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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 Fantasy Location *

2009.02.10 08:40

◈ÐÆЯΚ◈찰드 조회 수:1022 추천:5

extra_vars1 반란의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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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일찍, 우진희는 오전에 도착했다. 진희 역시 승애가 많이 보고싶었는지 둘은 서로의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정확히 마주쳤다. 오가는 길도 똑같을 정도로 둘은 절친했다.


 


“길 안까먹었네?”


 


“아쉽게도.”


 


여전한 둘 사이였다. 승애는 혹시나 진희가 수도의 분위기를 겪고나서 성격이 약간 변하지 않았을까 하여 짐짓 농담을 걸어 보았으나 진희는 변함없이 씨익 웃으며 응해왔다.


 


승애의 집으로 갈까 진희의 집으로 갈까 고민하던 둘은 진희가 “승애 부모님께도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하여 승애의 집으로 가기로 결정이 났다. 승애의 부모는 크게 진희를 반겼고, 진희에게 오랜만에 온거 점심을 함께 먹자고 했다.


승애의 방에 들어앉기가 무섭게 승애가 물어왔다.


 


“1년 동안 뭐 했니? 틀림없이 굉장한 수돗물을 먹고 왔겠지?”


 


승애의 이 엄청난 말을 진희는 정면으로 부인했다.


 


“아냐. 생각한것 보다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던데...”


 


“뭐? 흥. 그렇게 말하는것 자체가 벌써 눈이 높아졌다는걸 의미해. 난 하이닉스 근처에도 못가봤단 말야.”


 


그러면서도 승애의 눈에는 한껏 부러움이 피어나 있었다. 진희는 아무래도 진실을 밝혀야 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여기보다 약간 더... 시멘트 건물이 좀 많은 정도야. 응, 음... 그리고 막 3층 짜리 건물도 있더라.”


 


“3층?!”


 


승애가 입을 쩍 벌렸다. 지금까지 높은 건물이라곤 2층인 촌장집 밖에 못 봐온 그녀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떻게 3층씩이나 건물을 세워?”


 


“에이... 3층 가지고 뭘 그러니? 국왕님 사는 궁전은 멀리서밖에 못봤지만 더 대단한것 같던데?”


 


“와... 진짜?”


 


한동안 감탄한 표정을 하고있던 승애가 다시 안정을 되찾고 물었다.


 


“하이닉스의 학교에 갔었지?”


 


“응. 1년과정 뿐이었지만.”


 


“배운것좀 알려줄 수 있니?”


 


“응... 뭐, 길게는 못하지만 어느정도는.”


 


진희는 주로 행정학과 문학을 공부한 모양이었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는 롤링답게 수도학교에서 가르치는 행정학에 해당하는 몇가지 민법이 있었다. 진희는 법률을 몇가지 알려주면서 그 법률의 공통된 특징은 문제가 있을 경우 결코 어느 한쪽이 불리하거나 유리하게 되지 않게 하는 것에 있다고 했다.


 


“문학은?”


 


승애가 다시 묻자, 진희는 생각을 언어로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이나 기타 감수성 등을 중점적으로 배웠다면서 승애의 집에까지 가져오진 않았지만 교과서 라는 것이 있다고 했다. 얘기가 거기까지 진행되자 승애는 다시 부러운 눈을 했다.


 


“정말... 달라보인다, 얘.”


 


“뭘. 난 그저 아는게 약간 많아진 정도야. 운동신경에 있어서는 나보다 네가 훨씬 좋지 않니?”


 


신체적인 특징으로 치면야 승애가 진희보다 월등한것은 사실이다. 어제 산비탈에서의 뜀박질이 그것을 증명해주지 않았던가. 더구나 이제 겨우 14살의 나이지만 여성으로서의 발달도 진희보다는 승애가 훨씬 빨랐다.


진희는 짓궂은 얼굴로 꽤나 솟아있는 승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아, 여기 그 증거가 있네, 뭘.”


 


“응? 얘! 뭘 보는 거야!”


