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학자 “한국 축구 열광 못마땅하다”
2006.06.03 03:40
원로학자 “한국 축구 열광 못마땅하다”
[정범석기자 / 포커스신문사 2006-06-02-13:17:33]
▲ 국어학자 김열규
원로학자 김열규 명예교수 “한국의 축구 열광 못마땅하다”
“한국인들이 삶의 열정 바칠 데가 있어야한다”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한 연구에 평생을 바치고 있는 원로 국어학자 김열규(74)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축구에 열광하는 한국이 대단히 못마땅하다”며 “이는, 한국 사람들이 개인의 삶의 열정을 바칠 데가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따져본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이 축구에 열중하는 것은 미국에서의 풋볼, 일본의 씨름(스모), 구라파의 축구 인기와 일맥상통하는 범세계적인 스포츠 열풍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오늘날 광기(fanatic)에 가까운 열정을 보이고 있는 대상이 유독 ‘스포츠’에 한정된 것은 경계 대상이다.
김 교수는 “구라파(서구 유럽)에서는 광기의 대상이 선거(정치), 공연(무대 예술), 스포츠 등 3대 범주가 있어 그나마 다양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스포츠만이 선호되고 있어서 걱정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선거’는 구라파에서 양 당이 후보자를 지명하는 과정에서부터 투표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커다란 축제로 치러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입후보자와 운동원들만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반쪽의 축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공연’은 군중 수에 제한이 있어서 차츰 광기의 대상과 멀어지고 있기에 ‘스포츠’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상업주의와 연계되어 ‘스포츠’가 ‘공연’의 속성까지 갖추었다.
이는 치어리더들의 화려한 춤사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중과 청중이 공연자와 함께 할 수 있게 된 종합적인 퍼포먼스로 스포츠 산업이 기능하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을 걱정하는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붉은 티셔츠를 갖춰 입고 너도나도 거리응원에 나서는 것을 보면 한국인의 생활이 금전제일주의와 물질주의에 빠져서 이미 각박해진 현실을 드러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설명한다.
열심히 일한 뒤에 누려야하는 안정감 대신에, 현대인들은 소외감-고립감-궁핍감을 느끼기 때문에 한 자리에 모일 구실을 찾다가 거리응원에 나선다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에 열광할 때는 ‘무리’를 이루지만 가정이나 일터로 돌아 와 컴퓨터와 마주할 때 현대인은 다시 혼자가 된다(김 교수는 이를 두고 ‘네티즌 고립(netizen isolation)’이라 표현)며 “스포츠에 대한 열광은 뒤집어 말할 때 ‘개인적인 삶의 열정을 바칠 데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남들이 다 좋다고 말할 때 싫다고 말하는 청개구리’라 자신을 소개하는 원로학자는 “개인의 삶에 몰입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이미 떠들썩한 인기를 갖게 된 월드컵과 축구에 대해서는 “한 쪽에 뜨거운 열정이 있을 때 다른 쪽에 차가운 지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스포츠에 대한 열광에는 차가운 지성이 부족하다”며 “스포츠에 관심을 가질수록 고난을 이겨내는 서민적인 성공 이야기(success story)도 겉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 원로학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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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축구 마니아에 속하는 편입니다만, 대한민국의 광기서린 축구열기는 솔직히 거북합니다.
혹시, 월드컵이라는 하나의 범세계적인 축제를
하나의 현실 도피의 탈출구로 이용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우리의 삶의 열정은 무엇을 향해야 할까요.
[정범석기자 / 포커스신문사 2006-06-02-13:17:33]
▲ 국어학자 김열규
원로학자 김열규 명예교수 “한국의 축구 열광 못마땅하다”
“한국인들이 삶의 열정 바칠 데가 있어야한다”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한 연구에 평생을 바치고 있는 원로 국어학자 김열규(74)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축구에 열광하는 한국이 대단히 못마땅하다”며 “이는, 한국 사람들이 개인의 삶의 열정을 바칠 데가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따져본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이 축구에 열중하는 것은 미국에서의 풋볼, 일본의 씨름(스모), 구라파의 축구 인기와 일맥상통하는 범세계적인 스포츠 열풍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오늘날 광기(fanatic)에 가까운 열정을 보이고 있는 대상이 유독 ‘스포츠’에 한정된 것은 경계 대상이다.
