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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polarbearjmg Tialist

2006.06.19 22:59

영원전설 조회 수:719 추천:4

extra_vars1 - 파괴하는 자와 지키는 자(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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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 짓이야, 유리카!!

  카렌티어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스카디는 계속 자신의 팔을 드로우의 어깨에 찔러 들어갔다.  스카디의 파일럿 이름이 유리카라는 사실은, 그리고 그 카렌티어스가 파일럿을 코드이름으로 부르지 않은 사실은 지나의 귀엔 비명을 지르는 지수의 목소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웃음소리에 의해 지나에게 무시당했다..

  "그만둬, 이 괴물녀석아!!"

  지나는 시엘의 보조무장인 트라이 건과 양 무릅에 부착되어 있는 M450a1 155mm 레일건을 들어 에릭, 지수, 그리고 유리카가 있는 곳으로 거리를 좁히며 촉수를 향해 동시에 쏘아댔다.  몇 발의 정확한 사격으로 재생이 되기도 전에 촉수가 끊어진 동시에 지나는 스카디와 드로우의 중간에 섰다.  에릭의 이지스는 지수에게 달려가 본체와 떨어져 소멸되어 가는 스카디의 팔을 드로우에게서 뽑으며 부축해 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같은 아군이란 말이야!!"

  잠시 가만히 서 있던 스카디는 지나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곤 재생된 팔을 이번엔 시엘에게 마치 죽이려는 듯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공격이 오리라는 듯 대충 예상한 지나는 그 즉시 팔을 향해 집중적으로 쏘아됐다.
  문제라면, 스카디의 재생능력으로 인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그녀의 화력과 맞서고 있는 것뿐일까.

  "으아아아아아!!"

  소리를 지른다고 없는 화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도 괴성을 지르는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청난 독기, 분노, 그리고 증오가 담긴.

********************************************

  "유리카!!  뭘 하고 있는 거야!!  당장 그만 둬!!"

  - ..  다 죽여버릴 꺼야..  다 찢어 버릴 테다!!  밟고 찌르고 씹고 잘라버리고 말 꺼야!  꺄야아아악!!!!"

  카렌티어스는 당황했다.  이런 적은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기에 더욱 더 당황했다.  확실히 폭주상태는 아니다.  폭주라면 기체와 파일럿이 따로 움직이는 것.  지금 스카디는 완벽하게 파일럿에 동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왜 유리카는 이 정도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가.

  "유리카.  잘 들어!!  용들은 이미 죽었어.  네가 공격하고 있는 것은 아군이야!  정신 차려!!"

  - 이제 다 필요 없어!!  아군이든 용이든 사람이든 트론이든 죽여 버릴 꺼다!!  아무도 날 업신여길 수 없어!!  모두 다 없애 버릴 꺼야!!

  카렌티어스는 어떻게든 자신의 동생을 설득시키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머리 안쪽에서부터 강한 충격이 일어 난 것이었다.  고통스럽게 구토를 하며 그는 점점 꺼져 가는 의식 속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유..  리카.."

  *******************************************

  시엘과 스카디는 서로 좀처럼 양보하려 들지 않았다.  지나는 계속 총을 쏘고 있었고, 유리카는 맹목적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자신이 트론과 싸우는 것인지 용과 싸우는 것인지 이미 그런 건 정신적으로 분간이 불가능한 지나에게 한가지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여기서 자신의 총탄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마치 그녀의 물음에 답하기라도 하듯이 트라이 건이 철컥 소리를 내며 자신의 탄창이 비었다는 것을 알려줬다.  동시에 순식간에 재생되어 그녀에게 달려드는 스카디의 오른 팔.

  "아.."

