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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 Fantasy Location *

2009.02.01 21:28

◈ÐÆЯΚ◈찰드 조회 수:892 추천:4

extra_vars1 반란의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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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페인츠 내부의 근심거리는, 온드라의 게릴라 공격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생기긴 했으나 사실 그뿐만이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했던 몬스터도 있었다.


인간을 공격해오는 빈도는 그리 높지 않았고 따라서 그때그때 적당히 격퇴시킬 만큼의 힘만 있으면 큰 문제는 아니었으나, 온드라의 게릴라전이 시작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그렇게 강력한 몬스터의 습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히페인츠 내부에 병력이 빠져나가고 나서부터는 그 소규모의 몬스터 습격 마저도 초 비상사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수현은 몇몇 생존자들과 함께 라이기르 영지가 아니라 정견수 장군을 따라 수도로 갔고, 라이기르 영지에서는 상당수의 경비대원들이 인근 마을 전투에 나섰다가 전사하자 그 전사자들의 시신을 수습해 후하게 장사를 지내주는 한편 그때와 같은 참사를 막고자 방어병력을 양성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히페인츠력 1992년. 황수현이 살던 마을이 온드라 게릴라 부대에 의해 초토화되는 사건이 있은지 약 2년이 지났다.


 


“아빠 또 안오세요?”


 


라이기르 영지의 어느 가정집. 한 소년의 볼멘 목소리가 창문을 넘는다. 그리고 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그 뒤를 잇는다.


 


“우리 정완이도 이제 아빠를 이해해 줘야지? 벌써 10살 이잖니.”


 


“그래도... 가끔은 아빠랑도 좀 놀고싶단 말이예요. 정연이도 아빠 보고싶다고 난리잖아요.”


 


정완이라 불린 그 소년은 4살 난 여동생 정연까지 끌어들여 어리광을 부렸다. 그의 엄마가 되는 여자는 다시한번 정완의 어깨를 짚으며 타일렀다.


 


“아빠는 자랑스러운 우리 영지의 기병이란다. 알잖니? 우리 영지와 인근 마을 수호의 임무가 있기 때문에 집에 못 들어오는 날이 많은 거란다.”


 


“.....”


 


정완은 볼이 부었지만 또래에 비해 생각이 깊었던 탓에 더는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 엄마가 뭔가 생각난듯 다시 말했다.


 


“아, 그렇지. 우리 정완이 좋아하는 수정과나 만들어 줘야겠구나. 그걸로 기분 풀수 있지?”


 


“...네.”


 


“엄마는 준비를 하고 있을께. 정완이는 계피와 생강 심부름좀 해주겠니?”


 


“네...”


 


수정과를 좋아하긴 했으나, 정완이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가 정완을 또래에 비해 일찍 생각을 깊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야! 저기 창손(娼孫=창녀의 손자)이다!”


 


“창손이 나타났다! 와!”


 


늘상 들어오던 소리였으나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는 소리다. 동네 꼬마들이,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정완의 집안 내력을 알아내서는 그것으로 놀려대는 것이다.


천만다행하게도 정완은 10살에 불과한 나이에 비해 덩치가 크고 싸움을 잘하는 편이었다. 만약 그런 신체적 특성 마저도 없었다면 놀림 뿐만이 아니라 집단 괴롭힘 까지도 당했을 것이다.


 


“시끄러워! 그래도 우리 아빤 기병이란 말야!”


 


정완이 주먹을 내보이며 소리치자 놀리던 꼬마들이 얼른 뒤로 물러서면서 계속 약을 올려댔다.


 


“엄마가 창녀라 억지로 기병이 된거잖아?”


 


“그렇게라도 가문을 지키고 싶었던 거지!”


 


“가문의 영광을 위하여!”


 


꼬마들은 계속 재미있어 했고, 정완은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꼬마들에게서 신경을 돌려 갈길을 재촉했다.


실상인즉 정완의 친할머니는 과거 메니엄 대륙 전체가 전쟁의 여파로 어수선 할 당시 히페인츠 군부대에 위안부 여성으로 지원했던 신녀(身女=국익을 위해 몸을 기증한 여성을 높여 부르는 말)였다. 당시 빼어난 미모로 많은 기병들의 애정을 받았던 그녀는 군의 사기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존재로 여겨져 일반 기병들 뿐만 아니라 여러 장군들과도 정분을 가졌다.


전쟁이 터지면 군법에 의해 위안부가 합법화 되고, 실제로 나라가 흥하느냐 망하느냐 하는 판에 전쟁에 있어 가장 소중한 기병들의 사기를 돋워주기 위해 위안부에 지원하는 여성들이 의외로 많았다. 물론 히페인츠 군부에서는 그런 신녀들에게 최고의 명예와 우대를 약속했고, 잘못해서 임신을 해버리는 일이 없도록 피임약의 복용과 기병들의 군기 단속을 엄히 하여 신녀들의 인권을 보장했다.


