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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두사람의 눈물

2006.08.25 01:03

솔비 조회 수:1126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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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의 눈물



- 원작 : 코가와 미사키




“ 실은 조금 안심한 걸지도 몰라. ”

어느샌가 노을마저도 져버린 하늘은 옅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야마구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던 까닭을 변명이라도 하듯 그녀는 도서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조금 쉰 목소리로 말을 잇고 있었다.

“ 나 야마구치랑 얘기하는 거 굉장히 긴장 되거든. ”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와코우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위치에서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와코우는 조금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 오늘 약속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도서실에 도착한 것도 그래서야... ”

말을 이어가는 그녀의 눈가가 또다시 빨개졌다.

“ 나.. 난 허영심이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이렇게 간단히 눈물 흘리는 모습 같은 건 보여주기 싫거든. ”

와코우는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 헤헤... 바보 같지? ”

하지만 나는 심장이 쿵 뛰어서 멎은 코피가 또 터질 것만 같은 느낌에 콧등을 붙잡으며 고개를 들고 천장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큭... 야마구치 자식이 부러울 정도로 지금의 그녀는 무진장 귀워웠던 것이다.

“ 그러니까 요지는 그거지? 우는 모습은 보이기 싫지만 그 CD는 야마구치한테 직접 받고 싶다는 거. ”

“ 응. ”

“ 그래... 어렵구만. ”

“ 어렵지? ”

와코우는 아직도 눈물이 젖은 크고 까만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픽 미소를 짓곤 이 한마디를 꺼내었다.

“ 도와줄게. ”

와코우는 까만 눈을 크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더니 곧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 아이에게 도와주겠다는 말을 꺼내었던 이유는, 처음에는 좋아한다는 그 상대는 결코 알지 못할 비밀을 알게 된 것이 조금 기뻤다던가, 그 애와 나의 상황이 비슷했다던가― 그런 이유였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 미소를 보기위해 이 말을 꺼냈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애의 미소는 예쁘고 고왔다.



하루가 지나고 또다시 방과후가 되어, 와코우와 나는 결전을 앞둔 용사처럼 도서실에 모였다. 하지만 오늘따라 야마구치가 너무 늦었기에, 멍하니 도서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기만 하고 있던 우리들은 무진장 심심해 졌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꽃을 피웠다.

예를 들자면-

“ 후지키, 후지키. 나 중학교 때 TV에서 ‘세계의 놀라운 인간’인가 하는 프로를 봤거든. ”

“ 응. ”

“ 나 그거보고 너무 놀라서 다음날 친구한테 얘기를 해줬는데... ”

“ ... 울었어?"

" 으응... 엄청 울었어. “

라던가 혹은.

“ 후지키의 코 점막이 약하다는 거 말야, 그거 혹시 수술 같은 걸로 나을 수는 없는 거야? ”

“ 아아- 응. 아마도 나을 수 있을걸. ”

“ 헤에~ ”

“ 그러니까 금침 같은 의료용 금속을 불로 지져서 콧구멍을 찔러서 혈관을 태워버린다더라. 지지직~ 하고. ”

“ !!! "

" 싫겠지? “

같은 이야기들.

아~ 그래도 생각해보니 조금 불공평한 것도 같네. 사실 눈물을 흘리는 건 귀엽기라도 하지, 만약 와코우가 나랑 반대로 코피를 흘린다던가...

‘ 큭. 그건 그거 나름대로 귀엽잖아. ’

“ 와, 왔다! ”

‘세계의 놀라운 인간’을 보고 너무 놀라서 친구에게 얘기를 하며 눈물을 콸콸 쏟는 와코우가 아니라, 코피를 촤악 쏟는 와코우를 상상하다가 그것도 참을 수 없이 귀여운 느낌이라 혼자 웃음을 참고 있던 나는 와코우의 쩔쩔 매는 목소리에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후지키이- 내가 어떻게 하면 되? 어쩌지? 어떻해~ ”

와코우는 맞은편 복도로 걸어오는 야마구치를 발견하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허둥대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 간단해. 간단해. 일단 난 여기 없는 걸로 하자. ”

라며 책장 뒤에 몸을 숨겼다. 하지만 와코우는 그치만...이라며 날 쳐다보며 우물거렸기에, 나는 책장 밖으로 주먹을 꽉 쥐어 보이며 활짝 웃었다.

“ 평범하게 얘기하는 거다! ”

“ 그 평범하게가 안되는... 힉! ”

드르륵-

도서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대망의 야마구치님이 등장! 야마구치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표정으로 느릿느릿 도서실로 들어서다 와코우를 발견하곤 미소를 지었다.

“ 아, 와코우. 빨리 왔구나. ”

“ 아... 안녕. ”

와코우는 잘 익은 사과인 마냥 온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더듬더듬 야마구치에게 인사를 건넸다. 으아~ 이거 책장 뒤에 숨어있는 내가 다 간질간질해 지는 기분인걸. 좋아. 그럼 이 내가 부끄럼쟁이 와코우를 위해 살살 긴장을 풀어줘 볼까.

나는 대답스럽게 웃통을 벋고는 조심조심 책장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양다리를 책장에 걸치고 거꾸로 서기를 시도...!

“ 저..저기 야먀구...푸웁!!! ”

말을 잇지 못해 거의 울기 직전의 모습으로 더듬거리고 있던 와코우는 내 기괴한 모습을 발견하곤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막 CD를 꺼내고 있던 야마구치는 그런 와코우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뒤를 돌아보다 책장에 거꾸로 매달려있는 반라의 나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녀석은 재미없게 스리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뭐하는 거냐. ”

게다가 책망하는 말투로 이런 말도 덯붙혔다.

