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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수수께끼

2009.07.29 18:28

물망초 조회 수:707 추천:1

extra_vars1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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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쩍 벌어지는 대화라는 건 필시 이런 걸 말하는 것일 거다. 이렇게 되면 아까까지의 역할이 순식간에 상황역전으로 인해 바뀌어 버리는 것이 돼버리는 셈이다. 아까부터 엘리자베스라는 소녀의 행동거지가 하나부터 열까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뇌도 이렇게 되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말 그대로 사실이 그러했기에 지금까지 엘리자베스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위풍당당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라면, 논리적으로도 모순은 없다. 그러나 의문이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째서 아버지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다는 말인가. ‘그래, 아버지는 그런 사람은.......’아니라고 하기에는 사실 내가 가진 정보는 별게 없구나. 특히나 최근 1~2년 사이에는 거리를 두고 살아왔기에 아버지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잘 알 수 없다. 그렇다는 건 신빙성이 더 높아진다. 일단, 저 이전 계약서에 찍힌 도장을 보면 저건 분명히 아버지가 중요할 때 쓰는 그것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다. 그때, 엘리자베스가 또 다시 ‘쿡쿡’웃는 소리가 들렸다.




“해괴망측한 녀석, 너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어째서 자신의 아버지가 재산을 탕진하고 집을 팔아 넘겼을까? 하지만 사람일은 창조주인 신조차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나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일이었다. 너희 아버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는 것, 그 정도만 알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경우다.”


“......이해할 수 있는 경우라고?”


엘리자베스는 계약서를 왼손으로 잡아서 들어 올리더니, 내게 가까이 보이게 했다.




“무엇보다도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다. 모든 절차가 법적으로 이루어진 이 문서가 그 증거다. 원한다면 가까운 동사무소에 가거나 해서 확인해줄 수도 있다.”


“......합법적이란 말인가.”




이래서 법이라는 건 사용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인가. 정녕 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무기도 될 수 있고 방패가 될 수도 있는 이중성을 가진 법은 그것을 만든 인간과 흡사하다. 하지만, 그런 건 이 상황에서 생각 할 것은 못된다. 다시 이마를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로 잡아 주름살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엘리자베스라고 했나? 나의 아버지, 어머니는 어떻게 된 거지?”


“딱히 아직까진 어떻게 된 건 아니다.”


“아직까진 이라고?”




그렇다는 건 이후에는 무슨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도, 엘리자베스는 묵묵히 날 쳐다보고 있다. 그 눈빛은 너무나도 나에게만 맞춰져 있어서 마치 사람을 저격하는 스나이퍼의 눈과 같았다. 마치, 나의 조그만 약점이라도 파고들어와 찢어발길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눈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긴 검은 장발의 오른쪽, 왼쪽 끄트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아직까지는.......지금은 도망가시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