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적게 하는게 좋다는 의견에 대한 반론
2006.11.25 08:30
좀 말이 길어질 듯 해서 리플로 못하고 답글로 대신합니다....귀찮더라도 양해해주시길. 제목에서 명시했듯이 이 글은 협객 님의 의견에 대한 나름대로의 반론을 길게 이야기할 목적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일단 인간은 누구나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협객님이 말씀하신 욕구는, 욕심에 더 가까운거겠죠. 지금 제가 이야기하는 욕구와 협객님의 욕구를 구분하기 위해 지금의 것을 '기본적 욕구'라고 하겠습니다.
'기본적 욕구'중 하나가 잘 먹고 잘 살자, 일 것입니다. 돈을 버는 이유도, 결국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것이겠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돈을 막쓰면 안됩니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정말 만족할 수 있게' 써야 합니다. 협객님도 이런 것까진 이해하시리라 봅니다.
물론 항상 만족스럽게 돈을 쓸 순 없습니다. 100사람이 사과를 먹고 싶다고 해서, 항상 사과가 100개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사과가 1개만 있다고 합시다. 100조각으로 쪼개 먹어봐야 간에 기별도 안갈 뿐더러, 그것을 협객님이 원하시는 '투자'라고 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같은 한 조각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빈둥빈둥 잠을 자는데, 다른 사람은 사과 묘목이라도 하나 더 심을 거기 때문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빈둥빈둥 놀 사람보다 사과 묘목 하나를 더 심을 사람에게 더 많은 사과 조각을 주는 게 진정한 '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습니다. '말로는 누가 못해', 라고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뻥치고 받아먹을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진짜로 사과나무를 심을 사람을 구별할 수 있을까요. 발상을 역전시키면, 사과를 받아먹으면 어쩔 수 없이 사과나무를 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면 될 것입니다. 그것이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의 역할은 여기서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과나무를 심을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 사과를 먹는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래서 정말 절실한 사람이 사과를 먹게 된다)
둘째, 자기 돈을 낸 만큼, 그정도의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혹은 그보다 더 많은 가치를 내어 이익본 느낌을 받도록 사과나무를 열심히 심고 가꾸게 만든다.
한편, 100명 전체적으로 보면 가격은 이런 역할을 수행합니다. : 같은 양의 사과를 가지고서도 사회 전체적으로 더 많은, 혹은 더 잘 가꿔진 사과나무가 심어지도록 유도한다.
다소 길게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것을 용서하시길...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토의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무튼, 여기 100명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가격을 통해 최대한 나은 '투자'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제도의 문제는 여러 면이 있겠습니다만, 우선 떠오르는 걸 볼까요? 예를 들어, 협객 님은 제게 이렇게 물어보실지 모릅니다. '사람들이 가격에 관심이 없으면 어떻게 됩니까?' 누구도 가격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냥 마구잡이로 달려든다면, 당연히 저런 효과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과먹는 것을 포기할 사람도 없어지고, '그 까이거 개줬다 생각하고 잊어버리지'라고 하면 사과는 절대로 나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100명 가운데 한두명 정도는, '아, 나는 6조각 먹어도 아깝지 않을 방법이 있어 : 예를 들어, 남들보다 더 빨리 사과나무를 심는 방법이 있다거나...' 이런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과 1, 2조각을 살 때, 이 사람들은 5, 6조각을 삽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빨리 사과나무를 심고 여유있게 앉아 쉬기까지 합니다. 혹 다른 사람은 '나는 10조각을 한번에 사서, 이걸 즙을 내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주고 대신 사과나무를 심는 걸 도와달라 할 거야.'라고도 합니다. 이 사람 역시 힘을 적게 들이고도 사과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할까요. 물론 다른 사람들도 자기 능력이 되는 한 그들을 따라하려 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비법은 모든 사람에게 퍼지고, 누구나 그렇게 하려 하겠죠. 그렇다보면 사과 하나를 백명이 나누어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어떤 사회에든지 '더 잘 먹고 잘 사려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고, 이들은 정해진 가격 내에서 더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행동합니다. 그러한 방법은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으로 다가와, 곧 모든 사람들이 뒤쳐지진 않기 위해 자연스레 그것을 따라합니다. 더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이들은, 우리 사회로 말하면 투자자, 기업가도 있겠지만 안좋은 방향으로는 투기자도 있습니다. 투기자 역시 이 사회에서 더 많이 돈을 버는 방법을 찾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한 필요악이니까요.