김 교수는 “구라파(서구 유럽)에서는 광기의 대상이 선거(정치), 공연(무대 예술), 스포츠 등 3대 범주가 있어 그나마 다양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스포츠만이 선호되고 있어서 걱정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선거’는 구라파에서 양 당이 후보자를 지명하는 과정에서부터 투표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커다란 축제로 치러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입후보자와 운동원들만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반쪽의 축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공연’은 군중 수에 제한이 있어서 차츰 광기의 대상과 멀어지고 있기에 ‘스포츠’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상업주의와 연계되어 ‘스포츠’가 ‘공연’의 속성까지 갖추었다.
이는 치어리더들의 화려한 춤사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중과 청중이 공연자와 함께 할 수 있게 된 종합적인 퍼포먼스로 스포츠 산업이 기능하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을 걱정하는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붉은 티셔츠를 갖춰 입고 너도나도 거리응원에 나서는 것을 보면 한국인의 생활이 금전제일주의와 물질주의에 빠져서 이미 각박해진 현실을 드러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설명한다.
열심히 일한 뒤에 누려야하는 안정감 대신에, 현대인들은 소외감-고립감-궁핍감을 느끼기 때문에 한 자리에 모일 구실을 찾다가 거리응원에 나선다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에 열광할 때는 ‘무리’를 이루지만 가정이나 일터로 돌아 와 컴퓨터와 마주할 때 현대인은 다시 혼자가 된다(김 교수는 이를 두고 ‘네티즌 고립(netizen isolation)’이라 표현)며 “스포츠에 대한 열광은 뒤집어 말할 때 ‘개인적인 삶의 열정을 바칠 데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남들이 다 좋다고 말할 때 싫다고 말하는 청개구리’라 자신을 소개하는 원로학자는 “개인의 삶에 몰입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이미 떠들썩한 인기를 갖게 된 월드컵과 축구에 대해서는 “한 쪽에 뜨거운 열정이 있을 때 다른 쪽에 차가운 지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스포츠에 대한 열광에는 차가운 지성이 부족하다”며 “스포츠에 관심을 가질수록 고난을 이겨내는 서민적인 성공 이야기(success story)도 겉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 원로학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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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축구 마니아에 속하는 편입니다만, 대한민국의 광기서린 축구열기는 솔직히 거북합니다.
혹시, 월드컵이라는 하나의 범세계적인 축제를
하나의 현실 도피의 탈출구로 이용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우리의 삶의 열정은 무엇을 향해야 할까요.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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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안
2006.06.03 03:59
저는 학생이니 일단은 공부..지만 안 되는 걸 어떡하오..|+rp2+|10713|+rp3+|main_sibal -
CC(虎)
2006.06.03 06:34
저도 좋진 않습니다만 왠지 재밌다는..[너는 가지도 안잖아!]|+rp2+|10716|+rp3+|main_sibal -
크레시스
2006.06.03 07:23
....우리나라는 특별한 케이스인 것 같기도 해요..
-_-++ 가끔은 브라질 꼴 되는건 아니냐 라고 친구기리 농담을 주고받은 적도 있는데요.
현 우리나라에서 여러가지 암울한 실정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위안 혹 국민으로써의 자신감을 얻는다는 긍정적인 역할도 있는 반면..
십전대보탕님의 말씀처럼 현실 도피의 탈출구로 이용하는 것도 있죠.