 


그러나 그런 우대도 그때 뿐이었다. 히페인츠가 그만한 일로 정신을 차릴 나라였다면 애초에 호족들이 반란을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쟁의 여파가 정리되고 이제 온드라의 게릴라전 만이 골치거리로 남을 무렵, 위안부에 지원했던 천여명의 신녀들은 점점, 알게 모르게 나라의 애물단지가 되어갔다. 일부 정신나간 귀족들과 시민들이, 결국 몸을 판 여자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급기야 히페인츠는 신녀들을 모두 일반 서민 신분으로 떨궈 각자의 고향으로 퍼뜨렸고, 논란의 의미가 와전되어 “창녀”라는 오명과 함께 살아가야 했다.


 


정완의 친할머니 역시 그런 신녀들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러한 정완의 친할머니를 불쌍히 여기고 있던 어느 한 기병이 그녀를 설득하여 라이기르 영지로 데려왔고, 그나마 다른 영지의 영주들에 비해 성품이 바르던 당시 라이기르 영주는 그 기병의 청을 받아들여 히페인츠 군부에 그 기병과 정완의 친할머니를 결혼시켜 라이기르에서 살게 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다 주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남자 아이가 바로 정완의 아버지 였다.


그러나 대다수의 생각없는 시티즌 들은 한번 굳어진 인식을 좀처럼 바꾸려 들지를 않았다. 그들 부부와 정완의 아버지는 거의 평생을 창녀의 가족 이라는 오명과 함께 살아야 했다. 결국 정완의 친할아버지는 그렇게 전쟁을 겪고도 정신을 못차리는 썩어버린 히페인츠에 대해 한탄하며 기병직에서 물러났지만 정완의 아버지는 달랐다. 내가 대신 기병이 되어 아버지가 쫓겨나다시피 나와버린 히페인츠라는 나라가 과연 어떻게 생겨먹은 나라인가를 지켜봐 주겠다며 공부와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그러던 어느날 황수현이 살던 마을이 온드라의 게릴라 부대에 의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라이기르 영지에서는 줄어든 경비대원을 보충함과 동시에 인근 마을을 전보다 확실히 수비할 수 있도록 기병을 추가 모집한다는 공문을 띄웠고, 정완의 아버지는 바로 이것이 기회라고 여기며 당장 기병에 지원했다. 라이기르 영지의 영주는 정완의 아버지에 대한 집안 내력을 확인하고 나자 선대의 영주께서도 (라이기르 영주도 대가 바뀐 후였다) 그때의 일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셨다며 자신도 마찬가지의 심정이라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건네었다. 기병과 영주가 그렇게 해서 사이가 가까워지니, 자연히 어린 정완 역시 영주와 부담없이, 친한 아버지의 친구 처럼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신녀였던 할머니와 그녀와 결혼한 할아버지가 모두 세상을 떠난 뒤 조금은 수근거리는 기색이 가라앉았으나, 그 여파는 동네 장난꾸러기들의 몫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다보니 놀림거리는 고스란히 정완이 떠안아야 했다.




앞서 몬스터의 이야기를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히페인츠의, 아니, 히페인츠 뿐만이 아니라 메니엄 대륙 전체의 전통적인(?) 골치거리인 몬스터였고 대부분의 히페인츠의 병력이 온드라와의 국경에 집중된 지금 시대에서는 온드라의 게릴라 부대 만큼이나 심각한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사람이면 그래도 대치하고 있을때의 공포감이라도 덜할 것이련만,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게 평소엔 듣도보도 못하던 기괴한 모습의 괴물이라면 그 공포감이 어느 정도인가는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논할수 없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정완의 아버지 한원양이 라이기르 영지의 기병이 되고 나서 가장 처음으로 싸우게 되었던 적이 바로 그 몬스터였고...


그게 그대로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비상, 비상!”


 


원양이 다른 두명의 기병들과 함께 인근 마을 순찰 근무를 마치고 영주성으로 복귀했을 무렵, 난데없이 적색경보가 울려퍼졌다.


 


“무슨 일이냐!”


 


대장실에서 경비대장이 달려나오며 외치자, 상황을 전파하던 기병이 급하게 말했다.


 


“북쪽 방향에서 몬스터 출현입니다. 4년 만에 온 습격이라 규모가 어마어마 합니다!”


 


“...뭣?!”


 


지금까지 히페인츠 곳곳에서 아침 운동거리로 상대하던 몬스터들이 아니었다. 경비대장 신속히 영주에게 보고했고, 영주는 즉시 라이기르 기병 전병력을 동원하였다. 참모진 기병 한사람이 영주에게 말했다.