“ 네가 놀래켜서 와코우가 울잖아. ”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글썽이고 있던 와코우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야마구치는 ‘정말 못 말릴 녀석이라니까’라는 말과 함께 CD를 와코우에게 전해주며, 괜찮냐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와코우는 발갛게 얼굴이 상기된 채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뭐, 과정이 어찌되었든 잘 된 거겠지?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 야마구치와 헤어진 나와 와코우는 당장 컴퓨터 실습실로 향했다. 컴퓨터 실습실에 도착해서야 겨우 진정이 되는 건지 와코우는 휴~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 아깐 고마웠어 후지키. 야마구치의 시선을 돌려줘서. ”

“ 하하... ”

차마 와코우를 웃게 해줄샘 이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구만. 나는 그저 어설픈 미소만을 지으며 그녀가 소중히 쥐고 있는 CD케이스를 가리켰다.

“ 무식하긴 했지만 의외로 자연스럽게 건네 받을 수 있었지? 다행이야. ”

“ 응. 굉장했어~! ”

와코우는 정말 행복하다는 듯 활짝 웃어보였다. 아, 정말 저렇게 웃는 와코우는 코피 터질 만큼 귀엽다니까. 야마구치는 손해본거야. 정말로. 진짜 진짜.

“ 그보다 내용! 그 CD의 내용이 궁금한데 난. ”

“ 아, 나도. ”

괜히 얼굴이 화끈거려 난 습관처럼 콧잔등을 누르며 화제를 돌렸다. 내 말에 와코우는 컴퓨터를 부팅시키며 CD케이스를 열었다. 케이스에는 평범한 공CD 한 장만이 아무런 설명 없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게 무엇인가, 내가 CD를 쳐다보는 사이 와코우는 컴퓨터 사용에 서툰지 어색하게 마우스를 쥐며 뚫어져라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 야마구치, 정보처리 동호회라는 얘긴 들었지만, 그 CD가 뭔지는 나도 잘... ”

야마구치가 정보처리 동호회라고? 대체 뭔짓을 하고 다니는 거냐, 그녀석은. 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와코우의 뒤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와코우는 서툴게 CD를 부팅시켰다.

“ 움... PC는 수업시간에 조금 배우는 정도론 잘 모르겠어... ”

작은 새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는 와코우의 목소리를 듣고있자니, 화면이 점차 밝아지며 하나의 화면을 띄웠다.

“ 코무기코(밀가루)군? "

코무기코군이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뾰롱거리는 배경음악에 맞추어 뽈뽈거리고 있었다. 간단하게 찍은 도트와 배경으로 만들어진 화면을 우리는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와... 왠지 그리운 느낌의 스크롤이다. ”

와코우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키보드를 눌러 코무기코군을 움직여 보았다. 코무기코군은 몇 걸음 움직이더니 갑자기 뻗뻗하게 굳어 멈추어 버렸다.

“ 아, 멈췄어! ”

“ 어째서? ”

“ 음... 혹시 이 초록색 부분이 습지인가? 코무기코니까 물기 있는데로 가면 안되는거 아냐? ”

“ 아? 아?? ”

이런 식으로 정신없이 게임을 플레이 하던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픽 미소를 지었다.

“ 이걸 그녀석이 만든 건가. ”

“ 대단해! ”

와코우는 킥킥 웃더니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바람에 날려가는 코무기코군에 놀래 꺅꺅거리는 그녀.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멀뚱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 그러고 보니 와코우는 야마구치의 어디가 좋은 거야? ”

너무 직구였나. 와코우는 게임을 하다말고 흠칫 놀라며 나를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잠시 머뭇머뭇 거리던 그녀는 발그레해진 뺨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 글세...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데... ”

“ 그래? ”

“ ...좋아하게 되버리면 그런건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

“ 그래... ”

와코우는 다시 게임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귀까지 빨개진 그녀의 뒷모습은, 그녀가 그 녀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알려주었다.

와코우는 한참인가 말없이 게임을 했다. 타닥거리는 키보드의 소리만이 넓은 컴퓨터 실습실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와코우는 화면에서 눈을 때지 않은 채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하지만... 아마 동경하는 건 커다란 개처럼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점일 거야. ”

그래, 조그마한 일에도 놀라서 코피를 쏟거나, 혹은 눈물을 쏟는 우리와는 정 반대인 야마구치. 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 아아... 그거라면 알것같아. ”

그리고 우리는 한참동안 함께 게임을 했다. 화면속의 코무기코군은 닭군에게 달걀을 얻고, 어느샌가 젖소군을 찾아 그 작은 화면 속을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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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오랜만이군요,군요,군요-(메아리)
기다리셨던 분도, 그렇지 않으신 분도. 모두모두 죄송합니다.(먼산)
잠수탔던 첫번째 이유는 쌍칠년의 마가끼인 올해의 길고도 힘들었던 여름더위 때문이기도 하고
두번째 이유는 저의 친구이자 꽤 많은 양의 워드를 끌어않고 있던 한글20005군의 삭제(동생의 실수로..)로 인해 워드를 읽을수가 없었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정말...
뭐, 결론을 말하자면
이제 날씨도 풀리고, 충격에서 대충 헤어나와 집에 있는 한글 98으로 다시 작업을 시작했으니
연재시작이라는 겁니다~ 'ㅁ'/
잘부탁드려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