하지만 어째서 땅 투기자가 발생하는 걸까요? 땅은 거저 비싸지는 게 아닙니다. 모든 땅의 가격이 똑같이 오르고 내린다면 투기가 있을 이유도 없겠죠.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사람들은 이 땅에 널리 퍼져 사는 것도 아니거니와, 근현대에 들어서, 정부 주도로 세워진 온갖 도로, 항구, 전기 시설 등. 이러한 것들은 한 번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들지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이득인 것들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러한 것들은 마구잡이로 만들 수 없으므로, 정부에서는 선택적으로 이러한 것들을 깔았습니다. 온갖 지역 가운데 서울과 부산 사이에 고속도로를 가장 먼저 깐다던지, 주요 도시에 먼저 전기시설을 설치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이런 게 깔려 있는 곳이 사람 살기 편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살기 원하는 사람은 많고 땅은 제한되어 있다. 마치 위에서 말한 사과 문제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 때 가격이 등장합니다. 땅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그리고 사고파는 과정에서 더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연구하여 '가격을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주는' 투기꾼이 여기서 나옵니다. 투기꾼이 없다면, 똑같은 조건의 땅이 100원에도 팔렸다 1000원에도 팔렸다 할 것입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요?'라고 적극적으로 묻고 연구하고, 비교하여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납득시키는 전문적인 투기꾼이 있기에 같은 조건의 땅값은 같아지는 겁니다.
긴 이야기였지만 사실은 이런 이야기입니다.
첫째, 가격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로 인해 나타났으며, 누가 따로 간섭하지 않아도 사회를 더 '투자 가치가 큰' 쪽으로 이끈다.
둘째, 양날의 검처럼, 투기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격이 제 역할을 하게 도와주는 면도 있다.
이제 협객님의 의견 몇 가지를 따져보겠습니다.
- 인구 증가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일고, 돈의 가치와 노동력 가치가 하락하는데 땅값은 상승하니 안좋다, 는 것은 누가 봐도 잘못된 생각입니다. 물론 먼 옛날에 비해선 지금의 물가는 많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옛날에 비해 돈의 양은 늘었습니다. 옛날에는 사치품이었던 자동차가, 지금은 온 가정에 한 대씩 있지 않습니까. 그건 차값이 떨어진 게 아니라, 돈이 넘쳐나는 거죠. 땅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인구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누구나 상승한 땅값을 감당할 정도로 돈을 많이 보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동력 가치가 하락하면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줄텐데요. 누구나 돈을 적게 가지고 있으면 당연 땅값이 떨어져야 맞죠. 두 가지는 연관되 있다고 봐야 합니다.
- 허생 이야기를 하셨는데, 실학자들은 실학자들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허생만 가지고 따져 보자면, 사치품을 몽땅 사들여 매점매석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졌다는 게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사치품은 당연히 구하는 사람도 적고, 그걸 만드는 사람도 적습니다. 제주도 말을 기르는 사람을 생각해 볼까요? 말을 기르는 사람은 말총을 뽑아 팔 때, 물론 자신이 말을 기르느라 공을 들인만큼은 돈을 받고 싶어 합니다. 기왕이면 더 많이 받고 싶어 하죠. 한편 양반들은 당장 말총이 없으면 안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허생이 매점매석할 때 얼마를 주던지 사려고 한 거고요. 그렇다면, 허생이 매점매석하기 이전에 말총 가격은 말을 기르는 사람의 입장과 양반들의 입장이 모두 반영되어 양쪽에 모두 이익이 되는 가격이 매겨졌을 것입니다. 사치품에는 이미 사치하는 데 대한 대가가 반영되어 있다는 소립니다. 허생의 행동은 단순히 법망을 피해 분배의 정의를 실현한 게 아니라, 이미 대가를 치루는 사람들에게 더 큰 대가를 짊어지게 한 것입니다.
