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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나르실리온

2007.01.11 20:43

솔비 조회 수:2763 추천:10

extra_vars1 3장 - 도망쳐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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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그리곤 엔터테이먼트 (주) 개발 2팀 가람과 바람
시나리오 : 김보영
초안 : 김무광


 


본 소설은 게임 나르실리온의 시나리오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팬픽입니다.
내용은 기존의 시나리오와 같게 나가지만, 제 임의에 따라 많은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이것은 연습용이자 반쯤은 재미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재 기간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23.


“ 하하하핫! 속이다 후련하네! 지금쯤 머릿속이 어질어질 할 거다! ”




고드프리의 부대 주둔지에서 한참 벋어난 숲속 나무그늘 아래에서 엘은 바닥에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통쾌한 듯 커다랗게 소리치며 웃었다. 그리고 레이나는 그런 그를 원망스레 노려보며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 다시는 그렇게 바보처럼 나서지 말아요. ”




하지만 엘은 어린아이처럼 입술을 비죽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 싫어. ”




“ 엘! ”




“ 당신을 모욕한다면 그 상대가 신이라고 해도 나는 싸울 거야. ”




“ 당신 정말! ”




“ 자자- 둘 다 그만하십시오. ”




보다 못한 모리스가 둘의 사이에 끼어들자 레이나는 그제야 입술을 깨물며 말을 멈추었다. 그런 레이나를 바라보며 모리스는 화제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었는지 싱글싱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 그나저나 결투후 바로 도망을 친 것은 옳은 판단이었습니다. 거기서 더 미적대었으면 귀족 상해죄로 끌려갔었을 지도 몰라요. 아니면 그곳의 병사들 모두를 상대해야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설마 그런 일은 없었겠지만 엘, 마치 귀족에게 자주 결투를 신청했었던 듯 한 자연스러운 대처법이었습니다. 하하. ”




아마 모리스는 별 생각 없이 꺼낸 이야기였겠지만, 엘은 그 말을 듣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먼 산으로 돌렸다.




“ 아... 무, 물론이지. 아무리 나라도 함부로 귀족에게 싸움을 건다던가 대든다던가 그런 짓을 자주 저지를 리가 없잖아. ”




‘ 자주 저질렀군요... ’




‘ 정말 저질렀던 겁니까... ’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엘의 표정과 행동에 일순 같은 감정을 느낀 레이나와 모리스는 앞으로 헤쳐나가야할 산이 높고 험하다는 것을 느끼며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또 동시에 서로를 돌아본 레이나와 모리스는 자신들의 표정이 놀라우리만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곤 그만 풉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 정말이지 엘, 당신이란 사람은 어쩔 수가 없어요. ”




레이나가 웃자 그녀의 얼굴이 마치 빛이나는것 처럼 밝아졌다.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원래 레이나가 예쁜 얼굴임은 알고 있었지만 웃는 것 만으로 이렇게까지 사람이 달라 보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두 남자는 일순간 혼이 빠져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작 레이나는 두 남자의 시선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 쿡쿡대며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그래요. 인정할게요. 당신이란 사람은 언제나 제멋대로고, 늘 나를 놀래키고, 기분파에, 가볍고, 바보 같지만.. 당신이 그 기사를 날려버렸을때 실은 무척 기분.. 좋았어요. ”




엘의 눈이 커졌다. 레이나는 조금 붉어진 얼굴을 한 채 의도적으로 고개를 획 돌리더니 모리스를 바라보았다.




“ 모리스, 좀 전 결투에서 엘이 입은 상처를 봐주실 수 있겠어요? ”




“ 물론.. ”




흔쾌히 레이나의 부탁을 들어주려하던 모리스는 돌연 무언가가 생각이 난 것인지 정색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 아- 안 되겠습니다. 수인과의 싸움에서 얻은 레이나와 엘의 상처를 치료하느라 마법력이 남아있지 않아요. 뭐, 걱정하지 않으셔도 엘은 망아지처럼 쌩쌩해서 긁힌 상처밖에 없을 테지만 말입니다. ”




“ 누가 망아지야! ”




엘의 고함소리가 들려왔지만 모리스는 그의 목소리를 들은 채 만체하며, 자신이 들고 있는 가방에서 붕대와 약을 꺼내어 레이나에게 건네주었다.




“ 그러니까 상처 치료는 레이나가 해주십쇼. 아, 저는 간단한 요깃거리라도 찾으러 갔다 와야 겠습니다- 배고프지요? 고프다구요? 하하하. 저만 믿으십시오! ”




“ 아니, 저- ”




모리스는 레이나가 뭐라 대답을 할 사이도 없이 풀숲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둘을 위해 자리를 피해주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행동이었건만, 이 둔한 아가씨는 그런 그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상처치료는 전문가가 하는 편이 좋을 텐데... ”




레이나가 그런 눈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사이, 엘은 엘대로 곱게 사라져준 모리스를 상대로 뭔가 꿍꿍이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에 바빴다.