  죽음이 문턱까지 왔는데도 지나는 왠지 허무했다.  어쩐지 남의 죽음을 느린 동작으로 지켜보는 것처럼.  마치 잘려져 버린 흑백 영화 테이프처럼 짧았던 그녀의 인생의 추억이 눈앞에 빠르게 지나갔다.  그녀의 숨소리 역시 더욱 더 가빠졌다.  스카디의 팔이 그녀를 뚫기 전에 먼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  지수 언니.."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 새 눈을 감고 있던 지나는 아직도 자신의 숨소리와 턱에서부터 떨어지는 땀방울을 느끼자 눈을 살며시 떴다.
  그리고 지나는 그녀를 막아주고 있는 에릭의 트론 마크 04 이지스를 보았다.

  ***************************************

  "..  뭘 하고 있는 거야, 스카디.  우리끼리 싸울 이유가 없잖아."

  에릭은 낮게 목소리를 낮추며 얘기했지만 그의 이마에도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스카디의 공격은 비록 건물 뼈대를 동화시킨 것뿐인데도 그 정도로 위력적인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앞에 안 보이겠지만, 이미 목표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고 또한 유리카가 장님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에릭에게 쓸데없는 정보일 뿐이었다.

  - 내 이름은 스카디가 아니라 유리카야!!

  "그래, 그래.  유리카.  어쨌든 이제 그만 멈춰."

  - 안 멈추면 니가 어쩔 건데?

  갑자기 스카디의 공격의 강도가 늘어나자 에릭은 이를 악 물며 이지스 실드의 강도를 더욱 더 높였다.  아까 전 시엘이 한 것처럼 이번엔 이지스가 그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 어쩔 거냐고 묻고 있잖아!!  이렇게 막기만 하면서 뭘 어쩐다는 거야!!  응?  응?!

  그녀가 한 번씩 자신의 팔로 이지스의 실드를 칠 때마다 에릭은 양 어깨의 판넬에 무리가 가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도 연기까지 세어 나오고 있었다.

  - 다 죽여 버릴 테다!  다 파괴 시켜 버릴 꺼야!  날 아프게 하고 날 화나게 만든 모든 것을!!  철저하게 파괴시켜주고 밟아준 뒤 웃어 줄 테다!!  아하하하하!!

  "..  그렇게 다 없애 버릴 거냐?  최강의 트론에 탄 체 기분 잡쳤다는 그딴 이유로?  정말로 그럴 거냐?"

  에릭의 말에 유리카는 더욱 더 화가 난 모양인지 악에 받쳐 외쳤다.

  - 그러니까 묻잖아!!  대체 니가..  뭘 어쩔 거냐고!!!!!

  갑자기 스카디의 주먹에서부터 감당하지 못할 힘이 들어오면서 이지스의 실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체 몇 천 개의 조각으로 흩어져 버렸다.  엄청난 정신적 충격에 에릭은 비명을 질렀고 이지스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 꺄하하하!  어차피 어쩌지 못하는 힘에 무릎을 꿇고 비명이나 질러댈 수밖에 없겠지!!  어차피 무너질 것 같은 벽일 뿐이야.  쓸데없이 명령에 의해서만 쓸모 없는 것을 지키는 쓰레기!!

  "..  쓸모 없는 걸 지키고 있다고..?  내가?"

  - 나는 달라.  다 부셔 보일 테다.  그 다음엔 누구도 날 업신여기지 못할 꺼야.  누구도 날 아프게 하지 않을 꺼야!

  이지스는 서서히 일어났다.  판넬이 파괴 된 충격으로 인해 비틀거리면서, 하지만 완고하게 일어섰다.

  "..  그딴 이유로 이곳을 파괴하려 든다면..  난 끝까지 지킬 거다.  끝까지 지킬 꺼야.  네가 파괴하지 못하도록."

  갑작스런 그의 기세에 유리카는 조금 주눅이 들은 듯 했지만 이내 코웃음을 치며 아직도 건물의 한 부분이 동화되어 있는 날카로운 그녀의 오른팔을 이지스에게 날렸다.

  - 죽어!!

  하지만 스카디의 팔은 중간에 이지스의 팔에 잡혀 버렸다.

  "..  지켜 보이겠어.  모든 것을."

