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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나르실리온

2007.01.06 21:48

솔비 조회 수:2416 추천:7

extra_vars1 3장 - 도망쳐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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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그리곤 엔터테이먼트 (주) 개발 2팀 가람과 바람
시나리오 : 김보영
초안 : 김무광


 


본 소설은 게임 나르실리온의 시나리오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팬픽입니다.
내용은 기존의 시나리오와 같게 나가지만, 제 임의에 따라 많은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이것은 연습용이자 반쯤은 재미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재 기간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22. 


혹여 불똥이라도 튈까 지레 겁을 집어먹은 병사들은 이미 자신들의 숙소에 숨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리하여 텅 비어버린 공터에는 우리에 갇힌 수인과 미소 짓고 있는 모리스, 걱정 가득한 표정인 고드프리, 무표정한 레이나. 그리고 결투의 주인공인 엘과 발렌티노만이 남아있었다.




엘과 마주한 발렌티노는 아직도 분노가 풀리지 않은 듯 보였다. 그의 얼굴은 붉은 빛이었고, 그 어깨도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굴욕도 없었던 세계에서 살다왔던 그에게 있어서 오늘의 일은, 아니 저 건방진 수인까지 포함하여 모조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에 비해 엘은 무서우리만큼 무표정했다. 흥분도 분노도 모두 사라져버린듯한 그의 얼굴은 차라리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다.




“ 나, 엘 크라이언트는 레이나 마도사님의 명예와 그 포로의 소유권을 위해 그대와 결투하겠으니... ”




“ 조잘조잘 말이 많아. 집어치우고 덤벼! ”




검을 뽑아들며 결투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밝히던 엘은 발렌티노의 고함소리에 금빛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 형편없는 자식이군. ”




엘의 그 한마디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발렌티노가 엘에게 달려들었다. 채 몇초의 시간도 흐르지 않아 둘의 검이 허공에서 얽혔다.




은빛검과 녹색검이 몇 번이고 부딪치며 튕겨나가고 뒤얽혔다 떨어져 나갔다. 엘과 검을 몇 번 주고받은 발렌티노는 의외로 뛰어난 엘의 실력에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검을 사용하는 가문에서 태어나 스물이 넘은 지금의 나이까지 최고의 선생 아래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온 자신이었다. 이런 어디서 굴러먹다 왔을지 모를 용병자식과 호각이라니, 이건 뭔가가 잘못된게 틀림없었다.




“ ...지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 ”




공터에 모여 있던 사람 중 가장 뒤쪽에 서있던 레이나는 자신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조그마하게 중얼거렸다. 긴 머리카락에 가려져 그녀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푸른 눈동자는 엘에게서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채쟁!




몇 번이고 부딪치던 둘의 검이 순간 큰 소리를 내며 동시에 튕겨나갔다. 그 순간 엘은 다음 기회를 노리며 한걸음 물러섰고, 발렌티노는 그 틈을 노려 엘에게 달려들었다. 발렌티노의 검이 강하게 엘의 검을 다시 한 번 쳐냈다. 엘은 그 덕에 크게 휘청였고, 그 틈을 노려 발렌티노는 엘에게로 파고들었다. 위협적인 소리와 함께 엘의 목을 향해 발렌티노의 검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 이제 다 끝난 싸움이군요. ”




모리스는 엘이 위기상황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수인은 주홍색 큰 눈을 깜빡이며 모리스와 결투중인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 냥, 냥냥냥냥냥?? (저사람, 당신 친구 아냐?) ”




“ 뭐,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녀석이긴 합니다만 조그마한 빚이 있어서 말이죠. 좋아라 응원을 하지는 못하겠군요. ”




씨익- 모리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딘지 장난꾸러기 같은 인상을 주는 미소를 지으며 엄지로 자신의 가슴께를 가리켰다. 그의 두꺼운 옷 안에는 좀 전 엘과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수인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모리스는 그런 수인의 모습에 쿡 웃더니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어 우리의 열쇠구멍에 맞춰 넣었다.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문은 놀라우리만큼 쉽게 열렸다.




“ 냥...? (뭐야...?) ”




“ 우리 마도사님과 기사님은 아마 이 싸움이 끝난 뒤엔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바삐 이곳을 떠야 할 테니까요. 아마 당신의 소유권 같은 건 신경도 쓰지 못할 것입니다. 뭐, 그러니까 인심을 베푸는 셈 치고 미리 제가 저분들이 해야 될 일을 하는 겁니다. 아, 열쇠요? 혼비백산하던 병사분께 슬쩍- 하하.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




쨍!




엘은 날아 들어오는 발렌티노의 검을, 자신의 검을 길게 세워 막아냈다. 그리고 발렌티노는 자신의 힘을 이기지 못해 크게 휘청거렸다. 엘은 그 기회를 놓이지 않고, 검을 놓는 대담함을 보이더니 바닥을 짚고 그대로 발렌티노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엘의 부츠가 자신의 턱을 날린 순간, 발렌티노는 엘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는 얼음보다도 싸늘한 표정을 한 채 열기가 가득한 눈동자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두 가지의 속성이 존재할 수 있을까. 발렌티노는 의아해 하면서도, 하나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어찌하여 그에게 이런 참지 못할 분노를 느끼게 되었는지를.




그의 눈은 타고난 전사의 눈이었다. 자신은 결코 가질 수 없었던, 고고한 사자의 눈. 그래. 이제야 알겠군. 저자식의 눈빛은 언제나 자신을 무시하고, 인정해주지 않았던 아버지의 눈과 닮았어. 그래서 그렇게 화가 났던 것인가...




빌어먹을 자식.




“ 어이쿠. 벌써?! 그럼 저는 이만 가봐야 겠습니다. 그쪽도 이제 나쁜 짓은 하지 마시고, 사람에게도 잡히지 말고 잘 도망치십쇼~ ”




모리스는 발렌티노에게 발차기를 날리는 엘의 모습까지를 보고는, 수인에게 눈을 찡긋하며 레이나가 서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즈음 엘은 발렌티노에게 돌려차기를 한 두어번 더 먹여줘 그를 바닥으로 쓰러트린 참이었다. 쓰러진 발렌티노의 멱살을 잡아 쥐고 주먹질이라도 몇 번 더 먹이려던 엘은 이미 그가 기절한 상태라는 것을 깨닫곤 뚱한 표정이 되어 중얼거렸다.




“ 벌써 쓰러져버리냐? 약골자식이. ”




엘은 발렌티노의 뺨을 몇 번 탁탁 쳐보았으나, 한동안 그가 눈을뜰 가망성은 없다는 것을 알아내곤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검을 챙기다 넔을잃고 자신을 쳐다보는 고드프리와 눈이 마주쳤다. 엘은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아하하- 멍청하게 웃더니 그대로 뒤를 돌아 레이나를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 레이나 튀어! ”




“ 레이나 달리십시오! ”




레이나는 그렇게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달려오는 두 남자를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 당신 설마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




“ 아무리 나라도 이 부대의 모든 병사들과 싸우는 건 무리라고! 목적은 달성했으니 어서 가자! ”




엘은 레이나의 손을 꽉 잡은 채 달려갔다. 엘에게 끌려가다시피 달리며 레이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텅 빈 공터에는 엘의 기사답지 못한 공격에 녹다운된 발렌티노와, 텅 비어버린 우리, 그리고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냥 평온한 표정으로 뒷짐을 진채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는 고드프리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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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50화네요. 세월 참 빠르다... 조금만 있으면 나르실리온 연재 일주년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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