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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사은(詐隱)고교 사건모음집

2007.01.19 20:30

솔비 조회 수:4473 추천:5

extra_vars1 사건2 - 폭풍우 치는 밤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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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싫다 싫어. 뭐하러 이렇게 비까지 추적추적 오는날 밤에 사내녀석이랑 단 둘이서 지겨운 업무나 보고 있어야 한담. 아아- 놀러가고 싶다아-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아아아아- ”




저녁 7시. 원래라면 훨씬 밝아야 하지만 두꺼운 구름 때문에 어둠이 일찍 내려앉은 여름 저녁이었다. 커다란 창문을 등지고 자리잡은 커다란 책상에 엎드린채로 한명의 소년은 잔득 부룽퉁한 표정이 되어 투덜거리고 있었다. 여자 꽤나 따를것 같이 반반한 얼굴에 짧게 다듬은 밤색 머리칼을 가진 이 소년의 이름은 강린. 장난기가 가득한 눈동자를 마구 굴리며 뺨을 책상에 부비적대고 있는꼴만 보아선, 한 학급의 반장은 거녕 총무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할것만 같은 인상이건만 사실 그는 이 사은고등학교의 학생회장 이었다.




“ 하우우- 그치. 그치. 그치? 응? 대답좀 해봐요오- 친애하는 우리 부회장니이..히익! ”




말을 이어나가던 린은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두꺼운 책 한권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가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두꺼운 책 위로 천원짜리 제도 샤프가 날아들었다.




“ 나.. 날 죽일 셈이냐! ”




린은 한뼘이 넘는 두꺼운 책을 절반이나 뚫고 들어온 샤프의 그 늠름한 자태에 경악하며 길길이 날뛰었다. 하지만 린이 그렇게 난동을 피워 보았자, 돌아오는것은 날카롭게 날이 선 흉기(샤프) 몇자루 뿐이었으니. 액션배우와 겨루더라도 손색이 없을 자태로 뒤이어 날아온 샤프를 간신히 피해낸 린은, 이번엔 그 커다란 책상 아래로 대피한채 두 눈만 빼꼼히 내밀고 소리를 질렀다.




“ 크흐흑... 이젠 애정이고 뭐고 다 식은거지!! 흑... 어젯밤만 해도 이런짓~ 저런짓~ 부끄럽게 다 시켜놓곤... ”




콰당!!




거창한 소리와 함께 린이 숨어있던 책상이 한바퀴 회전해 바닥으로 넘어졌다. 비명을 지르며 간발의 차이로 ‘책상에 깔려 사망’이라는 참사를 피해낸 린의 앞으로, 책상을 발로 걷어차 쓰러트린 인물이 흉흉한 오오라를 풍키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 일좀 하자. 회.장.님. ”




정말 당장 살인사건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이 소년의 이름은 강하현. 업무보는 방식이 언제나 이와같은 학생회장님 때문에, 언제나 고생이라는 고생은 도맡아서 하고있는 사은고등학교의 학생부회장이었다. 새카맣고 곧게 뻗은 직모, 차분하고 깊은 눈매를 가진 그는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던가, 가까이 가기 어럽다던가, 왠지 차가워 보인다던가, 이지적이라던가 하는 평가를 주로 받곤하는 인물이었지만 그 명성도 언제나 학생회장인 린 앞에서는 무너지곤 했다. 이런 식으로.




“ 이 ‘교내 서바이벌 대회’라는 보도듣도 못한 말도 안되는 이상한 대회를 개최하자고 바락바락 우겨서 학생회 임원들을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다 못해, 매일밤 끝도없는 업무의 구렁텅이로 처밖은 주제에 말은 그따위로 잘도 해대는군. 대회의 예산, 기획, 허가, 홍보, 임원모집, 설치, 진행, 등등의 산더미 같은 일 때문에 앞으로 며칠밤을 더 세워야 되는지도 모르겠는데 지금 놀러가고 싶다는 말이 그 입에서 나옵니까? 응? ”




악마라도 내린듯한 얼굴로 린의 멱살을 잡은채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대는 하현의 얼굴을 식은땀 비질비질 흘리며 쳐다보던 린은, 어떻게 이 위기상황을 벋어 날 길이 없을까 시선을 이리저리로 돌리며 탈출 루트를 모색해 보았지만 도무지 빠져나갈 길은 없었다.




- 따르르릉




그때, 하늘이 돕기라도 하는듯한 타이밍으로 학생회실에 비치된 전화기에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학교내의 회선만이 연결되어 있어, 외부와는 통화가 되지 않지만 학교 내에 비치되어 있는 전화끼리의 통화는 가능한 물건이었다. 평소 전달사항이나, 위급한 일이 생겼을때 울리곤 했었는데, 방학인데다 교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시간인 지금 전화가 울리다니- 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쳐다보았다.




