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 안녕하시렵니까?
2007.01.25 09:15
당신은 월희라든지, FATE를 아는가? 아마 미연시에 조금이라도 발담았거나, 그냥 게시판을 기웃거리기라도 했다면 쉽게 접했을 문화이다. 각설하고 나스 키노코는 이런 비주얼 노블 이외에도 NT노블로써 공의 경계를 쓴적이 있다. 이 사실까지는 아는가? 그렇다면 작정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NT노블을 본 적이 있는가? NT노블이란 만화책 사이즈의 쉽게 보기위해서 만들어진 만화책에 가까운 소설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공의 경계 등이 있다. 본인도 이러한 소설들은 꽤나 좋아하는 편이지만, 문제는 현실의 학생들에게 있다.
그렇다. 안 그래도 심한 학생 여러분들을 위시한 청년층의 문장력이, 이로 인해서 극도로 하락해가고 있다. 사실 많은 청년들이 NT노블을 접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심심해서 본다거나 좋아하는 만화의 원작이어서 보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이 소설을 접하게 되면서 그들은 그 글 자체에 빠져든다. 그리고 주인공을 좋아하고, 단역들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보고 "글을 쓰자!"라고 마음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문학동에서 활동하면서 글을 보면 이런 식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건 아는가?
이 소설들, 한국인의 정서와는 거의 빗나가 있다. 재미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모든 면에서 한국인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일본의 문체와 한국의 문체는, 조금만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아챌 수 있을만큼, …틀리다! 그런데 많은 청소년이 이 문체를 따라하고 있다. 여기서 나스 키노코씨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자. 솔직히 NT노블이나 비주얼 노블 계열에서 이 사람만큼 청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람의 문체 자체는 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정말 형편없다. 모든 것이 묘사로 처리되는데 묘사가 딱딱하기 그지없고, 더 강하게 비판한다면, 정말정말 모든 것이 최악인 편이다. 사실, 이 작가는 설정 하나로 먹고 사는 작가라서 그런지, 설정 같은 것은 훌륭하나 직접적인 문체는 최악이다. 그것들이 아무리 시나리오라고 쳐도, 그건 너무한 경우다. 특히 일정 단어를 여러번 반복한다든지(Ex - 죽여죽여죽여죽여)하는 부분은, 이런 곳에서 글을 쓰고자 생각한 많은 청년들의 정신과 문체를 좀먹고 있다. 그냥 간단하게, 그리고 멋지게 서술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그냥 단어를 나열하면 이건 문장이 아니라 문장을 빙자한 그림이 될 뿐인 것이다. 글은 일반적으로 각 나라의 정서에 알맞는 문체를 채택, 그 나라의 정서를 자극하거나, 아예 두 방법을 제외해놓고 충격적인 결말이나 재미있는 이야기 구도 등으로 선택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그 글은 살아나는 것이다.
여튼 나스 키노코를 위시한 NT노블 작가들의 문체는 한국인의 정서에 안 맞는다. 더 문제는 거의 문장 구사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솔직히 말해서 일본 작가들은 몇몇을 제외하면 기분 좋게, 가볍게 글을 써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에 번역되어서 인기를 끄는 책들은 거의 그런 편이다. 그런데 그런 글들도 최소한 문장 구사력은 괜찮다. 타국인인 내가 봐도 말이다. 그런데 이 NT노블들의 문장 구사력은, 정말, 정말 형편없다. 대게 NT노블은 흥미를 끌기 위해서 상업추구적인 면을 띈다. 내용이라고는 바보같은 남자애, 그리고 여자애가 나온다는 것 뿐이다(바보같은 남자애가 나와서 좋기는 하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런 글들을 따라서 문체를 바꾸고 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런 문체들을 보고 글을 쓰게 되면 똑같이 형편없는 문장 구사력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게 또 옆에서는 좋다좋다 하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글의 편수를 늘리고 흥미를 끄는 것에 의미를 두고 글을 쓰게 된다. 이래서야 본말전도 아닌가-_-;;; 글의 기량을 살리기 위해서 글을 써야지..;; 실제로도 그런 식으로 구성된 것들이 한국형 양산 판타지다. 책방가서 눈 감고 아무 책이나 뽑아라. 그러면 당신은 한국형 NT노블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오 할렐루야! 기적이군! 이게 책이라고 나오다니!
여하튼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예 접하지 않을 수 없다면, 글을 다 쓰고 난 후라도 한번만 더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거, 문체는 좀 괜찮은가?"