....개인만의 열정을 쏟아부을 곳을 스스로 찾아내야..|+rp2+|10722|+rp3+|main_sibal -
타마마이등병
2006.06.03 16:51
난 축구 싫어하는데;;; |+rp2+|10727|+rp3+|main_sibal -
BAYONET
2006.06.03 21:00
여러가지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이런저런 압박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축구나 어느 세계적인 대회에서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모습은 승리감과 큰 자신감 줄 수 있으며
침체된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에 상당한 상승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작년 월드컵 4위를 했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세계 4위가 되었다고 믿는 행위는 어리석지만
여러 전문가가 판단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돋보였던 것은 축구에서 4강까지 갔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보여줬던 "하나되는 모습"이 가장 의미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주의의 극심화 현상인 이기주의와 배타주의가 확산된 우리나라 사회에서
전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던 2002 월드컵의 힘은 스포츠와 우리나라 국민들이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메리트이며 특성이었기 때문에 위에서 분석했듯이 스포츠에 실린 광기는 나쁜 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스포츠만이 가질 수 있는 그 힘은 2002년이 지나도 상당한 힘을 우리나라에 불어넣어 주었습니다.|+rp2+|10732|+rp3+|main_sibal -
BAYONET
2006.06.03 21:10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선거의 경우엔 솔직히 선거에 힘을 쏟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지요.
부정부패에 관한 내용이 언론에 끊임없이 나오는 이 정치판에
그 정치판에서 나온 사람이 나를 뽑아주세요 라고 외쳐대는데 뽑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
(모두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고 개중에 그렇다는 말)
게다가 평소에는 잘하는 모습 하나 보여주지 않더니 선거철만 되면
선거유세에 힘쓰는 모습을 보면 정말 뽑아주면 장땡이라는 마인드가 정치인들에게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공연의 경우엔...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공연값이 상당히 비쌉니다.
그래도 레딕스나 캣츠 아이다 같은 유명하고 가치있는 공연은 돈에 상관 없이 많은 사람들이 보러 가지만
그 외 공연 자체의 퀄리티 등을 고려하면 돈을 쓸 가치를 느끼지 못할때가 많을 때도 있지요...
스포츠의 경우엔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집에 TV 하나면 되고 TV 아니어도 술집 등에서도 가능하며
광화문 같은 스크린이 있는 광장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니 메리트가 크지요.
사실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어떠한 열정을 쏟는지는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개인이 한 대상에 가치를 느낀다 생각하고 그 행위를 하는 것이 크게 객관적인 문제가 있지 않다면
광기를 쏟아내든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서구 유럽의 3대 요소가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나 적용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구요.|+rp2+|10733|+rp3+|main_sibal -
천무
2006.06.04 06:26
뭐든 열광하는거는 양날의 검같은것.|+rp2+|10744|+rp3+|main_sibal -
천무
2006.06.04 09:52
특히 모두가 열광하는 가운데 기호에 맞지않아서 열광 안하는 사람을 매국노처럼 모는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습니다.|+rp2+|10756|+rp3+|main_sibal -
롤랑眞
2006.06.05 07:25
각종 매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월드컵에 너무 들뜨게 만드는것같음... 문제는 그것이 상업적인 목적에서 부추기는 경우가 있다는건데.. |+rp2+|10772|+rp3+|main_sibal -
카일러스
2006.06.05 14:15
더 큰 문제는 만약 월드컵이 흐지부지 됬을때 밀려오는 엄청난 후유증에 어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사실 현충일 행사유보는 실로 월드컵의 역기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월드컵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현충일을 맞아 순국선열들에게 한국의 자존심과 국운을 되살리겠다는 국민적인 결의를 다지며 월드컵에 대한 선전을 기도하는 계획을 새웠어야 했습니다. 나라도 의식도 던져버린 월드컵 열기는 2002년과는 달리 문제가 보입니다.|+rp2+|10777|+rp3+|main_sibal -
카일러스
2006.06.05 14:16
확실히 지금의 한국인은 정신적인 기둥이 없습니다. 그것은 내일을 추진하는 열정과 기개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월드컵은 그런 공백을 매꾸기에는 더없이 부족합니다.|+rp2+|10778|+rp3+|main_sibal -
오스테
2006.06.06 09:37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네요. |+rp2+|10783|+rp3+|main_sib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