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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나르실리온

2006.08.28 04:48

솔비 조회 수:981 추천:4

extra_vars1 3장 - 도망쳐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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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그리곤 엔터테이먼트 (주) 개발 2팀 가람과 바람
시나리오 : 김보영
초안 : 김무광

본 소설은 게임 나르실리온의 시나리오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팬픽입니다.
내용은 기존의 시나리오와 같게 나가지만, 제 임의에 따라 많은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이것은 연습용이자 반쯤은 재미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재 기간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3장 - 도망쳐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1.
하얗게 성에가 낀 창밖으로는 앙마른 나뭇가지들만이 가득했다. 그것들은 서로의 목을 조르듯 뒤엉켜 한대 흔들거리고 있었다.

“ 멋진 관경이군. 곧 저들에도 잎이 나고 꽃이 피어 아름답게 우거지겠지. ”

그 관경을 바라보고 있던 일루바타르는 입가에 샐쭉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가늘고 고운 얼굴선을 가진 그가 그런 미소를 짓자 일순간 그의 얼굴은 소년처럼 빛이 났다. 어딘지 자학적인 향기가 풍기는 표정이었지만.

“ 그건 그렇고... ”

성에가 낀 창문을 건드리지 않고 줄 곳 바라만 보던 그는, 갑자기 창문을 확 열어 젖혔다. 갈 곳 없이 떠돌던 바람이 일순간 방안으로 불어 닥쳐 일루바타르의 검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흔들고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눈가를 어지럽히는 머리칼 따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니 그조차도 즐거운 듯 뒤를 돌아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 이런 누추한 곳까지는 어쩐 일들이신지요. ”

모르는 사람이 그의 모습을 보았다면 그가 홀로 연극의 연습이라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관경이었다. 그렇기다 한 것이 그의 행동과 말투는 과장된 면이 다분했는데다, 그의 눈앞에는 그 누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루바타르는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무형의 존재가 존재하는 냥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혹시 이 절경을 함께 구경하기 위해 납신 건지? 고귀한 하이마스터 들이여. ”

“ 일루바타르! 분별없는 행동은 삼가시오! ”

분명 그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을 터인데 허공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네 명의 남자들이 일루바타르의 연구실 안에 나타났다. 흐릿하다 점차 선명하게.

일루바타르는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하며 ‘조심하지요’라고 중얼거렸고, 방금 울려 퍼졌던 목소리의 주인인 케레스는 울컥하여 무어라 외치려 했으나 오델론이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

“ 일루바타르. 모든 준비가 끝났네. 그리고 그 모든 준비가 끝난 지금, 그대에게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부득이하게나마 이렇게 그대를 찾아오게 되었네. ”

오델론의 금빛 눈이 일루바타르의 속내를 관찰하듯 침착하게 그의 붉은 눈동자를 향했다.

“ 결정에 후회는 없는가? ”

일루바타르는 그의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물론입니다. 아니 후회를 해서는 안 되겠지요. 신탁까지 속여 가며 행한 일인데 말입니다. ”

일루바타르는 ‘신탁’이라는 단어를 읊조릴 때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었는데, 그 순간 그 장소에 있던 남자 네 명은 다들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죄책감을 느끼는 듯, 어쩌면 그보다 더한 감정을 느끼는 듯.

하지만 그중 유독 한사람만은 처음부터 줄 곳 그러한 표정이었다. 그는 바로 레이나의 형을 집행하였던 하이마스터 라우로스였다.

“ ...실은 그 신탁의 문제로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만. ”

평소 워낙 과묵하게 말이 없던 그였다. 그랬기에 라우로스가 말을 꺼내자 모두의 시선은 일순간 그에게 집중되었다. 라우로스는 잠시간 망설이는 듯, 혹은 입안으로 그 말을 몇 번이고 곱씹는 듯 말을 멈추었다 곧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정말로 신탁이 내려졌습니다. ”

일순간 그들 사이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순간 숨쉬는 것조차 잊은 듯,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라우로스를 바라만 보았다.

“ 그게 무슨 소리요. ”

오델론이 간신히 그 한마디를 꺼내었다. 그는 라우로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말이 뜻하는 바를 섬뜩하리만큼 정확하기 이해하였기에, 그것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다시 한번 되물은 것이었다.

하지만 라우로스는 두 눈을 내리깔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천성이 급한 케레스가 돌연 라우로스의 멱살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

“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라이도께서 레이나에게 ‘정말로’ 역룬을 찾아오라 했다 말하는 거요?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요?! ”

한편 그 모든 일에 관심도 없는냥 벽에 몸을 기대고 있던 히스티온은 안경을 느긋하게 벋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 뭐, 잘된거 아니오? 신께서도 우리의 계획을 축복해준다, 그런 셈 치면 되는거 아니오. ”

“ 입 닥치시오, 히스티온! ”

“ 별 차이가 없잖습니까. 이것이 신의 의지이고, 신께서 그녀를 선택하셨다면, 우리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날이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지. ”

그의 말에 오델론이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낮게 읊조렸다.

“ 그대가 하나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소. 아라누스가, 그것이 정말로 인간의 손에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

“ 목숨을 걸고 떠난 레이나 마도사가 그 말을 들으면 슬퍼하겠습니다. ”

일동은 낭랑하고도 큰 그 목소리에 일순간 고개를 들고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책상에 엉덩이를 걸친 채로 팔짱을 끼고 있는 일루바타르가 그 말을 꺼낸 장본인이었다. 그는 꽃이 피어나는 듯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 하지만 다들 궁금하지 않습니까?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아라누스가 인간의 손에 들어오게 되면... ”

그의 새빨간 눈동자가 그들, 하이마스터들을 훑었다. 그 순간만큼은 화를 내던 자도, 무심하던 자도, 겁에 질린 자도, 걱정하던 자도, 그 모든 것을 잊은 채 일루바타르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매우- 궁금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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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것도 다 날씨의 탓이겠지요(남탓하지마!)
에- 하지만 이제 슬슬 날씨도 시원해지고 말입니다~
공포의 계절 여름이 끝나가고 글쓰기 좋은계절인 시원한날이 점점 다가오니
쾌속 연재를 약속하지요. 아마도 말입니다;
어쨋든 갑자기 시원해진 날씨에 다들 감기조심하세요 :)

ps
도망가라.행복해지고 싶다면. <- 이라고 원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망쳐라.행복해지고 싶다면. <- 으로 바꾸었습니다.
왠지 어감이 더 좋잖아요.(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