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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테창-릴레이완결] Tialist

2006.12.21 08:27

아란 조회 수:109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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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창-릴레이소설 완결]
제목(팀명) : Tialist
장르 : SF
총화수 : 전 25화 완결
팀장 : 아란
팀원 : 다르칸, 영원전설, 높새바람(핏빛노을.), 카에데
연재기간 : 2004년 10월 24일부터 2005년 4월 9일 전 25화 완결

[Tialist] 25(완) : 두 사람
글쓴이 : 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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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연합 수뇌부 회의는 어땠나? 커텔 사령관?”

스튜코프 총통의 질문에 커텔은 그저 그렇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별 거 아니네. 그저 작전에 대한 재차 확인 정도였을 뿐. 다만, 아메리카 지부 쪽에서 한건 했다는 것 정도랄까.”

“아아, 듣긴 들었지. 통칭 ‘OPERATION ROAD’라는 작전이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어제 그레이스가 아주 전화로 자랑을 하더구만.”

*)OPERATION ROAD : Genesis mission에 앞서 남극까지 가기 위한 길을 확보하기 위해 아메리카 지부에서 실시한 대대적인 남아메리카 수복작전

“뭐 덕분에 지금의 용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두려워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지. 그들에겐 전략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흔히 컴퓨터가 주로 쓰는 수법인 병력을 보내 잃으면, 잃은 만큼의 배로 충원해 보낸다. 그러나 그뿐, 병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은 모른다. 적어도 다시 부활한 티아리스트는 최초의 티아리스트의 지능과 비교하면 어린애에게 군대를 쥐어준 격. 그것이 우리 인류에게는 승기가 되겠지만.”

“확실히, 작전대로만 놈들이 놀아나 준다면, 우리의 완벽한 승리겠지. 다만 지휘체계만은 포기할 수밖에 없겠지만.”

“뭐, 어쩔 수 없지. 놈들은 이 하늘을 집어삼켜버렸다. 우리가 움직이는 것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 뜻. 중앙에서 모든 부대에 명령을 내리고 그랬다가는 전멸이다. 다만, 각각의 부대에게 미리 기본 작전을 하달하되 때에 따라서는 작전을 따르지 않고 자율적으로 전투를 하는 전 부대 규모의 유격전이나 다름없지만 일단은 작전 당일이 대봐야 알 수 있겠지만.”

“커텔, 그것 말고 또 있지 않나? 듣기로는 전멸한 줄 알았던 오세아니아 쪽에서도 의외의 승전보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승전보였지. 티아리스트가 부활한 뒤 얼마 안 있어 침공 받아 그동안 쭉 연락이 없었기에 전멸한 것으로 단념하고 있었지만, 덕분에 남극으로 가는 길은 확보된 셈이지.”

국가연합 수뇌부 회의.
특별한 말들이 오가지는 않았다.
그저 작전에 대한 확인과 적들의 대한 데이터 확인을 다시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청의 티아리스트에 말이 사실일 경우, 싸울 수 있는 모든 인류는 어떻게 해서든 남극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후대를 위해서, 그리고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싸울 수 있는 자들은 남극에 있을 홍의 티아리스트를 반드시 쓰러뜨리지 않으면 미래에는 그 어떤 생명체도 살지 않는 죽음의 붉은 별로 화한 지구라는 별만 남을 것이다.



[Genesis mission 개시 7일 전, 유라시아 지부]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이 병실에 있는 창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닫힌 창문을 있는 힘껏 열자 소년의 암갈색 눈동자에는 저 핏빛 하늘이 보여 지고 있었다.

“아카라, 이제 몸은 괜찮아?”

허리까지 오는 백금색 머리카락의 소년이 열린 창문을 통해 핏빛 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소년을 부르며 물었다.

“클레이즈 박사님 덕분에 이젠 많이 나아졌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카렌티어스.”

“아카라... 넌 Genesis mission에 참가하지 말고, 여기 남아주었으면 한다.”

아카라는 천천히 뒤돌아서서 카렌티어스의 붉은 용안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말했다.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은 싫어. 그것보다 카렌티어스, 혼자 남극에 보내지 않아.”

“아카라, 이건 어디까지나 전술적인 판단에서 네가 작전에 참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지금 네 몸이 괜찮다고 해도, 언제 동화현상이 재발할 지...”

“괜찮아. 그것보다 그거 사실이야?”

“아카라?”

“마크 유그드라실을 타면 최고 9시간, 최저 2시간 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거.”

아카라의 질문에 카렌티어스는 순간 움찔 했지만, 그것을 표정에 나타내 보이지 않았다.

“카렌티어스, 그런 거 타지마. 넌 지금도 충분히 무리하고 있잖아.”

“하지만, 마크 유그드라실을 타지 않으면 트론의 지휘와 코어의 폭주 제어가 사실상 힘들어지게 된다.”

“카렌티어스!!”

“내가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면서, 이미 짊어지기로 한 짐이다. 어차피 마크 유그드라실에 타지 않아도, 내 목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

“카렌티어스? 그게 무슨 뜻이야?”

“언제 산산이 부서질지 모를 유리로 된 잔이라 해도, 너희들이 살아남을 때까지 견뎌주겠다.”

아카라의 병실로 들어서려던 티아리스트 에르나는 문 밖에서 카렌티어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푸른 두 눈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씩 뺨을 타고 내려왔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그 시스템은 구동 방식은 트론의 코어와 동조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시스템의 동조하여 접촉한다. 그 시스템은 각각의 트론의 코어를 링크 연결하여 연쇄 크로싱으로 동조함으로써, 시스템과 동조하는 관리자는 트론의 지휘와 코어의 폭주를 제어하게 되지만, 트론의 데미지를 입게 된다면, 역시 그대로 관리자에게도 데미지가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것은 단지 전투 때에만 느끼는 그런 고통이 아니다. 트론의 파일럿은 그때 느낀 고통으로 끝나지만, 시스템과 동조했던 관리자에게는 시스템과 연결된 트론의 파일럿이 겪었던 고통이 각인된다. 각인된 고통은 언제든지 다시 그 고통이 재현된다. 각인된 고통이 누적 될수록 관리자의 몸에는 그만큼의 부담이 걸리고, 그리고 그 고통은 줄이기 위한 약물은 그때의 고통만을 느끼지 못하게 할 뿐, 오히려 고통을 누적시킬 뿐...’

