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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mirpia 나르실리온

2006.10.21 22:30

솔비 조회 수:1217 추천:5

extra_vars1 3장 - 도망쳐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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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그리곤 엔터테이먼트 (주) 개발 2팀 가람과 바람
시나리오 : 김보영
초안 : 김무광

본 소설은 게임 나르실리온의 시나리오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팬픽입니다.
내용은 기존의 시나리오와 같게 나가지만, 제 임의에 따라 많은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이것은 연습용이자 반쯤은 재미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재 기간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10.
그곳은 낡고 오래된 여관방이었다. 창문 틈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휑하니 다 들어왔고, 벽지는 때가 타 더러웠으며, 가구라고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침대와 의자 하나, 그리고 낡고 더러운 테이블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좁은 방에 가득 들어차 조금도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은 형국이었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아스트로반은 뚱한 표정이 되어 침대에 걸쳐 앉아 있었다. 반쯤 벗겨진 갈색 머리에 평범한 외모, 평범한 키에 몸매. 당장 길가에서 마주친다해도 전혀 기억나지 않을 평범의 최소공약수를 모아놓은듯한 그 중년의 남자는 밤이 늦도록 잠이 들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지금 한 남자를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었다. 긴 용병생활 속에서 아들 같았으며, 동생 같기도 했고, 소중한 동료인 친구 엘을. 한명의 여자 때문에 위험 속으로 뛰쳐나간 그를. 왜 자신은 더욱 강하게 그를 말리지 못했던가. 지금 어떤 고초를 격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딱- 딱- 딱-

생각에 잠겨있던 아스트로반은 문득 창문 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소스라치게 놀라며 창문을 향해 달려갔다.

“ 엘?! ”

창문 밖에서 엘이 난간에 메달린채로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스트로반은 급히 창문을 열어주었고, 엘은 열린 창문을 통해 방안으로 날렵하게 들어오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 휴~ 밤에는 아직 춥네. 아스트로반 잘 지냈... ”

“ 뭐가 잘 지냈어요야 이놈아!!! ”

엘의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아스트로반의 주먹이 쇄도했다. 엘은 그 주먹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딱 소리 나는 꿀밤을 한대 얻어맞고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투덜거렸다.

“ 으쒸, 보자마자 때리고 난리에요! 때리고! ”

“ 넌 맞아야 정신을 차려! 이놈아!! ”

“ 아! 아야!! 그만, 아~ 진짜! 아 진짜 아파요! ”

아스트로반은 엘을 가차 없이 몇 번인가 더 걷어차고는 그제야 분이 풀린 것인지 팔짱을 끼며 침대에 털썩 앉았다. 그리곤 엘을 가느다란 눈으로 노려보며 낮게 말했다.

“ 결국 떠나는 거냐. ”

아스트로반의 말에 엘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곧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어떻게 알았어요? ”

“ 척하면 딱이지. 표정을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네놈의 표정은 지나치게 성실한 면이 있어서 말이야. 그래, 마도사님은 만났나? ”

“ 네. 그녀를 따라 여행을 떠나려고요. ”

“ 그런가... 가는 건가. 하지만 이제부터 누가 네놈을 말려줄수 있을지 모르겠군. ”

아스트로반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방구석에 놓여진 자신의 가방 속에서 무언가 주먹 정도크기의 주머니를 하나 꺼내어 엘에게 건넸다. 엘은 의아해하며 가죽주머니를 받아들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가죽주머니 안에는 정체불명의 초록색 가루가 가득 들어있었다.

“ 이게 뭐죠? 또 이상한걸 만든거에요? ”

“ 이건 이별 선물이네. ‘아저’의 이름을 불러보게. ”

“ 아자! ”

순간 둘 사이에 차가운 침묵이 내려앉았고, 곧 아스트로반의 주먹이 불을 뿜었다.

“ 두글자도 틀리냐, 이 멍청아!!! ”

엘은 얻어맞은 머리를 한손으로 문지작거리며 퉁명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 아저. ”

그의 말이 떨어짐이 무섭게 주머니 속의 가루가 환하게 빛을 내며 금빛의 광선이 순식간에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창문너머 검은 하늘이 일순간 빛을 내며 환하게 밝아졌다. 엘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창문으로 달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 이야! 이거 멋진데요! ”

그리곤 아스트로반을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 잘 갖고 놀게요. ”

“ 장난감이 아니얏!! ”

흥분해 버럭 소리를 내지른 아스트로반은, 골치가 아픈지 한손으로 이마를 꾹꾹 누르며 다시 말을 이었다.

“ 자네 일이 끝날 때까지 수도 주위에 남아 있겠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쏘아 올리게. 자네가 있는 곳의 위치를 알려주는 물건이니까. 내가 달려오겠네. ”

이제는 다시 어두워진 하늘아래에서 엘은 아스트로반을 바라보며 주머니를 꼭 쥐었다.

“ 고마워요. 아스트로반. 보고싶을때 쏘아 올릴게요. ”

아스트로반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획 돌리며 ‘마음대로 해 이놈아!’라며 투덜거렸다. 엘은 그런 그의 모습에 오랜만에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 그럼 가볼게요. 아스트로반. ”

가루가 조금 줄어든 주머니를 단단히 품속에 챙긴 엘은 창문에 한쪽 발을 올리며 말했다. 아스트로반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담담히 바라보다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엘. 자넨 마지막으로 남은 내 친구야. ”

“ ...... ”

“ 일전에 내가 한 말 기억나나? 자넨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자각이 너무 없어. 엘. 위험한 일에 웬만하면 뛰어들지 않도록 하게. 세상일이 늘 그렇게 만만한건 아냐. ”

잠자코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엘은 아스트로반에게 깊게 고개를 숙였다.

