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허무성
2007.05.14 14:48
반전의 허무성
반전.... 일명 '막판 뒤집기'로 통하는 이것의 힘은 위대합니다. 국내에선 처음 영화와 드라마에서부터 크게 중요시 되기 시작하며 결국 나중엔 '반전물'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 내기까지 되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걸로, 작품 평가란에서는 '반전이 있다 없다'가 매우 중요한 감상포인트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사람들은 빈 껍대기에 쫓겨 주옥같은 알맹이들을 놓치고 있는 겁니다.
1. 반전이란?
그렇다면 그 '반전'이라는 것이 도대체 왜 대단한 것인가? 왜 사람들은 반전을 크게 따지는 건가?
반전이란 말 그대로 '뒤집기'로서 작가나 감독은 내용의 전개 중에 '보이지 않는 복선'들을 내포시켜두고, 어느 지점에서 방아쇠가 당겨지면 그 숨어있던 요소들이 한번에 튀어나와서, 내용의 흐름이 '반전'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관객들은 '미끼'에 끌려 다니면서 중요한 암시들을 놓치고 있다가, 그 반전에 해당되는 지점에서 작품은 '성난 이'를 드러내며 무방비 상태의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긴장감, 스릴 등등 다양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궂이 결말 부분에 해당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신 분열증을 겪는 수학자 '존 내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그것이 중반부에 위치하여서, 초반은 내쉬의 망상과 후반은 자신의 장애를 뛰어넘는 이야기로 나뉩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영화에는 다양한 뒤집기들이 존재합니다. 결국 그것은 이야기를 좀더 다이나믹하게 만드는 조미료인 것입니다.
2. 반전의 오해
그러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반전'은 좀더 극단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막판 뒤집기. 즉 결말 부분에서 모든 것을 뒤집어서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영화를 말합니다. 흔히 알려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는 마지막 몇분간 대사 하나 없는 단 한 장면 동안 관객들은 여러가지 감정들이 교차되며 마치 '폭탄을 받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반전 영화'들이 확연히 두드러지는 이유는 그 '끝맛'이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자신이 영화를 신중하게 보고 깊게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영화 중간중간에 지나가는 수많은 요소들을 지나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는 재미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왜 재미있었는가?'를 자세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흔히 음식을 먹는 것과 같아서, 훌륭한 미식가라면 자신이 먹는 요리가 정확히 어떻게 요리된 것이며, 어떤 재료가 쓰여졌으며, 어떤 조미료가 들었으며 결과적으로 맛이 어떤지를 하나하나 따지겠지만, 그저 생활에 요리를 잠깐 맛보는 사람들은 그저 맛만 좋으면 되었고, 평가해도 '고기가 잘 익혀졌네' 정도면 충분하죠. 영화도 마찬가지 입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재미있으면' 된 것이고, 끝난 뒤에 흔히 주고 받는 말은 '~~의 연기가 정말 대단하더라' 정도지요.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를 재미있게 만든 기술같은 것은 보지 않고 내용만 음미하고 만족을 합니다. (극히 당연한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 중간중간에 있는 반전들은 두드러지지도 않고, 크게 인식되지 않습니다. 단지 이야기가 '톡톡 튀는' 느낌을 받을 뿐, 내용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잊혀지지요. 반면, 막판 뒤집기는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자신이 90분 남짓한 시간동안 감상한 내용을 완전히 뒤바꾸어 버리는 극단적인 기법이니까요. 음식으로 따지면 처음 느끼는 맛보다, 끝에 남는 맛이 더 인상적인 것과 같습니다.
