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릴레이연재 Neptunus Story

2010.11.16 06:34

SinJ-★ 조회 수:167 추천:4

extra_vars1 금화 한 냥을 걸고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Neptunus Story


 


 


 


 


 모르페우스. 주신을 잠에 빠트려 결국 유배당한 아버지를 그리며, 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주점 모르페우스는 모든 유배당한 자들의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빛이 있다면 어둠이 있듯이 사람 사는 곳에는 죄가 사라질 줄 모른다. 인간들이 들끓는 모선 넵튜너스Ⅴ에도 죄인들은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정부는 그들을 위해 배의 최저 층을 감옥으로 할애하기까지 했으나 이 악인들은 그런 조용한 곳 보다는 활기 넘치는 거주지를 사랑했다.


 오늘 만큼은 조용하고 음산한 이 술집은 넘쳐나는 비주류들을 위한 명소 중 한 곳이었다.


 “파괴의 마법사 가로드 샤갈 천 오백만원, 쎄 보이는데? 일다 패스.”


 구석져서 얼굴조차 흐릿하게 보이는 테이블에는 다크서클이 짙은 바솔로뮤가 묵직한 수배전단을 넘기면서 다음 목표를 찾고 있었다.


 “제 삼 동력로 지역에 유령? 흐음, 머저리들...”


 전단지가 절반 정도를 남길 즈음, 고요한 모르페우스의 미닫이문을 격하게 부숴버리면서 거한이 들어왔다. 지극히 일방적인 방식의 입장에 많은 악당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떡 벌어진 어깨에 살이 붙은 것은 아니었으나 키가 매우 컸다. 그리고 얼굴도 깨나 큰 편이었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법석을 부렸다.


 “뭐하는 거야! 이몸이 오셨는데 죄다 궁상이나 떨고 있는 거냐?”


 목소리는 비행기 엔진을 삶아 먹었는지 주점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였다. 그러면서 주위의 테이블들을 발로 걷어차 버리자. 술집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원래 성질이 온순한 족속들이 아니었기에 모르페우스에서는 조용한 분위기가 이색적으로 보일 정도였으니,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얼간이들은 목표도 없이 서로를 구타했다. 싸우던 이 중에는 심지어 같은 테이블에서 술을 먹던 이들도 있었다. 머리통만 한 맥주병이 날아다니는 건 예사고 심지어 칼을 뽑아 휘두르거나 의자 같은 것도 쉽게 허공을 떠다녔다.


 평소보다도 더욱 시끄러워지고,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피해가 갈 정도로 소란이 커지자 참지 못 한 거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 헤진 해군모를 쓴 퇴역군인이 그 시작이었다.


 “좀 닥쳐. 이 얼간이들아!”


 세 곳이나 되는 해저유적을 탐사하고도 멀쩡히 돌아온 그 ‘유명한’ 한니발. 이미 고대가 되어버린 해저의 유적에는 그들이 전쟁 통에 남긴 기계병기, 함정들이 사람 수보다도 많이 깔려 있는 탓에 발견한 자도 죽음을 면치 못하거나 도망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이 유명한 모험가는 여태 발견된 것 중에 가장 함정이 많다는 페리르 해구를 시작으로 두 곳이나 되는 유적을 탐사 하고 온 위인이었다.


 “유명한 한니발!”


 어디선가 누군지 모를 목소리가 소릴 높인 채 소리쳤다. 그러자 그를 알아본 몇 명의 찌끄래기가 싸움질을 멈췄다. 그러자 애꾸눈에 귀신처럼 생긴 사내도 일어섰다.


 “난 피가 아니라, 술이 먹고 싶은데?”


 한화의 일급 장교 열두 명을 한 번에 죽였다고 소문이 자자한 ‘한 번에 열둘’ 빌리였다. 목숨을 보전하고 싶은 자들도 조용해졌다. 몇 명의 인사들이 나섰고, 소동은 금새 가라 앉을 듯 보였다. 다만, 문을 박차고 온 장신의 남자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기 전까지.