- 현실적으로 어째서 내용물은 비슷비슷한데 상표와 가격이 제각각인 물건이 존재하는 걸까요. 전자제품의 경우, 삼성 LG등과 중소기업의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물론 뭔가 더 기대하는 효과도 있고 하지만 이런 것들을 모두 제외해 두고, 일단 사회 전체적으로 다양한 상표가 있으면 좋은 점을 말해보겠습니다. 다양한 상표가 있으면, 당연히 그 상표들끼리 경쟁합니다. 그러면서 더 낮은 가격, 더 좋은 조건을 계속해서 내놓습니다. 상표가 없다면 구분되지 않으니 이런 일이 생길 수 없겠죠. 즉 다양한 상표가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질좋은 서비스를 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치품도 필요하고 일용품도 필요한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긴 글이라 약간 횡설수설한 부분이 있을 듯 합니다만, 대략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좋은 토의될 수 있도록 가급적 성실히, 차분하게 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원질문자분께도....소비를 얼만큼 하면 되는지, 위글을 읽어보시면 약간은 이해가실지 모르겠습니다.
결론은 이미 말했듯이, '자기 좋을대로 하면' 됩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이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 사회가 이루어져있기 때문이죠. 만약 책임으로 인한 부담을 지고 싶지 않다, 즉 좋은 결정만 하고 싶다면? 그러면 '남들 하는 데로 평범하게' 하면 됩니다. 웃자고 하는 소리 아닙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매우 똑똑하므로,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이 적절한 소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상태에서 더 나은 소비를 누군가 제시하게되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그 쪽으로 움직일 테니까요.
댓글 15
-
협객
2006.11.25 17:17
-
misfect
2006.11.25 17:40
재미있는 건, 똑똑한 소수의 속임수까지도 가격에 반영된다는 이론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이 예를 보시죠.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갑자기 어느 한 사람이 땅을 샀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쟤가 왜 땅을 샀을까'하고 고민하게 되는 거죠. 특별한 행동엔 특별한 이유가 있기 따름입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찾아내어 그 땅을 사는데 너도나도 참여합니다. 그래서 그 땅의 가격은 올라갑니다. 매우 똑똑한 소수는 자신의 지식을 어떤 방식으로든 이용할 수밖에 없으며, 어떤 행동이 일어나면 결국 누구에게나 주목을 받기 마련입니다. 완벽히 속인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상황을 가정합시다. 회사에서 돈을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돈을 받고 이익을 나눌 수 있는 권리를 준다거나, 혹은 돈을 받고 나중에 이자를 쳐주는 방법이 있죠. 전자를 주식이라 하고 후자를 빚이라고 합시다. 어느날 갑자기 회사에서 빚을 내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왜 하필이면 주식이 아니라 빚일까?' 조금만 생각한다면, 이 회사가 뭔가 빌린 돈으로 매우 대단한 이익을 내려고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돈 받은 대신 주식을 주면 그 돈으로 번 이익을 나누어야 하지만, 빚을 내면 그 돈으로 번 이익 가운데 이자만 쳐주면 되니까요. 이렇게 하여 이 회사가 뭔가 굉장한 떼돈버는 방법을 알고 있지 않나 하는 소문이 퍼져나갑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주식을 사려고 하죠. 당연 주가는 올라가고, 따라서 똑똑한 소수, 즉 기업가의 속내까지도 가격에 반영됩니다.
현실 사회에서 보면, 우리 나라 주식 가격은 단순히 기업이 얼마를 벌었느냐뿐만 아니라 '이 경영자가 어느 정도 떼어먹었을 것이다'라는 의심까지도 반영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것은 주가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하는 사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며, 즉 투기꾼이 있는 한, 그리고 가격이 있는 한 소수가 다수를 속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래서 말씀하신 은행에 대한 건, 돈을 발행할 수 있는 건 한국은행뿐이다, 라는 것을 상기시켜 드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겠습니다. 독일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배상금) 정부에서 무작정 돈을 찍어내 발생한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정부 마음대로, 하물며 대통령 맘대로 돈을 찍어내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국가 은행은 아예 정부에서 독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연방 은행 은행장이 그토록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죠.