3. 반전의 문제
그렇다는 도대체 저의 불만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결국 반전이란 평면적인 이야기를 좀더 흥미롭게 만들고,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전하는 아주 좋은 것이 분명한데? 문제는 바로 '반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찾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사람들은 단지 음식에 약간의 향을 더하는 조미료에 너무 빠져 버렸습니다. 어느덧 주 요리는 뒷전이고 그것에서 느껴지는 조미료의 맛만을 쫓아 다니고 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큽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위에서 보듯이 반전이란 결국 껍대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훌륭한 반전'은 얼마나 멋진 뒤집기를 해내는 것이냐가 아니라, 그 뒤집는 내용이 얼마나 대단하냐에 판가름 되어야 공정합니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가 좋은 예입니다. 감독은 나름대로 흥미로운 주 내용으로 1차적인 재미를 제공하고, 마지막에 반전을 넣어서 주 내용의 모습이 바뀌며 2차적인 재미를 제공합니다. 결국 냉정히 말하면 따져야 하는 것은 뒤집기가 아니라 주 내용인 상식적인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그 점을 놓치고 있습니다. 전 이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4. 반전의 악용
막판 뒤집기는 제작자의 입장으로 볼 때는 정말 흥미로운 도구입니다. 영화가 끝나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반전영화입니다. 물론 제대로 된 작품이라면 말이죠. 문제는 모든 반전 영화가 제대로 된 작품은 아닙니다. 예술가의 입장에서 볼 때는 반전은 자신의 작품을 좀더 화려하게 만드는 기교이지만, 사업가의 입장에서 볼 때 반전은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일 수 있는 '떡밥'입니다. 이미 영화 평 따위에서 사람들이 '반전반전' 운운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영화가 반전이 있다면 그 결말을 보기 위해서 보고자 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느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탄생하는 것이 이리꼬이고 저리 꼬여버린 조잡한 영화들. 흔히 3류 멜로 드라마나 순정 만화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억지 설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치 '누가 누구와 엮어지나?' 하나를 보기 위해 작품에 메달리는 듯한 자세, 그리고 최대한 높은 시청률을 오랫동안 지속하기 위해 억지 설정을 하며 이야기를 우려 먹을 대로 우려 먹는 작가들. ('사실 그녀의 남자는 배다른 형제였다!' 라던가, 계속 되는 제 3자의 난입으로 끝나지 않는 무한 삼각 관계)
결국 사람들이 반전을 노래하며 찾아다닐 수록 저질 영화에 반전 하나 포함한 것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이 돌고 돌아 악순환 될 수록 '반전이 없는 영화'는 무시당하기가 일수. 전 '그런 반전도 없는 영화'라는 조롱을 적지 않게 많이 보아 왔습니다.
문화라는 것은 결국 한 사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 제작자와 관객의 호흡이 있습니다. 특히 상업영화 같은 대중적인 매체는 매우 민감합니다. 즉 훌륭한 영화라는 것은 단순히 뛰어난 제작자들의 힘만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몫도 매우 큽니다. 3~4년 동안이나 반전반전 노래를 하였으니 이제 식상해질 때가 되지 않았는지요. 우리는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알맹이를 놓치고 껍대기만 쫓아 다니지 않았는지요. 반전만 찾는 관객들, 반전만 고집하는 제작자들. 잠시 멈추고 뒤돌아 보아야 할 때가 아닌지요.
이건 단순히 영화에만 포함되는 것이 아닙니다. 소설, 만화, 그리고 이 창조도시에 주 테마인 게임 제작에도 통용된다고 봅니다.
