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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hwarang102 꿈꾸는 자들의 도시

2007.09.18 04:33

Mr. J 조회 수:1156 추천:12

extra_vars1 장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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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한 소리와 함께 게이트가 닫혔다. 검문소의 경비병들은 음악도시로 통하는 게이트를 이중 삼중으로 봉하였다. 게다가 그들은 녹색 제복의 문학도시 병사들이 아닌, 자주색의 음악도시 병사들이었다. 의아해진 엘이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병사에게 물었다.


 


여긴 문학도시인데 왜 여기에 계시나요?


병사는 중요한 일을 하는 중에 붙잡혔는지 좀 짜증스러운 투로 대답하였다.


 


문학도시에서 내분이 일어나고 있거든. 그래서 문학도시 병사들은 전부 중심지에 모여있지. 음악도시와 게임도시로 통하는 각 게이트는 해당 지구가 알아서 담당하라는 문학 시장의 전갈이 올라왔다. 그 때문이야.


내분이요?


그는 좀 더 설명하려 했지만 검문소에서 그를 찾는 바람에 병사는 서둘러 떠나버렸다.


 


무슨 내분일까요?


글쎄. 안 좋은 상황에 오게 된 것만큼은 틀림없군.


게맛이 입고 있던 후드를 벗어 던졌다.


 


왜 문학도시의 내분인데 다른 도시들이 게이트를 관리해야 할까요?


안 했다간 내분을 일으키는 무리의 일부가 자기들의 도시로 새어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지. 사실 자기 관할 내에서 벌어진 일은 자신이 책임져야 옳은 법인데 말이야. 지금 문학도시의 태도는 배째라는 식이지.
이 정도로 나오는 것을 보면 내분의 정도가 꽤나 심한 모양이군. 이래선 시장과 접촉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텐데
…….


어쩌죠?


게맛은 골치 아픈 듯,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어두운 틈을 타서 조용히 대기할 곳을 찾자. 좀 쉬고 나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 정하는 것이 좋겠지.


엘과 게맛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


.


.


 


 


커다란 유리 창문으로 어둠이 스며드는 어떤 응접실에서, 한 남자가 홀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남자의 앞에 놓여진 고급 포도주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스테이크 외에도 길쭉한 식탁 위는 온갖 고급 요리로 가득 차 있었다. 기름을 발라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기고, 짙은 보라색의 정장을 차려 입은 남성은 마치 사업가와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떡 벌어진 어깨와 호걸 같은 생김새가 복장과 살짝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 커다랗고 호화스러운 방에는 그 혼자만이 있는 듯 했지만, 사실 식탁 위의 촛불이 손을 뻗지 못하는 어둠 속에 또 다른 누군가가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일부러 차렸는데 정말 드시지 않을 겁니까?


식탁에 앉은 남성이 샐러드 그릇으로 뻗던 손을 멈추며 말했다.


 


식욕이 없군. 미안하네.


정장의 남성은 다시 식사를 하였다. 한번에 쉰 번씩은 씹고서 삼키는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식사였다. 들리는 소리라곤 외풍이 유리창을 쓰다듬는 소리와, 남자의 포크와 나이프가 내는 소리, 남자가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었다 내려놓는 소리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그림자 속의 남성은 묵묵히 어둠 속에 기대어 있었다.


결국 오랜 저녁식사가 끝나자,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충분히 생각 해 보았는가.


. 하지만 아직도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이런 일이라면 1위와 2위 분들이 하시는 편이 훨씬 더 빠르고 안전할 텐데요.


식사를 마친 그는 배가 부른지, 만족한 표정을 옅게 띄우며 냅킨으로 입가를 훔쳤다.


 


자네, 심통을 부리는 거로군.


심통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어둠속의 남자가 은은한 빛 안쪽으로 걸어나왔다. 망토를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있어 여전히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망토 사이 허리춤에 보이는 빛나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건 검이었는데, 검신이 가늘고 컵가드가 달린 것이 레이피어임에 분명했다. 그것은 옅은 불빛에도 크게 발광하고 있었는데, 가드에 새겨진 무늬가 매의 눈처럼 날카로이 빛나는 것이 범상치 않은 물건인 듯 하였다.


 


저는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사장이라는 칭호도 얻었다고요. 이젠 전부 저를 장사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지금 제가 몇 년 전에나 했던 현상범 추적을 해야 한다니
……. 조금 섭섭하기도 합니다.


미안하네. 하지만 1위와 2위는 지금 함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4위인 자네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네.


…….


장사장은 와인 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자넨 게맛에게 갚을 빚이 있지 않던가.


장사장은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알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고맙네. 그럼 나중에 또 만나기로 하지.


망토의 남성은 조용히 방을 나갔다.


 


장사장은 식탁에서 일어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문 너머를 내다보았다. 그는 심란한 눈빛으로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던 것은 어둠 속일까 아니면 창문에 비추인 자신의 형상인 것일까. 그는 품에서 시가와 성냥을 꺼내었다.


장사장이 입에 문 시가에 불을 붙이려는 데, 응접실의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들어왔다. 바닥에 끌리는 검은색 새틴 드레스를 입고 우윳빛의 숄을 걸친 젊은 귀부인이었다. 틀어 올린 검은색 머리결과 창백한 피부가 살짝 차가운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여보.


그녀는 방을 가로질러 창가의 장사장에게 다가왔다. 장사장은 얼른 시가를 집어넣곤 양 팔을 벌려 그의 아내를 껴안았다.


 


무슨 일이에요.


별 일 아니야. 잠시 손님을 맞은 것뿐.


“…… 전 그 사람 분위기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귀부인이 장사장의 품에 얼굴을 대며 말했다. 장사장은 그런 그녀를 따듯한 눈길로 내려다보며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지, 고개를 들어 남편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아무 일 없었나요?


“…… 뭐, 큰 일은 없고 일거리가 하나 생겼지.


일이라면……. 당신 설마 또 그 일을 한다는 거에요?


 


미안해.


 


제가, 제가 그렇게 부탁 드렸잖아요! 왜 혼자 힘으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서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건가요!


미안해…….


그녀는 장사장을 손으로 살짝 밀었고 그는 부인을 놓아주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입을 꼭 다물곤 눈물을 삼키며 남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어 장사장은 마음이 너무나도 불편하였다.


 


울지 말라고. 화장 지워지잖아.


장사장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농담을 던졌지만 그녀는 농담할 분위기가 아니었나 보다.


 


정말, 너무해요!


그녀는 몸을 돌려 빠른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여자란 무엇인가……. 아직도 모르겠군.


장사장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