‘심신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릴뿐더러,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은 잠재적으로 관리자의 몸에 동화현상을 심각할 수준으로 일으킬 위험이 존재한다. 마크 미르에 동화현상과 비교할 것이 될 수 없는 거다. 그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이 트론과 결합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당연한 것.’

“하지만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 그것은 티아세리스 에르나의 유산. 마크 미르가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유라시아 지부, 트론 격납고]
검붉은 거인, 트론 마크 02 스카디의 앞에 그 거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10살 정도의 소녀가 서서 거인을 응시하며 말하였다.

“너와 내가 최강이라 불렸던 적이 엊그제 같았는데, 그때는 정말로 적이 없는 줄 알았어. 모두를 지킬 수 있다고 그렇게 믿고 있었어.”

“하지만, 이젠 아니야. 나는 오빠조차 지켜줄 수 없었어. 더 이상 그 녀석들을 흡수해 버릴 수 없어. 내가 오히려 먹혀버려.”

소녀의 두 눈에서는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눈물은 뺨을 타고 흐르고 흘러, 차가운 바닥에 한 방울씩 떨어지며 부서져 갔다.

“너는 왜 나를 선택한 거야? 나는 너와 전혀 관련이 없어. 그저 나에 몸에는 내가 태어나기 전, 어머니가 용에게 침식당할 때 옮겨졌던 약하디 약한 용의 인자 몇 개밖에 없는데, 왜 나를 선택한 거야? 난...”

갑자기 스카디가 움직였다.
스카디는 스스로를 구속하고 있는 장치를 일부 부숴버리며 움직이더니 왼팔을 움직여 그 검붉은 손가락으로 소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너?”

말없는 검붉은 거인의 얼굴.
온기 따위 있을 리 없는 검붉은 손가락에 왠지 모르게 온기가 있다고 느꼈던 것은 소녀의 착각이었을까?

-제 1전투태세 발령.

그때 건물 내부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방송이 울려 퍼졌다.



“트론 이미르와 메가세리움 알파는 최전방, 마크 03 드로우와 마크 07 그레이는 이미르와 메가세리움 알파를 보조. 마크 06 시엘은 중장거리에서 포격, 마크 02 스카디와 메가세리움 베타는 시엘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한다.”

-라져.

언제나 그랬듯이 쳐들어온 적들. 언제나 그렇듯 단순한 적들의 공격 패턴에 대항하는 방법은 같았기에 카렌티어스는 이 이상 파일럿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그저 트론의 폭주 방지와 파일럿의 상태, 그리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지시를 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뭐지? 분명히 전투는 이쪽이 이겨가고 있는데, 이 묘한 불안감은?’

마크 미르는 파일럿인 아카라는 완치된 상태가 아니다. 그러므로 마크 미르는 출격 불가능.  마크 유그드라실은 다시 재조정이 필요한 상태라 특수 격납고에 수납된 상태.

그 마크 유그드라실의 특수 격납고 내부에 소규모 펜릴이 발생하였지만, 특수 격납고 내부에 설치된 센서들은 작동하지 않았다. 아니 적색의 수정이 돋아난 상태였다. 펜릴이 걷히자 적색의 머리카락과 핏빛 용안을 지닌 5살의 모습을 지닌 (꼬마)아카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백금색의 트론 마크 유그드라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가진 힘과 지혜, 우리들의 것으로.”

또 다른 펜릴이 (꼬마)아카라의 앞에 소규모로 발생하였다. 그 펜릴이 걷히자 청색의 머리카락과 청색의 용안을 지닌 5살의 소녀, 티아리스트 에르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티아리스트 에르나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꼬마)아카라의 핏빛 용안에 시선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그만둬. 우리들의 아버지는 이런 것을 원한 게 아니야.”

“아버지는 너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부탁이야. 이제 그만,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 그리고 아버지의 최후에 깨닫고 바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잖아. 그렇기에 자신의 선택에 의해 자신이 자신으로 있게 된 거잖아.”

“아버지는 너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더 이상 부정하지마. 아버지는 이제 어디에도 없어.”

“아버지는 너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꼬마)아카라는 그 말을 끝으로 그의 앞에 적색의 수정들의 조각들이 무수히 생기더니 그대로 티아리스트 에르나를 향해 날아갔다. 티아리스트 에르나 역시 청색의 수정 조각들을 왼손에서 만들어 내어 벽처럼 앞에다 쌓았다. 무수한 적색의 수정들이 청색의 수정 벽에 부딪쳐갔고 티아리스트는 그저 막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친 듯 힘겨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너라는 존재가 가진 힘은 고작 그 정도인가?”

어느 새 (꼬마)아카라는 티아리스트 에르나의 뒤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티아리스트 에르나가 어떻게 대응하기도 전에 (꼬마)아카라의 오른 팔은 적색 수정이 돋아나더니 적색의 수정 창으로 변해버린 채로 티아리스트 에르나의 오른쪽 등 아래(오른쪽 배)를 향해 내질렀다.

푸욱.

적색의 수정 창은 그대로 티아리스트 에르나의 오른쪽 배를 관통해 나왔다. 수정창의 끝에는 청색의 피가 묻어 있었다.

“아... 아...”

그와 동시에 티아리스트 에르나가 간신히 유지했던 청색의 수정 벽은 깨져버린 채 마져 날아오던 적색의 수정들이 그대로 티아리스트 에르나에 신체 곳곳에 박히거나 스쳐지나갔다. 티아리스트 에르나는 순식간의 청색의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채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너라는 존재가 가진 힘은 이정도의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나 미약한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 우리들의 아버지를 부정하는 건가. 늦지 않았다. 우리와 하나가 대자.”

“아파... 너무나 아파... 하지만, 난... 여기 있고 싶어...”

(꼬마)아카라는 티아리스트 에르나의 말이 끝나자 그대로 격납고 벽에다 냅다 던져버렸다.

콰콰쾅.

“그럼 너는 계속 아파해라. 우리들은 아버지의 의지를 위해, 너희들이 가진 힘과 지혜를 우리들의 것으로.”

