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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 Fantasy Location *

2009.02.16 05:32

◈ÐÆЯΚ◈찰드 조회 수:972 추천:3

extra_vars1 반란의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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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일수록 오염물질의 영향을 크게 받는 법이라고 했던가.


 


승애는 자신도 모르게 성격이 심하게 악화되어갔다. 자주 놀러다니던 산과 들에 나가는 일도 뜸해졌고, 말수도 줄었으며 어쩌다 입을 열어도 좋은 말은 좀처럼 듣기가 힘들었다.


그런 14살 소녀가 최근들어 새로 시작한 일은 다름아닌 검술 수련이었다.


집안의 부모가 그런 승애의 변화를 모를리 없었다. 하루는 아버지 조성근이 승애를 불러 앉혀놓고 조용히 말을 꺼냈다.


 


“승애야. 요즘 무슨 일이 있느냐?”


 


“.......”


 


역시 승애는 조금 우울한 표정을 지을 뿐 말이 없었다.


 


“내가 알기로 네가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진희가 돌아오고 나서부터다. 진희에게 무슨 말을 들었던 게냐?”


 


성근의 차분한 어조에, 승애는 잠시 주저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빠... 뭐 하나만 물어볼께요.”


 


“...그래. 무엇이냐?”


 


“우리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진 나라죠?”


 


승애가 처음 입을 열때와는 달리 조심성이 없어진 말투로 물었다. 대놓고 “우리나라가 정말 반란국 인가요?” 라고 물으면 분명 성근의 입에서 부정적인 말 부터 나올것이라고 예상한 승애의 떠보기식 질문이었다.


 


어쨌든 질문을 받은 성근은 크게 당황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롤링은 틀림없는 반란국 이었고, 아직 그 역사는 30년이 채 안되었으니 성근이 롤링의 건국 과정을 모를리 없다.


롤링은 당시 백성들에게 이제부터 태어나는 아이들에게는 되도록 당국의 역사를 비밀로 해줄것을 요청했고, 그 댓가로 지금처럼 대륙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로 거듭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설마, 고작 그 반란국 이었다는 역사 하나 안것을 가지고 딸아이가 이렇게까지 성격이 바뀌었으랴 생각한 성근은 잠시 머뭇거리다 겨우 말했다.


 


“음... 그래. 그것이 궁금한게냐?”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고 재차 확인을 하려는 성근의 말에서 벌써 확신을 얻어버린 승애는 한층 더 굳은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히페인츠 라는 나라는 알고 있느냐.”


 


“네.”


 


히페인츠의 이야기로 시작한 성근은 곧 이 메니엄 대륙은 본래 히페인츠라는 나라로 통일되어 있는 대륙이었다는 것과, 히페인츠의 통치가 점점 부정부패에 물들어 가서 지방 호족들이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며, 우리 롤링도 그 호족들 중 하나였다는 이야기까지 상세히 알려주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승애는 그제서야 살짝 밝아진 얼굴로 말했다.


 


“그랬군요.”


 


그리고 성근은 아직도 눈치를 채지 못한건지 다시 물었다.


 


“그럼 이제 더 궁금한게 있느냐? 이번엔 네가 우울증세를 보이는 이유를 말해봐라.”


 


그 딸에 그 아비랄까. 성근은 여느 부모처럼 “진희랑 싸운게냐?”라는 식으로는 묻지 않았다. 승애가 별로 말 못할것도 아니라는 듯 바로 대답했다.


 


“실은, 반란국 이라는 말을 진희에게서 듣게 됐어요. 진희가 먼저 말한게 아니라 내가 계속 캐물어봤던 거니까 진희한테는 뭐라 말하지 말아주세요.”


 


혹시라도 성근이 진희를 문책할까봐 승애는 그렇게 미리 방패를 세워두었다. 그리고 계속 말했다.


 


“난... 우리나라가 굉장히 좋은 나라인줄 알았거든요. 물론 롤링은 좋은 나라예요. 그런데...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자유와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가 남의 땅을 빼앗아서 만든 나라라는게 좀 꺼림칙 했었어요. 배신감도 느끼고...”