 “뭐가 유명한 한니발이냐! 뭐가 한 방의 열둘 빌리야! 전부 입만 산 사기꾼들 이잖아. 겁쟁이! 촌닭! 당장 덤벼보란 말이다!”


 때마침, 전단지를 모두 훑어본 초췌한 해적이 종이뭉치를 던지며 말했다.


 “마음에 안 들어. 전무 피라미 같잖아?”


 알려지지 않은 이 불청객이 워낙 호기있게 외친 다음이라, 술집은 유례없이 고요했다. 그 와중의 불행하게도 모두의 귀는 바솔로뮤의 한마디를 들었다. 시끌벅적해야 한 주위가 지나치게 조용하자, 그때서야 주인공은 머리통을 들었다. 더군다나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그 자리의 어중이떠중이 중 그의 차림새를 한 번에 알아 본 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악마의 아들 바솔로뮤!”


 수군거림은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블랙비어드의 바솔로뮤?”


 “주정쟁이의 바솔로무야!”


 “맞아, 두 자루와 한 자루의 바솔로뮤야.”


 소란의 주범자는 시큼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테이블을 열심히 걷어차던 장신이 그에게 걸어갔다. 물론 가는 와중에 보이는 모든 탁상을 뒤집고 사람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독한 입냄새를 풍겼다.


 “네놈이 ‘그’ 바솔로뮤냐? 패배한 에드워드 티치의 졸개?”


 바솔로뮤가 인상을 찡그렸다. 눈에 보인다면 검은색 일 것 같은 냄새에 일단 코를 틀어쥐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면서 거리를 벌렸다.


 “글쎄? 당신이 말한 티치가 나도 아는 그 티치라면, 내가 바로 그 바솔로뮤 선생이기도 하겠지?”


입 냄새가 큰 소리로 웃었다. 곧바로 품에서 날카롭고 작은 단도를 꺼내들어 바솔로뮤의 턱에 들이밀었는데, 단도는 지나치게 작아서 그와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마치 바늘을 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가 잔뜩 벌어져서 웃음소릴 낼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횡재했군. 내 첫 제물이 네놈이라니! 좋아 잘 들어둬. 내가 바로 네놈의 목을 따고 이 모함을 점령할 남자. 애니 에레보스다.”


 그 다음에도 위대한 에레보스 가문에 대한 너절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정작 칼이 겨누어진 상대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그보다도 자신의 턱에 닿을 것 같은 이 날카로운 바늘을 어떻게 치울지 고민하고 있었다.


바솔로뮤는 조심스럽게, 쓰레기 더미를 만지듯이 칼끝을 잡았다. 살며시 그것을 옆으로 돌린 뒤에 여전히 제 맛이 껄껄 거리는 얼간이의 옆으로 휘청휘청 걸어갔다.


 “그렇군. 에레보스라면, 모건의 아들 쯤 되려나? 좋아. 아무튼 자네가 바라는 바는 이루어졌으면 하네, 난 좀 바빠서.”


위태롭게 한 테이블 정도를 지났을 까. 귓가가 멍멍할 정도로 큰 총소리가 터졌다. 손잡이는 애니가 쥐고 있었으며, 조금 흥분한 것처럼 식식거렸다.


 “어딜 내 빼! 몰살의 해적!”


 “엄밀히. 난 이제 해적이 아니네만?”


 아주 재빠르고, 위태로우며, 놀랍게 몰살의 전 해적께서는 맥주잔을 들어서 던졌는데, 노린 것인지 아니면 운이었는지 그 유리잔은 애니의 뒤에 있던 거한의 코를 맞추며 깨졌다. 신출내기 애니는 잠시 낄낄거리려고 했으나, 뒤에서 날아온 거한의 주먹에 고꾸라졌다. 그리고 다시 모르페우스는 수컷과 암컷이 한 백여 마리 정도 갇힌 개 우리처럼 돌변했다. 맥주병 명사수는 유유히 주점을 빠져나왔다.