 


한동안 다시 드런드런 수다를 주고받던 둘은 거실에서 점심 준비가 다 되었다는 소리가 들리자 팔짱을 꼭 끼고 방을 나섰다.


 




진희는 당분간 학업 쪽에 매진하리라는 뜻을 밝혔다. 안하는 사람은 알수 없지만, 공부란 알면 알수록 더 욕심이 나게 되어 있다는게 진희의 말이었다.


그러나 요들린은 작은 산골 마을로, 수도인 하이닉스는 말할것도 없고 다른 도시인 프레키 영지나 쿠로바 영지 만큼도 학업에 종사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다. 진희는 한차원 높은 수준의 학업을 원했으나 이제는 수도학교에 다시 들어가기에는 경제적 상황이 되질 않았다.


진희는 역시 절친한 승애와 마주앉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공부는 더 하고 싶은데... 또 수도학교에 가는건 무리일것 같고. 그렇다고 프레키나 쿠로바 영지의 학원으로 가자니 또 이 요들린에서 너무 멀어지고...”


 


“프레키? 쿠로바?”


 


승애에게는 처음...까지는 아니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곳도 엄연한 롤링의 도시 이름이건만 산골 마을에서 산동물들을 벗삼아 살아오던 승애에게는 여전히 낯선 이름이었다.


 


“아... 아... 저어기 수도 너머로 있는 도시라고 했지? 겨우 생각났네.”


 


그런데 여기서 진희가 무심코 한 말이 화근이었다.


 


“좁은 섬나라라서 어쩔수 없지 뭐니. 수도랑 그 두곳 외에는 다른 도시도 없어. 어휴. 그리고 다시 이 요들린을 떠나자니 네가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해?”


 


“정말이니?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많이 좁나보네.”


 


섬나라 라는 사실은 승애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사람 사는 도시가 없을 줄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승애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근데! 그런게 난 오히려 좋은걸? 사람 너무 많은거 싫단 말야. 이렇게 아늑하게 산과 들에서 뛰어놀고, 동물들과도 놀수 있고... 그런게 난 더 좋아.”


 


“어이구, 그래. 너한텐 그게 더 어울리겠다.”


 


“그런데 말야.”


 


승애가 뭔가 생각난듯 다른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너 혹시 뭔가 아는거 있니? 우리나라에 대해서 말야.”


 


“우리나라? 갑자기 왜 그러니?”


 


갑자기 진희의 표정에 경계가 떠올랐다. 그러다 승애가 눈치챌까봐 황급히 안색을 고쳤다. 승애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했다.


 


“그냥. 다른 도시가 더 없다길래...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규모가 작아서. 우리 롤링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나라인지가 궁금해졌을 뿐이야. 넌 알지?”


 


천진난만한 눈으로 묻는 승애를, 갑자기 진희는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롤링이 아무리 아이들에게 건국역사를 감추려 한다곤 해도 고작 29년에 불과한 롤링력을 어떻게 “배우는 이” 앞에서 숨길 수 있을 것인가. 진희는 자세히는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롤링의 건국 역사를 알고 있었고, 그것은 요들린에서 티없이 순수하게만 자라온 승애에게는 분명 충격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도 그 역사를 처음 알게 되었을때 얼마나 놀랐던가.


그나마 자신은 어느정도 수도의 분위기를 느끼고 학교에서 지내면서 배우던 참에 듣게 된 거라 그다지 심하지 않았으나 승애의 경우엔 분명 틀릴 것이다.


진희가 조심스러워 하는 빛을 보이는데 본래 눈치가 그리 느린 편이 아닌 승애가 그걸 알아보지 못할리가 없었다. 고개를 갸웃 하며 묻는다.


 


“왜 그러니? 역사 이야기를 좀 해달라니까.”


 


“어, 으응...”


 


하마터면 “전혀 모른다” 라고 대답할 뻔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도 찔렸지만 언젠가 승애가 자신이 배웠던 교과서들을 보여달라고 조른다면 빤히 들통날 거짓말 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롤링의 아름다운 역사를 머릿속에서 새로 창작해 내기엔 진희는 너무 어렸다.