그대로 (꼬마)아카라는 마크 유그드라실의 코어 근처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적색의 수정이 돋아나더니 마크 유그드라실의 두부의 아이카메라가 적색으로 빛을 내면서 마크 유그드라실이은 그대로 특수 격납고를 부수고 C블럭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뒤에 남겨진 청색의 피범벅이 된 티아리스트 에르나는 마크 유그드라실의 뒷모습을 보며 간절히 생각했다. 카렌티어스에게 자신의 생각이 닿기를 빌면서.

‘카렌티어스... 어서 도망가.’



“이 목소리는!!”

카렌티어스는 자신의 뇌리에서 울려오는 티아리스트 에르나의 목소리에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바로 카렌티어스의 눈앞에 보여지고 있었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타워가 위치한 C블록의 격벽을 부수고 그 모습을 드러낸 카렌티어스 전용의 트론, 마크 유그드라실과 그 오른손바닥에 착지한 적색의 머리카락과 핏빛의 용안을 지닌 5살의 소년. 카렌티어스에게 용안을 심어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 모습. (꼬마)아카라였다.

“아... 카라.”

「너희들이 가진 힘과 지혜, 우리들의 것으로.」

마크 유그드라실의 양손이 카렌티어스가 탑승한 반 타원형의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붙잡았다. 마크 유그드라실의 손이 접촉한 곳에는 적색의 수정이 돋아났다가 깨지며 녹아 눌러 붙어 마크 유그드라실의 손을 고정하였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내부에는 황금빛의 촉수들이 들이닥치며 카렌티어스의 팔과 다리, 목을 휘감았다. 휘감긴 곳에서는 적색의 수정이 돋아났다.

“아아악!! 큭! 너, 너는 티아리스트?”

「우리들의 아버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우리는 아버지의 의지를 대행하는 존재. 그 이름은 오직 아버지의 것이다.」

“큭... 너희들의 아버지는, 이런 것을 바라지 않았을, 텐... 데...”

「아버지의 3개의 눈 중 하나를 가진 자여, 우리에게 진정한 싸움의 방법을 알려다오.」

카렌티어스는 순간 강제로 자신의 뇌로 정보가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악, 크큭... 이, 이건... 크, 크로싱... 기체 코드... 마크 유그드라실(mark Yggdrasil)...”



“적들이 갑자기 대형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유 박사는 C블록을 비추고 있는 스크린을 보았다가 전투 스크린을 보며 소리쳤다.

“당장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에서 마더 컴으로 긴급 트론 제어권 이양하고, 파일럿들에겐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해!! 특히 마크 02 스카디는 특별히 주시해!!”

“마더 컴으로 긴급 트론 제어권 이양 완료!!”

그때 이변을 눈치 챈 듯, 유리카의 통신이 들려왔다.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죠!! 그런 것이죠!!

“유리카, 사실대로 말하면 그닥 상황이 좋지 않아. 성급하게 움직이지 말아주었으면 해.”

유 박사의 말에 유리카는 울먹이며 소리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한데!!

-걱정할 것 없어. 꼬마 아가씨. 카렌티어스는 괜찮을 거야.

유우키는 울먹이는 유리카에게 통신을 통해 그렇게 말하였다. 그리고 불길할 정도로 대형을 크게 바꾼 레드 펜텀 나이트들의 모습을 보며 통신을 전 파일럿을 향해 열며 소리쳤다.

-여기는 메가세리움 알파가 최대한 시선을 끌어보겠다. 마크 06 시엘, 메가세리움 베타는 마크 02 스카디를 부축하고 마크 03 드로우와 마크 07 그레이는 그들을 가드하며 스튜코프 총통님의 이미르는 그들 어린 파일럿들이 안전하게 퇴각할 수 있게 지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유우키 대위!! 메가세리움 알파만으로 놈들을 상대하겠다고? 그럴 수는 없네!! 이미르도...

-스튜코프 총통님!! 시선 끌기 역은 메가세리움 알파 한기로도 충분합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거기다 적이 본부로 침투하기도 했으니. 총통님, 제 말대로 어린 파일럿들이 안전하게 퇴각할 수 있도록 그들을 지도하고 보호해 주시길 바랍니다!!

-빌어먹을... 나란 인간은 쓸데없이 나이만 먹은 쓸모없는 놈 이구만. 제기랄!!

그대로 트론들은 가운데 마크 02 스카디를 마크 06 시엘과 메가세리움 베타가 부축하고, 그들을 마크 03 드로우와 마크 07 그레이, 그리고 이미르가 가드하며 본부로 급히 퇴각하고 있었다.

-유우키 대위님. 반드시 살아남으세요.

셰나의 통신이 유우키에게 날아왔지만, 유우키는 답신을 할 수 없었다. 퇴각하는 트론들을 바꾼 대형으로 효과적으로 추적하는 그들 레드 팬텀 나이트들을 저지하며 시선을 끌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흥, 그까짓 펜릴 쯤, P.E.V 필드 제네레이터가 있는 한, 컥!!

레드 팬텀 나이트들이 집단으로 발생시킨 펜릴을 트론 이미르에 장비된 P.E.V 필드 제네레이터로 힘겹게 막아내며 여유롭게 말하던 스튜코프 총통은 갑작스런 충격에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레드 팬텀 나이트들은 흡사 먹이를 잡아먹기 전에 가지고 노는 고양이 마냥, 이미르를 한대씩 돌아가면서 치고 나가는 거였다.(일명 돌림빵)

-이 자식들!! 누굴 장난감 취급 하는 거냐!!!

레드 팬텀 나이트들의 공격이 의도적인 도발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스튜코프 총통은 이미 (의도적으로 준비된 미끼나 다름없는)조그만 레드 팬텀 나이트를 두 동강 내고 있었다.

-이런 제길!!!

스튜코프 총통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서둘러 P.E.V 필드 제네레이터를 가동시키려고 했으나 가동되지 않았다. 레드 팬텀 나이트들의 의도적인 공격은 단순히 도발만이 목적이 아니라 P.E.V 필드 제네레이터를 봉쇄하는 것도 있었다는 것을 스튜코프 총통은 레드 팬텀 나이트의 코어가 붕괴할 때 발생하는 펜릴과 다른 레드 팬텀 나이트들의 확인사살용이나 마찬가지인 펜릴에 먹혀들어가며 깨닫고 있었다.