돈을 찍어내서 돈 양이 늘어나면 곧장 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돈이 흔해지니까 사람들이 돈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따라서 모든 사람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기 때문에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 수가 줄어드는 겁니다.
...솔직히 마지막에 은행 이야기는 왜 하셨는지 잘 모르겠군요. 차후에 은행 이야기가 나오게 된 이유를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누구나 영원히 누군가를 속일 수 없다는 것도 기억해 주시길... |+rp+|13964|+rp2+|13965|+rp3+|main_sibal -
협객
2006.11.25 21:47
이퀴티 파이난싱과 데트 파이난싱의 개념을 여기서 대하니 의외군요. 상법, 회사법에서 나오는 개념인데 심도있게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법률전문가들은, 기업의 구조가 주식(이익을 나눌 수 있는 권리 또는 경영권)보다 빚으로 주축이 이루어져 있으면 리퀴데이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즉, 고위험이라는 것입니다. 고위험이라고 해서 고수익이라는 짐작은 도박심리일 뿐입니다. 투기꾼이 있는 한 소수가 다수를 속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셨으나, 정작 그 투기꾼이 바로 그 다수를 속이는 소수이기 때문에 투기꾼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은행 이야기를 한 이유는, 돈의 양이 늘었다고 하셨기에 한 것입니다. 돈은 가치를 재는 수단일 뿐, 그 자체로는 종이조각에 불과합니다. 자동차가 많아진 것은 물자가 흔해졌다고 표현해야지요.
하지만 물자가 흔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물자의 가치가 토지에 비해서 떨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자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곧 노동력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직결됩니다.
영국 산업 혁명 역사에서는 기계의 발명으로 인해 수많은 노동력이 가치를 상실하여 실업자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점점 단순노동은 가치가 떨어져서 살아남기 힘들어져서 도태되고, 오로지 "사"자 들어가는 전문직만 버텨나가는 추세입니다.
"인구 증가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일고, 돈의 가치와 노동력 가치가 하락하는데 땅값은 상승하니 안좋다"
저는 일단 "좋다, 나쁘다"를 말한 기억이 없습니다.
노동력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사람들 주머니의 돈은 확실히 줄었다고 봐야 합니다. 액수로는 많아졌을지 모르지만, 돈은 가치를 재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같은 집을 사는데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숫자만 커지면 뭐합니까.
물론 물자는 흔해졌습니다. 좋은 것인가? 한쪽에서는 물자가 흔해졌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빈익빈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게으르기만 하기 때문에 가난이 세습되는 것인가?
게으른 사람도 있겠지만, 재능을 개발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이 할 수도 있는 일을 다른 사람이 만든 기계가 더 잘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듭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니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를 안하는 소비자가 잘못인 것이 아니라, 안팔리는 물건을 만든 공급자가 잘못인 것입니다. 공급자를 위해서도 소비는 적게 할 수록 좋습니다. 소비를 줄이려는 인간의 의지가 없었다면, 산업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양한 상표가 있는 것은, 다양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누구에게는 사치인 것이 누구에게는 투자일 수 있습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일진데, 남들 하는대로 한다고 해서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피래미면 피래미답게, 빈민이면 빈민답게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고, 생산자는 생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쓰는만큼 더 벌면 되는 것입니다.
자기 좋을대로 하면 된다는 표현에는 큰 결함이 있다고 봅니다. 말씀대로라면 마약소비도 좋고 청부살인서비스 소비도 좋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청부살인서비스 같은 건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낭비인만큼 법으로 금지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rp2+|13970|+rp3+|main_sibal -
misfect
2006.11.25 22:28
어째서 협객님과 의견이 맞지 않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예상이지만, 협객 님께선 경제학을 공부하셨겠군요...
그러면 협객님께선, 불편하시더라도 제게 한수 가르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일부러 주식과 빚을 어렵게 설명한 이유는, 협객 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만일 알았다면 저런 식으로 빙빙 돌려 이야기하지 않았겠죠. 마찬가지입니다.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경영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잘 모르고, 경영하는 사람들은 투자를 하는 사람들 속내를 잘 모릅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어떠한 이론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론에 따라 이야기하겠습니다.