 “예순 가지 별명의 바솔로뮤.”


 가로등은 이미 빛을 잃어서 어둑해진 모르페우스의 담벼락에는 익숙한 그림자가 기대어 있었다. 얼굴 가득 주름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흉하기 보다는 근사해 보였으며, 머리는 희지 않고 갈색이었다. 그 역시 어깨가 머리 넷을 올라갈 정도로 떡 벌어져 있었다.


 “아드님이 혈기왕성하네요. 일부러 데리고 온 겁니까?”


 헛웃음이 나오고, 손사레를 쳤다.


 “아니. 아니야. 도저히 말릴 수가 없어서 데리러 온 거지. 그리고 모르페우스의 멍청이들이라면, 저 망나니의 혈기도 좀 수그러질까 싶었는데.”


 바솔로뮤는 헝클어진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리고 난장판을 뚫고 나오느라 어디 먼지가 얹었는지 찾아보며, 털었다. 표정은 딱딱했고 말투는 비꼬는 것 같았다.


 “전설의 해적 모건. 왠 어울리지도 않는 흰소립니까.”


 모건은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아들만큼 키가 크진 않았지만, 바솔로뮤보다도 한 뼘은 더 큰 것 같았고, 온 몸은 부서질 정도로 다부졌다. 품에서 작은 전단지를 꺼내어 던지듯이 건넸다.


 “뭐예요?”


 “아직도 그 총알은 쓰지 못했나?”


 전단지를 든 채 미간이 조금 찌그러졌다. 손도 조금 일그러졌다. 양 쪽 모두 질문했지만, 먼저 대답한 것은 늙은 해적왕이었다.


 “도망자야. 내 손으로 죽여야 합법적이겠지만, 잡는 건 도움 받을 수 있겠지.”


 전단지에 그려진 몽타주는 여자였다. 그것도 아름다운 금발의 미녀.


 “도망자? 에레보스 해적단에서요? 별 일 이네요.”


 “칠백만에 쳐주지.”


 오즈. 오즈 린니아라고 이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얼굴이었다. 이른바 망망대해에서는 신출내기 취급을 받을 만한 이름이었다.


 “칠백만? 위험할 것 같은데..?”


 노인이 턱을 쓰다듬었다.


 “돈이 별론가? 그럼 이건 어때? 에드워드 티치가 있는 곳을 알려주지. 그 한발짜리 총알은 이제 곧 쓰일 거야.”


 눈가가 씰룩거렸다. 조금 묘한 표정이었지만, 모건은 예전부터 그가 궁지에 몰릴 때 자주 짓던 표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알아보기 힘든 정도의, 경련 같은 수준이었지만 다크서클 때문에 화장한 눈가가 번지는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믿지?”


 노해적이 껄걸거렸다.


 “금화에 걸고.”


 “구미는 땅기는데.”


 품에서 전단지 다음으로 나온 것은 반짝이는 것이었다. 가볍게 던진 것을 용케 헤르메스는 잡아챘다. 그건 아주 오래된 것 같은 금화였는데, 수염이 덥수룩한 이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워싱턴의 금화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해적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보물이었으며, 세계 최초로 모선과 전쟁을 벌인 ‘전설’ 아레스 에레보스가 유적에서 찾아낸 것이었으므로 해적 법전에서도 ‘지킬 규율에는 금화 한냥을 걸어야 한다.’라고 명시된 유물이었다. 금화를 받아 호주머니에 넣은 사냥꾼이 슬그머니 웃었다.


 “이건 챙겨두지요.”


 노해적은 그늘에 남겨두고 바솔로뮤는 걷기 시작했다. 두 블록 앞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를 향해서였다.


