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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악플처벌과 인터넷 실명제.

2006.01.28 16:49

협객 조회 수:480 추천:1

방금 전 엠파스에서 2개의 설문조사를 보았습니다.

하나는 악플 사법처리. (임수경씨 사건-교수, 전문직 등 25명 검거)
찬성 75%, 반대 25%.

다른 하나는 인터넷 실명제.
찬성 93%, 반대 7%.

여기서 한가지 합리적인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악플 사법처리에 찬성하는 사람보다는, 인터넷 실명제를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는 사람보다는, 악플 사법처리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 추측이 참이라고 가정했을 때, 저는 이런 추세에 일침을 놓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체 이게 말이 되는 일인지요.

인터넷의 익명성이 나쁜겁니까, 아니면 악플이 나쁜겁니까?

익명성이 사라지면 인터넷에 쓰는 글에 자신의 명예가 걸리게 됩니다. 그만큼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익명성이 사라지고 악플은 사법처리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명으로 자신의 소신과 의견을 말한 사람들이 다수의 악플러에 의해 생매장당할 위험이 생깁니다. 스스로의 명예에 대한 안전이 보장될 때, 자유롭게 소신과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명으로 다수가 모르는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게 용기있는 사람은 선비士라고 하며, 그것은 학자가 갖춰야 하는 덕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백성이 학자는 아닙니다. 무지몽매한 백성도 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습니다. 자신이 표출하는 의견으로부터 책임을 지는 것은 전문지식인과 학자의 몫이지 백성의 몫이 아닙니다. 의견을 가질 권리는 누구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사실 매우 두려운 일입니다. 자신이 내는 의견으로 자신이 판단받으니까요. 자신의 의견으로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은데, 자신이 어떤 공격을 받을지 몰라서 시도조차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 실명으로 글 올리는 것이 용단이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늘 완벽한 글만 쓰시는지요. 후회가 되는 글은 없으신지요. 그렇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악플러라고 해서 악플에 대한 처벌이 없으면 후회를 할지요. 실명으로 올리고, 명예도 없어도, 대세를 따라 악플을 달면 후회를 하게 될지요.

민주주의는 다수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결정에 핵심이지만, 다수로부터 소수를 보호하는 것 역시 핵심입니다.

대통령 선거 유권자 익명으로 하지 말고 실명으로 할까요?
국회의원 선거 유권자 익명으로 하지 말고 실명으로 할까요?

인터넷은 사회에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곳입니다. 간접적으로는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명성을 쌓자고 올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켜서 더 좋은 사회로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명예가 걸리게 되면 아무리 좋은 의견도 자신의 "직접적인 이익"과 마찰을 빚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의견을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힘있는 보석 감정사 앞에서 진실을 말하면 발목이 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화씨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감한 선비는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익명성은 좋은 것입니다. 용기없는 사람에게도 진실을 밝힐 수 있게 해주니까요.

하지만 무의미한 악플은 사법처리를 해야한다고 봅니다. 물론 악플이 진실일 수도 있습니다. 설문조사에서 반대 25%가 의미하는 것이 악플 자체에 대한 지지가 아닌 임수경씨에 대한 반대를 의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플은 사법처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사법처리 시스템은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에, 임수경씨가 고소를 하지 않았다면, 검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악플러에 대한 처벌"로 언론에 나타났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힘있는 자에 의한, 힘없는 자에 대한 억압"입니다.

모욕죄, 명예훼손죄는 친고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야 처벌이 가능합니다. 절도죄와는 다릅니다. 절도죄는 반의사 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친고죄"라는 것은 힘있는 자만이 처벌을 할 수 있는 죄입니다. 힘없는 자는 마음으로는 처벌을 원해도 힘있는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처벌을 원한다고 할 수조차" 없습니다. 특히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권력형 범죄이기 때문에 절도죄보다도 훨씬 더 힘에 민감합니다. 명예훼손의 경우 권력이 있는 자가 권력이 없는 자를 매도하는 행위이고, 모욕의 경우 역시 (보통 대세라는 권력에 힘입어) 소시민을 억압하는 행위입니다.

한두명이 아니라는 악플러. 지금까지 너무 많아서 잡지 못한다던 악플러. 전문직, 교수, 공무원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이번에는 꼭 처벌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세에 뛰어들어 누리는 힘의 맛,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짓밟고 위에 올라서는 힘의 맛을 누린 죄는 강간이나 살인과 마찬가지로 엄중히 처벌되어야 합니다.

권력, 힘은 정의를 위해 쓰여야 하는 것이며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짓밟는데 쓰여서는 안됩니다. 이번에 임수경씨가 전문직, 교수, 공무원보다 권력, 힘이 있어서 고소를 한 것이라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힘이 정의의 편에 서야 하는겁니다. 힘이 없는 정의가 쓸모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가 힘있는 자의 편에 서야 하는 것이 아니라, 힘있는 자가 정의의 편을 들어야 하는겁니다.

정치적으로는 민족주의적 좌파가 자유주의적 우파를 벌하는 모습이기에 씁쓸하지만, 임수경씨도 정치적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었고, 용기있게 자신을 밝히고 발목이 잘릴 각오로 의견을 말했고 정치범으로 징역을 살았습니다.

정치적 의견을 갖는 것이 자유이고, 악플은 명백히 힘있는 자가 소시민을 억압하는 권력남용의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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