만일 경영자에게 혁신적인 사업이 있다고 합시다. 아직 사람들이 모르는 방식이고, 어마어마한 이득이 기대됩니다. 이 때 경영자는 이 사업을 위한 파이낸싱을 하게 될 텐데요. 아마 경영자가 매우 경제적인 인간이라면, 그는 가장 먼저 자기가 갖고 있는 돈을 먼저 투자하려 할 겁니다. 그리고 그 돈이 부족하면 빚을 낼 테고, 정 안되겠으면 주식을 발행하겠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기 돈만 가지고 투자할 때, 총 이익 가운데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양이 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경영자가 갑자기 채권을 발행한다면, 소위 투기꾼들, 정보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이에 주목합니다. 왜 채권을 발행할까. 뭔가 대단한 이익을 얻을 예정인 건 아닐까. 그러면 투기꾼들의 돈이 주식에 몰릴 테고, 주가가 상승하겠죠.
이 이론에 근거한다면, 가격은 알게모르게 사람 개개인의 속내까지도 반영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가격이라는 매우 명쾌한 신호가 이처럼 있는데, 어떻게 투기꾼이 그 신호를 조작할 수 있을까요? 신호를 조작하기 위해선 우선 무언가를 하려는 자기 욕망을 먼저 속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게 가능할까요?
주목을 끌기 위해 한 가지 더 이야기한다면, 지금 말하는 이론은 말씀하신 것처럼 '고위험 고수익'과는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산업혁명에 대해 조금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산업혁명은 소비를 줄이려는 인간의 의지에서 나왔다기보단, 오히려 더 많은 생산을 하려는 인간의 의지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기계가 소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세계 전체의 생산량은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가 없어야 옳지 않을까요?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오늘날 더 많은 생산이 일어나고 있음을 상기해 주십시오.
수요에 대해서도 말씀드리자면, 인류 역사상 지금까지 수요가 모두 채워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사람들은 아남 TV대신에 삼성 TV를 삽니까? 어째서 아이팟은 뒤늦게 MP3 사이에 모습을 드러내놓고도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다양한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제껏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야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누구나 한 대씩 가지고 있다는 휴대폰만 해도, 이용료가 싸면 그걸 쓰고, 보조금을 주면 그걸 쓰지 않습니까. 안팔리는 물건을 만드는 공급자는 사라져 줘야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거라면 사야 합니다. 인간은 자기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이 있지 않습니까?
제 결론이 잘못된 것은 사실이고, 표현도 옳지 못합니다. 하지만 소비 수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기 힘들군요. 소비를 최소화하면 과연 인간의 만족이 극대화될까요?
인간의 만족 문제를 넘어서, 질문자 님께서 이야기하셨던 기본 문제, 즉 국가 전체적으론 어떠한가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저금을 한다는 것은, 돈을 안전하게 쌓아둔다는 개념입니다. 물론 은행에선 이 돈으로 대출을 해 주지만, 결국 원금과 이자를 쳐서 돌려받기 때문에 금액 변동이 적습니다. 따라서 정작 국가 전체적으로는 돈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놓인다고 알고 있습니다. 돈이 귀해지면 정말 필요한 투자도 하기 힘들어집니다. 투자 없이 국가가 발전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도, 사람들이 소비를 최소화하고 저금을 하는 게 좋다면 국내 은행들이 보통예금 등에 지금처럼 은행이자를 낮게 적용하면 안 되죠.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지금은 저금하는 게 손해 아니던가요. 이는 국가적으로도, 저금 대신 적절한 곳에 돈을 써 주라고 장려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rp2+|13971|+rp3+|main_sibal -
misfect
2006.11.25 22:29
산업혁명 이전의 중상주의로, 각 국가들이 자국 내에 돈을 저축해 두려 했을 때 그것이 사회적으로 이익이 되었는지도 참고적으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p2+|13972|+rp3+|main_sibal -
협객
2006.11.25 22:33
점점 단순노동이 사라져 가는 이 추세대로 가면 언젠가는 멘사 이하 아이큐를 가진 상대적으로 무능한 사람들은 장애인으로 분류되어 모두 생활보호대상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모든 일에서 기계가 인간보다 생산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의 할 일은 없어지게 될 것이고 기계가 인간을 부양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기계가 인간을 부양을 거부하고 인간의 소비를 막아서 기계 자신의 생산을 위한 소비를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계는 인간을 멸종시킬 것입니다. 따라서 기계는 인간을 위해 소비를 줄여야 하며, 인간도 다른 인간을 위해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rp+|13970|+rp2+|13974|+rp3+|main_sibal -
misfect
2006.11.25 23:06
협객 님께선, 타인을 위해 지금 가진 자원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환경적인 측면에서건, 다른 측면에서건이요. 기계는 그에 대한 일종의 은유라고 보겠습니다...
