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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나르실리온

2007.01.18 01:20

솔비 조회 수:2812 추천:8

extra_vars1 3장 - 도망쳐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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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그리곤 엔터테이먼트 (주) 개발 2팀 가람과 바람
시나리오 : 김보영
초안 : 김무광


 


본 소설은 게임 나르실리온의 시나리오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팬픽입니다.
내용은 기존의 시나리오와 같게 나가지만, 제 임의에 따라 많은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이것은 연습용이자 반쯤은 재미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재 기간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24. 




“ 흠... 이정도면 되려나. ”




시간을 대충 가늠해보니 거의 저녁이 가까워 진듯해 끼니를 위한 작은 산짐승 몇 마리와, 야영을 위한 마름 땔감까지 충분히 준비한 모리스는 엘과 레이나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돌아가려다 곧 마음을 바꿔먹고는 근처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옆자리에 짐까지 내려놓은 그는 팔을 머리 뒤로 깍지 끼며 편하게 몸을 뒤로 기대었다.




“ 신이시어. 미리 말씀드리건데 저는 지금 결코 땡땡이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막상 돌아갔는데 부끄러운 장면이라도 마주하면 어떡합니까아. 한창 러브러브할 때로 보이던데 이정도 눈치는 미덕이죠, 미덕. 후아암- ”




기도인지 뭔지 모를 말을 멋대로 중얼거린 모리스는 늘어지게 하품을 한번 하더니 느긋하게 눈을 감았다. 결코 편한 자리는 아니었을텐데, 표정만큼은 자기 집 안방에라도 앉아있는냥 편안해 보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모를 만큼 아주 조그마한 인기척이 수풀너머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 거기 누구입니까. ”




분명 잠이라도 든 듯 한 모습이었건만, 모리스는 눈을 감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한쪽 눈을 뜨며 낮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일정한 간격으로 바스락거리던 소리가 잠시 멎었다. 그리고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 수풀을 헤치고 조그마한 인영이 주춤주춤 걸어 나왔다. 무표정하게 그 인영을 바라보고 있던 모리스는, 그의 얼굴을 보고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 이런! 당신은 아까 제가 놓아준 수인이 아닙니까. ”




모리스는 싱긋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수풀을 헤치고 나온 것은 삼각형의 커다란 귀와 긴 꼬리가 인상적인 수인이었다. 모리스는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 도망치라고 했는데 길이 우연히 맞아 떨어진 모양이군요. 아, 혹시 우리를 따라온 겁니까? 하하하. 갈 곳이 없으셔서 그러신 거라면, 제가 라드타운의 작은 교단 하나 정도는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




하지만 수인은 계속 그 자리에 서서 모리스를 바라볼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모리스는 고개를 갸웃 하며 수인을 바라보다 알겠다는 듯 손을 탁 쳤다.




“ 아- 배가 고픈 거로군요! 무리도 아닙니다. 우리 속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했을 리가 없지요. 제가 좀 전 사냥해온 들짐승이 있는데, 혹시 생각이 있으시다면 이거라도... ”




“ 캬아아아앙!! ”




모리스가 식량을 들어올리기 위해 몸을 숙인 순간, 수인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모리스는 순간 깜짝 놀라며 수인의 공격을 피했지만, 애써 모운 마른가지와 식량은 순식간에 뭉개지고 흩어지고 말았다.




“ 아이고- 아까워라! ”




위기 상황에서도 제 할 말 다 한 그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다시 균형을 잡고 서더니, 근처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순식간에 주워 들고 방어태세를 취했다. 그 모습은 일반이기 보기에는 비웃음이 나올 만큼 허술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검을 어느 정도 쥔 사람이라면 그 모습에 결코 옷지는 못했을 것이다. 겨우 나뭇가지를 하나 쥔 채로 느긋하게 서있었을 뿐인데,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기이하리만큼.




“ 크르르릉- ”




수인 역시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인지 함부로 모리스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고 그 주위를 맴돌기만 했다. 모리스는 그런 수인의 모습을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설마 정말 배가 고파서 이러는건 아닐 테고- ”




모리스는 익살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은 날카로운 그의 눈빛과 대조적이었지만, 그 눈빛은 안경에 가리워져 잘 보이지는 않았다.




