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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polarbearjmg 바하카프 8회

2007.08.08 00:33

영원전설 조회 수:2229 추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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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딘가 허술한 곳에 도착했다.  익숙한 듯 어둠 속에서도 개의치 않고 달려가던 소녀가 멈춰 선 곳은 몇 년 동안 보수도 제대로 안 된 듯 한 건물들과 그 사이사이에 꼬불꼬불 난 좁은 골목길.  나풀대는 덮개 사이사이로 본 도시는 화려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밝은 곳이었는데.  어느 곳에나 그림자는 있는 듯하다.


  인간의 눈으로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소녀는 정말 자연스럽게 어느 한 건물의 벽을 짚는다.  모르긴 몰라도, 여자애 혼자가 오기엔 이곳은 좀 위험한 곳이 아닐까.  지리를 잘 아는 것을 보아 이곳을 자주 다니는 것 같긴 하지만 놀이터가 되기엔 부적절한 요소가 많을 듯 한 장소.  하지만 당사자가 개의치 않다면야 그도 역시 상관할 바 아니다.


  골목길 중에서도 정말 딱 한 사람씩만 들어 갈 수 있는 곳으로 소녀가 들어간다.  만약 반대편에서 사람이 오고 있다면 한 명이 뒷걸음질 쳐야 될 정도로 좁은 곳.  사소한 시비가 나기에 적격인 곳인 것은 둘째 치고..


  


  “..  좁군.”




  이미 뇌까렸지만 보통 인간의 체격으로 딱 한 사람 정도만이 들어 갈 수 있을 정도의 골목길이다.  고로 그 보통 인간보다 체격이 큰 누마에겐 이건 길이 아니라 틈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와 같은 체격의 제한을 받지 않는 소녀는 가뿐하게 들어가 이내 알아들을 수 없는 일련의 말들을 내뱉으며 무언가 문 같은 것을 밀어 열었다.  이곳이 목적지인가.  그의 몸이 조금 긴장한다.  그 남자에게 도망치기 위해 무작정 따라왔지만 아직 이 소녀가 누구고 무슨 목적으로 그를 도왔는지 알지 못하는 이상 방심하는 건 너무 안이하다.  항상 만약을 대비해 조금 긴장해 두는 것은 나쁘지 않다.


  소녀가 들어가다 말고 그를 힐끗 쳐다본다.




  “역시 들어 올 수는 있겠다.”




  “조금 불편 할 뿐.  문제는 없다.”




  희미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머무르다 사라졌다.  그다지 그를 향한 것은 아닌 듯.  알 순 없지만 여자의 얼굴에 살짝 떠오른 저 미소는 이곳에서의 추억과 관련 있는 듯하다.


  들어온 곳은 다시 밑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연결되었다.  인간만이 사용했을 통로인데도 앞의 문과 마찬가지로 의외로 넓어 어렵지 않게 통행이 가능.  물론 그렇다고 쉬운 것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들어가다 소녀는 멈춰 서서 다시 혼잣말로 뭐라 중얼거리니 무언가가 끼워 맞춰지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마법일까.  하긴 전의 일을 생각한다면 문 정도에 걸어놓는 마법역시 그녀에게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마치 창고 같은 곳이었다.  짐 같은 것들이 모포에 쌓여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그냥 보통 창고라기엔 너무 오랫동안 안 쓴 듯 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게다가 짐들은 하나같이 걸터앉기 좋게 위치해 있는 것이 마치 도둑고양이들의 모임에 쓰이는 장소와 같은 느낌.




  “예전에 아는 사람들과 쓰던 곳이야.”




  반은 자신에게 말하는 듯 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았다.  소녀는 무언가 찾는 듯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뒤적인다.


  


  “..  헤에, 아직도 용케 이 자리에 있네, 마네의 돈주머니.”




  전혀 예상치 못한 물건을 찾은 듯하다. 소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들어 올려 여느 가죽주머니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내려놓고선 다시 뒤적이기를 10분.  찾던 걸 찾은 듯 얼굴이 밝아지더니만 그에게 쪼르르 달려온다.




  “자, 손 뻗어.”




  다짜고짜 명령하는 소녀에게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응시.




  “뭘 그리 멍청하게 보고 있는 거야.  아프지도 않아?”