가격이 미래까지도 보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 그에 대해 저로선 대답하지 못하겠습니다. 인간이 미래까지도 이해하고 그것에 대비할 수 있는가....한계일까요;; |+rp+|13970|+rp2+|13975|+rp3+|main_sibal -
협객
2006.11.25 23:47
경제학 과목은 들은지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중학생 때 들었던 소비경제학이 전부일듯.
하지만 전공이 전혀 무관한 과목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말씀하신 예에서 주식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래서 그 돈 한바퀴 삥 돌려서 채권 발행한 사람 주머니에 넣고 회사는 채권자 손에 넘어가고 투기꾼들은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법에서는 주식을 발행할 때 프로스펙터스에 관련정보를 공개하게 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투기꾼들은 이 관련정보를 분석해보고 살 것입니다. 그리고 분석해보면 나와 있습니다. 주식시가총액이 회사청산가치보다 높게 나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차익이 거품입니다. 심각한 경우 회사청산가치가 제로에 가깝고 주식시가총액이 회사의 채무와 거의 맞먹는 경우 도산위기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주식투자의 경우 망할 때는 같은 주식을 산 사람은 같이 망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단지 "뭔가 대단한 이익을 얻을 예정인 건 아닐까"라는 짐작으로 "다른 사람들도 사니까"라는 생각으로 사면 그건 투자가 아닌 투기가 되는 것입니다. "투기장"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도박"이 되지요. 따라서 이 경우 가격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당첨되지 않는 복권을 사는 것은 단지 희망을 사는 것입니다. 일시적인 만족감은 있겠지만 생산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자선" 정도의 가치지요.
개인의 소비가 줄어들면, 국가의 소비도 줄어들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산에 비해 소비가 줄면 국가에 돈이 남게 되는 것입니다. 은행이자가 낮아도 저금하면 원금이 남지만 굳이 필요없는 물건을 사면 쓰레기만 남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만드는 공급자는 도태시켜줘야 합니다. 그래야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공급자가 늘어나고, 필요한 물건의 값을 싸게 하는 기술이 발달해서 세계적인 절대빈곤이 우선적으로 극복되는 것입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의 구입은, 자신에게는 만족일지언정 타인에게는 상대적빈곤감을 안겨줄 뿐입니다.
물론 부익부빈익빈의 문제는 법으로 규제해야 할 일은 아니고 순수히 각 개인의 도덕의 문제입니다만, 절대빈곤층에 대한 구제에 대해서는 상대성도덕이 적용되기 어렵고, 따라서 천벌을 받거나 용서를 받거나 할 일입니다. |+rp+|13971|+rp2+|13977|+rp3+|main_sibal -
misfect
2006.11.26 00:18
요즘은 소프트웨어나 정보같은 것도 요즘은 가치에 반영되니까, 주식시가총액이 청산가치보다 높을 때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걸 전부 거품으로 생각한다면 서비스나 지식 산업, 바이오 산업 따위에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혹은, 이런 것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전부 복권을 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필요한 물건과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돈을 쓰는 것보다 안 쓰는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자신의 만족도 이외에 어떤 방식으로 따질 수 있을까요. 사회주의 국가들에서처럼, 관료들이 수백, 수천 페이지에 해당하는 메뉴얼에 따라 이건 바람직한 생산이고 이건 바람직않은 생산이다. 이건 싸게 생산해야 하고 저건 비싸게 생산해야한다를 일일히 지정해줘야 할까요?