-스튜코프 총통님!!

셰나 외에 다른 아이들은 그 이름을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내질렀다. 죽은 사람이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죽은 자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적들이었다. 거기다 기지 내부로 적이 침입해 왔다. 이렇게 되면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기지의 방어였다. 유우키의 트론 메가세리움 알파가 다시 시선 돌리기 용 공격으로 레드 팬텀 나이트들의 시선을 끌고 있을 때 그들은 이를 악물고 후퇴했다.

-앗!! 위험해!! 지나!! 유리카!!

마크 03 드로우를 조종하는 A-X48(여, 지수)은 잽싸게 마크 06 시엘과 마크 02 스카디를 덥치기 위해 발생시킨 듯한 펜릴을 P.E.V 필드 제네레이터를 펼쳐 막아내며 소리쳤다.

-이괴물 자식이!

셰나의 트론 메가세리움 베타는 왼손에 든 트라이건으로 레드 팬텀 나이트를 겨누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펜릴이 왼손을 덮쳤고, 메가세리움 베타의 왼팔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큿!

-셰나 소위님!!

B-X49(여, 지나)는 마크 06 시엘의 스나이퍼 건으로 메가세리움 베타를 공격하는 레드 팬텀 나이트를 쏘아 맞추었다. 하지만, 메가세리움 베타에 신경이 가있는 마크 06 시엘의 뒤를 또 다른 레드 팬텀 나이트가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지나 피해!!!

지수의 다급한 통신을 듣고서 피하고 반격을 하기에는 레드 팬텀 나이트들은 교활하게도 한 마리가 세 마리로 분할하면서 세 방향에서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왔다. 펜릴을 일으키며 자폭을 하기로 작정한 듯 덮쳐들었다. 그리고 펜릴이 걷혔을 때는 어느 새 두 팔을 잃은 마크 07 그레이가 마크 06 시엘의 앞에 서 있었다. 마크 07 그레이의 양 어깨에 달린 P.E.V 필드 제네레이터는 급작스럽게 기동한데다 순간적으로 굉장히 무리가 온 듯 연기가 펄 펄 나더니 역시나 폭발하며 마크 07 그레이는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는 것을 마크 06 시엘이 붙잡았다.

-라스!! 너, 어째서?

지나는 매사의 거의 반응이 없는 S-X01(남, 라스)이 자신을 구했다는 데 놀라서 물었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려고 했을...

라스의 통신은 그대로 끊어졌다. 기절한 듯 했다.
그것을 보며 지수는 안심 한 듯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다행이야. 지나가 지켜주... 아!!!”

한순간의 안도, 그리고 방심. 그것을 놓치지 않은 레드 팬텀 나이트는 칼날 같은 팔로 마크 03 드로우의 등을 찔러 가슴으로 관통시켰다.

-지수 언니!!!

지나의 절규, 지수는 왠지 무감각해졌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이 언젠가 올 죽음이라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으아아아!!!

마크 03 드로우는 드로우의 가슴을 관통한 레드 팬텀 나이트의 칼날 같은 적색의 팔을 드로우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듀거 란스로 베어버리고 그대로 뒤돌아서서 레드 팬텀 나이트의 코어를 노리고 듀거 란스로 단숨에 레드 팬텀 나이트의 코어를 찔러 들어갔다. 레드 팬텀 나이트 또한 팔을 재생시켜 그대로 마크 03 드로우의 코어를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

퍼-억!!

간발의 차로 마크 03 드로우의 듀거 란스가 먼저 레드 팬텀 나이트의 코어를 관통하는 소리. 그리고 레드 팬텀 나이트는 은회색 빛깔을 띠며 붕괴되어 가며 펜릴을 사방으로 방출했다. 펜릴이 사라지고 푹 파인 대지위에 남아 있는 건 P.E.V 필드 제네레이터로 간신히 남은 마크 03 드로우의 몸통 뿐이었다.

-언니 괜찮아?

지나는 통신을 보내보지만, 지수에게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지나는 그대로 마크 06 시엘을 막무가내로 움직여 단숨에 마크 03 드로우의 몸통이 있는 곳으로 간 뒤 파일럿 캡슐을 강제로 꺼낸 뒤 캡슐의 해치를 뜯었다. 드러난 캡슐의 내부에 있는 지수는 상당히 초췌한 모습이었다.

-언니!! 언니!!

“지... 나... 다행이야...”

지수는 그 말만 한 채, 곧 바로 정신을 잃었다.



-제기랄!!

유우키는 남은 레드 팬텀 나이트마저 베어 버린 뒤 서둘러 후퇴하는 트론들에게 갔을 때는 철저히 농락당하고 죽임을 당하고 만신창이가 된 트론뿐이었다. 물론 유우키의 메가세리움 알파 역시 온전한 구석은 없었다. 서둘러 싸우는 통에 이미 오른팔은 펜릴에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유우키 대위님... 저는 대위님이 내리신 명령을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두 사람이나 죽었습니다. 스튜코프 총통 각하, A-X48(여, 지수)를... 저는...

-셰나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야. 용들이 설마 이렇게 지능적으로 나올 줄 예상 못한 나에게 모든 잘못이 있다.

그때 유리카의 작지만 분노와 살의가 잔뜩 담긴 통신이 모든 파일럿들에게 보내졌다.

-온다... 그 녀석이...



C블록의 한쪽 격벽이 무너져 내리며 아카라의 트론인 마크 미르가 에메랄드빛의 광채를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너는!!”

C블록에서 아카라의 마크 미르는 홍의 티아리스트에게 빼앗긴 마크 유그드라실과 그 두 손이 붙잡고 있는 카렌티어스가 타고 있는 반 타원형의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보았다.

-아... 카라...

마크 유그드라실이 붙잡고 있는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에서 카렌티어스의 힘없는 목소리가 통신으로 들어오자, 아카라는 카렌티어스가 무사하다는 것의 안도함과 동시에 어떻게든 카렌티어스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순식간에 달려들어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마크 미르의 두 손을 접촉시키려고 하면서 소리쳤다.

“카렌티어스!!! 곧 구해줄게!!”

-아카라...