***********************************************

  "커텔님!!  어떻게든 해야 합니다!!  이러다간.."

  커텔은 안절부절못하는 유 박사를 한심하게 쳐다보다 이내 차갑게 말했다.

  "지금 나에게 유리카를 멈추라고 말하는 것인가?"

  "아니..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아마 이지스가 파괴될 수 있겠지.  파일럿도 즉사하고 말이야.  어쩌면 모든 트론이 스카디의 손에 파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정도 손실은 스카디의 가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유 박사는 황당한 표정으로 커텔을 쳐다보았다.  이 남자, 진심인 건가?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요즘 자네는 너무 감정적으로 치 닫고 있어.  물론 한대 한대의 트론은 비싸지만 스카디가 그 정도로 화가 풀릴 수 있다면 난 몇 대라도 희생시킬 수 있다네.  당연한 거 아닌가?"

  유 박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오퍼레이터 중 하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트론 마크 04 이지스 엘레멘탈 코드 발동!!"

  "뭐?"

  커텔과 유 박사는 동시에 스크린을 주시했다.  스카디의 오른 팔을 잡고 있는 이지스의 앞으로 희미한 빛이 생기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엘레멘탈 코드 타입..  '방패'!!"

***************************************

  마치 칼날과도 같이 빛은 스카디의 오른 팔을 잘라내며 거대한 막을 형성했다.  두께로 보면 이지스 실드에 비해 너무나도 연약해 보였지만 겉모습만으로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건 성급한 결론이다.  실제로도 분에 찬 유리카가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휘두르는 데도 불구하고 막은 꿋꿋이 에릭을 막아 주고 있었다.

  - 이아아아아아악!!

  멋대로 포효하고 있는 유리카에게 에릭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무엇 때문에, 무슨 이유로 분노해서 모든 것을 파괴시키고 싶은 지 알 수 없지만 이제 그만둬.  정말 쓸데없잖아?!"

  - 크크..  내가 무슨 이유로 분노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거야?  그런 거야?

  확실히 에릭도 알고 싶었다.  용에게 농락 당한 화풀이 치곤 그녀의 공격은 너무 살의가 깊었다.

  - 모를 꺼야.  같은 소모품이라 해도.  10년 동안 움직이지도 못한 체 언제나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둥둥 떠다니는 듯한 그런 기분 나쁜 느낌을 네가 알아?  평생을 암흑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하나밖에 없는 오빠라는 존재를 손으로 밖에 느끼지 못하는 그 고독을 네가 알아?  모르겠지?  알 리가 없어.  소모품이란 딱지만 똑같을 뿐이지, 멀쩡한 눈이 있고 멀쩡하게 걸어다닌, 보통 '인간'인 주제에 나를 어떻게 알아?  이해하려고도 하지 마!!  어차피 이해 같은 거 할 수 없을 테니까!!  상상도 못하겠지?  내가 이제까지 겪었던 멸시와 증오, 그리고 지금도 짊어지고 있는 이 어둠을!!  

  유리카에 대해 지금에서야 이름정도 밖에 알지 못했던 에릭은 지금 대화로부터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런 일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자신이라도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아픔을 짊어지고.
  하지만 그는 그녀와는 또 다른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  분명, 난 이해하지 못해.  너의 그런 상처들, 겪어 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말야, 그렇다고 해서 뭐 잘난 듯이 응석 부리지 말라고!!  난 분명 멀쩡한 두 눈을 지녔어.  그리고 멀쩡한 사지를 가졌지.  하지만 말야, 그렇기 때문에 난 너와는 다른 아픔을 겪었어!  물론 어떻게 비교해 보면 내 상처가 조금 더 작을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그것의 잣대를 도대체 누가 재는 거지?!  너인가?  나인가?  아니면 다른 '인간' 들인가?  다른 사람들이 상처 없이, 시련 없이 자라왔고 자신만 그런 아픔을 겪었다는, 그런 오만한 생각으로 누군가를 내려다보지 마!!  비웃고 싶으니까!!"