댓글 9
-
루퍼스.N.빈츠
2007.01.25 13:11
-
페이스리스
2007.01.25 17:27
본래, 라이트노벨이라 하는 것이 문장이나 문체의 완성도보다는 캐릭터의 개성이나 세계관 설정같은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쉐르몽 님이 말하시는 대로 문체에 대해서는 거의 배울 것이 없습니다. 스니커즈나 기타 라이트노벨 관련 잡지에서 신작을 뽑을 때도 캐릭터와 세계관의 개성이 1위, 그 다음 2위가 문장력일 정도니까요. 캐릭터의 개성을 어떻게 살리는지를 배우려고 라이트노벨을 본다고 하면 그건 옳은 방법이겠습니다만. 개성과 문장력의 수준이 거의 극치를 이루는 대표적인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를 들 수 있겠고요.
근데 그 라이트노벨을 보고 소설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가 옆에서 지적해주기 전에는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것조차도 모른다는 겁니다. 저도 최근에 선배에게서 '일본 사람이 쓴 글 같아'라는 소리에 충격먹고 고치고 있는 중인데, 그 전까지만 해도 그게 옳고 자연스러운 건 줄 알았습니다. 같은 한글로 써져있지만 일본어 번역글과 한국 작가의 글을 비교해보면 표현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았고요. |+rp2+|14884|+rp3+|main_sibal -
애플쨈
2007.01.26 03:19
개성과 문체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면 좋겠죠 ㅋㅋ 작가들도 그런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더욱 힘을 썼으면 좋겠어요. (라이트 노벨 등등이 문학적인 깊이가 낮다는것에 동감입니다.) 잘 노력하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말이죠ㅎㅎ|+rp2+|14894|+rp3+|main_sibal -
고독한짱께
2007.01.27 02:10
요점은
교육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쉐르몽님이 비교하신 것처럼 NT노벨은 한국의 판타지 소설과 비슷한 라인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이런 류의 책들만 접하다 보면 확실히 문장구사력이나 어휘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NT 소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연재 소설이나 판타지, 무협 등의 작품들만을 접한다면
교육상의 측면에서 좋다고 볼 수는 없겠죠.
저는 수용층이 의외로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NT소설이 청소년, 청년 층에게 인기가 많은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쉽게 영향을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한국정규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문장력을 유지할 수 는 있다고 봅니다.
단,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 교육이 일정 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상정할 때의 애기겠죠..|+rp2+|14910|+rp3+|main_sibal -
에세카
2007.01.27 06:37
게다가, 요즘에 나오는 판타지... '양산형'판타지들이 대부분 그런노선을 띄고있죠. 뻔한 스토리에 약간의 특색을 집어넣었다고 '신작'인 것처럼 빙자하며, 엔딩도 그저그렇고, 혹은 갑작스레 끝내려고 하는티가 팍팍나는 것이 많죠. 2년전만해도 안그랬는데 말이죠. 게임판타지, 퓨전[이계깽판물을 말하는겁니다.]이 점점 나오기시작하더니 요즘엔 서점을 점령했더군요 -ㅁ -판타지란을..|+rp2+|14917|+rp3+|main_sibal -
아란
2007.01.27 23:52
나스 풍의 문체를 처음엔 좋아했었지만... 지금은...|+rp2+|14921|+rp3+|main_sibal -
고독한짱께
2007.01.28 03:22
이계 깽판물.. 하하
저는 판타지물을 많이 접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정말 작가분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쓰셨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아라에 좀 인기몬다 싶으면 바로 출판해 버리는 것도
좀 그렇구요|+rp2+|14927|+rp3+|main_sibal -
러크
2007.01.30 11:53
후우 국가적으로 뭔가를 해야만,. |+rp2+|14935|+rp3+|main_sibal -
다르칸
2007.01.30 16:03
그딴 그림책이 대체 뭐가 재밌다는건지..도통 모르겠구먼|+rp2+|14936|+rp3+|main_sibal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18 | 바람 피는 것은 죄인가! [24] | 고독한짱께 | 2007.03.20 | 589 |
517 | "1인당 소득은 사회의 이면을 감추는 방패?" [19] | 라스트사물놀이 | 2007.03.17 | 453 |
