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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릴레이연재 Neptunus Story

2010.11.08 04:15

윤주[尹主] 조회 수:126 추천:4

extra_vars1 거지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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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없지?"
 "그런 것 같은데?"



 두런두런 대는 목소리. 그리고 잠시 후 가스등 불빛이 오랫동안 인적이 없어 먼지만 쌓여 있던 바닥을 비췄다. 사다리를 타고 천장으로부터 빈 공간 위로 내려온 건 사내 두 병이었다.
 한 명은 호리호리한 체구에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다소 작은 키에 불안한 듯 눈을 굴리며 구역 안을 이리저리 살폈다. 어설픈 행동이나 서로 건네는 대화 내용으로 봐선 굳이 어느 세력에 속한다고 하기도 민망한 잔챙이들이 분명해 보였다.



 "제법 괜찮잖아? 이 정도면 그럴 듯한 아지트로 만들 수 있겠어."
 "글쎄 난 너무 어둡고 축축한 거 같아. 게다가 어딘지 좀, 소름끼치는 구석도 있고 말이지."
 "으이그, 이 겁 많은 녀석 같으니. 정신 차려! 넌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그러고도 네가 남자냐?"



 호리호리한 남자가 힐난하자 키 작은 남자는 몸을 잔뜩 움츠렸다. 호리호리한 남자는 혀를 끌끌 차더니 다시 주위로 시선을 돌리며 외쳤다.



 "이제 지긋지긋한 녀석들로부터도 해방이다! 우리도 이제 독립이다 이거야! 제깟 놈들이 어디 우릴 찾을 수 있나 한 번 두고 보자고. 평생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그러면 곤란하지.'



 어둠 속에 숨어서 그들을 훔쳐보던 이가 중얼거렸다. 그늘에 몸을 감춘 건 무척이나 젊어 보이는 여자였다. 아직까지 앳된 티가 역력한 얼굴은 긴장감과 함께 다소의 기대로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두 남자들은 아직까지 그녀가 있단 걸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물론 여자가 있는 곳이 불빛이 닿지 않은 그늘진 곳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혹 남자들이 든 가스등 불빛이 닿는다 하더라도, 남자들은 여자가 거기 있단 사실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녀 몸은 해파리만큼이나 투명하고 허상처럼 흐릿했다.
 떨리는 제 손을 모아 꼭 붙들어 여자는 기도했다. 신을 향해 올리는 기도는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굉장히 친숙하겠지만 배 안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낯선 이름이 그녀 입으로부터 나직이 흘러나왔다.



 "날 붙들어줘요. 제리코. 불쌍한 영혼. 일찌감치 죽은, 상냥한 나의 오라버니."
 "야, 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



 여자가 속삭이는 소리를 얼핏 들었는지, 호리호리한 녀석이 경계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키 작은 놈도 잔뜩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여자는 제 무릎 정도 높이에 비밀스레 감춰진 밸브를 슬쩍 풀었다. 밸브는 사내들 머리 바로 위까지 뻗은 파이프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 망할 놈의 우주선 같으니! 바닷물이라도 새는 거 아냐?"
 "왜 그래, 갑자기?"



 별안간 호리호리한 놈이 뒷목을 잡자 깜짝 놀란 키 작은 녀석이 물었다. 호리호리한 놈은 뒷목을 손으로 닦으며 아무 일 아니라고 했다.



 "천장에서 물이 새는 모양이야. 에잇, 젠장맞을. 배관이 녹슨 건 아닐 테지……."



 뒤통수로 떨어져 목을 따라 흘러내린 물기를 손으로 대충 닦은 그가 제 손을 보았다. 순간 둘은 깜짝 놀랐다. 손바닥에 묻어난 건 평범한 물이 아니라 피처럼 시뻘건 액체였다.
 두 사람의 귓가에 괴이한 소리가 들려온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으흐흐 흐흐~."
 "뭐, 뭐야. 이번엔!"
 "그거야, 이제 생각났어!"



 당황한 두 사람 중 짜리몽땅한 겁쟁이가 먼저 무언가를 떠올려냈다.



 "뭐가 생각났단 거야!"
 "들어본 적 없어? 소문 말이야! 우주선 선미 가장 깊숙한 밑바닥 어두침침한 구석에서 그게 나온다고."
 "글쎄, 그게  뭔데?"



 유, 하고 난쟁이가 입을 연 순간, 여자는 비로소 두 사람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과 여자 사이에 다소 거리가 벌어져 있었기에 이 두 불량배는 붉은 머리칼을 산발한 채 고개를 숙인 여자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여자는 투명하고, 또 여전히 어둠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럼에도 그 두 사람이 여자의 존재를 알아본 건 여자에게서 불길한 푸른빛이 은은하게 뿜어져 주위를 밝히기 때문이었다.



 "나, 나왔다!"
 "바보 같은 놈! 진정해! 저건 속임수야!"
 "흐흐흐 흐흐흐~!"