“ 혹시 귀신이 아닐까. 요즘 학교에 으스스한 괴담이 나돌고 있는것 같던데. ”




여전히 하현에게 멱살이 잡힌채로 린은 검지를 세우며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하현은 그 턱도없이 비현실적인 ‘귀신설’을 가뿐히 무시하며 대답하게도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 네. 학생회실입니다. ”




하현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자 수화기 저편에서 굴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하현학생?




“ 수위아저씨군요. 무슨일이십니까? ”




전화를 건 인물의 정체는 다름이 아닌 학교의 수위 아저씨였다. 분명 운동장 끝, 교문 근처에 위치한 수위실에도 전화선이 연결되어 있으니 지금 이런 시간에 전화를 거는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터였다. 하지만 린은 수수깨끼가 순식간에 풀려버린 것이 실망스러운지 입술을 비죽거렸다.




- 아, 다른일이 아니라 수위실에 도둑이 들어서 말이야.




“ 도둑이요? ”




린이 옆에서 뒷구르기를 하든, 물구나무를 서며 괴성을 지르든, 돌려차기를 하며 노래를 부르든, 초연한 자세로 통화에 집중하던 하현은 미간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잠시의 간격을 두고 수위는 자신도 난처한듯 사정을 설명했다.




- 그게 말이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나참. 여기서 훔쳐갈게 뭐가 있다고...




“ 무슨 물건이 없어졌나요? ”




- 사실 나도 처음 봤을때는 섬득했는데, 다행히 수위실 안이 어질러지기만 했을뿐 별다른 물건이 없어지지는 않고, 수위실 열쇠만 없어졌어. 어떻게 알았는지 여분키까지 찾아서 말야.




“ 다른 열쇠는 괜찮습니까? ”




- 아아. 다른 열쇠는 괜찮은데 무슨 생각으로 여기 열쇠를 훔쳐간 건지... 아, 그래서 말인데. 수위실 열쇠가 없어서 여기서 나갈수가 없게 됐는데, 하현이 너랑 린이가 학교를 한바퀴만 둘러봐주면 안될까?




“ 그건... ”




“ 물론이죠! 아저씨. 어려울땐 서로 돕고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




하현이 쥐고 있던 전화기를 빼앗아든 린이 하현을 대신하여 냉큼 대답했다. 엉겹결에 수화기를 빼앗긴 하현은 어안이 벙벙해 린이 하는냥을 쳐다보다, 급히 다시 수화기를 빼앗아 들며 소리쳤다.




“ 무슨생각이야! 우리 할 일도 얼마나 많은데! 수위 아저씨. 역시 안되... 여보세요? ”




“ 에헤헤. 내가 벌써 허락받고 끊어 버렸지롱~ ”




린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브이 사인을 그려 보였다. 이미 끊어져 버린 수화기를 들고 멍하니 서있던 하현은 곧 차분하게 수화기를 내려놓더니, 쓰러진 책상과 함께 나뒹굴고 있는 자신의 책가방을 집어들고 학생회실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 어..어어? 자, 잠깐! 스톱! 스토옵!! 어디 가는거야! ”




갑작스런 하현의 행동에 린이 당황하여 그의 앞을 막아서자 하현은 싸늘한 검은 눈으로 린을 노려보며 낮게 말했다.




“ 비켜. 집에간다. ”




“ 어? 잠깐... ”




“ 이젠 지겨워졌다. 나는 이제 이 말도안되는 계획에서 손 땔테니까, 너 혼자서 잘 해봐라. ”




“ 으아앗! 안되에에에~!! ”




린은 그렇게 자신을 스쳐 나가려 하는 하현을 정면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하현은 순간 당황해 그의 품에서 벋어나려 했지만, 자신보다 체격이 훨신 크고 힘이센 린의 품에서 벗어나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 뭐, 뭐하는거냐! 이거 못놔?! ”




“ 못놔, 못놔, 못놔, 못놔~! 안놔!! 히잉~ 미안~ 내가 잘못했어~ ”




“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이거 놔라. ”




“ 우- 놓으면 때릴거면서. 흥. 좋아! 그럼 내가 설치한 비장의 강린 몰카 시스템을 발동해서 이 장면을 찍어 버릴테다! 우후후- 그래서 그 사진을 전교에 배포해 버린다? 그럼 ‘회장이랑 부회장이랑 그르코 그런 사이래~’라던가 ‘ 꺅! 부회장 저질~ ’이라던가 기타등등의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서 넌 얼굴도 못들고 다닐걸! ”




“ 너 말이다... ”




- 번쩍!