정말 화끈하고 재미있게 플레이 해보았던 수작들이 쏟아져 나온지 어연 수년.... 저는 굶주려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태어날 작품을 위해서.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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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세
2007.05.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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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세
2007.05.15 06:03
아! 추천하고 갑니다 ^^ |+rp+|16308|+rp2+|16309|+rp3+|main_sibal -
타루마
2007.05.15 10:35
논점을 좀 어긋난 말이긴 하지만 전 [그 영화 반전 있어.]란 말을 듣는것만으로도 스포일 당한 기분이라
안봅니다. 반전영화는 반전이 있는걸 모르고 봐야 진짜 재미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광고 볼때 [환상적인 반전!!]이딴 문구 보면 왠 먼치킨이 쓴건지 심히 궁금해하지요..|+rp2+|16311|+rp3+|main_sibal -
Asid
2007.05.15 22:53
반전이란건 수많은 '요소' 중의 하나로 사용하건 안하건 그만인것을,
왜 국내의 수많은 문화들이 그걸 필수요소로 받아들이려고 애쓰는것처럼 보이는걸까요
그냥 순수한 스토리의 흐름으로 재미와 감동을 줄 자신이 없는걸런지 참..|+rp2+|16313|+rp3+|main_sibal -
애플쨈
2007.05.16 01:58
로이님 말씀대로, 단지 흥행 수익을 위한 껍데기뿐인 영화가 생겨나는 이유중에 일부가 관객의 탓이라면 관객의 탓이랄 수도 있겠죠. 각자가 영화를 더욱 깊게 음미하는 관객이 되어 스스로 알맹이 없는 가벼운 영화를 찾지 않는 다면 그런 영화는 별로 생겨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반전이 재미도 재미이겠지만, 관객들에게 일반적인 예측의 틀에서의 과감한 탈피, 생각의 다양함을 자극시키는 유익한 면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rp+|16313|+rp2+|16315|+rp3+|main_sibal -
애플쨈
2007.05.16 02:00
앗 실수다;; ㅋㅋ 상관없는분의 꼬릿말로 달리다니-_- 삭제하고 다시달아야지~ |+rp+|16313|+rp2+|16316|+rp3+|main_sibal -
[모비딕]
2007.05.16 02:07
반전영화라면 전쟁에 반대하는 영화?(...)
...죄송합니다. ㄱ-|+rp2+|16317|+rp3+|main_sibal -
Evangelista
2007.05.16 04:12
순수한 스토리의 흐름으로 재미와 감동을 준 취화선이 별 성과 없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rp+|16313|+rp2+|16318|+rp3+|main_sibal -
Evangelista
2007.05.16 04:25
말씀하신대로 반전은 기법입니다. 무분별한 사용은 지양해야겠죠.
하지만 이 반전이란 놈이 주는 효과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스폰서의 투자를 받아 수익을 올려야 하는 영화계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기법입니다. 정말 쪽박 각오하고 소위 '예술 영화' 만들지 않는 이상 수익의 창출은 대중 예술과는 거의 완벽히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예술가의 입장에서 화려한 뭐시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 '예술가'들이 스폰서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반전 문제는 수요공급 원칙에서 찾아보아야 합니다. 사실 '반전'물의 비율이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닙니다. 반전이 있는 영화의 대부분이 그 반전을 가지고 크게 광고를 때리기 때문에 미디어를 접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반전'이 들어간 영화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실 반전은 거의 모든 서사 작품에 들어갑니다. 그게 '식스 센스' 등처럼 완전히 독자의 뒷통수를 쪼개는 것인지, 아니면 작품 내에서 일정한 효과를 (예를 들면 서사의 전환, 위기적 상황의 등장 등) 노리는 것인지에 따라 분류할 수는 있지만 여하튼 반전은 거의 모든 서사 작품엔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룸이 프로도 손가락 짤라먹는 것도 반전입니다)
탓해야 하는 것은 '반전' 같은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기법 같은 것이 아닌 '말초적 흥미에 이끌리는' 대중입니다. 하지만 대중문화라는 것은 왠만해서는 그 흐름을 바꾸어 놓기 힘듭니다. '반전'은 트렌드일 뿐입니다. 이건 냅둬도 조만간 사라집니다. 하지만 대중의 순간적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사실 대중이 어떻게 해서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대중에게 호소하는 방법으로는 대중을 바꿀 수 없습니다. 지식인, 혹은 인텔리겐챠라는 계층은 이럴 때 기능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20세기 초반의 '농민 교화' 따위는 아니지만 이 시대에 맞게 미디어 등을 이용해 대중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것이 오히려 더 성공하기도 쉽고 빠릅니다.
저로선 어떻게 해야 대중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할 수 있을지 아직 답을 못 냈습니다. 책이라도 읽으면 좋겠는데요.
