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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hwarang102 꿈꾸는 자들의 도시

2007.10.11 19:27

Mr. J 조회 수:1094 추천:7

extra_vars1 데드 고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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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과 엘은 빈 여관을 찾아 헤매었지만 별 운이 없었다. 밤이라 사람들이 가득 차 있을 때였고 엘 일행처럼 조용하고 그늘진 장소를 찾는 사람 역시 꽤 되어서, 엘과 게맛은 좋은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일곱 번째로 찾아낸 데드 고블린이라는 여관은 중앙거리로 통하는 큰길에 위치한 큰 건물 뒤에 있었는데, 큰 거리와 가까이 붙어 있다는 점만을 뺀다면 괜찮아 보이는 장소였다. 외진 곳이라 시설이 좋지 않을 법도 했지만 지금은 편히 잘 곳 보단 병사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으니 말이다.


 


빛이 바랜 나무문은 본래 붉은색 페인트로 칠해졌었는지 먼지를 머금은 연분홍색을 띄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자 키가 작고 얼굴이 까만 주인이 나왔는데, 그는 잠시 게맛과 엘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이내 대답하였다.


 


예약 손님들이 많지만 방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들어오시죠.


게맛과 엘은 기뻐하며 얼른 안으로 들어왔는데, 실내가 여러 개의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로 꾸며진 것을 보아하니 여관 외에도 술집을 하는 모양이었다.


 


술집이면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을까요?


엘이 게맛에게 속삭였지만 게맛은 태평히 대답하였다.


 


그래봤자 이런 냄새 나고 구석진 술집, 거렁뱅이나 올걸.


그의 말을 들은 것인지 앞서가던 주인이 슬쩍 뒤를 돌아보았지만 게맛은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주인이 엘 일행을 작은 방에 안내해 주었다. 방은 어둡고 쾌쾌한 냄새가 났지만 침대도 두 개가 있고 작은 창문이 있어 적절한 장소였다. 엘은 걸상 위에 천만 얹어놓은 듯한 침대 위에 앉아 지친 발을 주물렀다. 게맛은 배가 고픈지 아픈지, 배를 문지르고 있었다.


 


이봐, 아래에 가서 뭔가 먹을걸 가지고 올 테니까 망을 보고 있어.


게맛이 보면 안되나요?


얌마, 난 눈이 안 보인다고.


코 앞에서 날아드는 칼은 피할 줄 아는 게맛이었지만 창문 밖을 내다볼 수는 없는 듯 했다.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게맛은 방을 나가버렸고, 엘은 할 수 없이 벽에 기대어 여기저기 쑤신 몸을 주무르며 간간히 곁눈질로 창 밖을 확인했다. 하수도에서의 모험에 대한 결과가 몸에 천천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크 로드가 엘의 뱃속에 집어 넣은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지저분한 노인의 이마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것도 좀 찝찝했다. 엘은 다시 셔츠를 들어 배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생채기는커녕 멍도 들지 않아 있었다.


 


잠시 후 게맛이 빵과 치즈가 담긴 작은 바구니를 가져와 엘은 허기진 배를 채웠다. 조금 전까진 크게 배고픔을 느끼고 있지 못했지만 막상 먹기 시작하니 밑도 끝도 없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서 꽤나 많던 음식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러고 보니 엘이나 게맛이나 그림도시에서 출발하고 난 뒤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게맛은 그런 허기진 몸으로 적들을 전부 상대했던 것이다.


 


배가 찬 엘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갑자기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잠시 동안 잊고 있던 일들이 조금씩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얀 두건의 남자며, 자신을 습격했던 소환사 여성. 이 여행의 계기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두 사람의 정체에 대해선 아직도 알 수가 없지만, 엘은 계속해서 나아가야만 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은 분명 천무라는 자의 손에 쥐어져 있을 것이다.


 


게맛.


.


바구니 안쪽을 더듬던 게맛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분명 바구니 안쪽에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리라.


 


자도 되요?


맘대로 해. 병사한테 잡혀가도 좋다면…….


엘은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데 갑자기 게맛이 흔들어 깨웠다.


 


이봐, 낌새가 별로 좋지 않다.


, 무슨 일인데요? 잠도 못 잤네.


뭘 못 자! 코까지 골더니.


엘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든 듯 했다.


 


무슨 일인데요?


게맛은 좀 불안한 표정이었다.


 


병사가 아래층에 있어. 엄청나게 많다.


……. 어째서요? 게맛이 감시하고 있지 않았어요?


엘이 놀라서 물었고 게맛은 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조금 눈을 붙였거든, 그랬더니 그 동안 저렇게 몰려버렸어.


어떻게 된 거죠? 우릴 추적한 건가요?


글쎄……. 여길 들어온진 꽤 되었는데 올라올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어.


그때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고, 놀란 엘이 몸을 움츠림과 동시에 게맛이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게맛은 병사의 턱주가리를 날려보낼 심산으로 주먹을 아랫배에 꽉 붙여 들었지만 문간에 서 있던 것은 녹색 군복의 병사가 아닌 여관 주인이었다. 여관 주인은 당황하여 바짝 쫄은 자세로 게맛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게맛이 슬그머니 주먹을 내리며 물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만……. 예상보다 손님들이 많이 와서 방을 빼주셔야겠습니다.


! 그런게 어디 있어!


게맛이 외치자 주인은 힉- 하며 뒷걸음을 쳤다.


 


, 안 그래도 두 분께 공짜 식사를 대접하려고 했습니다. 아래층에 계신 손님들은 보통 손님들이 아니에요, 문학도시 병사들입니다…….


주인이 몸을 살짝 떨며 말했고 게맛과 엘은 굳어져 버리는 표정을 어찌 할 수 없었다. 그들의 상황을 알리 없는 주인이 말을 이었다.


 


장사꾼이 병사들한테 안 좋게 보이면 좋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해좀 해주세요…….


그가 게맛에게 굽실거렸고, 게맛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말을 맺었다.


 


좋아. 공짜 식사라면 상관없겠지. 기대하겠소!


여관 주인이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가자, 게맛과 엘은 바로 탈출할 궁리를 세우기 시작했다.


 


창문을 통해 내려가죠.


엘이 말했지만 게맛이 코웃음을 쳤다.


 


저거 작은 창문 아니냐? 네놈 뱃때기도 꽉 낄걸?


그럼 그냥 부숴버리죠!


엘이 말하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놀란 게맛이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엘의 양 손에서 튕겨져 나오듯 발사된 울룩불룩한 불공은 커다란 소리와 함께 벽을 부수어버렸다. 엘의 머리가 간신히 들어갈만하던 크기의 작은 창문도 벽돌 파편 속에 섞여 중앙 거리에 온통 쏟아져 버렸다. 뒷골목에 있던 여관의 반대편이었으니 바로 큰 거리, 늦은 밤이라 사람은 없었지만 그 요란한 소리가 분명 아래층의 병사들에게도 들렸을 것이다.


 


미쳤냐!


게맛이 외쳤지만 엘은 막무가내였다.


 


뛰어요 얼른!


게맛과 엘은 큰길로 뛰어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소리를 들은 병사들이 전부 여관에서 뛰쳐나와 큰길로 나오고 있었다.


 


뭐 하는 놈들이냐!


병사가 외쳤고 엘과 게맛은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