그 순간 눈부신 섬광이 창밖에서 번적였다. 두 사람이 놀라 동시에 창문을 본 순간 학생회실의 전등이 나가버렸고, 하늘이 무너지는듯 커다란 천둥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 우와앗!! 뭐, 뭐야! ”




예상외의 사건에 린은 당황해 허둥댔고 하현은 그 틈을타 린의 턱을 주먹으로 한 대 후려쳐 그의 품에서 벋어났다.




“ 크핫! 이 비거팡 자식! 혀깨무헜자나!! ”




불의의 기습을 받아 혀짧은 소리를 내고있는 린을 몇 번 더 걷어찬 하현은, 어림짐작으로 전화기가 있는 곳을 더듬어 찾았다. 그리고 찾아낸 전화기를 사용해 수위실로 전화를 걸며 창밖을 힐끔 쳐다 보았다. 저녁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어느샌가 엄청난 기세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폭풍우가 치는 것처럼.




“ 수위실 입니까? ”




- 아, 하현학생. 괜찮나? 방금 학교내의 전기가 모두 나간듯 한데.




“ 역시 정전인 겁니까.. 전기는 언제쯤 들어오죠? ”




- 글세다... 확인을 해보고 싶어도 나는 여기서 나갈수가 없으니까. 아, 그럼 학교 도는김에 누전차단기도 좀 확인해 주지 않을래? 미안하지만 말이야.




하현은 잠시 말을 멈추고 무언가를 고민하는듯 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




- 하현학생이 해준다니깐 참 안심이구만~ 하핫! 그럼 부탁하지. 일있으면 연락하고. 아, 그리고 학교에 남아있는 인원 명단이랑, 확인해야 될 사항들은 메일로 보내 놓을게.




하현이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은 순간 그의 뒤로 린이 와락 달려들어 하현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 역시 하기로 마음 먹었구나~ 그래야 하현이지. ”




린의 무게 때문에 앞으로 몸이 휘청 숙여진 하현의 머리위에 빠직 힘줄이 솟아났다.




“ 어차피 정전이라 일을 못할것 같아 부탁을 들어준것 뿐이다. 그보다... 못비켜? ”




“ 헤헤- 우리 현인 쑥쓰럼쟁이래요~ ”




“ 이게 진짜! ”




하현이 팔꿈치를 위협적으로 휘두르자 린은 재빨리 하현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하현에게서 몇걸음 떨어진 그는 씩 웃으며 팔짱을 꼈다.




“ 우후후. 같은 수법에 또 당할줄 알았냐! ”




하지만 하현은 폼잡는 린에게 눈길조차 주지않고, 학생회 지급품인 노트북을 사물함에서 꺼내고 있었다. (그쯤 린은 하현의 냉담한 태도에 충격을 받아 또다시 하현에게 달려들다 책상에 발이 걸려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충전식 베터리가 내장되어 있는 노트북이었기에 정전과는 상관없이 어느정도까지는 사용 가능한 노트북에 하현은 전원을넣고 능숙하게 렌선을 연결했다.




“ 우- 뭐해? ”




아무리 바닥을 나뒹굴어도 하현이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자 린은 두 뺨을 부룽퉁하게 부풀린채로 하현에게 다가왔다. 하현은 마우스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을 하며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 수위실에서 학교에 정보를 메일로 보내 주겠다고 했거든. ”




능숙하게 컴퓨터를 사용하는 하현의 뒤에서 할 일이 없어 멀뚱멀뚱 모니터만 쳐다보던 린은 곧 지겨워졌는지 아까 하현이 걷어 찼던 자신의 책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책상을 일으켜 세우던 린의 눈에 문득 창밖의 폭풍우 치는 하늘이 비치었다. 그는 어두운 하늘을 갈색눈으로 물끄러미 올려다보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흐응- 뭔가 사건이 일어날것 같은 밤이네. 뭐, 나는 그편이 재미있어서 좋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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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년만에 돌아온 사은고교-


그 두번째 이야기 입니다.


뭐 공백도 공백이고 하니, 전편을 읽지 않으셔도 상관없도록 두번째 이야기를 구성해 보았습니다.


실제 시간은 1년씩이나 지나버렸지만,


사실 학교안의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은, 아직도 여름방학중.


이번편의 주요 초점은,


단지 성이 같다는 이유로 유치원때부터 지긋지긋한 악연으로 묶여왔던 린때문에


고생하는 하현군 정도이려나<-


아, 위의 그림은 물론 왼쪽이 하현, 오른쪽이 린 입니다.


그리고



이 두사람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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