뭐 어쨌든 결국 반전이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은 이분법적 논리 오류로 이행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한 쪽에서는 반전에 이런 면이 있어서 좋다 하고 한 쪽은 반전에 저런 면이 있어서 나쁘다 하는데 둘 다 맞는 소린데 둘은 싸우거든요. 이래선 답이 안 나오죠.|+rp2+|16319|+rp3+|main_sibal -
Evangelista
2007.05.16 04:29
그리고 대중 예술에서 대중을 끌어모으기 위한 효과를 사용하는 것은 '악용'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구석이 많습니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대중 예술의 주요 목적 중엔 분명히 수익 창출이 있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그것은 '미덕'이라고까지 주장한다면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돈이란 게 은근히 중요합니다. 작가도 직업입니다. 그걸 가지고 돈을 벌겠다는데 뭐라고 할 순 없습니다.
지금 우려되는 상황은 수요공급법칙의 악순환일 뿐이지 사실 그거 고치기 어려운 문제지요. 오래 가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할 판이니까요.|+rp2+|16320|+rp3+|main_sibal -
로이초호기
2007.05.16 05:15
Evngelista님의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사실 자본이란 은근히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것이죠. 영화 처럼 거대한 작업에는 돈이 수십명의 투자가들의 수십억의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말하는 것은 문화의 흐름 자체가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사람들이 점점 반전 집착증을 버리고 영화의 본모습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제작자들도 차차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떠나겠지요. |+rp2+|16322|+rp3+|main_sibal -
로이초호기
2007.05.16 05:19
더해서 제가 말한 '악용'이라는 말을 좀더 자세히 말한다면, 현재는 단순히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설령 그 작품성을 떨어뜨린다 하여도 반전을 넣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물론 작가들도 돈좀 만지자고 (혹은 밥좀 먹자고) 하는 일이며, 제작자들도 자선사업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그 필연적인 상황이 매우 애처로운 것입니다. 슬프지요.|+rp2+|16323|+rp3+|main_sibal -
Evangelista
2007.05.16 06:36
이상론입니다 뭐... 위에 글에다 제가 쓴것처럼 대중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걸 바라는 건 별 가망없는 짓이죠.|+rp2+|16324|+rp3+|main_sibal -
기브
2007.05.21 10:19
말이 안맞네요. 반전이 왜 주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지 궁금하네요. 반전이 주 내용이 아니면 반전이 됩니까? 반전이 있는 시나리오는 반전을 처음부터 목전에 두고 쓰는 겁니다. 반전을 좋아하는 것이 그 영화의 주 내용이 아닌 그것을 꾸미는 조미료만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반전 영화는 반전이 주 내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반전을 주 내용을 살짝 꾸미는 조미료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rp2+|16329|+rp3+|main_sibal -
기브
2007.05.21 10:26
그리고 반전은 뒤집는 내용이 얼마나 대단하냐에 따라 판가름된다고 하셨는데 그것과 반전이 껍데기라고 말하는 것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님의 말씀에 따르면 대부분의 반전(요즘의 많은 사람들을 보게 하려는 영화의)이 내용과 얽어짐이 거의 없이 그냥 멋있는 뒤집기만 보인다는 것인데 저는 님이 어떤 영화를 얼마나 보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반전 영화 매니아인 제가 볼때에는 그러한 반전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전 영화는 대부분 매우 치밀한 짜임새를 가지고 시나리오가 짜여집니다. 여기저기에 복선과 단서가 주어지고 미묘한 시나리오 내의 모순이 주어집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왠지모를 찜찜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충격적이면서도 시원한, 숨겨진 내용을 모두 드러내는 반전을 보여주는 것이죠.|+rp2+|16330|+rp3+|main_sibal -