516 | 성격과 얼굴은 비례한다? [21] | FoM | 2007.03.12 | 564 |
515 |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오노, 이럴수가! 역사를 말아먹는다! [45] | 문학소년 쉐르몽 | 2007.03.09 | 716 |
514 | 감옥을 없애고 죄수노예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40] | 협객 | 2007.03.05 | 910 |
513 | 동북공정? [4] | 지구떠나임마 | 2007.03.01 | 535 |
512 | 순수한 사랑이 존재할까? [42] | 고독한짱께 | 2007.02.25 | 832 |
511 | 한국에서의 차세대 오락기의 승자는??ㅡ,.ㅡ;;;; [14] | 오래 | 2007.02.22 | 741 |
510 | 후천적이라는것이 과연존재할까 [63] | 天魔이에얌 | 2007.02.16 | 611 |
509 | 그림과 음악이 비교가.. [19] | 사람님 | 2007.02.15 | 465 |
508 | 인종차별의 이유? [15] | Mr. J | 2007.02.13 | 585 |
507 | 일본의 천재 화가는 조선인? [13] | -H- | 2007.02.08 | 752 |
506 | 의지가 본능을 이길 수 있을까? [37] | 고독한짱께 | 2007.02.06 | 696 |
505 | 밥그릇 싸움에 정답은 있는걸까? [20] | 협객 | 2007.01.31 | 682 |
504 | 중국 = 짱개, 떼놈? [6] | 다르칸 | 2007.01.30 | 547 |
» | 문체, 안녕하시렵니까? [9] | 문학소년 쉐르몽 | 2007.01.25 | 507 |
502 | 요코이야기 정식 교과서 채용, 뭐하자는 짓거리야?-_- [14] | 금강배달 | 2007.01.19 | 517 |
501 | RPG제작이 어려워요. 창조도시가 어려워요. [27] | khas | 2007.01.17 | 913 |
500 | 애국심, 그리고 조국이라는 것에 대하여 [32] | 고독한짱께 | 2007.01.15 | 501 |
499 | e스포츠 프로리그의 주5일제화 어떠한가? [7] | Fim | 2007.01.14 | 555 |
일본에서도 라이트 노벨은 청소년층 대상으로 쉽게 써내려간 작품들이기 때문에 문학적인 깊이는 얕지요. 급수로 따진다면 우리나라의 양산 판타지 쯤 되는 물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정도 걸리지고 인기를 얻은 작품만 우리나라에 들여온다고 해도 그 수준이 일반문학과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지요.[물론 이중에서도 문학적으로도 수준이 있는 작품이야 얼마든지 있겠습니다만.] 당연히 양산형 판타지를 보고 그걸 따라 쓰는데 더 나은게 나올리가 없지요..;; 결국 서점가면 8500원짜리 삽질글이 책이랍시고 떡 하니 판매되고...
그리고 나스씨 얘기를 하셨습니다만... 공의 경계는 일판과 정발판 둘 다 읽어 봤습니다만... 정발판이 이상한거예요. 뭐, 일어문체를... 그것도 나스씨 특유의 문장술을 번역하려니 번역자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이해를 넘어 동정이 가기도 합니다만... '이럴거면 차라리 직역을 해주지' 수준이더군요. 일본어로서도 일부러 비틀어 놓은 어순을 억지로 우리나라 어순으로 바꾸려고 시도하다보니 글 자체가 어중간하게 떠버렸더군요...
그리고 나스씨는 비주얼 노벨과 일반 노벨을 쓸때 문체 자체를 다르게 하더군요. 일정 단어의 반복나열이라던가 하는건 비주얼 노벨에서 단순히 '영상적 효과'를 위해 존재할뿐 글로서 기능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공의 경계에서 같은 단어의 반복나열 같은 저열한 화법은 쓰지 않습니다. 일반 노벨을 쓸 때 나스씨는 화려한 묘사는 자제하고 담백하게 써내려 가더군요.[너무 담백함 감이 있어 문제지만요..;;] ...나스씨 변명은 이정도로 해두고..;;[...그리 좋아하는것도 아닌데 뭐하러 이렇게 변명을 길게 했을까...]
번역의 문제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들여오는 것들은 번역자의 손을 거치면서 한번씩 왜곡되는 글인데 일반 독자들은 그걸 전혀 고려하지 않는거죠. 거기다가 요즘 예비 작가들이 글을 분석적으로 보는 눈을 기르지 않는것도 큰 문제입니다. 그냥 곧이곧대로 '내용'이 재미있으니까 '문체'를 따라하고 있는겁니다. 재미가 있는것은 내용인 건데 문체만 줄창 따라한다고 글이 재미가 있을 턱이 없지요. ...요즘은 그마저도 안보는지 그냥 망상나열식의 글도 쏟아져 나오기는 합니다만... 보고있으면 정말 이사람이 태어나서 신문한줄 읽어는 봤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글들도 있죠...
일본의 라이트 노벨이 일반인에게도 어느정도 먹히고 수출까지 할 정도로 활성화 되는것은 그 소재의 다양성 덕분인 건데.... 우리나라는 그 다양한 소재를 '받아쓰기'만 하고 있으니... 결국 일반에 어필도 못할뿐더러 극소수의 보는사람만 보는, 심하게 말하면 '자위행위'에 가까운 컨텐츠가 되어가고 있지요.
...어째 쓰다보니 쉐르몽님의 글 요지하고 하나도 다를게 없군요! ..낭패입니다...
여튼 제가 하고픈 말은... 재미있는 글을 봤으면 그게 왜 재미있는건지 분석을 하는 자세를 갖자! 입니다.|+rp2+|14883|+rp3+|main_sib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