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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hwarang102 꿈꾸는 자들의 도시

2007.09.15 16:31

Mr. J 조회 수:970 추천: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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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판이 된 관저의 안쪽에선 시종과 경비병들을 비롯해 모든 관저의 사람들이 구정물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간신히 뚫린 구멍은 막았지만 별실에서부터 안뜰 전체에 퍼진 오물들을 걷어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했다. 관저 밖에서, 수건으로 몸을 둘러싼 마르커스와 집사는 멀어져 가는 엘과 게맛을 보고 있었다.


 


저렇게 보내도 되겠습니까?


집사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손에 든 작은 수건으로 연신 마르커스의 얼굴을 닦으려 했지만 귀찮아 하는 젊은 시장의 손길에 번번히 막히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어머니가 지저분해진 아이를 닦아 주려는 광경과도 같았다. 그의 눈가와 이마에서 느껴지듯 나이가 지긋한 그는 분명 어릴 적부터 마르커스를 돌봐 왔으리라.


 


약속한 일이었으니 괜찮아. 천무님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으실 테고…….


집사는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고 그 바람에 주름살이 배로 늘어나 보였다. 집사는 또 한번 마르커스의 눈가를 닦아주려 손을 뻗었다. 집사의 예상과는 다르게 시장은 그의 손길을 막지 않았다. 집사는 그런 마르커스를 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마르커스가 말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 난 아직 시장이 되기엔 너무 젊고 경험도 없는 것 같아.
내가 믿을만한 사람은 집사뿐이니까
……. 내가 돌아올 때까지 시장자리를 맡아줬으면 좋겠어.


무슨 소리이십니까!


집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10년 안에는 돌아올 테니까……. 응?


안됩니다!


제발.


마르커스가 애교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집사의 손을 잡았지만 소용없었다.


 


도련님! 저는 일개 집사일 뿐입니다!


형이 시장하기 전까진 비서였잖아. 업무도 대부분 혼자 처리했으면서.


집사는 완고하다.


 


절대 안됩니다!


아 알았어……. 치사해.


마르커스는 중얼거리며 관저 안으로 향했고, 집사는 좀 더 잔소리를 하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마르커스를 쫓아갔다.


 


 


.


.


.


 


 


음악도시의 서쪽 게이트에 도착한 엘과 게맛은 문학도시로 통하는 관문의 병사들에게 마르커스의 서명이 담긴 서찰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용은 물을 필요도 없이 현상범인 엘과 게맛을 제지하지 말고 문학도시까지 통과시키라는 것이었다. 병사들은 눈 앞에서 거액의 현상범 둘이 지나가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실 그들이 명령을 어기고 함께 달려든다 해도 체포는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엘은 그렇다 치더라도 게맛을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잔뜩 긴장한 병사들의 시선이 게맛에게 쏠려있는 것을 느낀 엘은 게맛을 돌아보았다. 두건으로 눈을 감싸고 있어 전체적인 인상을 파악하긴 어려웠지만, 그렇게 험악해 보이진 않았다. 여느 범죄자들처럼 얼굴에 칼집도 나있지 않고, 어찌 본다면 꽤나 곱상하게도 생겼으니 말이다. 가린 눈이 괜찮다면 사실 여자들에게도 인기 꽤나 있을 법도 했다.


하지만 좀 성격파탄자인 면이 있어서 여자가 들러붙어도 금세 떨어질 것 같았다.


 


뭐가 그렇게 웃겨?


엘이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거리자 게맛이 물었다.


 


아뇨……. 그냥.
근데 게맛은 창도에서 제일 센가요?


아니.


의외로 너무 쉽게 나온 게맛의 대답에 엘은 잠시 당황했다.


 


저번에 만났던 울프보이 녀석이 말했듯 나는 현상범의 최고 등급인 랭크-워스트에서 3위이다. 내 위로 둘이 더 있다는 소리지.


그러면 그 사람들은 얼마나 센 거죠?


엘이 물었다.


 


글쎄……. 싸워본 적은 없으니까.
그리고 내 아래 순위에 있는 녀석들도 약한 건 아니야. 랭크-워스트 상위 5위권 안팎의 놈들은 창조도시에서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는 놈들이지.


그러면 어떻게 되나요?


궁금해진 엘이 걸음을 멈추고 물었지만 게맛은 멈추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되. 그 놈들이 큰일 저지르지 못하게 먹여주고 입혀주지.


?


돈을 그냥 준다. 그 녀석들은 그저 얌전이만 있으면 호의호식 할 수 있는 거지.


엘은 게맛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자 게맛과 걸음 폭을 맞추며 따라 걸었다.


 


그런……. 근데 게맛은 왜 쫓기나요.


나는 그림도시 출신이라서 그렇지. 그림도시 쪽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치안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거든. 범인이 극악무도한 워스트 3위여도 그냥 닥치는 대로 쫓아다니는 거지.


엘은 잠시 게맛과의 첫 만남 때를 떠올렸다. 게맛이 십인대장과 그의 부대를 전부 때려눕혔었던 그때. 그림지구의 병사들은 항상 게맛을 쫓아다니는 것 같았지만 죽창 맞아 터지는 것을 보니 바밤바의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게맛 꽁지를 쫓아다니는 듯 했다.


 


그나저나…….


게맛이 머리를 긁적였다.


 


너 문학도시 출신이지?


……. 네.


엘은 그 동안 전의 일에 대해 완전히 잊고 있었다. 블루 아이즈 습격사건, 어느새 음악도시를 거쳐 다시 문학지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학원을 습격한 그 여성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마르커스라면 뭔가를 알고 있었을까?


그러나 물어보질 못했으니…….


 


너 뭐, 안 좋은 일 있었던 거 아냐?


게맛이 물었지만 엘은 대답할 수 없었다. 어쩐다…….


 


문학지구에 도착했다.


 


 


.


.


.


 


 


별이 하나 둘씩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 새벽, 한 남성이 관저를 나섰다. 그것은 여행자 복을 갖추어 입은 마르커스였다. 그는 하루에 한번 있는 교대시간을 틈타 관저를 빠져 나온 것이었다. 사실 호위병들이 그를 본다고 해서 막힐 일은 없었지만 소란에 집사가 나올 가능성도 있었으니…….


 


관저의 쇠창살 문을 조용히 열고 나온 마르커스는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내일이면 조금 혼란이 빚어지겠지만 현명한 집사라면 일을 잘 처리할 것이다. 편지도 남겼고…….


 


집사. 나는 이제 나그네의 길을 걷겠어. 그 동안 잘 부탁해!


그는 관저를 한번 돌아보곤, 발걸음을 재촉하여 골목 사이로 사라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