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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월광(月光)

2010.10.18 09:18

게임 조회 수:174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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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달빛이 차가운 밤이었다. 도시 전체에 어둠이 깔려있었고 달빛이 푸르스름하게 빛나 도시를 밝혀주었다.


 고요한 도시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나타. 달빛 머금은 소나타가 잠든 이들의 귀를 간질였다.


 오로지 월광(月光)만이 창을 통해 내려오는 방 안, 흰 양복을 입은 한 남자의 손에서 선율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달빛에 반사된 그랜드 피아노와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남자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내뱉게 하였다.


 뚝


 어는 순간 남자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끼이익


 의자를 뒤로 빼며 일어선 남자는 어두운 공간을 향해 인사를 하였다. 달빛에 비춘 남자는 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안경 렌즈가 빛에 반사되어 정확히 어디를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또각 또각


 남자가 어두운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째각 째각


 남자의 발걸음 소리와 시계의 초침소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묘한 긴장이 방안에 흘렀다. 숨 막힐듯한 정적이 흘렀다.


 째각 째각


 초침소리만이 방안 가득하였다. 어둠속으로 몸을 감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남자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눈은 반쯤 풀려있었고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피아노에 기댄 몸은 흥분으로 인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남자가 다시 어둠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둠 속에서 몸이 묶인 한 사람을 끌고 왔다.


 달빛 아래에서 바라본 남자의 모습은 아까와는 정 반대였다. 눈은 붉게 충혈 되어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몸이 묶인 남자는 입도 봉해져 있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내는 것뿐이었다.


 남자가 흰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너무나 순수한 미소였다. 행복과 환희에 젖은 미소. 그 얼굴로 남자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몸이 묶인 사람의 배를 찔렀다. 배를 찌르는 순간 두 사람 모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 사람은 행복에, 한 사람은 고통에 몸을 떨었다. 남자는 눈을 감으며 손맛을 음미하였다. 흡사 마약을 하는 느낌과도 같았다.


 “하아아...”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다시 숨을 들이쉬고 배를 한번 더 찔렀다. 쾌감, 환희, 희열. 남자의 머릿속에 신세계가 열렸다. 그것은 언제나 자신이 꿈꿔오던 이상세계였다. 환희로 가득찬 세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만의 세계가 산산조각 났다.


 남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시 한번 배를 쑤셨다.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한번, 두 번, 세 번, 몇 번이나 쑤셨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입을 쩍 벌린 채 웃는 남자의 얼굴이 달빛에 비추었다. 흰 자를 드러내며 이미 차갑게 식은 몸뚱이를 난도질하는 모습은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마치 자위를 끝마친 듯한 표정으로 남자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강박적으로 목을 옆으로 비틀었다. 그리고는 근육을 일글어뜨리며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소나타가 방안에 흘렀다. 남자의 귓가에 울리는 천상의 메아리.


 차가운 달빛 내음이 방안 가득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