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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소비를 적게 하는게 좋다는 의견에 대한 반론

2006.11.25 08:30

misfect 조회 수:480

좀 말이 길어질 듯 해서 리플로 못하고 답글로 대신합니다....귀찮더라도 양해해주시길. 제목에서 명시했듯이 이 글은 협객 님의 의견에 대한 나름대로의 반론을 길게 이야기할 목적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일단 인간은 누구나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협객님이 말씀하신 욕구는, 욕심에 더 가까운거겠죠. 지금 제가 이야기하는 욕구와 협객님의 욕구를 구분하기 위해 지금의 것을 '기본적 욕구'라고 하겠습니다.
'기본적 욕구'중 하나가 잘 먹고 잘 살자, 일 것입니다. 돈을 버는 이유도, 결국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것이겠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돈을 막쓰면 안됩니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정말 만족할 수 있게' 써야 합니다. 협객님도 이런 것까진 이해하시리라 봅니다.
물론 항상 만족스럽게 돈을 쓸 순 없습니다. 100사람이 사과를 먹고 싶다고 해서, 항상 사과가 100개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사과가 1개만 있다고 합시다. 100조각으로 쪼개 먹어봐야 간에 기별도 안갈 뿐더러, 그것을 협객님이 원하시는 '투자'라고 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같은 한 조각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빈둥빈둥 잠을 자는데, 다른 사람은 사과 묘목이라도 하나 더 심을 거기 때문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빈둥빈둥 놀 사람보다 사과 묘목 하나를 더 심을 사람에게 더 많은 사과 조각을 주는 게 진정한 '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습니다. '말로는 누가 못해', 라고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뻥치고 받아먹을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진짜로 사과나무를 심을 사람을 구별할 수 있을까요. 발상을 역전시키면, 사과를 받아먹으면 어쩔 수 없이 사과나무를 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면 될 것입니다. 그것이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의 역할은 여기서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과나무를 심을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 사과를 먹는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래서 정말 절실한 사람이 사과를 먹게 된다)


둘째, 자기 돈을 낸 만큼, 그정도의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혹은 그보다 더 많은 가치를 내어 이익본 느낌을 받도록 사과나무를 열심히 심고 가꾸게 만든다.


한편, 100명 전체적으로 보면 가격은 이런 역할을 수행합니다. : 같은 양의 사과를 가지고서도 사회 전체적으로 더 많은, 혹은 더 잘 가꿔진 사과나무가 심어지도록 유도한다.


 


다소 길게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것을 용서하시길...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토의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무튼, 여기 100명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가격을 통해 최대한 나은 '투자'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제도의 문제는 여러 면이 있겠습니다만, 우선 떠오르는 걸 볼까요? 예를 들어, 협객 님은 제게 이렇게 물어보실지 모릅니다. '사람들이 가격에 관심이 없으면 어떻게 됩니까?' 누구도 가격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냥 마구잡이로 달려든다면, 당연히 저런 효과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과먹는 것을 포기할 사람도 없어지고, '그 까이거 개줬다 생각하고 잊어버리지'라고 하면 사과는 절대로 나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100명 가운데 한두명 정도는, '아, 나는 6조각 먹어도 아깝지 않을 방법이 있어 : 예를 들어, 남들보다 더 빨리 사과나무를 심는 방법이 있다거나...' 이런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과 1, 2조각을 살 때, 이 사람들은 5, 6조각을 삽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빨리 사과나무를 심고 여유있게 앉아 쉬기까지 합니다. 혹 다른 사람은 '나는 10조각을 한번에 사서, 이걸 즙을 내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주고 대신 사과나무를 심는 걸 도와달라 할 거야.'라고도 합니다. 이 사람 역시 힘을 적게 들이고도 사과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할까요. 물론 다른 사람들도 자기 능력이 되는 한 그들을 따라하려 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비법은 모든 사람에게 퍼지고, 누구나 그렇게 하려 하겠죠. 그렇다보면 사과 하나를 백명이 나누어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어떤 사회에든지 '더 잘 먹고 잘 사려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고, 이들은 정해진 가격 내에서 더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행동합니다. 그러한 방법은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으로 다가와, 곧 모든 사람들이 뒤쳐지진 않기 위해 자연스레 그것을 따라합니다. 더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이들은, 우리 사회로 말하면 투자자, 기업가도 있겠지만 안좋은 방향으로는 투기자도 있습니다. 투기자 역시 이 사회에서 더 많이 돈을 버는 방법을 찾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한 필요악이니까요.