 


그제서야 승애의 사정을 알게된 성근은 약간 놀란 표정과 함께 물었다.


 


“그럼... 그 역사 때문에 그랬던거냐?”


 


“네.”


 


성근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차라리 다른 어린아이 다운 이유라면 뭐라도 달래줄 말이 있을텐데 다른것도 아닌 롤링의 건국역사가 아닌가. 이에 성근은 롤링의 “그럴만도 했던” 반란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된 승애에게 아쉬움을 느끼는 한편, 또 어찌보면 그것도 나름 나라를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생긴 마음이려니 하는 생각에 대견함을 느끼기도 했다.


 


“승애야. 말했듯이... 호족들이 반란을 일으킨건 그 나름데로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히페인츠는 아무 가망이 없는 나라였고... 그만큼 지방 호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도 엉망이었던 탓에 결국 분노가 터진것이었어. 따라서 지금 우리 롤링이 반란국이라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욕 될만한건 거의 없다고 봐도돼.”


 


“괜찮아요.”


 


승애는 짐짓 밝게 웃어보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동안 봐 오던 승애의 해맑고 순수한 그런 미소는 아니었다.


 


“이제 알겠어요. 솔직하게 알려줘서 고마워요, 아빠.”


 


“...승애야.”


 


성근이 다짐하듯 말했다.


 


“되도록 다른 아이들에게는 이야기 하지 마라. 또 너와 같이 큰 충격을 받는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어. 그리고 애초에 나라에서는 그것을 우려해 역사를 숨겨 왔던 것이고.”


 


“알겠어요.”


 


자신이 사는 나라의, 기밀 이라고 하면 기밀 일수도 있는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은 14세 소녀인 승애에게는 분명 받아들이기 힘든 일일 것이지만, 승애는 될수 있는 한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했다. 그리고 더이상 고국인 롤링을 나쁘게 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승애가 그 일로 인해 배우게 된 것은 고국에 대한 혐오감이 아니라 검술 이었다. 검술이 재미있어서 라기 보다는, 아마도 역사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전투 기술이 필요해질것이 분명한 자신의 운명에 대한 어떤 직감 이라도 들었던 것이다. 분명 지금까지처럼 자신이 살아온 태평성대는, 적어도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그 스스로는 더이상 누리지 못할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때 결국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승애는 오랜만에 마을을 나가 산 속에 위치한 계곡에 들어섰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검을 든 상태였다는 것.


그러나 뜀박질을 하는 대신 근처 폭포가로 걸음을 옮긴 승애는 말없이 그저 웅장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폭포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


 


가녀린 한숨. 그 사이 사춘기라도 온건지 승애는 왠지모르게 자신이 방황을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반란국에서 태어난 자신, 그러나 나름데로의 명백한 이유가 있었던 반란이라 그걸 또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자신.


또 한편으로는 히페인츠가 과연 어느정도 였기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 궁금해 하는 자신.


손에 들고 있는 검을 내려다본다. 말이 검이지 대충 기다란 쇳조각을 하나 주워서 가능한 한 조금만 손을 본 것이다. 물론 14살 짜리 여자아이가 간단히 할수 있는 일은 아니었으나 승애는 여느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여기 있을 줄 알았어.”


 


문득 뒤에서 기척이 났다. 그 목소리는 승애에게는 매우 친숙한 것이었다.


 


“...어떻게 알았니?”


 


승애는 맥이 탁 풀린듯한 어조로 말했고, 진희가 승애에게 바짝 다가서며 말했다.


 


“네가 요즘 검술 수련을 하잖아. 보통 수련하는 사람은 폭포 소리를 들으면서 정진을 많이 한다더라.”


 


“응...”


 


그렇게 잠시동안 말이 끊겼다. 다만 들리는 것은 은근히 귀를 채워주고 있는 일정한 리듬의 폭포소리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자신의 검을 만지작 거리던 승애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희가 약간 우울하게 말했다.


 


“미안해.”