 


“아군 총병력이 550명이니, 일단 모두 북문으로 집결시켜서 병력을 넷으로 나누십시오. 150명이 성벽 위에서 활과 포구를 운용하고, 남은 400명중 200명을 성 밖으로 배치하되, 성문 좌우의 언덕과 숲에 매복하여 좌우에서 협공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그리하여 몬스터들이 이 성문 까지 몰려오면 남은 200명이 일시에 성문을 열고 정면을 치고 들어갑니다. 몬스터들을 3면에서 애워싸는 격이 되니 넉넉히 격퇴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몬스터들이 저 멀리서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해낼수 있는 최 상책 이었다. 그러나 그 방침을 듣고 난 원양은 일반 병졸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감히 앞으로 나섰다.


 


“죄송합니다만, 참모님, 영주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참모 기병은 일개 병졸인 그가 나서는 것에 눈살을 찌푸렸으나, 영주는 평소 친분이 있던 그라 의아해 하면서 물었다.


 


“원양? 무슨 일인가? 시간이 촉박하니 어서 말하게.”


 


“참모님께서 내신 작전은 상책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적은 4년 만에 쳐들어온 몬스터 입니다. 반드시 곧장 저 북문으로만 몰려오진 않을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기병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원양이 다시 말했다.


 


“몬스터들은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잠복 진격을 할수 있는 무리들입니다. 그런데 벌써 멀찌감치서 그만한 대규모의 몬스터가 한차례 눈에 잘 띄는 큰 길 위에 집결하고, 또 그 모습을 우리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이는 다른 의도가 있는게 분명합니다.”


 


원양이 거기까지 말하자 참모가 버럭 큰소리를 냈다.


 


“자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고작 몬스터들을 상대로 병법을 들먹일 참인가? 꼬마들 소꿉놀이 하는데 가스불까지 동원할 사람이로구먼!”


 


그러나 원양은 굽히지 않았다.


 


“영지가 흥하느냐 망하느냐 하는 판국입니다. 조심해서 나쁠것은 없지 않습니까? 주 전투가 북문에서 치뤄진다고 해도, 반드시 남문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할것입니다.”


 


“뭐라? 이런 고얀것을 봤나!”


 


참모 기병이 소리치자 영주가 다급히 그를 말렸다.


 


“진정하게. 원양도 생각이 깊은 사람이니 전투에 앞서 의견을 말해볼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이냐? 네가 남문 수비의 대장이라도 되어서 병력의 절반을 지휘해볼 욕심이라도 나는 게냐?”


 


영주의 만류에도 참모 기병은 이미 자신의 병법이 하잖은 일반 병졸에게조차 보충할 요소를 드러내보인 탓인지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듯 원양을 꾸짖었다. 원양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절반을 떼어달라고 한적도 없고 수비 대장이 되겠다고 한적도 없습니다. 다만 참모님과 영주님의 남문쪽을 고려한 보충 부대 편성을 바랄 뿐입니다.”


 


“닥쳐라! 일반 병졸 주제에 무례하구나! 더이상 입을 놀렸다간 군법으로 다스리리라!”


 


일이 그렇게 되자 난처해진건 영주 쪽이었다.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아야 겠기에 원양에게 가까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자네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네. 그러나 일단 남문 쪽으로 병력을 따로 빼기가 곤란한 상황이니, 내 항상 전투 중에도 자네의 말을 기억하여, 상황이 좀 나아졌다 싶으면 바로 일부 병력을 남문으로 파견할테니 너무 걱정 말게나.”


 


“........”


 


원양은 심기가 몹시 불편한 표정으로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을 나섰다. 영주는 싸움 중반 쯤에라도 병력을 빼보겠다고 했으나, 만일 몬스터가 남문 쪽에도 배치되어 있어 북문과 남문을 동시에 치고 들어온다면 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아버지가 말하던 히페인츠란 바로 이런 모습이었구나!”


 


원양은 자신의 아버지가 숫제 기병직에서 물러나버린 이유를 그제서야 알것 같았다. 라이기르의 기병이 된지 불과 1년 반. 그 짧은 세월 안에도 그토록 절실하게 느껴질 만큼 이미 히페인츠의 신분주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영지의 성사를 걸고 싸워야 하는 판국에서까지 신분을 들먹이며 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른단 말인가.


 


원양은 곧장 남문으로 향했다. 약간의 불(火)계열의 마법도 활용할 줄 아는 그였기에, 어떻게든 혼자서 남문을 사수해볼 생각이었다. 더욱, 사랑하는 아내와 정완, 정연이 살고 있는 그의 집이 또한 영지의 남부에 위치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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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 스토리 중입니다 ~_~


3회로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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