기브
2007.05.21 10:30
반전을 하나 만들기 위하여 시나리오작가는 1년을 고민합니다. 요즘의 반전이 단지 대중을 이끌기 위한 멋있는 뒤집기에 불과하다는 말에 전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반전은 시나리오의 주 내용이며 반전을 찾는다는 것이 알맹이를 놓치고 껍데기만 찾아다닌다는 말도 또한 그렇습니다. 아주 일부분, 특수하고 잘 알려진 영화는 반전 이외의 주 내용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반전 영화ㅡ우리가 반전 영화라고 부르는 것들ㅡ은 시나리오작가의 무수한 고민과 땀이 들어가 있으며 내용과 백 퍼센트 얽혀진 진짜 주 내용이 됩니다. 반전은 단지 주 내용을 따로 가진 시나리오를 뻥 튀기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로 주 내용인 영화의 테마라고 봐 주셔야 마땅합니다.|+rp2+|16331|+rp3+|main_sibal -
기브
2007.05.21 10:36
저질 영화에 반전 하나 포함이라니. 반전을 한번 만들어 보시겠습니까? 그리고 누가 반전이 없는 영화를 무시합니까? 그럼 지구상의 70% 이상의 영화는 모두 무시당합니까? 영화 베스트에 오른 뭐 반지의 제왕이라든지 타이타닉, 수많은 사람들이 본 해리포터, 등등 우리가 명작으로 꼽는 것들이 모두 반전 영화입니까? 사람들이 반전이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 영화를 무시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억설입니다. 한 특수한 나이대라든지 액션이나 반전을 좋아하는 학생 그룹에만 통용되지, 여성분들, 중년분들이 모두 반전이 없다고 영화를 조롱한다는 것은.. 저 말을 왜 적으셨는지 모르겠군요. 실수로 받아들이겠습니다.|+rp2+|16332|+rp3+|main_sibal -
로이초호기
2007.05.22 06:05
단 하나의 의견을 가지고,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것이 아닌가요? 위의 글은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해왔던 한 사람으로서 내비춘 하나의 의견에 불과한데, 그것을 가지고 '잘못된 지적'이라느니 '당신의 실수'라고 말하시다니, 너무 일방적이지 않으신가요?
일단, 너무 반전반전만 떠들면서 반전이 없으면 들쳐볼 가치도 없는 영화 취급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습니다. 제가 국내, 국외 영화 포럼들을 다니면서도 최근 몇년동안이나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반전도 없구... 그런 영화 왜 보는지...'라는 의견은 물론 지배적이지는 않지만 가끔씩 눈에 뛰며 영화인들의 눈쌀을 찌부리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지 기브님이 그런걸 많이 보지 못하셨다고 해서 제 의견이 실수이며 억지라고 여기시는건 너무하시는게 아닌지요 ^^;|+rp2+|16342|+rp3+|main_sibal -
로이초호기
2007.05.22 06:12
그리고 둘째로, 전 반전 영화가 모두 부질없다... 라는 식으로 말한 적은 절대 없습니다.
물론 반전 영화를 쓰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들은 땀을 흘립니다...만, 단순히 반전 시나리오만 그렇게 고난이도 기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뭐, 이건 새어가는 이야기구요.
주점은 분명 흔히 떠오르는 쏘우나, 식스센스 같은 '반전 대박'들이 존재하는 만큼, 그런 대작들의 꽁무니를 쫓아 다니는 '졸작'들도 넘쳐난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북미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면서 국내는 물론 북미에서도 개봉되지 못한 작품들도 간간히 접하는데, 그런 '졸작'들을 보면 정말 반전 하나에만 올인한 작품들이 허다합니다.
제가 말한 조미료란, 일단 훌륭한 요리가 완성되고 거기에 끝맛을 들이기 위하여 사용되는 것인데, 본 요리의 '형편없음'을 무효화 하기 위하여 조미료로 범벅을 하는 것을 뜻했습니다.