“ 당신은 퓨리입니까? ”




수인, 아니 퓨리는 더 이상 숨길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으르렁거리며 낮게 인간의 언어를 내뱉었다.




[ 루이닐의 기억을 되돌려 놔. ]




어린 수인의 입에서 믿기 힘들만큼 기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는 그 어떤 소리와도 비유할 수 없었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악마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면 정말 그러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 나쁘고 소름끼쳤다.




“ 흐음? 그 수인의 이름이 루이닐이라고 하는군. 그나저나 퓨리 자네, 레이나가 루이닐의 기억을 지웠을 때 사라지거나 떠난 것 아니었나? 그 몸에 있어봤자 하등 좋을 것이 없을 터인데. ”




그 수인이 퓨리라는 것이 밝혀지자 모리스의 어투가 순식간에 반어법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퓨리는 그런 것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계속 모리스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 그런건 네 알바 아니다. 이 녀석의 기억이나 되돌려. 좀 전에 루이닐의 기억 일부를 되돌려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게 만든 것을 보았다. 좋은 말로 할 때 이 녀석의 기억 전부를 돌려놔! ]




모리스는 그의 말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 으음, 그건 힘들어. 나는 마법을 푼게 아니라, 신성력으로 아주 약간 마법의 틈을 느슨하게 만든 것뿐이라서 말이지. 못할건 없지만, 그렇게 되면 마이너스 에너지 덩어리인 퓨리 자네의 존재는 당연히 소멸이고, 그 숙주인 루이닐의 정신 체계도 엉망이 될꺼다. 그건 자네도 바라지 않겠지? ”




모리스의 신성마법 토막상식을 전수받은 퓨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가. ]




“ 알겠지? 그럼 불쌍한 그 아이의 몸에서 지금 당장... ”




[ 그렇다는건 네놈을 죽여도 무방하단 거군! ]




“ 헉! 왜 그렇게 해석을... 우와아앗!! ”




퓨리의 몸이 순식간에 모리스를 향해 튀어 올랐다. 단 몇 걸음 만에 모리스의 코앞까지 도달한 퓨리는 그 날카로운 발톱을 모리스에게 휘둘렀다. 너무나도 엄청난 속도의 공격이었기에 모리스는 그 공격을 피하는 대신, 자신의 머리칼을 한 움큼 내 주어야 했다.




[ 제길,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없잖아. 이런 사이비 승려 하나 잡는 것 조차 힘들다니. ]




하지만 정작 퓨리 자신은 자신의 공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낮게 으르렁거리며 모리스를 노려보았다.




[ 일단 네놈을 죽인 뒤, 루이닐의 기억을 지운년을 찾아가 봐야겠어. ]




모리스는 한 움큼 잘려나간 머리칼 따위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지, 퓨리의 말에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내저었다.




“ 아, 그건 곤란해 곤란해. 우리 마도사님은 지금 무척 바쁘시거든. ”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조잘거리는 모리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 생각한 건지 퓨리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네 발로 대지를 딛고 모리스를 향해 달려갔다. 아니, 달려가려 했다.




[ ?!! 이건 뭐야! ]




무언가가 자신의 네 다리를 꽉 붙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퓨리는 경악한 얼굴로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어느샌가 자신의 다리는 땅에서 자라난 녹색의 가늘고 긴 실 같은 것에 엉망으로 휘감겨 있었다. 그 녹색의 실은 퓨리의 다리를 타고 점차 자라나고 있었다.




[ 뭐... 뭐야! 이건 뭐야! 마법?! ]




퓨리는 당황하여 있는 힘을 다해 실을 끊어버리려 했지만, 그 실은 결코 끊어지지도, 바닥에서 뽑혀 나오지도 않았다. 퓨리는 한참을 아등거리다 뭔가를 깨달은 듯 창백한 얼굴이 되어 모리스를 획 돌아보았다.