하지만 어째서 땅 투기자가 발생하는 걸까요? 땅은 거저 비싸지는 게 아닙니다. 모든 땅의 가격이 똑같이 오르고 내린다면 투기가 있을 이유도 없겠죠.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사람들은 이 땅에 널리 퍼져 사는 것도 아니거니와, 근현대에 들어서, 정부 주도로 세워진 온갖 도로, 항구, 전기 시설 등. 이러한 것들은 한 번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들지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이득인 것들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러한 것들은 마구잡이로 만들 수 없으므로, 정부에서는 선택적으로 이러한 것들을 깔았습니다. 온갖 지역 가운데 서울과 부산 사이에 고속도로를 가장 먼저 깐다던지, 주요 도시에 먼저 전기시설을 설치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이런 게 깔려 있는 곳이 사람 살기 편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살기 원하는 사람은 많고 땅은 제한되어 있다. 마치 위에서 말한 사과 문제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 때 가격이 등장합니다. 땅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그리고 사고파는 과정에서 더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연구하여 '가격을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주는' 투기꾼이 여기서 나옵니다. 투기꾼이 없다면, 똑같은 조건의 땅이 100원에도 팔렸다 1000원에도 팔렸다 할 것입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요?'라고 적극적으로 묻고 연구하고, 비교하여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납득시키는 전문적인 투기꾼이 있기에 같은 조건의 땅값은 같아지는 겁니다.


 


긴 이야기였지만 사실은 이런 이야기입니다.


첫째, 가격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로 인해 나타났으며, 누가 따로 간섭하지 않아도 사회를 더 '투자 가치가 큰' 쪽으로 이끈다.


둘째, 양날의 검처럼, 투기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격이 제 역할을 하게 도와주는 면도 있다.


 


이제 협객님의 의견 몇 가지를 따져보겠습니다.


- 인구 증가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일고, 돈의 가치와 노동력 가치가 하락하는데 땅값은 상승하니 안좋다, 는 것은 누가 봐도 잘못된 생각입니다. 물론 먼 옛날에 비해선 지금의 물가는 많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옛날에 비해 돈의 양은 늘었습니다. 옛날에는 사치품이었던 자동차가, 지금은 온 가정에 한 대씩 있지 않습니까. 그건 차값이 떨어진 게 아니라, 돈이 넘쳐나는 거죠. 땅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인구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누구나 상승한 땅값을 감당할 정도로 돈을 많이 보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동력 가치가 하락하면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줄텐데요. 누구나 돈을 적게 가지고 있으면 당연 땅값이 떨어져야 맞죠. 두 가지는 연관되 있다고 봐야 합니다.


 


- 허생 이야기를 하셨는데, 실학자들은 실학자들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허생만 가지고 따져 보자면, 사치품을 몽땅 사들여 매점매석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졌다는 게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사치품은 당연히 구하는 사람도 적고, 그걸 만드는 사람도 적습니다. 제주도 말을 기르는 사람을 생각해 볼까요? 말을 기르는 사람은 말총을 뽑아 팔 때, 물론 자신이 말을 기르느라 공을 들인만큼은 돈을 받고 싶어 합니다. 기왕이면 더 많이 받고 싶어 하죠. 한편 양반들은 당장 말총이 없으면 안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허생이 매점매석할 때 얼마를 주던지 사려고 한 거고요. 그렇다면, 허생이 매점매석하기 이전에 말총 가격은 말을 기르는 사람의 입장과 양반들의 입장이 모두 반영되어 양쪽에 모두 이익이 되는 가격이 매겨졌을 것입니다. 사치품에는 이미 사치하는 데 대한 대가가 반영되어 있다는 소립니다. 허생의 행동은 단순히 법망을 피해 분배의 정의를 실현한 게 아니라, 이미 대가를 치루는 사람들에게 더 큰 대가를 짊어지게 한 것입니다.


 


- 현실적으로 어째서 내용물은 비슷비슷한데 상표와 가격이 제각각인 물건이 존재하는 걸까요. 전자제품의 경우, 삼성 LG등과 중소기업의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물론 뭔가 더 기대하는 효과도 있고 하지만 이런 것들을 모두 제외해 두고, 일단 사회 전체적으로 다양한 상표가 있으면 좋은 점을 말해보겠습니다. 다양한 상표가 있으면, 당연히 그 상표들끼리 경쟁합니다. 그러면서 더 낮은 가격, 더 좋은 조건을 계속해서 내놓습니다. 상표가 없다면 구분되지 않으니 이런 일이 생길 수 없겠죠. 즉 다양한 상표가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질좋은 서비스를 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치품도 필요하고 일용품도 필요한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긴 글이라 약간 횡설수설한 부분이 있을 듯 합니다만, 대략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좋은 토의될 수 있도록 가급적 성실히, 차분하게 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원질문자분께도....소비를 얼만큼 하면 되는지, 위글을 읽어보시면 약간은 이해가실지 모르겠습니다.


결론은 이미 말했듯이, '자기 좋을대로 하면' 됩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이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 사회가 이루어져있기 때문이죠. 만약 책임으로 인한 부담을 지고 싶지 않다, 즉 좋은 결정만 하고 싶다면? 그러면 '남들 하는 데로 평범하게' 하면 됩니다. 웃자고 하는 소리 아닙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매우 똑똑하므로,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이 적절한 소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상태에서 더 나은 소비를 누군가 제시하게되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그 쪽으로 움직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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