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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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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의욕만 앞서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뭐 만드는 사람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겠습니까.


그래서 글 쓰는 사람들 처음 쓰는 글들 보면 이 얘기 했다가 저 얘기 했다가 아주 중구난방입니다.


소재도 이거 나왔다 저거 나왔다 장난 아닙니다.


어디서 괜찮아 보이는 대사는 다 생각을 했는지 여기 튀어나왔다가 저기 튀어나왔다가 난리를 칩니다.


 


결과, 글은 지맘대로 날라댕깁니다.


 


절대로 한 작품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 작품 하나 다 쓴다고 세상 끝나는 거 아닙니다. 작품 하나에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 풀어놓는 것은 극히 초보적인 행위입니다. 특히 아직 쓰는 능력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랬다간 인물들이 주저리주저리 하고싶은 말을 늘어놓기만 하기 십상입니다.


20년전 카X유 비단은 사람을 전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세상은 잘못됐다고 역설했지만 이것도 그다지 좋은 표현방법은 아닙니다. 주제는 인물의 입에서 나오는 것보다 그들의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예시 1.


"난 그동안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건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살아가고 있어. 사람은 다 똑같아. 누가 누구보다 우월하다는 건 있을 수 없어!"


 


예. 존나 간지나는 대사지만 잘 보면 간지만 났지 그래서 독자들이 지가 하는 말을 알아먹을까요? 전혀 와닿지 않습니다.


 


예시 2.


K는 지금까지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만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 그것을 그는 간절히 바랐다.


 


더 안좋습니다. 아주 작가가 설명을 하는군요.


 


 


이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예시를 들 수 없습니다. 딱 그 부분만 써도 이해하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 전후사정까지 다 쓰려면 작품 하나가 나와야 하니까요. 그렇지 않고서는 독자들에게 이해시킬 수 없습니다.


습작기의 작가들은 그 '전후사정'은 대충 생략해 버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말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특정 계층의 독자에게 그저 괜찮다, 멋지다는 생각만 들게 할 뿐' 그 외의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합니다. 그런 것은 피하십시오.


 


이해가 빠르도록 까뮈의 '페스트'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못 읽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 보십시오.


이 작품은 억압이나 외부로부터의 어떠한 압력 등에 대항하는 반항적 인간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매우 훌륭한 작품입니다만 작품 내에서 작가도 인물도 "우리는 외부의 압력에 저항해야 해!" 라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인물들은 페스트를 퇴치하기 위하여 노력할 뿐입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들의 행동에서 그러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까뮈는 '페스트'에서 다른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 역시 말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인물입니다. 사르트르와 함께 프랑스 실존주의의 대가로서 저항하는 인간, 비인간화된 사회에 대하여, 그리고 그 외 부조리한 사회에 대하여 폭넓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페스트에서 이걸 말했다 저걸 말했다 막 나가지는 않습니다.


많은 습작생들이 착각하는 것이, 장편이라면 여러 가지 메시지를 넣어도 좋다는 것입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족한 실력으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해서는 작품만 재미없어질 뿐입니다. 한 가지 방향만 잡고 단편이라도 써 보는 것이 훨씬 좋은 작품이 나옵니다.


 


 


 


쓴소릴 하자면, 저를 포함해서 창도 문학동에 있는 분들 중 글 잘 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자기 능력을 절대 과신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모두 초보자입니다. 아마추어조차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