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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hwarang102 꿈꾸는 자들의 도시

2007.11.03 04:13

Mr. J 조회 수:1166 추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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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레이를 따라가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몰래 도망친다고 해도 월등히 강한 힘을 가진 그를 따돌릴 방법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던 데다가, 아까부터 앞서 걸어가면서도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있는 그의 태도도 조금 수상하였다. 엘이 둘러댔던 말들을 믿고 있는 것일까. 엘은 잠시 게맛과 합류하여 그에게 레이를 맡겨볼 생각도 했지만 과연 게맛이라 해도 저런 상급 마법사에게 당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지금 위치도 모르니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고. 종종걸음으로 걷던 엘은 레이가 남측광장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학도시에서 살던 5년 동안 가보지 않은 곳은 없었지만 남측광장은 지금껏 단 한번 밖엔 가보지 않았다. 그도 그런 것이 남측광장은 항상 어둡고 황량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때엔 릴레이 광장이라 불리며 많은 문학도시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예술에 대해 토론하며 문학 창작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발길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젠 쥐새끼 하나 보이지 않는 거리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이 방문이 줄어듬과 동시에 기이하게도 태양 역시 남측 광장에 더 이상 빛을 비추지 않게 되었고, 남측 광장은 무의 장소가 되어 버렸다.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유령조차 없을 것만 같았지만, 그런 장소에 간다는 것은 좀 꺼리는 일이었다. 엘은 조심스레 걸음을 멈추었다. 이대로 레이를 내두면 엘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터일 테니 엘을 두고 앞서 가게 될 것이다. 그 뒤에 천천히 도망을 치면 되니까.


그러나 엘의 희망을 무너뜨리며, 레이는 멈춰 섰다.


 


뭐 하는 거지?


그가 여전히 등을 돌린 채로 엘에게 말하였다.


도대체 뒤통수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어떻게 안 것일까. 경악하던 엘은 레이의 얼굴 옆에 떠 있는 작은 물체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손거울 사이즈의 수분 덩어리였는데, 그것이 거울 역할을 하여 뒤의 상황을 비추어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무 경계도 안 하는 듯 행동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엘을 경계하곤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던 것이었으니, 엘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순간 병사들의 최후가 눈앞에 떠올랐고, 엘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 발에 잔가시가 박힌 것 같아서요.


생각해 낸 변명이란게 어찌도 그리 유치한지, 엘은 속으로 가슴을 쳤다. 만약 레이가 공격을 해온다면, 끝까지 저항을 해볼 수 밖엔 없을 것이다. 승산은 없지만…….


 


“……서둘러라.


레이는 그 한마디만을 차갑게 던지곤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레이의 얼굴 옆엔 작은 액체 덩어리가 떠 있었다. 엘은 일부러 발을 좀 저는 척 하며, 레이를 따라갔다.


 


잠시 후 레이가 엘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남측광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어떤 건물이었다. 하지만 건설이 중지 되었는지, 나무 틀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주변에 더러운 천조각과 빛 바랜 벽돌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다. 앞쪽에 박혀있던 커다란 나무 패널엔, 문학도시 도서관이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적혀져 있었다. 그러나 그 표지판도 데드 고블린의 문짝처럼 먼지를 가득 머금어 볼품이 없었다. 문학도시의 남쪽은 그랬다.


 


레이는 태어나지도 못한 채 폐허가 된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엘은 그를 얼른 따라갔다. 지붕이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아 밤 하늘 별들이 잘 보였다. 엘은 잔해물들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주의하며 열심히 레이를 따라갔다. 만약 레이가 반란군에 속해 있다면 이곳이 반란군의 모임 장소쯤 될 것이다. 도망칠 수도 없고, 무작정 따라가 보면 지금 문학도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 레이는 칠이 덜 된 벽 중 하나에 다가가더니, 펼쳐져 기대어져 있던 모포를 걷어내었다. 안쪽엔 불이 피워져 있는 것인지, 벽에 뚫린 구멍으로 흐릿한 주황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과연, 안쪽엔 많은 수의 마법사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시커먼 로브를 뒤집어 쓴 것이 백마법사는 별로 없는 듯 하였다. 사실 흑마법사들이 백마법사보다 자존심이나 개성이 강한 편이긴 하였으니, 내분이 터진다면 역시나 반란을 일으키는 쪽은 흑마법사들이겠지.


엘이 레이를 따라 지나가는 동안 몇몇 마법사들이 고개를 슬쩍 들어 그를 바라보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시선을 거두곤 하였다. 피워진 여러 개의 모닥불에 모여 앉아 새며 쥐며 작은 생물을 꼬치에 매달에 굽고 있는 것이, 저녁식사를 하는 중인 듯 하였다. 반란군의 현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도 진지에 흐르는 어떤 무거운 공기로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레이가 엘을 데리고 간 곳은 좀더 건물의 안쪽이었는데, 그곳은 본래 공무원들의 사무실로 쓰였을 법한 방이었다. 과연, 레이는 반란군에서 간부급의 인물이 분명했다. 그 작은 방 안에 있던 것은 세 명의 마법사들이었는데, 가까이 있기만 해도 몸으로 느껴지는 마력이 상당하였다.


건들거리는 폼으로 벽에 기대어 있는 남성을 제외한 둘은 다른 마법사들과 같이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질 않았다. 한 명은 덩치가 큼지막한 것이 엘의 세 배는 되는 듯 하였고, 그 옆에 서 있는 자는 엘과 비슷한 키였다. 덩치도 엘만하여 조금 어린 사람일수도 있었다. 마법실력에 나이란 것은 크게 작용하지 않으니까……. 벽에 기댄 남성은 웬지 눈에 익었다.


 


내가 왔다.


레이가 말하였다. 엘은 눈에 익은 얼굴의 남성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삐뚜름히 앉아 그들 쪽을 향해 건성건성 손을 흔드는 장신의 남성, 뒤로 한데 넘겨 묶은 암적색의 말 꼬랑지 머리와 갈색 선글라스가 유난히 잘 어울리는 그는, 장신에 어울리는 연회색 스트라이프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동네 양아치처럼 비릿하게 웃는 것이 꽤나 가벼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순간 그의 정체를 기억해낸 엘은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그는 G 마스터였다! 엘이 좋아하는 책들의 작가이기도 했고, 문학도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수준의 상급 화염 마법사였다.


 


시청의 끄나풀을 잡아왔다.


, 역시나 레이는 엘을 믿고 있지 않았다. 도리어 엘의 거짓말을 역으로 이용해 엘을 본진까지 끌고 왔던 것이다.


 


이 녀석을 고문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


순식간에 펼쳐진 물줄기가 엘을 둘러쌓았다. 레이가 할 고문이란 것은 불 보듯 뻔하였다. 물고문. 그것도 엄청나게 악질적인 물고문일것이다.


 


잠깐.


작은 덩치의 마법사가 레이를 저지하였다. 그의 목소리는 꽤나 앳되었는데, 엘의 생각대로 그는 엘의 나이또래가 분명하였다.


 


오랜만이군 엘.


작은 마법사가 말하자, 옆에 있던 덩치 역시 놀란 듯, 흠칫하였다.


 


! 엘이라고!


두 마법사가 로브를 걷으며 달빛 아래로 나왔고, 하얀 조명 아래 창백하게 빛나는 두 마법사의 얼굴을 본 엘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