하지만, 그것은 소망이었다. 마크 미르의 두 손이 닿기도 전에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이 있는 곳에서 펜릴이 발생하며 마크 미르의 두 손도 먹어버렸다.

“으아아악!!”

아카라가 비명과 동시에 팔목 아래가 먹혀버린 마크 미르 역시 뒤로 쓰러져갔다. 그리고 마크 유그드라실은 그대로 펜릴을 일으키며 위로 날아올랐다. 무너지는 천장과 벽들은 마크 미르를 깔아뭉개고 있었다.



본부의 한쪽에서 거대한 폭발과 함께 위로 떠오르는 검은 구체가 있었다. 일정 고도에서 검은 구체는 펜릴을 걷어내었고, 드러낸 것은 백금색의 트론, 마크 유그드라실이었다.

「너희들이 가진 힘과 지혜, 확실히 우리들의 것으로 하였다. 그 힘 확실히 느껴보아라.」

마크 유그드라실의 등에 장비된 백금색의 날개와도 같은 12개의 핀 판넬이 하나씩 움직이며 날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유라시아 지부 곳곳에다 검은 비를 내리 꽂았다. 검은 빔, 그것들이 비처럼 쏟아질 때마다 명중한 곳에는 크고 작은 펜릴이 발생하였고, 걷혔을 때는 둥글게 패인 자국만 남았을 뿐, 아무것도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유리카, 앞도 안 보이잖아!! 멈춰!!

갑자기 유리카의 트론 마크 02 스카디가 움직였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유리카는 이미 걷잖을 수 없는 살의를 뿜어내고 있었다. 처음 출격할 때처럼, 그때처럼 분노와 살의를 있는 대로 내뿜어대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그 대상이 이번에는 인간이 아니라, 용에게 향한 듯하지만. 유우키는 유리카를 말려보았지만, 곧 포기하고 셰나에게 패닉 상태인 지수와 전투불능인 마크 07 그레이를 지키라고 명한 채로 마크 02 스카디의 뒤를 쫒아 마크 유그드라실에게 달려들었다.

「아버지의 조각을 지니고 있는 존재, 다시 아버지에게로.」

마크 유그드라실에게서 5살의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대로 점프하여 날아오는 마크 02 스카디에게 마크 유그드라실은 순식간의 그 앞으로 접근하였다. 그리고 마크 02 스카디가 내뻗은 오른쪽 주먹을 마크 유그드라실의 왼손이 여유롭게 붙잡았다. 그리고 곧 마크 02 스카디의 오른쪽 주먹을 시작으로 적색의 수정이 마크 02 스카디에 기체 곳곳에 돋아나며 감싸나가기 시작했다.

-유리카!! 정신 차려!! 마음을 제대로 다 잡아!! 지금 같은 마음 상태로는!!!

유우키의 메가세리움 알파가 남은 왼손에 들린 트라이건을 마크 유그드라실에게 겨누며 통신을 보냈다. 그러나 순식간에 날아온 핀 판넬 4개가 날아오더니 그대로 메가세리움 알파를 4방향에서 쏘았다. 검은 빛줄기에 닿은 메가세리움 알파는 그대로 펜릴이 발생하며 사라져 버렸다. 물론 유우키는 그전에 탈출한 상태였지만.

-유우키 대위님!!!

셰나의 절규. 그러나 곧바로 유우키의 통신이 들어왔다.

-어이 셰나 소위. 나 아직 안 죽었다고. 네가 굳이 살아서 돌아오라고 안 해도 난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거야.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이 산더미 같은데 개죽음 당할 수는 없잖아. 걱정 마. 메가세리움 알파가 펜릴에 먹히기 전에 탈출했으니까, 내 파일럿 캡슐이나 알아서 캐치하라고.

그러나 셰나는 메가세리움 알파에서 사출된 파일럿 캡슐을 잡을 수 없었다. 눈앞에서 유우키가 들어 있는 파일럿 캡슐은 검은 빛의 명중되며 펜릴을 일으키며 펜릴이 걷혔을 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오빠를 돌려받기 전에 난...”

유리카는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의 손과 발에 적색의 수정이 돋아나며 몸을 덮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전에 어떻게 해서든 오빠인 카렌티어스를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마음이 강하면 레드 팬텀 나이트가 걸어오는 동화현상에 동화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의 약한 면을 파고들며 하나가 되자고 속삭이는 이들에 대항한다는 것은, 오직 분노와 살의만이 남아 있는 자신에게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빠... 나...”

「더 이상 너는 싸우지 않아도 된다. 나는 너를 지키겠다. 네가 되찾고자 했던 자는 살아있다. 안녕이다. 소녀여.」

유리카의 뇌리에 흘러들어오는 목소리. 유리카는 갑작스런 목소리에 당황했을 때는 어느새 자신은 파일럿 캡슐채로 마크 02 스카디로부터 강제로 사출당해 기지 부근에 착지한 지 오래였다.

「아버지에게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인가.」

마크 02 스카디의 기체 곳곳에 난, 적색의 수정은 그대로 깨어져 나가 산산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그리고 마크 02 스카디는 괴성을 내지르며 마크 유그드라실의 왼손을 으스러뜨리며 덤벼들었다.

「아버지에게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인가.」

판넬에서 쏘아진 검은 빛은 마크 02 스카디의 오른팔을 펜릴로 먹어버렸다. 마크 유그드라실의 으스러진 왼손은 순식간의 재생되었다.

「그런가? 분노와 살의라는 이름의 마음으로 점철된 소녀를 지키겠다는 말인가? 소녀를 위해 우리와는 다른 존재가 되겠다는 것.」

마크 유그드라실은 등에 매어진 거대한 검 슬레이프니르를 양 손으로 꺼내 들었다.

「다른 존재가 되기를 선택한 이상, 남은 건 소멸 뿐.」

괴성을 내지르며 어느 새 오른팔을 재생시킨 마크 02 스카디는 마크 유그드라실에게 달려들었다.

「아버지는 너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마크 02 스카디는 마크 유그드라실이 휘두른 슬레이프니르에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깨끗이 베였다. 코어까지 깨끗이 두 동강이 나면서 코어는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붉은 액체와 살점을 사방에 튀기며 마크 유그드라실을 삼키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폭발이 걷혔을 때는 걸레가 된 마크 유그드라실의 모습이 덩그러니 드러났다. 그 모습도 이내 재생이 되면서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갔다.