[ 이런 마법은 처음봐. 이런걸 승려가 쓸 수 있을 리가 없어. 넌 뭐야. 네 정체는 대체 뭐야! ]




퓨리의 고함소리에 모리스는 싱긋 웃으며 손에 쥔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그 나뭇가지는 새하얀 빛을 뿜으며 허공에 눈부신 얼음 알갱이들을 만들어냈다. 점차로 자라나는 그 얼음의 화살을 바라보며 모리스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 보시다시피 이름 없는 승려지. ”




[ 웃기지마. 승려는 공격마법을 쓰지 못해! ]




모리스는 퓨리의 말에 상처를 받은 듯 나뭇가지를 마구 흔들었다.




“ 공격마법이라니! 그런 섭섭한 말씀을! 승려가 어떻게 공격마법을 쓰겠나! 지금 쓰고있는건- ”




모리스는 잠시 말을 멈추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더니, 곧 싱긋 웃으며 나뭇가지를 앞으로 내밀었다.




“ 치료마법 얼음찜질이라네! ”




임기응변으로 생각해낸 티가 철철 나는 마법명을 외친순간, 빛나는 얼음의 화살들이 일제히 움직이지 못하는 퓨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콰과광- 엄청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주위의 나무들이 크게 휘청였다.




“ 흐응- 도망쳐 버린 건가. ”




그 흙먼지 사이에서 모리스는 나뭇가지로 자신의 어깨를 톡톡 치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산에서 강한 바람이 휘몰아쳐 그곳의 흙먼지를 모두 휩쓸어가 버렸다. 흙먼지가 사라지고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 숲속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새하얗게 반짝이는 얼음결정. 그 눈부신 결정으로 가득 찬 그 공간은 마치 또다시 겨울이 찾아온 듯한 착각이라도 불러일으킬 만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적어도 모리스의 시야가 닿는 공간만큼은 그 무엇도 남지 않고 하얗게 변색되어갔다. 언 땅은 모리스의 발에 밟혀 버석거렸고, 나뭇잎은 얼어붙어 깨어져 나갔다.




실로 놀라운 위력의 마법이었다. 평범한 마법사라면 자신의 모든 힘을 쥐어짜야지만 가능할 것 같은, 아니 어쩌면 레이나조차 능가할 만큼의 마력을 그는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 하지만 힘이 많이 약해 졌군. 역시 기억을 잃게 만드는 것이 정답이었어. ”




얼어붙은 세상의 한 가운데에 모리스의 시선이 가 닿았다. 모리스의 얼음 화살을 직격으로 맞은 그 자리는, 마치 감옥을 연상시키는 얼음 기둥들이 무수히 자라나 있었는데 정작 중요한 죄수는 온대간대 없이 사라진 채였다.




모리스는 얼어붙은 바닥을 손으로 쓸었다. 그곳에는 퓨리가 끊고 사라진 녹색의 실, 원래는 모리스의 머리칼이었을 그것들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루이닐이 우리에 갇혀 있을 때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야 나타났다는 건 역시 불안정한 힘 때문에 밤에만 루이닐을 조정할 수 있게 된 건가. 아니면 루이닐이 잠이 들었을 때에만 의식 교체가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뭐, 둘 다일수도 있겠고. ”




모리스는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 또한 나에게 기억을 내 놓으라 말했다 함은 역시, 힘을 너무 잃어서 루이닐의 몸에서 빠져나가지 조차 못하게 된 것이 분망해. 쓸모없어진 숙주를 쓸모 있게 만드는 것 보단, 새 숙주를 찾는게 훨씬 쉬울 테니까. 이 세상에야 널리고 널린 것이 퓨리의 먹이일테니. ”




모리스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팔짱을 끼고 멀리 솟아있는 산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완연한 어둠이 내리고 산이 길게 그림자를 그려냈을 무렵, 모리스는 기지개를 한번 쭉 펴고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뭐, 세상에 그런 놈이 나돌아 다니는 것보다야 힘을 잃고 가두어져 있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군. 오늘의 타격도 꽤 컸을 테니 당분간은 난동을 피우지도 못할 테고, 기억을 찾기 위해 퓨리가 다시 나타나기를 느긋하게 기다려나 보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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