여행이 될 이번 임무에 회복을 담당하는 승려가 한명쯤은 필요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별난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을 따라올 승려도 없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레이나는 잠시 눈을 감고 한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수많은 생각과 기억이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이번 임무의 의미, 지금까지의 삶, 전쟁의 끝, 그리고 자신이 상처 입혔던 수많은 사람들...

“ 아니... 안 돼. 역시 안 돼요. 당신은 이 임무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

“ 하지만... ”

레이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급히 무어라 반박하려던 모리스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심각한 표정이 되어 레이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손으로 이마를 짚고 다시 말을 이으려다 결국 말을 꺼내지 못한 채 한숨만을 내쉬었다.

“ 레이나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별수 없군요. 하하, 저는 성의 용병대기소에라도 가 보아야 하겠습니다. ”

모리스는 다시 싱긋 웃음을 짓더니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곤 뒤돌아섰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멍하니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던 레이나는 돌연 무언가를 퍼뜩 떠올리곤 두 눈을 크게 떴다.

‘ 아이고, 레이나님. 바로 접니다. ’

‘ 레이나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

모리스, 그자는 분명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필시 그와 자신은 지금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났을 터인데-

“ 모리스! 잠깐.. ”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레이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가로막는 또 다른 목소리가 있었다.

“ 레이나! ”

이번의 것도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가늘고 높은 톤의 어린 소녀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그녀의 뒤편에 위치한 골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레이나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골목에서는 옅은 갈색의 로브를 뒤집어쓴 작은 체구의 사람이 한명 걸어 나오고 있었다. 머리까지 뒤집어쓴 후드 아래로 하얗고 갸름한 턱선과 붉은 입술만이 들어나 있었다.

“ 레이나.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나요? ”

레이나는 그제야 자신이 이곳에 있었던 원래의 이유를 상기하곤 얼굴을 굳혔다.

“ 혹시 이 쪽지를 쓴 주인이 당신인가요? ”

“ 네, 그래요. ”

후드 아래로 들어난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아무것도 거리길 것이 없다는 듯 자유분방한 미소. 레이나는 그러한 미소를 단 한번 본 적이 있었다.

“ 니에...노르? ”

레이나의 목소리에 후드를 뒤집어쓴 소녀가 양손을 들어 후드를 벋었다. 후드 아래로 연한 금발이 찰랑거리며 나타났고, 둥글고 큰 회색 눈동자가 레이나를 직시했다.

“ 오랜만이에요. 레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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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이란게 왜 있는거죠?! 학교가기 싫어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