콰콰쾅.

마크 유그드라실이 나왔던 곳에서 역시 폭발음과 동시에 팔목 아래가 아직 회복 되지 않은 에메랄드빛의 트론, 마크 미르가 무서운 속도로 마크 유그드라실을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 그대로 마크 유그드라실에 냅다 부딪치며 지상으로 밀고 가면서 마크 미르를 조종하는 소년, 아카라는 소리쳤다.

“살려내!!! 카렌티어스를!!! 살려내!!!”

그러나 마크 유그드라실은 판넬로 베리어를 만들어 마크 미르를 튕겨 낸 뒤 펜릴에 휩싸여 사라져 버렸다.

“카렌티어스!!!”

아카라의 절규가 핏빛 하늘에 메아리 치고 있었다.



“하하하... 하마터면 진짜로 골로 갈 뻔했네. 아슬아슬하게 긴급 탈출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스튜코프 총통이 반쯤 부서진 파일럿 캡슐을 박차고 나왔을 때 보인 것은 불타오르고 있는 유라시아 지부와 대지였다.



한 때는 최강의 트론에다가 유일무이하게 완벽하게 트론의 폭주를 저지할 수 있는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지닌 데다 유일하게 용안을 지닌 자가 있어 그야말로 어떤 용이라도 침략을 막아낼 것 같았던 인류 최후의 요새라는 말까지 나왔던 유라시아 지부. 그러나 이젠  폐허나 다름없는 모습만이 남은 채, 생명이 식은 자들의 육체가 불에 타며 내는 연기가 핏빛의 하늘로 날아올라가고 있었다.

“언니... 괜찮아?”

B-X49(여, 지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A-X48(여, 지수)를 보며 말하였다.

“괜찮아. P.E.V필드 제네레이터가 제대로 작동해서.”

“하지만!!”

“괜찮다니까. 지나가 걱정할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야. 이럴 땐 한달 정도 잘 먹고 잘 쉬면 나을 거라고 유 박사님이 이야기 해주시겠지만...”

유 박사란 말에 지나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전투 이후로 이젠 볼 수 없는 사람 중 하나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듣기로는 클레이즈 박사님을 구한 뒤 작렬하는 펜릴에 돌아가셨다고 하셨다. 아니 어떻게 돌아가신 것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이미 먼저 저 하늘로 가 있는 C-X31(여, 미란)이와 지금쯤 다시 만나지 않았을까 하고 그렇게 좋게 생각하려고 하고 있었다.

둥글게 패인 자국과 주변에 건물의 흔적만 남은 CAGE 건물이 있었던 곳을 S-X01(남, 라스)는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우리만 살아남은 거야? 그런 거야?”



클레이즈 박사는 유 박사의 시신에 불을 붙이며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유 이리... 잘 가...”

유 이리, 슈리엘 클레이즈, 티아세리스 에르나. 세 사람은 15년 전 처음 만났다. 서로의 분야도 다르고 하지만, 연구하는 목적은 같았다. 그러나 그 후 5년 뒤, 트론 마크 02 스카디의 기동 실험 중 폭주로 티아세리스는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자살했다. 그렇게 두 사람만 남았다. 그리고 유 이리는 작렬하는 펜릴 속에서 슈리엘 클레이즈를 밀어버렸고 그 덕에 슈리엘 클레이즈는 왼팔이 부러지는 부상만 입었다. 하지만 유 이리는 하반신의 절반 이상이 펜릴에 삼켜졌다. 이제는 슈리엘 클레이즈, 자신만 남았다.

“으흐흐흑... 하지만... 계속 울고만 있어봤자 소용없겠지.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았잖아.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뒤 실컷 울어야겠지.”

믿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없이 울고만 싶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해두어야 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 클레이즈 박사는 활활 타오르고 있는 유 박사의 시신을 뒤로 한 채 가기 시작하였다.

“정말로 제 친 어머니인지 확인하지 못 했지만. 그렇지만 왜이리 마음이...”

“하지만, 이러고 있으면 안대겠지요. 유우키 대위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셰나는 불에 타오르고 있는 유 박사의 시신을 보며 그렇게 조용히 말을 한 뒤 뒤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아카라 오빠, 거기 있지...”

유리카는 임시로 급조된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채로 말하였다. 유리카의 눈에는 물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카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의식 없는 티아리스트 에르나의 침대 곁을 지키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우리 오빠, 살아 있죠? 그런 거지요? 대답해죠요? 아카라 오빠!!”

하지만 아카라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아카라의 모든 사고와 감정은 그 전투 이후로 정지해 있었다.

“카렌티어스는, 살아 있어...”

갑자기 티아리스트 에르나의 작은 입에서 새어나온 한 마디. 그 전투 이후 정지해 있던 사고와 감정이 폭발적으로 움직였다.

“카렌티어스가 살아 있어?”

“오빠가 살아 있다는 게 사실이야?”

티아리스트 에르나의 작은 목소리와 비교도 안 대는 큰 목소리로 아카라와 유리카는 물었다.

“살아 있어. 왜냐하면 그 애는 오리지날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완전히 쓸 수 없으니까.”

“그게 무슨 뜻이지?”

커텔이 티아리스트 에르나와 아카라, 유리카가 있는 곳에 오며 말하였다.

“그 애는 당신들이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이라 부르는 것, 그 시스템의 원본을 완벽하게 쓸 수 없어. 그렇게 보여도 그 애는 아직 많을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싸우는 방법이라던가, 존재함을 알지 못한다던가, 아픔이나 고통조차도... 하지만 카렌티어스는 그 애가 이해하지도 알고 있지 않은 것들을 이해하고 알고 있어. 거기다 아버지의 눈을 가지고 있기도 해.”

티아리스트 에르나의 말에 커텔은 착 가라앉은 그러나 분노가 어린 목소리로 말하였다.

“요컨대 네 말이 사실이라면 놈들은 카렌티어스의 손을 빌려 인류를 철저히 멸망시키겠다는 의미인가?”

“오빠는!!”

“카렌티어스는!!”