 기분 나쁘게 웃으며 여자는 서서히 남자들과 거리를 좁혀갔다. 점차 사내들과 가까워질 때마다 여자 주위로 푸른 도깨비불이 하나 둘 떠올랐고 그때마다 겁쟁이 난쟁이의 얼굴도 새파래졌다. 참지 못한 호리호리한 녀석이 뭔가 소리를 치려던 순간, 여자가 그들을 향해 몇 차례인가 도약을 해왔다.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 모습을 감추었다 조금 지나 드러내기를 반복하며 여자는 5, 6m가량 거리를 3, 4회 정도 도약해 남자들을 향해 돌진해왔다. 그걸 본 짜리몽땅이 식겁한 얼굴로 뒤돌아서 도망치며 괴성을 질렀다.



 "유, 유령이다!!"
 "돌아와! 멍청한 자식!"



 호리호리한 녀석이 도망치는 녀석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 와중에도 여자는 벌써 사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놀란 녀석은 들고 있던 파이프로 여자를 내리쳤다. 그게 귀신이거나 환상이라면 파이프는 허공에 휘둘러진 것처럼 여자를 통과할 것이다. 그러나 키다리 남자의 생각과는 달리 파이프는 둔탁한 퍽, 소리를 내며 여자의 머리를 가격했다. 여자는 짧은 비명 한 번 질러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뭐, 뭐야. 이 녀석은?"



 엉겁결에 여자를 때려눕히긴 했지만 키다리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쓰러져 누운 여자를, 그는 몇 번인가 파이프 끝으로 꾹꾹 눌러 보았다. 분명 몸은 거의 투명한데, 파이프에 닿는 느낌은 있었다.
 진짜 놀라운 일은 바로 그 다음에 일어났다.



 "으으윽……."



 여자가 신음을 내며 몸을 일으키자 키다리는 깜짝 놀라 흠칫 뒷걸음질 쳤다. 분명 사내가 온 힘을 다해 내려친 쇠파이프를 정통으로 머리로 받은 여자가, 조금 비틀대긴 했지만 금세 몸을 일으킨 것이다. 당혹스러움에 키다리는 멍한 얼굴로 여자를 보았다. 산발한 머리, 새하얀 소복 차림. 아무리 봐도 불길해 보이는 여자는 이제 깨진 머리통에서 흐르는 피로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여 제대로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정확히 딱 20초 후, 그녀가 입을 열기 전까진.



 "아야, 아파라……. 어쩜 그리도 인정사정없이 때릴 수 있담, 그래도 여잔데."



 입을 떡 벌린 채 키다리 사내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여자는 이마를 타고 흘러 자꾸만 왼쪽 눈으로 들어가려는 피를 손으로 대충 닦아내며, 다른 한 손으론 벽을 짚은 채 몸을 일으켰다. 마치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던 사람처럼, 아무 일도 없단 듯 무릎 탁탁 털고는 제 앞에 있는 키다리 사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사내는 몸이 돌이 된 양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봐요, 아저씨.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녜요? 아아아, 머리가 아직도 띵한 거 같아."



 피를 닦던 손으로 이마를 잠깐 짚었다가, 여자는 비틀비틀 갈지자로 사내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턱하니 올렸다. 고개를 돌릴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사내는 곁눈질로만 제 어깨에 올라온 손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여자가 손으로 닦아낸 그녀의 피가 지저분하게 때가 탄 사내 옷 어깨 부분을 시뻘겋게 물들여갔다.
 섬뜩해하는 사내 눈앞에서 여자는 서서히 떠올랐다. 똑바로 서도 사내 가슴팍에나 올 법한 키였던 여자가 천천히 사내와 제 눈을 맞추고 있었다. 사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서서 잠자코 여자의 붉은 눈동자가 제 시선 높이까지 올라오는 것을 마냥 지켜보았다. 여자 눈에는 많은 표정이 담겨 있었다. 고통, 분노, 서러움, 한. 사내의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이르렀을 때, 여자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당신도, 한 번 이걸로 맞아 볼래요?"



 그 다음은 이전 녀석들과 마찬가지였다. 키다리는 뒷골을 타고 오르는 소름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어두컴컴한 통로를 향해 정신없이 도망쳐갔다. 끼아아아악, 하고 그가 지르는 비명은 빠르게 여자로부터 멀어져갔다.
 두 사람이 모두 자취를 감추자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붉은 물줄기를 지나 처음 자리로 온 그녀는 방금 전 자기가 틀어둔 밸브를 다시 잠갔다. 밸브는 우연히 그녀가 발견한 것으로, 녹이 잔뜩 슬어 중간에 구멍이 생겨(방금 전 두 사내가 서 있던 바로 그 자리 위다) 사실상 사용이 중지된 파이프를 조금 고쳐 가짜 피를 떨어트리는 트릭 장치로 개조한 것이었다. 밸브를 잠근 그녀는 이번엔 두 사내가 서 있던 자리로 가 바닥에 떨어진 가짜 피를 열심히 문질러대며 닦았다. 바닥은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뒤처리까지 마친 여자는 휴, 하고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깔깔대며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빈 구역 안에 울려 퍼졌지만 어차피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참을 웃던 그녀는 자랑스러운 듯 뽐내는 투로 혼잣말을 했다.