  소녀는 야무지게 그의 오른 팔을 잡아 올렸다.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어 바라보니 과연, 그다지 얕은 상처가 아니다.  그 남자가 사용한 도는 정말 날카로웠던 듯.  어지간한 무기로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생채기밖에 나지 않는 그의 피부가 깊숙이 베여있다.  그 상흔 사이로 꿈틀대며 뿜어 나오는 붉은 피.


  아프다기보다는 기분이 나쁘다.




  “생각보다 큰 상처는 아니라 다행이네.  음, 음.  가지고 있는 거로도 충분히 할 수 있겠어.”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소녀는 가지고 온 나무상자의 자물쇠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붕대와 여러 약병들이 즐비해 있었는데 소녀는 그 중에 하나를 냉큼 집어 뚜껑을 열곤 안에 있던 연녹색 가루를 그의 상처에 연달아 뿌렸다.  동시에 상처로 쑤시던 팔이 조금씩 편해진다.




  “쟈넨의 이파리를 빻은 거야.  응급조치가 되긴 하지만, 상처가 어느 정도 깊은지 모르니까 어떻게, 잘 치료가 될지 모르겠네.” 




  그 가루 조금 뿌렸다고 성가시던 느낌이 조금이나마 옅어진다.  그다지 치료를 받거나 그러할만한 상처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치료를 받으니 팔을 움직이는 것이 좀 더 편해졌다.




  “고맙군.”




  상처 위에 붕대를 감다말고 그의 말과 동시에 소녀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를 쳐다본다.




  “눈이 약간 달라졌네.  처음 봤을 땐 곧 죽을 것 같은 눈 따윌 하고 말이야.”




  “..  이전에 본 적이 있나?”




  아, 만약 어딘가에서 알던 사이였는데 못 알아본다면 미안하다.  하지만 그 곳에서 이런 소녀를 본 기억은 없고, 그 이전의 기억은 흐릿흐릿해서..




  허리부터 이등분되어있고 목이 날아가 있고 불에 타버렸고 땅에 묻히고 피는 모조리 빠져나와 말라붙었고 시선은




  “오늘 낮에 철장 안에 있을 때 봤어.  이번이 두 번째지.  그때만 해도 일이 이런 식으로 돌아 갈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어찌어찌하니 이렇게 대면해 버렸네.”




  무언가 불쾌한 생각이 들었으나 금세 잊혀졌다. 




  “그래서..  아, 그러고 보니 통성명을 잊고 있었네.  내 이름은 피넬, 피넬 가스펠.  그 쪽 은?”




  소녀는 가슴에 손을 얹고 당차게 자기소개를 했다.  말투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활기가 넘치는 소녀다.  무릎까지 오는 바지와 허벅지를 덮는 간소한 윗옷으로 보건데 복장도 간편한 걸 선호하는 듯.  하지만 허리에 멘 비스듬한 벨트와 어깨와 목을 덮는 얇은 겉옷 때문인지 보기에 그다지 밋밋해 보이지도 않는다.   


 



  “바스크..라고 불렀지.”




  “..  보통 이름은 그렇게 알려주는 게 아니라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볼멘소리로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장난이라도 치는 줄 아는 듯하다.




  “미안하군.  바스크라 불리기 이전에 내가 무슨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지 기억에 없어서 말이지.”




  그 한마디에 피넬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이름을 모른다?”




  “그렇다.”




  “태어난 곳은?”




  “모른다.”




  “부모님의 성명은?  모습은?”




  “기억이 나지 않는군.”




  “왜 철장 안에 갇혀 있었어?”




  “나를 어딘가로 옮긴다 하더군.”




  “..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




  “이 곳 말인가?”




  “아니, 도시 이름말이야.”




  “모른다.”




  “..  어디서부터 기억나는데?”




  “깨어나 보니 혼야의 인도자라는 길드가 운영한다는 투기장 감옥 안에 있더군.  거의 십여 년을 거기서 보냈지.”




  “..  연세는 어떻게 되십니까?”




  “모른다.”




  “..  그러십니까..”




  피넬의 표정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굳이 표현하자면 무언가 흐느적한게 지금 그녀의 표정을 하고 슬금슬금 입 밖으로 삐져나올 듯 하다고 하면..  글쎄, 어쨌든 어둡다.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를 기대했던 모양.  그의 기억의 어딘가를 기대한 건가? 