유리카와 아카라가 거의 동시에 커텔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커텔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티아리스트 에르나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 애는 알고 있어. 모두가 남극에 올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남극에서 오는 모두를 멸망시킬 생각이야.”

“우리가 남극에 가지 않는다면 놈들은 공격해올 생각인가?”

“더 이상 사람들을 죽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공격해 오지는 않을 거야. 어차피 남극에 오거나 오지 않거나 이 별을 생명이 사라진 붉은 적색의 별로 동화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티아리스트 에르나의 말에 아카라가 대답하였다.

“우린 결국 가지 않으면 안돼. 카렌티어스가 남극에 살아있다면 반드시...”

아카라가 말을 채 끝맺기 전에 커텔이 이어 말하였다.

“제 1순위로 파괴한다.”

아카라와 유리카는 커텔의 말에 놀라 잠시 그대로 굳은 채로 서 있었다.
하지만 곧 분노를 품은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전에 커텔은 뒤돌아서서 나가며 마저 말하였다.

“탈환하지 못할 경우에 파괴한다는 것이다. 파괴와 탈환 모두 제 1순위다.”



“쓸 수 있는 파츠는 전부 모아봐!!”

“남은 트론의 최종 정비 서둘러!!”

“분할된 프로토 타입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조정이 안 되었잖아!!”

모든 것은 일사분란하게 결정되었다.
최종 작전 'Genesis mission'.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이 최후의 싸움, 싸울 수 있는 모든 자들은 각자의 무기를 챙기고 손질한 채, 돌아오지 못할 확률이 거의 확정된 남극으로 가는 수송선과 비행선의 몸을 맡기며 준비를 해 나가고 있었다.
유라시아 지부에 4기의 트론 뿐 만 아니라 인류가 지구상에서 긁어모으다시피한 모든 전력이 각각 남극에서 가장 가까운 두 곳-오스트레일리아 최남단, 남아메리카 최남단-에 모여든 채 곧 있을 Genesis mission을 위해 사람들은 마지막 휴식과 정비를 하기 시작했다.

“제군들도 아시다시피 원래는 마크 유그드라실에 내장된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아래에서 전투를 진행해야 하지만, 아쉽게도 녀석들에게 빼앗겨 버린 지금 할 수 없이 프로토 타입의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4개로 분할하여 각자의 트론에 탑재한 사실을 알 것이다.”

스튜코프 총통이 그들 앞에 있는 아카라, S-X01(남, 라스), 셰나, B-X49(여, 지나)를 보며 말하였다.

“도박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생각보다 효율도 좋을뿐더러 치명적인 동화현상마저도 4기가 보완해주어서 어느 정도는 완화되었지만, 아시다시피 여전히 문제점은 남아있어. 단 한기라도 고통을 느낀다면 연결되어 있는 모두가 다 똑같이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괜찮겠니?”

“카렌티어스는 우리 모두의 고통을 느꼈습니다. 충분히 견딜 수 있습니다.”

클레이즈 박사의 말에 아카라는 담담하지만 힘있게 말하였다.

“또 하나의 결점은 단 한기의 트론이라도 파괴되면 시스템이 재 구실을 못하게 돼. 죽으면 안 된다는 말이야.”

“죽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클레이즈 박사의 이어지는 말에 셰나와 지나, 라스 그리고 아카라가 동시에 대답하였다.

“그거면 됐다. 제군들.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어디 솔직하지 못한 양반이 자기 연인을 쏙 빼닮은 아들놈 꼭 좀 구해달라고 단단히 부탁까지 받았으니 카렌티어스를 구할 때까지 절대로 죽을 수는 없겠지. 안 그런가? 아카라 에르나 군.”

아카라는 스튜코프 총통의 말에 피식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그 솔직하지 못한 양반이 누구를 지칭하는 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카렌티어스를 구할 때까지 죽을 수는 없었다. 물론 그 홍의 티아리스트를 쓰러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홍의 티아리스트 따윈 어떻게 되어도 이젠 상관없었다. 아카라는 반드시 카렌티어스를 구출할 생각이었다. 이제 5시간 후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싸움이 시작된다.



황금색으로 물든 얼음의 벽, 드넓은 어두운 공간의 중앙에 검붉은 구슬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을 중앙에 고정하기 위함인지, 아래에는 황금색 피라미드가 그리고 위에는 아래에 피라미드를 거꾸로 세운 모양의 피라미드가 고정하고 있었다. 그곳에 백금색의 트론 ‘마크 유그드라실’이 나타나더니 이내 약간의 움직임으로 공간의 중앙에 피라미드가 위아래로 떠받치고 있는 검붉은 구슬에 다가가더니 양손을 뻗었다. 그리고 검붉은 구슬에 양손을 접촉시키자 약간의 스파크가 일었다.

“아악!! 큭... 또, 너인가?”

검붉은 구슬의 내부 중앙에는 한 소년이 팔 다리가 황금빛의 촉수에 붙들려서 매달려 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얼굴을 제외한 소년의 몸은 적색의 수정에 뒤덮여 있었다. 검붉은 구슬의 내부에는 각종 홀로그램 화면들이 소년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며 떠 있었다. 화면에는 대부분 레드 펜텀 나이트들의 의해 처절히 파괴되거나 동화당하고 있는 인류군의 모습과 인류군의 이동 태세 및 그런 각종 정보들이었다.

「우리에게 진정한 전투 방법을 가르쳐 다오.」

소년의 눈앞에 홀로그램 화면이 하나 떴다. 화면에는 붉은 머리, 붉은 눈을 지닌 소년이 기억하고 있는 5살때 아카라의 모습을 한 소년이었다.

「지금 이 땅에 있는 인간들을 네가 멸망시키는 거다.」

“큭... 아... 카라...”

홀로그램 화면에 아카라의 모습을 한 소년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년의 팔 다리를 붙들고 있는 황금색 촉수에 검은빛이 일렁이며 그대로 소년을 감쌌다.

“크, 크아아악!! 그, 그만!!”

「우리에게 진정한 전투 방법을 가르쳐 다오.」

“효과적으로 부대를 바꾼 뒤... 적의 주력을 끌어내어... 각개 격파.,.”

「그렇다. 우리는 너를 통해 그들을 멸망시킨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적을 쓰러뜨린다. 희생을 고려하고 적을 쓰러뜨린다.”



