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hwarang102 꿈꾸는 자들의 도시

2007.11.15 23:35

Mr. J 조회 수:1549 추천:8

extra_vars1 전투 
extra_vars2 20 
extra_vars3 121642-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extra_vars9  

 


 


 


 것은 잭과 고드 프루아였다.


블루 아이즈 학원에서 단짝친구이던 잭, 그리고 마치 군인과도 같은 외모가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 백마법 교사 고드 프루아. 깍두기 머리에 얼굴 근육까지 단련이 된 듯한 고드는 여전히 힘이 넘치고 있었다. 잭은 엘이 전엔 찾아 볼 수 없었던 그늘을 얼굴에 드리우고 있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그 습격 속에서 둘이 무사했다는 것이 엘에겐 중요했다.


 


! 프루아 선생님! 무사하셨군요!


엘이 외치며 다가가려 했으나 레이가 그를 저지하였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눈길을 뿌리고 있었는데, 현재 상황이 그다지 탐탁지 않은 듯 했다.


 


잠깐, 이 녀석이 어느 쪽 편인지는 불확실하다.


그가 말하였지만 고드 프루아가 대답하였다.


 


괜찮소. 그는 우리편이요. 습격의 피해자 중 하나니까…….


레이는 그 말을 듣곤 물줄기들을 거두어들였다. 그러나 애써 유인해 온 수고가 물거품이 된 것이 기분 나쁜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는 옅게 코웃음을 치곤, 그늘 속 구석으로 걸어 들어가 쌓여진 벽돌 위에 걸터앉았다.


엘은 얼른 둘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기뻐하였다. 그러나 무턱대고 기뻐하기엔 하고 싶은 질문이 너무 많았다.


 


아니, 그런데 도대체 이건 어떻게 된 거죠? 둘이 반란군 간부였을 줄이야…….


우두머리에 가깝지. 반란군은 우리 넷이서 세웠으니까……. 그리고 여기 모인 사람들이 반란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고드가 대답하였다. 엘은 잠시 전 지나쳐 왔던 광경을 떠올렸다. 하나같이 기가 죽어 멍하니 피워놓은 불만을 바라보고 있던 마법사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사기와 그 적은 숫자로 이들이 시청을 상대하며 버텨내고 있다는 것이 그저 대단할 뿐이었다.


 


습격, 기억하지?


잭이 프루아의 말을 받았다.


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채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아니, 일백년이 지나더라도 습격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학원. 의문의 소환사 여성과 소환수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인해 소엽 선생님은……. 엘 자신의 실수로 인해…….


 


다친 사람은 몇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사망이 확인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실종된 것은 너와 소엽 선생님.


엘은 그 말에 정신이 들었다. 소엽은 아직 살아있었던 것이다. 왜 실종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실종된 것이면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거로군.


잭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학원을 습격한 자의 신상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양측 게이트의 기록을 조회해 보았지만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다. 그건 문학도시의 허술한 치안 탓이었지. 외부에서 온 것이 뻔한 능력자가 범인인데, 외부 출입을 관리하는 게이트가 그토록 허술하니…….


잭은 입술을 씹었다.


 


그래서 추후에도 생길 수 있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에게 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번번히 무시당하였다. 눈 앞에 좋은 정책을 놔두고도 말이지. 그래서 우리가 직접 문학지구를 개선하기로 하였다.


잭은 레이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레이님은 본래 문학도시의 정책에 대한 책들을 써온 운동가였지. 그가 반대파 결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살육만을 즐기는 잔혹한 마법사쯤으로 레이를 여겼던 엘은 그를 돌아보며 감탄하였다. 그러나 곧 타오르는 모닥불에 빛나는 그 날카로운 눈과 시선이 마주치는 바람에 엘은 얼른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좀 전까진 시청에 반기를 든 반대파가 순 악의 축이라 생각했는데, 고드 프루아와 잭의 말을 듣고 나니 역시 그들도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만약 엘이 습격에서 무사했었다면 지금쯤 그도 반대파에서 싸우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엘은 그때까지 아무 말이 없던 G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분은 엘 너도 잘 알다시피 G 마스터…….


G 마스터는 필명이지. 본명은 갈가 마스터이다. 갈가라고 불러.


그는 엘이 상상했던 것처럼 시원시원하고 장난기 넘치는 사람이었다. 무신경하다고 해야 할까, 대범하다고 해야 할까, 작은 일에 쉽게 연연하지 않을 듯한 특유의 건들거림을 지니고 있었지만 또 아무렇게나 쉽게 접하기 어려운 그런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갈가가 내민 손을 잡는 순간 정전기와도 같은 스파크가 튀었다. 같은 속성 마법사 사이에서 으레 생기는 현상이었는데, 신체가 닿을 때 마치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를 밀쳐내듯 서로의 같은 마법력이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다.


 


언제 한번 실력을 보고 싶구만.


갈가가 미소와 함께 말하며 엘의 손을 꽉 쥐었다.


 


.


.


.


 


에테넬의 관저 앞에선 한창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이 병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많은 병사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꼼짝도 않게 되었거나 몸을 움켜쥐며 부러진 뼈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별다른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혈혈단신으로 수십 명의 병사들을 쓰러트리고 있으니, 관저 전체에 혼돈이 빚어질 수 밖에 없었다.


 


막 정예부대를 내려보낸 에테넬은 불안한 눈초리로 광장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반대 세력과의 접전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정예를 벌써 쓰고 싶진 않았지만 금발의 남성은 너무나도 강한 상대였다. 그의 발차기와 주먹에 갑옷이 종이처럼 우그러졌고, 또 몸놀림은 어찌나 빠른지, 간간히 그의 몸이 두 개로 보이기도 하였다. 애써 걸은 대 마법 결계들은 무용지물이었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으나 잘 생각이 나질 않았다.


 


물론 그는 게맛이었다.


그를 추격하던 두셋을 쓰러트리고 난 뒤 문학도시쪽 병사가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관저까지 병사들을 쓰러트리며 전진한 것이었다. 대신 그 수가 예상보다 많아 관저 앞 광장에서 붙들려 있었다.


 


사실 게맛은 마법을 은근히 무서워했었는데, 냄새도 잘 나지 않는 것이 앞이 안 보이는 게맛으로선 감지하기 매우 어려운 것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문학 병사들의 결계 갑옷이 그 문제를 해결해 주었는데, 갑옷에 걸린 결계에서 작은 울림소리가 났기 때문이었다. 눈이 안 보이는 대신 후각과 청각이 타인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던 게맛은 그 소리를 감지하여 병사들의 위치를 파악하면 직선으로 날라올 마법들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제법 강한 녀석들이 나오는 모양이군.


주위의 병사들이 물러가는 것을 느낀 게맛이 중얼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관저 쇠창살 문이 열리며 일렬로 선 한 무리의 마법사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병사들과는 다르게 갑옷을 일체 입고 있지 않았는데, 이는 분명 마법이건 물리건 방어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마법으로 충분히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면 무거운 방어구는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니.


 


역시 정예부대는 병사들과 달랐다. 잘 훈련되어 누가 특별히 지시를 내리지 않았는데도 광장 앞으로 나오자마자 일렬 종대로 서 동시에 마법탄을 발사하였고, 당황한 게맛은 하늘로 높게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들의 마법은 병사들의 것과 느낌이 달랐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도탄인가!


게맛이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하얀 빛을 발하는 마법탄들은 게맛에게 적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