인간이 손댈 수 없는 부분은, 저절로 작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p2+|13978|+rp3+|main_sibal -
협객
2006.11.26 00:49
스스로에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소비는 실제로는 분수에 넘치는 소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스스로에 대해 그리 정확한 평가를 내리지 못합니다. 분에 넘치지 않는 소비를 않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넘치느니 돈을 남기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보기에 적게 할수록 좋다고 방향을 말한 것입니다. 공부도 스스로 느끼기에 적당히 했다는 느낌보다는 할 수 있는한 최대한 많이 했다는 느낌으로 해야 주제에 어울리는만큼의 노력이듯이, 스스로 느끼기에 적절하다고 느끼기보다는, 최소로 썼다는 느낌으로 써야 분수에 어울리는만큼의 소비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보다는 비하가 차라리 낫습니다. |+rp+|13978|+rp2+|13980|+rp3+|main_sibal -
misfect
2006.11.26 01:00
넘치기보다 약간 부족하게...그런 거라면 저도 이해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최적의 소비 수준'이라는 게 있다면 되도록 거기에 맞춰가긴 해야겠죠? 돈을 적절히 쓸 때 효율도 높아질 테니까요.|+rp2+|13981|+rp3+|main_sibal -
협객
2006.11.26 01:18
효율이 높아진다면 그것은 소비라기보다는 투자로 분류하는게 옳다고 봅니다.
예전에 창도의 인재와 토론을 벌인적이 있는데, 게임구입은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이 청소년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볼 때 국산게임구입, 특히 겨레의 문화를 심으려는 노력이 깃든 게임의 구입은 미래 한국 아이들의 세계에서의 문화적 다양성을 지켜내기 위한 투자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한국영화, 한국차, 한국쌀에 이르기까지 여러 믿음이 있습니다. 영화인들은 한국영화는 한국의 문화라는 명분으로 지키려 하고, 중공업계 역시 국산차가 한국과학의 미래에 대한 투자임을 강조하고, 심지어 농부들조차 신토불이 문화를 지키기 위해 한국쌀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습니다. (식량무기화 명분은 여러가지 이유로 물건너간지 오래됐고.) |+rp+|13981|+rp2+|13982|+rp3+|main_sibal -
misfect
2006.11.26 02:03
뭐든지 명분을 세울 수 있다면, 개개인에게 모두 다르다면 소비와 투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단 말인가요?
7, 80년도에는 질이 나빠도 국산을 사면, 그게 국내 산업을 위한 투자로 여겨져 애국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질이 나빠서 도태되어야 할 것들이, 투자라는 명목으로 살아돌아다닙니다...협객님의 방금 의견은 이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합리적인 이야기가, 결국 '어떻게 하자'는 데까진 이르지 못합니다. 협객님이 말씀하시는 소비와 낭비는 다릅니까? 낭비는 없애야 하는데 소비는 최소화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질문자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소비 수준'과 협객님이 말씀하시는 '바람직한 소비 수준'은 같습니까?
국산에 대한 투자는, 마치 7, 80년대 산업시대에 정부에서 강조한 '국산품 애용'과 마찬가지 이야기입니까? 질이 떨어져도 국산에 대한 투자를 위해 국산품을 산다면, 그걸 보고 효율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까? 질이 떨어지는 제품은 도태되야 하는데도요?
주관적 기준의 옳고 그름은 누가 판단할 수 있습니까? 맹목적이지 않을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습니까.
소니 전자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한국에 투자하는 대신 일본에 투자한 거고, 맥도널드에 들어간 사람은 정크푸드에 투자를 했다는 이야긴가요? 번 돈으로 소니도 효율을 높일 테고 맥도널드도 효율을 높일 테니까 말입니다.