“ 엘, 그럼 상처 치료를 하게 상처를 좀 보여줘요. ”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모리스가 사라진 수풀을 노려보고 있던 엘은 꽤 가까이에서 들려온 레이나의 목소리에 깜작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어느샌가 레이나는 꽤 가까이까지 다가와 붕대를 펼치고 있었다.




“ 어? 괜찮아. 치료는. 정말 긁힌 상처밖에 없으니까... ”




엘은 그런 레이나의 모습에 정색을 하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레이나는 뚱한 표정으로 그럴 바라보다 손가락으로 그의 팔을 쿡 쑤셨다.




“ 으아악!! ”




자지러지는 엘의 비명소리에 레이나는 입술 끝을 슬쩍 올리며 엘을 억지로 다시 앉혔다.




“ 오기부리지 말아요. 결투는 다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치료를 확실하게 해 둬야 나중에 덧나지 않아요. ”




레이나의 고집을 알고 있는 엘은 불만 가득한 표정이긴 했지만, 결국 레이나에게 상처치료를 맡기고 얌전해 졌다. 뭐, 표정은 그런 식이었지만 사실 그도 이런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듯 눈매만은 부드럽게 레이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 레이나,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나네. ”




엘의 목소리에, 익숙한 솜씨로 엘의 팔에 붕대를 감고 있던 레이나의 손이 순간 움찔하며 멈추었다. 그녀는 그때의 일이 또다시 상기되는 듯 잠시 괴로운 표정을 짓더니, 다시 차분한 손길로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 그때, 우리가 길을 잃어서 작은 마을에 들러 하룻밤을 묵었던 일 기억나요? 그때의 저는 당신에게 동료들을 잃고도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냐고 따졌었죠. 하지만 이제 조금은 당신의 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도, 내가 당신보다 먼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당신이 웃기를 바랄 테니까. ”




“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 ”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이어나가던 레이나의 말을 끊고 엘이 소리를 질렀다. 분노가 깃든 그 금빛눈동자를 바라보며 레이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 맞아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말이에요. ”




‘ ...엘. 미안해요. 나는 당신을 속이고 있어요. 당신에게 거짓말을 한거예요. 나는 일 년 뒤에 죽어요. 나는 임무를 받은 것이 아니라 사형을 선고받은 거예요. ’




레이나의 마음속을 알길이 없는 엘은, 힘이 없어 보이는 레이나를 안절부절 못하며 바라보다 곧 무슨 생각이 난건지 붕대를 감고 있는 레이나의 손목을 잡았다. 무언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할 때의 엘은 꼭 자신의 손목을 잡곤 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레이나는 푸른 눈으로 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레이나, 아까 결투를 하기 전에 멋대로 하라고 했잖아. 나, 하나만 더 내멋대로 해도 될까? ”




밑도 끝도 없이 튀어나온 엘의 말에 레이나의 눈이 살짝 커졌다.




“ 무슨... ”




“ 당신에게 키스해도 되? ”




레이나의 두 눈이 이번엔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참이고 엘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 말... 사형감인거 알아요? ”




하지만 엘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 사면 받았잖아? ”




“ 사면장은 이제 두 장밖에 남지 않았어요. ”




“ 그래? 그럼 두 번 더해도 되겠네. ”




레이나는 그의 말에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오늘 들어 두 번째 웃음이었다. 그녀는 환하게 미소 짓는 얼굴로 손을 뻗어 엘의 양뺨을 감쌌다. 그리곤 고개를 숙이며 작게 속삭였다.




“ 세반만으로 끝낼 참이에요? ”




레이나의 긴 금발이 엘의 짧은 금발에 섞여 들어갔다. 엘은 보지 못했겠지만 그 순간 레이나의 눈가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 또한 오늘 들어 두 번째의 눈물이었다.




‘ 엘, 미안해요. 이렇게 행복해서 미안해요. 난 죽어요. 죽어버리니까, 그러니까, 살아있는 동안은 나도 내멋대로 당신과 함께 할 거예요. 행복하게 살 거예요. 이런 못된 나지만, 그래도 1년의 유예가 주어진다면 그 1년 동안이 그저 오늘만 같기를 바랄게요. 내가, 이런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거겠죠? ’




‘ 그러니 허락할게요. 내가 죽은 뒤에 날 욕해도 되요. 아니, 날 욕해주세요. 날 미워하고, 화내고, 증오하고, 용서하지 마요. 절대로 나를 용서하지 말아요. ’




‘ 그리고, 나를 잊어주세요... 웃어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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