 "좋았어.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쫓아내면서, 한 구역 한 구역 야금야금 빼앗아버리겠어. 그럼 언젠가 이 커다란 배도 전부 내 차지? 깔 깔깔깔~."



 어처구니없이 장대한 꿈을 꾸며 웃어대는 여자의 이름은 에트랑쥬 르 브뤼에라고 한다. 살아있을 때 이미 열여덟 살. 벌써 넵튜누스 호가 출항할 즈음의 얘기니 제대로 센다면 지금쯤 나이보다 연세란 표현이 더 어울릴 연령대일 것이다.
 한참을 웃던 그녀는 맞은 자리가 아픈지 인상을 쓰며 머리를 짚었다. 당연한 일이다. 머리통이 깨졌으니 제대로 살아있는 사람 같으면 진작 숨을 거둬야 옳다. 그녀가 멀쩡한 이유는 단순했다. 이미 그녀가 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위로 올라가지 말아야지."



 의미 불명의 말을 중얼대곤 에트랑쥬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쭉 뻗었다. 문득 올려다본 천장엔 수많은 파이프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그녀도 모르는 곳을 향해 제각기 뻗어가는 모습만 보였다. 푸른 하늘 보지 못하게 된 지 벌써 얼마나 되었지? 에트랑쥬는 지난 세월을 상기해보려 애썼다. 넵튜누스 호의 발사 준비 소식, 말단 선원이 된 오라버니. 살아남기 위해 위협을 무릅쓰고 '인류 최후의 이민선' 맨 밑바닥 격납 실에 숨어들어간 일들까지.
 언제부턴가 오라버니는 오지 않게 되었고, 에트랑쥬는 혼자가 되어 오랜 시간을 보냈다. 어쩌다보니 유령 같은 몸이 되어버렸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넵튜누스 호에 숨어든 그날부터 그녀 자리는 줄곧 여기 우주선 가장 밑바닥이었고, 이따금 길을 잃고 찾아든 선원들이나 빈 구역을 찾아 떠도는 불량배들 말고는 이곳으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없었다. 그 얼마 없는 사람마저 쫓아내기에 바빴으니, 에트랑쥬가 배 안 사정을 제대로 알 리 만무하다. 실제로 그녀는 지금까지도 넵튜누스 호가 다른 이민선들처럼 우주로 발사되어 새로운 식민지를 찾아 항해중인 것으로 믿고 있다.
 이제는 수면 아래 잠기다시피 한 넵튜누스 호의 선미 가장 밑바닥은 그녀의 영토요, 왕국이 되었다. 왕국의 유일한 군주로서 에트랑쥬는 지금껏 외부의 침략자들로부터 제 영토를 지키기 위해 오랜 기간 힘써 왔다. 다만 최근에 와서 그녀는 조금씩 다른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영원히 해가 들지 않는 이 골방 왕국에도 이제 볕이 들 때가 되었다고. 왕국의 유일한 국민이자 여왕인 그녀는 왕국을 지키는 의무 이외에도 왕국을 확장하고 번영하게 할 책임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했다.



 "이 상처가 나으면, 슬슬 위로도 올라가 볼까?"



 머리가 깨진 거라도 유령 상태론 사흘이면 낫는다. 그 사흘이 지나면, 이 야심만만한 여왕은 고개를 들어 말 그래도 수면 위로 급부상할 것이다.
 첫 출진을 꿈꾸며 신하 하나 없는 이 젊은 여왕은 외로이 맨바닥에서 잠을 청했다. 주위는 쥐죽은 듯 적막했고 또 어두웠다. 에트랑쥬를 둘러싼 푸른 불빛들이 하나 둘 사라질 때마다 어둠은 점점 더 에트랑쥬를 포위해왔고, 이내 마지막 불빛이 사그라지자 에트랑쥬는 완전히 어둠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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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 프로필입니다~ 우주선을 배처럼 생각하고 적은 거라 기본설정하고 구조상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이해해 주세요;;


 


이름  : 에트랑쥬 르 브뤼에(18)
성별  : 여자
직업  : 밀항자 유령



 18세. 밀항자. 선미의 유령. 비유가 아니라 진짜 '유령'.
 산발한 붉은 머리칼, 하얀 소복 차림. 종종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놀래키는 게 유일한 낙. 꽤나 오래 전부터 인적 드문 선미 하갑판에 홀로 머물며 그래왔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야심만만한 성격. 하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라는 게 문제.
 말단 선원 제리코 르 브뤼에의 여동생. 하지만 제리코를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는데 이는 그가 출함 직후 동력로에서 실족사했기 때문. 물론 그가 여동생을 배 안에 몰래 태웠다는 사실도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배 최하부에 가까워질수록 유령에 가까워지고, 상갑판에 가까워질수록 인간에 가까워진다. 유령 주제에 물리력은 전부 받음. 한 마디로 인간과 별반 다를 바 없음.
 특이점은 5m 가량을 순간 도약하는 능력과 주위에 푸른 불꽃을 일으키는 것(성 엘모의 불)이 전부.
 최심부 격납고를 두려워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며, 또 쥐를 무서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