  - 누구를 비웃는 다는 거야!!

  스카디가 있는 힘껏 실드를 내려치자 에릭은 무언가 뜨겁고 붉은 액체를 토해냈다.
  
  - 누가 누구를 오만하게 내려다본다는 거야?!  내가?!  아니겠지!!  그건 우리를 조종하는 그 '인간'들이겠지!!  다 죽여 버릴 꺼야..  이 놈이고 저 놈이고!!  

  "..  그러니까..  내가 막을 거다.  날 쓰러뜨리기 전엔 아무 것도 파괴하지 못해."

  - 어차피 조금 있으면 이것도 파괴 될 뿐이야!!  무얼 위해 그렇게 까지 하는 거야?!  차라리 아무렇게나 공격이라도 해봐!!  그래, 그 실드를 사용해서 날 묶어보기라도 해봐!  왜 그렇게 지키려고만 드는 거야?!  

  에릭은 유리카의 질문에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정말이다.  자신은 무엇을 이리도 지키려고 하는가.  왜 지키려고 하는가.  '지킨다'에만 급급한 나머지 정말 본질적인 것을 자신에게 묻지 않았다.  도대체 자신은 무엇을 하려 하는가.
  이지스의 여기저기에서 조금 씩 피가 스며 나왔다.  기체 자체가 스카디의 공세에 버티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몰랐었는데..  말야.  지금에 와서야 미란이가 그때 무슨 기분이었을지 대충 알 것 같아."

  - ..  뭐?

  "내가 그저 본부를 지키고 싶다, 인류를 구하고 싶다, 뭐 그런 것으로 지금 너를 막고 있는 게 아니란 거야.  난 그저, 내 앞에서 누군가에 의해 알던 자가 죽어 나가는 게 보기 싫을 뿐이야.  하지만 때론, 맹목적인 공격으로 구하지 못할 때가 있지.  때론 방어가 남을 구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일 때가 있는 거야."

  - ..

  스카디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지만 유카리는 확실히 말없이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에릭은 왠지 자신이 그녀에게서 수긍을 얻어 가는 듯 싶었다.

  "물론 이지스의 실드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난 결국 미란이를 구하지 못했어.  하지만 그래서 더 더욱 지키고 싶다.  그녀가 지키고 자 했던 것을.  그녀가 태어나고 숨쉬고, 그리고 나를 만났던 이 곳을.  그녀가 구하고자 했던 것을 계승해 대신 지켜주고 싶다.  그녀가 남아 있기를 원했던 거를.  왜냐하면 그때 난 방패를 가지고도 구해주지 못했으니까.  그녀를..."

  에릭의 뺨에서 땀과 함께 전혀 엉뚱한 것이 흘러내렸다.  눈에서부터 태어나는 물.  억눌렸던 감정과 기억이 서로 엮이면서 밀어내는 것.  한 줄기의 눈물을 시작으로 에릭은 울기 시작했다.  미란이가 생각나서이기도 했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방패가 깨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더 이상 방패를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을.  이렇게 듣기 좋게 말을 하긴 했지만 행동이 받쳐주지 않는 한 그것들은 모두 쓸모 없는 잡소리일 뿐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그와 이지스는 스카디를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주저앉을 텐가.  그런 행동은 정말로 자신이 했던 모드 말과 행동을 부정하는 행위였다.
  그것만은 할 수 없었다.  죽어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아아아아악!!!"

  에릭의 방패가 한 순간에 나마 강해졌다.  심지어는 공격하고 있는 스카디의 팔을 녹여버릴 정도의 특별한 능력까지 보였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자 막 보다는 이지스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여러 곳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파트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손가락, 팔목, 팔꿈치 이런 식으로 땅에 떨어져 나가다 그 다음엔 다리가 위고 팔 전체가 차가운 땅바닥으로 낙하하는 등 꼴이 가관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은 굳건하게 버텼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스카디는 더 이상 막을 치지 않았다.  그저 이지스의 앞에 서 있을 뿐.