“ 명심할게요. ”

“ 잘 가게. ”

엘은 순식간에 창문 밖으로 뛰어 내렸다. 아스트로반은 이미 그가 사라져버린 창문을 바라보며 멍하니 옛날 생각에 잠기었다. 엘이 처음으로 용병길드 레드카이트에 찾아왔던 날을. 그는 그날도 레드카이트의 길드장이 기거하는 방에 창문으로 치고 들어와 용병이 되게 해달라고 난동을 부렸었다. 정말로 그 다운 행동이었다.

“ 찾아올 때 창문을 치고 들어왔던 것처럼, 떠날 때도 창문 밖으로 날아가 버리는구만. 잘 가게나. 친구. 몸조심하고.. ”




11.
“ 좋아, 필요한 여행 물품은 모두 샀고. 아스트로반한테 인사도 했고. 이제 레이나에게 돌아가 볼까나. ”

어둠이 내려앉아 사람한명 다니지 않는 거리를 엘은 종종걸음 치며 달리고 있었다. 종종 하나씩 거리를 밝히고 있는 가로등 아래를 달려가던 엘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곤 뒤를 돌아보았다.

“ 하지만 그전에, 거기 그쪽에 있는 사람. 왜 자꾸 나를 따라오는 거지? 현상금을 노리는 거면 이젠 늦었어. 이미 사면받았거... 응? ”

엘의 말을 들은 것인지 어둠속에서 천천히 조그마한 인영이 가로등 아래로 걸어 나왔다. 엘은 그 사람을 마주하곤 의외라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 오랜만이네요. ”

어둠속에서는 한명의 조그마한 소녀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연한금발을 단발로 자른 키가 작은 소녀가. 그녀는 가로등아래라 더욱 하얗고 자그마하게 보이는 얼굴로 엘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 안녕하세요. ”

“ 넌.. ”

“ 니에노르에요. ”

“ 아 그래. 니에노르... ”

엘은 조금 당황한 듯 한손으로 이마를 짚고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네가 레이나에게 연락을 전해준거.. 고맙게 생각해. 고마워. ”

“ 별 말씀을... ”

“ 난 빚은 꼭 갚는 사람이거든. 은혜는 반드시 갚을게. ”

불빛에 비쳐 하얗게까지 보이는 니에노르의 은빛 눈동자가 엘을 향했다. 그녀는 그 흐릿한 눈으로 엘을 물끄러미 응시하였다. 엘은 그런 그녀의 눈빛에 당황한 듯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 그런데 왜... 아니, 무슨 볼일이지? ”

니에노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인가 더 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 사람은 죽었으면 존재하지 못하는 거겠죠? ”

“ ...어? ”

갑작스런 니에노르의 말에 엘은 어안이 벙벙해져 무어라 대답을 하지 못하고 애매한 대답만을 흘렸다. 하지만 니에노르는 그런 그의 행동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여전히 무표정하게 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이런 말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죽었어요. 제겐 제가 죽었던 기억이 있어요. 틀림없이 저는 이미 죽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왜 지금 살아있는지 모르겠어요. 전... ”

말을 이어나가던 니에노르는 순간 말을 멈추고 침을 꾹 삼켰다. 그리곤 언제나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엘을 바라보았다.

“ 그냥, 이말이 하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혼자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게 너무 괴로워서 누구라도 좋으니까 털어놓고 싶었거든요. 이상한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역룬’을 꼭 찾으시길 기원할게요. 그럼 평안한 여행되시길. ”

니에노르는 여전히 웃음을 짓는 얼굴을 한 채로 뒤돌아서 가려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팔목을 엘이 움켜잡았기에 그녀는 더 이상 걸어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엘은 자신이 왜 그녀를 잡았는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갑자기 양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쌌다.

“ 저기,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해야 될지는 잘 모르겠는데.. ”

니에노르의 회색 눈동자가 엘의 금빛 눈을 향했다. 엘은 신중한 표정으로 여전히 그녀의 뺨을 감싼 채 입을 열었다.

“ 네 뺨.. 따뜻해. ”

니에노르의 두 눈이 커졌다. 엘은 그런 니에노르를 바라보며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듯 천천히 말을 이었다.

“ 내가 보기엔 넌 살아있는게 분명한 것 같아. 죽은 사람은 너처럼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고민하지 못한다고. 혹여 네가 죽었다 해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잖아. ”

니에노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마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 보다 작은 손을 들어 그의 양손을 잡아 천천히 떼어냈다. 그리곤 두 눈을 잔득 찡그리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 고마..워요. ”

니에노르는 그 한마디만을 남기고 엘이 차마 다시 붙잡을 사이도 없이 뒤 돌아 달려가 버렸다. 엘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몇 걸음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나서려 했으나 곧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며 뒤돌아 다시 자신이 가던 길을 향해 걸어갔다. 어두운 거리에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지워졌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방금까지 두 사람이 서있던 가로등 아래로 다시 니에노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는 흐릿한 회색 눈으로 엘이 사라진 거리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시간동안. 아주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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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활동은 미치도록 괴로워요.
하지만 너무너무 즐겁습니다.
저는 제법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쓰고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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