바솔로뮤가 사는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는 조금 달랐다. 지나치게 헐어있었고, 군데군데 썩은 시멘트가 보일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거주지의 가택은 저렴한 가격으로 리모델링되곤 했는데, 이 정도로 썩어빠진 건물은 이 정도가 될 때까지 구조 변경의 가격을 대지 못한 것이라는 말 밖에는 안 되었다. 대체 몇 세기에 지어진 건물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엘리베이터도 없었으며, 가운데의 기둥을 놓고 빙 도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403호 문을 열고 들어서자, 허름하다기보다는 더러운 방이 있었다. 매일 모든 지역에 소독제가 뿌려짐에도 불구하고 침대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었고, 바닥에는 대재해에서도 멸종되지 않은 바퀴벌레 몇 마리와 쥐 두어 마리가 잠을 청하고 있었다. 너무나 친숙한 이들이기 때문에 바솔로뮤를 보아도 그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물론 바솔로뮤도 그랬다.


탁자 위로 흘린 굳은 음료수 자국 옆에는 몇 장의 사진이 놓여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름을 망망대해에 날린 해적이 몇몇 보이기도 했다. 가장 밑에는 방의 주인이 누군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위 사진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으므로 가려 보이질 않았다.


 “요호.”


 그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술에 취해 흥얼거리는 정도였는데, 사진과 기타 잡기를 챙기면서 노랫말은 조금씩 커졌다.


 



요호, 우리는 거지들


요호 우리는 도둑놈들


왕은 도망가고 부자는 죽었다네!


어여쁜 계집은 잡아다가 가두고


총을 든 겁쟁이들은 하늘 위로 숨었지


요호, 깃발을 올려라


요호, 우리 모두!


변하지 않는 건 없을 거라네!


언젠가 목숨은 다하지만


망망대해 위에 있는 건 우리


그게 바로 영원히 사는 법이지


요호, 우리는 적법한 강도


요호, 우리는 정의로운 살인자


 



 노랫말은 대충 이와 같았는데, 사실 바솔로뮤는 즉석에서 이 노래를 개사하거나 덧붙여서 밤새 불렀다. 더불어 총알이나 속옷 같은 걸 챙기기도 했다.


 셔츠 깃을 조금 치켜세우자,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햇빛이 투명한 둠 천장을 지나쳐 흥얼거리는 발 끝에 다다르자, 노래는 끝이 났다.


 “나가봐야지.”















 


 


 


 


 


  모건 에레보스(74)


 떠들지 좋아하는 이들을 모아놓고 해적 중에서 가장 무서운 자, 강한 자를 꼽으라면, 제 각각 이름을 불러댄다. 그러나 최고의 해적을 꼽으라면 모두는 만장일치로 해적왕 모건을 뽑는다. 순향함급 해적선만 수십척이 넘는 대 해적 가문 에레보스의 2대 당주이며, 노련하고 망강한 전사이다. 근래에는 일선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그의 아들 애니 에레보스가 설치는 것으로 보아 은퇴를 준비한다는 말들도 있다.


 


  '전설' 아레스 에레보스(?)


 역사상 고대의 유물이나 다름 없는 모선에 당당하게 전쟁을 벌일 만한 해적은 애석하게도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리고 누구나 그를 이제는 전설로 이야기 한다. 4년 동안이나 사실상 전 인류라고 할 수 있는 모선과 전쟁을 벌이고 쌍방의 평화조약까지 체결했으므로 몇몇은 전설이 나라를 건국했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건의 친부이며, 어느날 갑자기 행방불명 되었다고 알려졌다.


 그의 태생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므로 우주에서 돌아온 인류라고 말하는 이도 있으나, 사실 무근이다. 더불어 그의 남겨진 해적단과 그의 아들 모건은 넵튜너스Ⅴ 내에서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헤헤.


 


 빨리 써서 양이 좀 적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