즉 본 내용이 형편없으니까 그저 '꼬일대로 꼬이고 충격적일 대로 충격적인 척 하는' 반전을 넣어서 졸작 모면을 노리는 작품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에 잘 알려진 영화를 꼽으라면 짐 캐리 '23'을 꼽을 수 있겠네요. 그럴듯한 반전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주 내용의 구성에는 충실치 못하여 완성도가 좋다고 볼 수 없는 작품이죠. |+rp2+|16343|+rp3+|main_sibal -
로이초호기
2007.05.22 06:20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 절대로 반전 영화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반전이라는 것에 과잉반응하는 움직임이 분명히 있으며,
저는 반전영화들이 무조건 반전 하나로 대작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 만약 식스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 메멘토에 그 반전이 없다면, 그만큼 충격적이진 않겠지만 나름대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거기서 반전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지요... 그런데 주 내용은 생각지도 않고 반전하나만 대단하게 여기고 반전 하나만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 있더란 말입니다.
기브님 말씀대로 작가나 감독은 반전을 만들기 위해서 오랜 시간동안 연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연구는 단 마지막 몇분간을 위해서가 아닌, 90분 넘짓한 본 내용을 위해서 연구를 하는 것이지요. 여러가지 복선과 단서들을 심어 놓기 위해서요. 그런데 반전하나만 따지면서 그 90분은 다 놓치고 마지막 몇분만 가지고 '와 대단한 영화'라거나 '시시한 영화'로 판가름 나는 경우도 있으니, 그 점이 섭섭하단 겁니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분명 여러번 봤던 것이며,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기는 거구요^^;
기브님이 그런것을 본적이 없다는 이유로 그것이 저의 실수가 된다면, 좀 어처구니 없지 않나요^^;?|+rp2+|16345|+rp3+|main_sibal -
로이초호기
2007.05.22 06:32
마지막으로 덧붙여서... 제가 보기엔 기브님은 제 글의 논점을 제대로 봐주시지도 않고 단순히 반전영화나 반전을 따지는 사람들을 무시했다고 여기시 흥분하셔서 글을 쓰신건 아닌지 우려되는군요. 만약 아니라면 주제넘은 생각입니다만;;
하지만 혹시나 오해가 생길까봐 분명히 밝혀두지만 전 반전영화들을 무시하지도 않고, '반전 매니아'들을 무시하지도 않습니다... 제 주장은 그것이 전혀 아닙니다^^;;|+rp2+|16346|+rp3+|main_sibal -
기브
2007.05.23 08:37
로이초호기// 죄송합니다;; 지금 보니까 새벽에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에서 혼자 별거 아닌 거에 발끈하여 제대로 읽지도 않고 막 써댄 것 같군요;; 기분 상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rp2+|16365|+rp3+|main_sibal -
로이초호기
2007.05.26 04:32
기브// 오해가 풀린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
|+rp2+|16375|+rp3+|main_sibal -
십전대보탕
2007.05.29 07:47
현 상태에 비춰 봤을 때 이상론이긴 하나, 어짜피 대중의 기호란 것은 쉽게 변하니까... 어쨌든, 구구절절 옳은 말씀! 그냥 줏대있게 지 하고싶은대로 스타일리쉬하게 밀어붙이는 녀석들이, 저는 좋아요. -_-;;|+rp2+|16380|+rp3+|main_si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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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기억이 나네요. 쏘우를 다보고 뭐야! 반전이 왜이렇게 시시해!
하면서 그날밤에 럭키넘버 슬레븐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반전을 봤는데 쏘우와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감동이
오더군요 사실 반전영화로 따지자면 쏘우가 한수위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다고 슬레븐이 작품적으로 뒤지다는 소리는아님 ㅡㅡ;;) 럭키넘버슬레븐을 더 재미있게 본기억이나네요
아마도 럭키넘버 슬레븐은 반전영화인지도 모르고 한장면한장면 자세히봐서 그럴겁니다.
쏘우는 솔직히 반전만 생각하고 봤거든요. (하지만 반전이 나름 신선 했슴)
역시 한장면 한장면씩영화를 보면서 반전을 보면 감동이 100배 더오는것 같습니다.
지금 쏘우를 자세히보면 봤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더군요 ㅡㅡb|+rp2+|16308|+rp3+|main_sib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