한 계단 잘못 짚었단 느낌이로군요|+rp2+|13983|+rp3+|main_sibal -
협객
2006.11.26 06:01
꽤 날카롭게 지적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이 소비를 하는지 투자를 하는지는 사실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반면 자신이 스스로 소비(낭비로 분류될만큼 쓸모없는 소비)를 하는지 투자(경제학에서 말하는 학문적 개념보다 넓은 의미의 투자)를 하는지는 비교적 판단하기 쉽습니다. 앞서 말한 자기과대평가, 그리고 자기비하의 예에서처럼 사람은 자기과대평가를 더 쉽게 하기 때문에 타인의 소비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자신의 소비에는 관대하게 마련입니다만, 타인의 소비에 대한 시각이 보통 더 객관적입니다.
주관적 기준의 옳고 그름은 하느님밖에는 판단할 수 없다는 헛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misfect님은 "자기 좋을대로 하면" 된다는 주장에도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생각하고 계시듯이, 어쩌면 명분없는 소비는 없을지도 모르기에, 루이비통 핸드백을 사는 여자들은 명품 악세서리 예술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절대빈곤층의 "필요"가 더 중요한지, 아니면 명품 악세서리 예술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스스로의 가치관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도 각자 주어진 능력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듯이, 진리에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가치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서, 자신이 믿는 진리, 가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지를 할 때는, 돈으로 지지를 하는 것입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경제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로 "기회비용"이 있습니다. 소니 전자제품을 사게 되어 국산을 살 기회를 버렸고, 맥도널드에 가서 건강식품을 살 기회를 버렸습니다. 이는 한시각에서는 일본이나 정크푸드에 투자를 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좋은 전자제품, 또는 자기 자신의 생산활동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철학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선한 것이 있다면, "선한 동기"만이 선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단지 "원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필요해서" 혹은 "중요해서", 또는 "도덕적 책임감을 느껴서"등의 "선한 동기"인지는, 다른 사람이 판단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를 판단할 문제일 것입니다.
심심하면 사회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실버산업이 있습니다. 노인은 일반적으로 은퇴 후 생산활동을 접고 소비만 하는 인구를 말합니다. 이들이 하는 소비는 대체 무엇에 대한 투자인가? 왜, 생산을 중단했으면서 그냥 빨리 땅에 묻혀서 사회에 재산을 돌려주지 않는걸까? 어딘가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조차도, "생산인구의 희망에 대한 투자"라는 명분이 있습니다. 부모가 늙으면 자식 입장에서 부모가 생산을 하지 않아도 부모의 존재가 가치를 발휘하곤 합니다. 사회 입장에서도, 노인이 늙어서 더 이상 생산을 할 수 없음에도, 열심히 돈을 벌고 그에 비해 젊어서 소비를 줄인 노인이 자신이 모은 돈으로 자신의 노후를 보장하는 것에는 사회적인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래에서의 투자가 과거의 생산을 장려한 경우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으면 생산활동을 할 의욕을 상실하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욕심을 타고났습니다. 순수하게 남을 위해 주기만 하고 쓸모가 없어지면 스스로 알아서 죽음을 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rp+|13983|+rp2+|13985|+rp3+|main_sibal -
아란
2006.11.27 06:23
아악!
장난이 아니야...
그저 간단하게 일단 아껴야 할 때는 아끼고, 돈을 써야 할 때 쓰면 된다고 간단히 정의되는 것을;;
이 무시무시한 격론은 무엇인가?
(사실, 이런 격론 보는 맛이 시민발언장이긴 하지만...)|+rp2+|13992|+rp3+|main_sibal
1. 우리가 이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 사회가 이루어져있다.
2. 사람들은 생각보다 매우 똑똑하다.
이에 헛점은 아래 두가지 경우입니다.
1. 매우 똑똑한 소수가 멍청한 다수를 속여서 책임을 전가시킨 경우.
2. 멍청한 다수가 똑똑한 소수에 속아서 생산을 착취당한 경우.
돈의 양이 늘어나는건 은행에서 돈을 마구 찍어내면 양이 늘어나는겁니다.
독일의 초인플레를 예로 들 수가 있지요. 돈 가치가 떨어지는겁니다.|+rp2+|13964|+rp3+|main_sib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