 


“응?”


 


승애가 약간 놀라서 진희를 돌아보았으나 진희는 승애를 똑바로 보고 있지 않았다. 마주 볼 자신이 없었던 것일까. 승애가 바로 그 점을 물었다.


 


“왜 네가 사과하니?”


 


“난 사실... 말해선 안되는걸 말해준거야.”


 


“......”


 


승애가 잠시 나란히 고개를 푹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빠한테 대충 들었어. 나라에서 우리들 한테는 알리지 말아달라고 당시 백성들한테 부탁을 했었다면서.”


 


“응... 법적으로 기밀이라고 까지 만들어버리진 않았는데... 그게 사람들한테도 어느정도 공감을 얻었나봐. 애들한테 안좋은 역사 알려줘봐야 좋을게 없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던 승애가 진희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할거 없어. 난 그래도 고마운데? 어찌보면 계속 속고 살아왔다는 느낌을 받을 아이들도 분명 있을거야. ...나처럼.”


 


“응...”


 


잠시 무슨 말을 할까 힘들어하던 진희가 겨우 말머리를 돌렸다.


 


“그럼... 그 검술 수련, 계속 할거니?”


 


“응.”


 


승애가 다시 폭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난 이상한 느낌이 들어.”


 


진희가 무슨 소리인가 싶어 재차 물어보려는데 묻기도 전에 승애가 다시 말했다.


 


“나... 아마 이대로 산과 들에서, 계속 살아갈 수가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진희 너처럼.”


 


“나?”


 


“너도 곧 다시 공부하러 다른 도시로 갈거라면서.”


 


“아...”


 


진희는 “아, 맞다”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다시 의아해졌다.


 


“그런데 너는 왜? 너도 다른 도시로 수련하러 갈거니?”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승애가 다시금 진희를 돌아보았다.


 


“이제 예전처럼 우리나라가 최고로 풍요로운 나라라고 생각하며 살기는 힘들게 됐잖니. 그리고 그걸 알게 되면서... 분명 내가 지금까지 처럼 살아갈 수는 없을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


 


이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희는 어쩔 수 없이 승애의 생각을 이해해 버리고 말았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예전같은 생활을 할수가 없게 됨을 진희는 이미 스스로에게서 느끼고 있지 않던가.


승애는 자신의 검을 들어보였다.


 


“겨우 29년 이야. 한 나라의 역사가... 그렇다는건 분명, 이 롤링을 비롯해 메니엄 대륙 전체가 아직 곳곳에 그 여파가 남아있다는 뜻이겠지. ...반드시 뭔가, 누구와가 됐든지간에 싸우게 될 일이 있을것 같에. 이건 그 준비고...”


 


진희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고, 승애는 잠시 그런 진희의 마음이 어떨까를 생각해보다가 곧 다정하게, 다시한번 진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미안해하지 말래두... 네가 아는 승애는 설령 진짜로 그런 일이 터진다 해도 쉽게 무너질 애가 아니라는거, 알지 않니?”


 


“으응...”


 


진희는 그렇게라도 씩씩한 반응을 보여주는 승애가 고마웠는지 살며시 승애를 품어안았다.


 




이 이야기는 롤링력 29년 중후반, 14살의 어린 소녀였던 승애가 성격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야기로, 승애로 하여금 히페인츠에 대한 궁금증, 롤링에 대한 새로운 시선,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 전투기술의 연마등 다양한 변화를 겪게 만든 이야기이다. 롤링 출신인 조승애는, 진희가 알려준 롤링의 역사 이야기 하나로, 장차 히페인츠의 상장군(上將軍)이자 히페인츠 승상의 아내로까지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승애의 느낌은 그대로 들어맞아, 그 일이 있은 뒤 약 2년 뒤인 롤링력 31년, 그녀 나이 16살이 되던 해 부모가 모두 산사태를 만나 사망했고, 요들린에서 치뤄진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승애는 롤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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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어 ;ㅅ; 제길! (?) 시간이 너무 빨리 가!


여튼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7회 ㄱㄱ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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