  -  ..  난 미란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네 아픔이 뭔지도 몰라.  별로 상관하고 싶지도 않고.

  아까 전에 분노에 찬 소녀가 아닌 것 같은, 왠지 슬프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 하지만 너도 잘났다고 그렇게 떠벌리지 말아.  나도..  소중한 사람쯤은 있어.

  스카디는 힘없이 이지스에게서 등을 돌렸다.  동시에 이지스의 막이 점점 얕아지고 있었다.

  -  ..  오늘 일은..  정말..  아..  미안했어..  그리고 고마워.  그렇게 까지 막아주어서.

  하지만 에릭에게서 더 이상의 대답은 오지 않았다. 그저 다리까지 무너져 가만히 하늘을 쳐다볼 뿐.  노을로 인해 붉어지는 하늘 저편에선 BR-C2 수송기들이 전투에 지친 트론들을 옮기기 위해 날아오고 있었다.

  *****************************************

  "..  오.. 빠?!"

  유카리가 휠체어에서부터 몸을 일으켜 한 걸음에 달려나가려는 것을 유 박사가 간신히 말렸다.  트레이닝은 받고 있지만 아직 까진 약한 그녀의 다리를 위해 주어진 휠체어가 오늘은 그녀에게 방해가 되는 듯 싶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병실 침대에 앉아있는 카렌티어스는 어찌 할 줄 모른 체 그저 무표정으로 일관하였다.

  "오빠, 이제 괜찮은 거야?  이제 머리 안 아파?"

  "아..  응.  괜찮아."

  "정말이야?"

  "괜찮다니까."

  유카리는 계속 '괜찮다'를 연발하는 그녀의 오빠를 그래도 믿지 못하는 지 걱정이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그러고 나선 침대시트에 얼굴을 파묻혀 흐느끼기 시작했다.  카렌티어스는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더욱 더 당황하면서 무슨 말도 하질 못한 체 그저 그녀의 머리를 다독거려 주었다.

  "..  미안해..  난 정말로 오빠를 좋아하는데..  정말로 지켜주고 싶은데..  오히려..  오히려 아프게나 만들고.."

  카렌티어스는 그녀의 말에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듯 했고 또한 그녀가 이렇게 까지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에 대해 사뭇 감동했다.

  "아아.  괜찮아.  정말 별거 아니야.  또 유카리가 잘 해주었으니까.  기분이 정말 좋아졌어."

  "..  진짜?"

  "응."

  그녀는 손으로 카렌티어스의 얼굴을 더듬었다.  아예 눈이 망가져 버린 유카리에겐 당연한 행동이었지만 카렌티어스의 입장에선 조금 불편하다면 불편했다..

  "나 정말 열심히 할께.  이젠 절대로 오빠를 안 아프게 해줄 꺼야.  많이 가르쳐 줬어.  그 사람이.  이젠 절대로 이런 실수 같은 거 하지 않을 꺼야.  근데..  뭐였지?  그의 이름?"

  이름이라..  하긴, 그들에겐 코드뿐만이 아닌 그들만의 이름이 있었지.

  "..  에릭이야."

  "응.  에릭.  오빠가 인제 괜찮은 거 아니까 에릭에게도 다녀올 깨.  내가 많이 아프게 했거든."

  "그래.  난 이제 괜찮으니까."

  기쁘게 손을 흔들며 유 박사의 도움으로 나가는 유리카의 뒷모습을 보며 카렌티어스는 잠시 생각했다.  사태를 들어보니 아슬아슬 했지만 그 일로 인해 그녀와 다른 트론 파일럿과 관계가 어느 정도 호전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를 위해서 좋은 일일까.  무슨 일을 예견하는 오멘일까?

  "제발 용 이외에 다른 일이 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더 이상..  누구도 상처 같은 건 바라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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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그다지 잘 썼다고 볼 순 없네요 =ㅅ=  이 다음은 제가 제일 재미있게 썼던 화이트 크리스마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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