  한참동안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는 피넬을 조금 안쓰럽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크게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응시한다.




  “뭐, 상관없지.  나도 나름대로 꽤나 준비해뒀으니까 굳이 바스크가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암.  그러니까, 인생경험에 비춰서 어떻게 하면 레오릭까지 쉽게 가는 방법이라던 지 여행할 때 필요한 물건이라던 지 조언이라던 지 위험이라던 지 가는 도중에 돈을 마련할 방법이라던 지 무언가 네가 누군가와 친분이라도 있어서 편하게 레오릭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으니까-”




  ..  그렇군. 




  “쫒기는 몸이다 만?”




  “바스크가 내가 기대하던 사람이었다면 그 정도야 견딜 수 있겠지..  아마도.”




  조금 자신 없는 목소리를 보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인 듯하다. 




  “어딘가를 갈 생각이라면 보호정도는 해 줄 수 있다만..”




  “내 몸 정도는 내가 지킬 수 있어!”




  갑자기 성을 내며 바닥을 세게 내려친다.




  “읍..  어쨌든!  애초에 당신을 도와준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으니까.  하지만 혹시나 하고 기대하고 있었던 거야.  신경 쓰지 마.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바스크?”




  “..  동행할까 한다.”




  “그래, 동행...  에엑?”




  정말 표정이 다양한 소녀다.  게다가 시시각각 바뀐다.  이번엔 동행한다는 말에 커졌던 눈이 가늘어지면서 쌀쌀한 표정을 짓는다.




  “보호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했어.”




  “특별히 보호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어딘가 가보고자 할 데가 있는데 보시다시피 10여년  전의 기억은 전혀 없고 할 수 있는 건 대화와 싸우는 법밖에 없다.  레오릭이란 곳으로 갈 생각인 듯 한데 나도 동행하면 안 되겠는지?”




  “으윽..  안될 건 없지만..  뭐랄까, 우리 둘만으로 살아서 레오릭으로 갈 수 있을지..”




  “힘쓰는 것은 자신있다만.”




  “그것만 자신 있는 게 문제야.”




  ..  물론 여행이란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왠지 그 발언은 아팠다.   




  “바스크는 레오릭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까 감이 안 잡히겠지.  하지만 뭐, 나도 한 명보단 두 명이서 가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은 들어.  안면효과도 있을 듯 하니 귀찮은 일들이 꼬일 것 같지 않고.  음, 그건 괜찮네.  으윽, 아냐, 안 괜찮아.  추적자가 있잖아, 추적자가.  게다가 서로 여행이란 건 처음인데 진도가 더뎌도 한참 더디겠지..  으윽, 하지만 추적자 같은 건 도와주면서 이미 각오하고 있던 것이잖아..”




  결정을 내리지 못해 안절부절 한다.  역시 무리한 부탁이었을까.  번쩍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 무심코 말하긴 했지만 다시 잘 생각해 보니 무리는 둘째 치고 그 때문에 이 소녀가 위험할 것 같다.  자신의 힘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고 마법까지 부리는 것으로 보아 보통 추적자정도는 쉽게 떨쳐낼 수 있겠지만 그 인형술사가 직접 추적해 온다면..




  “아니, 미안하군.  재차 생각해 본 봐 무리한 부탁을..”




  “시끄러워!  생각하는데 방해되잖아!  그래, 일단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자! 바스크는 어디를 가고 싶은 거야?”




  “어디..”




  “..  설마, 이름도 아무것도 모르는 건..?”




  검은 용의 깃발을 휘날리는 거대한 성




  “..  흑용.”




  “에?”




  거대한 성  검은 하늘




  핏빛의 대지




  “흑빛고룡성채.. 라는 곳을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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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이게 도대체 얼마만에 글을 올리는 건지..  에잇, 나도 이제 활성화 작가라 이 말이야!  ...  에, 어차피 다시 비활성화 되겠지만, 지금을 즐기자고요!  크하하하하....


  에, 그나저나, 표지그림이 없는게 아쉽다면 아쉽달까, 예전에 적당한 그림 하낙 있었는데 포맷으로 날아가니 원..  그렇다고 아무 그림이나 쓰자니 저작권 침해일까, 라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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