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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hwarang102 꿈꾸는 자들의 도시

2007.08.06 00:42

Mr. J 조회 수:1223 추천:11

extra_vars1 마르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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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 일행은 멍하니 노신사를 따라 들어갔고, 노신사는 그들을 이끌어 거대한 색유리 창이 달린 복도를 가로질러 갔다. 그 동안 엘이 게맛의 옆구리를 찌르며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보려 했지만 게맛은 아무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노신사는 엘 일행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생김새야 현상수배 포스터가 돌았으니 쉽게 알겠지만, 왜 이렇게 그들은 데리고선 맨션 안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일까? 함정이라 치부하기도 어려운 것이, 진작에 함정에 빠트릴 생각이었다면 병사들을 잠복시킨 뒤, 넓은 곳에서 포위를 하면 됐지 않았겠는가. 게맛이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일단 함정이라면 그 편이 훨씬 나아 보인다.


 


그러나 이 노신사는 별 계략이 없는 듯 했다. 그저 누구의 명을 받고 일행을 초대하러 온 사람처럼. 긴 복도를 지나 약간 이국적인 풍의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원목 문 앞에 도착하였고, 그 앞엔 또 다른 경비병 둘이 서 있었다.


 


게맛님과 엘님이 도착하셨네.


게맛님과 엘님이오!


경비병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며 문을 열었다.


안쪽은 햇빛이 잘 들도록 커다란 유리창으로 둘러 쌓인 방 이었는데, 바닥은 반들반들한 나무판자로 깔려 있었으며, 별다른 가구는 없었다. 그 방의 가운데에서, 짧은 갈색 곱슬머리의 남성이 검무를 연마하고 있었다.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막 소년 티를 벗은 얼굴과 웃통을 벗어 드러난 슬림 하면서도 탄력 있어 보이는 근육이 돋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에 띄었던 것은 연습중인 검무의 동작이었는데, 그 하나하나가 나긋나긋하면서도 절제 있는 것이 분명 오랫동안 수련을 해 온 자임에 분명했다. 여유로워 보이는 움직임과는 다르게 힘이 드는지 그가 움직일 때마다 땀방울이 떨어졌다.


 


도련님, 손님들이 도착하셨습니다.


노신사는 집사였던 듯 했다.


얼마나 연습에 몰두했는지 엘 일행이 방에 들어온 것조차 모르던 청년은 그제서야 눈치를 챘는지, 동작을 멈추곤 칼을 내려놓았다. 그는 얼른 옆에 있던 가운을 걸치곤 엘과 게맛에게로 다가왔다.


 


와 주셨군요.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엔 뭔가 점잖음이 섞여 있으면서도 상위층 사람들이 하급민들을 상대할 때의 그런, 약간은 거만한 분위기의 톤이 겉돌고 있었다. 그는 꽤 키가 컸는데, 게맛보다 컸으니 엘에겐 그가 상당히 크게 보였다.


 


제가 음악도시의 시장, 마르커스입니다.


, 예…….


시장 치곤 꽤 젊어서 놀랐나요?


그가 말하였다. 듣기엔 그저 가볍게 던진 듯한 말 같았지만 마르커스의 눈빛은 전혀 가볍지 않았으니 분명 본인도 그 사실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는 듯 했다.


 


…….


엘은 얼버무렸지만 게맛은 달랐다.


 


확실히 이런 애송이가 음악 시장인줄은 몰랐군. 맨티스는 언제 은퇴를 한거지?


게맛의 말에 순간 마르커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지만 단 한 순간이었다. 곧 평정을 되찾은 그는 게맛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형님께선 삼 년 전에 은퇴하셨습니다.


그렇군.


“……. 그보다, 여기서 이렇게 서서 이야기 하는 것은 좋지 않군요. 응접실로 안내하겠습니다.


그가 말하며 집사에게 손짓을 하였다.


 


저는 잠시 옷을 갈아입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마르커스는 가볍게 목례를 하곤, 호위 병사들과 함께 복도의 저편으로 향했다. 시장의 명을 받은 집사는 게맛과 엘을 본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별실로 안내하였다. 별실은 정원의 중앙에 위치해 있었는데, 관저 건물과 같이 하얀색으로 칠 되어 있었으며 홀의 것보다는 작았지만 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둥그런 모양의 별실 주변은 흐르는 강물에 둘러싸여있었고, 조그마한 다리가 별실 입구까지 이어져 있었다. 별실까지의 길은 분홍색과 노란색 꽃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길 치곤 꽤나 얄팍해서 엘은 꽃을 짓밟지 않도록 주의하며 집사를 따라갔다.


 


입구 앞에 있던 또 다른 병사가 문을 열어주었고, 엘 일행은 안으로 들어섰다.


 


좀 어둡네요.


엘이 말했다. 실제로 별실 안은 창문이 하나도 없는 것인지, 아니면 창문 자체가 달려있지 않은 것인지 햇빛 한줌 없이 매우 어두웠다.


 


뭔가 이상한데?


낌새를 챈 게맛이 말했지만 이미 늦었다. 육중한 별실의 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닫혔고, 그와 함께 거대한 방 안은 어둠에 휩싸여 버렸다.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벽에 매달려 있던 횃불들이 차례차례 불이 붙기 시작했다. 밝혀진 별실 안은 하나의 조그만 원형 경기장이었다. 관중석은 없었지만 마치 고대의 검투사들이 싸우는 장소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 중앙에, 무구를 차려 입은 마르커스가 서 있었다. 적갈색 브레스트 플레이트와 원형 전투장에 걸맞은 분위기의 하체 방어구, 그리고 연 보라색으로 번뜩이는 짜른 검 두 개를 들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눈이 투기와 살의로 타오르는 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결국 함정이었나.


게맛이 중얼거렸다.


 


안젤리노 세바스찬 게맛! 당신에게 결투를 청하는 바이오!


마르커스가 검을 들어 게맛을 가리켰다.


 


안젤리노……. 뭐? 그게 본명이에요?


시끄러.


게맛이 말했다.


 


현상범인만큼 함부로 음악도시를 통과하게 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병사들로 하여금 그대를 추적하게 하는 것은 무용지물이라 생각해 이런 방법을 쓰고 말았습니다. 속임수라 부르며 손가락질 하여도 괜찮지만, 내 대련 상대가 되어주시오!


재밌군. 맨티스와 너 중에 누가 더 뛰어난지 한번 보아주마.


게맛이 미소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면 방해가 될 수 있으니…….


?


마르커스가 손짓을 하자, 엘이 서 있던 바닥이 활짝 열려버렸다. 함정이었던 것이다. 엘은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눈을 크게 뜬 채로 엘이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멍하니 엘쪽을 바라보고 있는 게맛이었고, 그런 게맛에게 달려들고 있는 마르커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