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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수수께끼

2009.08.06 03:23

물망초 조회 수:533 추천:1

extra_vars1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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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7월 19일, 계속되던 장맛비가 어느 정도 그치고 쨍쨍한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는 어느 오후에 탐정사무소.


원래대로라면 대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어야 할 나는 사무소의 가장자리에 있는 책상에 앉아 탐정의 사건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탐정의 일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대학생인 내가 탐정의 일을 도와주게 되었는지는 누구에게 말해도 쉽게 믿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아니, 말하는 것부터가 집안망신이니 일단은 내가 먼저 말하지 않겠지만.




소개가 조금 늦었는데, 나는 평범한 인생을 거쳐서 올해로 20살이 될 대학생, 2살 아래인 여동생을 탐정으로 모시고 있는 조수다. 계속해서 평범한 길을 걸어갔어야 할 ‘나’라는 인간을 신께서 시련을 내리신건지 최근에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뒤틀린 인생을 살고 있는 나다.




그리고 옆에는 세계의 수수께끼를 모두 잡아채서 먹는 괴물로 통하는 나의 탐정이신 엘리자베스가 멍하니 푹신한 3인용 갈색소파에 앉아 내가 일하는 것을 살펴보고 계신다. 체구는 150cm에 땅꼬마인 주제에 나이는 겨우 나보다 2살 아래이다. 긴 검은 장발을 늘어뜨리고 다이아몬드같은 눈으로 나를 멍하니 보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프랑스의 작은 인형과도 같다고 생각이 들 정도이다.




엘리자베스는 나를 계속 쳐다보다가 무료하다는 듯이 하품을 작게 했다. 그리고는 무미건조하게 살며시 웃더니




“조수, 일은 잘하고 있느냐?”




라며 공주와 같은 말투로 내게 물었다. 처음에 엘리자베스가 저런 말투를 쓰면 상당히 당황했으나, 인간의 적응력은 위대했으니 이제 와서는 저런 말투를 쓰지 않으면 엘리자베스가 아니 다고 생각할 정도다.




“어느 정도는 끝내가고 있어. 기본적으로 사건의 테마에 따라서 분류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엘리자베스. 어째서 이런 일을 나한테 시키는 거야?”




엘리자베스가 다시 하품을 작게 하더니 눈을 살며시 감았다. 나의 질문에 대답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튼 간에 저 제멋대로인 성격은 병이다. 그러고 나는 한숨을 푹 쉬고 일을 계속하려던 참에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