제발 승애가 큰 충격을 받지 않기를 바라며 진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게... 지금 우리 롤링은 역사가 30년도 채 안돼.”


 


“30년도 안된다고? 에게! 너무 짧다. 그런 그 30년 전엔 뭐였는데?”


 


“어... 다른... 나라였어.”


 


진희가 더듬더듬 말했다. 승애는 눈을 꿈뻑 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나라?”


 


“어... 으응.”


 


“무슨 나라였는데?”


 


승애는 캐묻는 기색도 없이 그냥 순진한 얼굴로 궁금한것을 물어보는 것에 불과했으나 진희에게는 그게 꼭 캐묻는 것처럼 들렸다.


 


“음... 히페인츠라는... 나라였어.”


 


제발 큰 충격 안받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나자 진희는 조금 더 침착하게 이야기를 할수 있게 되었다. 히페인츠가 어떤 나라인지, 그 나라가 왜 롤링이 되었는지까지는 당연히 승애의 질문에 의해 밝혀질 것이고, 그때의 승애의 반응은 진희로서는 참으로 두려운 것이었다.


어쨌든 진희는 침착함을 되찾았으나 반대로 승애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히페인츠? 히페인츠라면 저기 대륙 아래에 있는 나라잖아.”


 


승애도 그정도는 알고 있었다. 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맞아. 메니엄 대륙중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갖고 있는 강대국이지.”


 


“여기가 그 나라 땅이었다고?”


 


“응.”


 


평소 같았으면 별 심상찮은 상상을 섞진 않았겠으나 승애는 조금 전 진희가 갑자기 조심스러워졌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왜 히페인츠 땅이 롤링이 되었니?”


 


“어, 좀... 전쟁이 있었나봐.”


 


전쟁이라는 단어만 듣고도 승애의 눈이 커졌다. 비록 지난 1년간 배웠던 거야 진희가 훨씬 앞서 있을 것이나 본래 머리는 승애가 더 좋았다. 진희가 학업에 뜻을 두게 된것도 지금보다 더 어렸던 시절 승애가 가끔 보여줬던 지혜의 영향을 받은 탓이기도 했으니까.


 


“전쟁...?”


 


“응...”


 


진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승애는 잠시 말이 없었다.


 


혹자는 고작 그런 일에 무슨 충격을 그렇게 받을 것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승애는 이제 고작 14살 된 어린 소녀였으며,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그래도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연과 동물들과 함께 지내온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소녀였다.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고 아늑하여 최고의 나라인 줄로만 알았던 롤링이 그 건국 자체는 남의 땅을 빼앗아 이룩한 것이라는 의롭지 못한 역사는 확실히 승애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 였다.


아니, 아마도 요들린 마을에 사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전부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전쟁이라면... 어떤 전쟁이니? 반란?”


 


“.........”


 


결국 진희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승애는 친구의 마음을 생각하여 굳이 그 대답을 재촉하지는 않았다.




 


진희가 돌아오기 전날 밤에 잠이 안오던 것과는 다른 기분이다. 승애는 뒤척뒤척 하면서 계속 진희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반란국 롤링.


 


아무리 당시 히페인츠가 부정부패가 심했던 나라였다고는 해도(지금도 크게 나아진건 없지만) 반란국이라는 타이틀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명예일 수 밖에 없었고, 승애의 머릿속을 계속 괴롭히는 것은 바로 그점 이었다.


 


‘히페인츠는... 어떤 나라일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 섬을 통치했었다는 히페인츠의 생각이 나기 시작하자, 반사적으로 롤링이 초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진희가 돌아오기 전날 밤 같이 뜬눈으로 새벽을 보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잠들기 전까지 많은 생각을 해봤던 승애의 눈 앞에는 곧 어딘가 변한 듯한 요들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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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다음 6, 7회는 반드시 토, 일에 올려야지! +_+


이번처럼 일, 월이 아니라 ㅡ.ㅡ;;;


(밤 11시 40분에 올려놓고 월요일에 올렸다고 주장하는 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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