-6시간 후-

남극의 붉은 핏빛의 하늘에서는 끊임없이 레드 팬텀 나이트와 전투기나 공중장비를 갖춘 트론들이 거의 동시에 불타 떨어지고 있었다.
남극 주변의 바다도 마찬가지였다. 수중형태의 레드 팬텀 나이트와 무장을 한 전함과 잠수함들이 서로 불타고 있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인류군이 용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착각은 아니겠지. 티아리스트 에르나.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곧 새로운 녀석들의 의해 인류군이 언제 밀려도 이상할 것 없겠지.”

“그렇다고 해도 인류군은 물러설 수가 없겠지요. 슈리엘 클레이즈 씨.”

“그래, 물러설 수 없어. 그것보다도 그 애들은 괜찮을까?”

“괜찮을 거예요. 카렌티어스를 구출하기 위한 최적의 길을 아카라의 트론 마크 미르에게 알려주었으니까...”



그 시각, 아카라와 그 외 트론 3기는 남극의 얼음 벌판에서 아수라장이나 다름없는 얼음의 전장터에서 마크 미르가 알려주는 길을 향해 최대한 빠르게 그러나 앞을 막는 레드 팬텀 나이트들은 협력을 하여 최단 시간 내에 격파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적의 머리가 2시 방향에 있다.”

“알고 있어. 지나, 뒤를 부탁해!!”

셰나의 통신에 아카라는 즉각 2시 방향에 조무래기 레드 팬텀 나이트들의 보스를 동화한 듀거 란스로 베어버리면서 마크 06 시엘의 파일럿인 지나에게 뒤에서 공격해 오는 레드 팬텀 나이트들을 부탁했다.

콰앙.

지나는 대답대신 뒤를 노리고 달려드는 레드 팬텀 나이트 수십마리를 정확한 조준으로 관통시켜 날려버림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런 지나의 트론 마크 06 시엘을 노리며 자폭해 오는 레드 팬텀 나이트의 앞을 라스의 트론 마크 07 그레이가 P.E.V 필드 제네레이터를 펼치며 응수한 뒤 강화된 트라이 건을 남발해주는 것으로 응수하였다.
그렇게 네 사람은 완벽하게 크로싱 된 상태에서 마크 미르가 알려주는 길을 통해 어느 새 어느 적색의 수정 기둥들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지나가 시선을 돌려 황금빛의 용의 형상을 한 구형물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수많은 인류군의 트론과 전투기, 병사들이 온갖 공격을 퍼붓는 것이 보였다. 공격을 퍼붓고 있었지만 중간에 연보라빛이 나는 남색의 사각형의 쉴드에 막히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쉴드에서 원형의 충격파가 주변을 덮치며 펜릴이 발생하며 공격하는 인류군을 휩쓸고 있었다.

“모두 저쪽을 향하고 있어.”

지나의 말에 라스도 말하였다.

“여기가 입구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가?”

“그들은 저것을 티아리스트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 거야. 실상은 전혀 다른 존재인데.”

아카라는 그 말을 마침과 동시에 듀거 란스에 에너지를 모아 적색의 수정 기둥의 밑단을 모인 에너지를 발사하여 파괴하였다.

“돌입한다!!”

셰나의 외침을 끝으로 4기의 트론은 그 내부로 침입해 들어갔다.
어두컴컴할 줄 알았던 내부는 의외로 적색의 수정들이 반사하는 빛 덕분에 그렇게 까지 어둡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적색의 수정들은 이내 레드 팬텀 나이트로 변하면서 아카라들을 맞이하였다. 아카라들은 이를 질끈 물며 최대한 빨리 물리치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우리들의 내부로 그들이 침입했다.」

카렌티어스의 눈앞에 홀로그램 화면이 하나 떴다. 화면에는 붉은 머리, 붉은 눈을 지닌 소년이 기억하고 있는 5살때 아카라의 모습을 한 소년이었다.

「그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무엇을 하면 되는가?」

“연계를 분단시킨 뒤, 가... 각개... 격파...”

「어떻게 하면 그들을 분단시킬 수 있는가?」

“도망치는 척 하면서, 하나씩... 끌어들여... 크큭...”

“희생을 치루고서... 분단...”

「그거면 됐다. 내가 그들을 처치하겠다.」

홀로그램 화면 속에 5살의 아카라의 모습을 한 소년은 만족스런 미소를 띠며 말을 하였고, 말이 끝나자마자, 홀로그램 화면은 닫혔다. 그대로 검붉은 구슬과 접촉하였던 백금색의 트론 마크 유그드라실은 펜릴을 일으키며 어디론 가로 사라져 갔다. 검붉은 구슬 속의 소년, 카렌티어스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로, 초점 없는 적색의 눈동자 근처에는 어느새 맑은 물이 고였다. 그 물은 하나둘씩 카렌티어스의 하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제... 곧 용들을 이해한다... 그때까지... 모두들... 살아 있어죠... 큭, 크아아아악!!!”



“아!”

청의 티아리스트는 무언가를 느꼈는지 클레이즈 박사와 스튜코프 총통이 어떻게 하기도 전에 갑자기 펜릴을 일으키며 어디론가로 사라져버렸다. 그 시각, 어느 정도는 무난하게 내부로 돌파해 들어가고 있었던 아카라들에게도 이변이 닥쳤다. 갑자기 레드 팬텀 나이트들이 전부 자폭을 시도하였다. 그것을 정신없이 막아내다 자폭 공격이 끝났을 때 주변에는 자기 자신 뿐이었다.

“이런, 분단되었나?”

아카라, 셰나, 지나, 라스는 동시에 말하였다. 크로싱이 살아있는 것을 봐서는 아직 서로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하지만 각자 혼자가 되어버린 지금 각자를 둘러싸고 있는 무수한 수의 레드 팬텀 나이트들을 보며 기겁했지만, 그러나 이를 악 물며 미친 듯이 배고 쏘고 두들기고 그러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해.

“적의 방어권이 강화돼가기 시작했습니다!!”

“침공한 부대와 후속부대가 완전히 단절되어 갑니다!!”

그 시각 인류군에 대해 밀리는 듯 싶던 레드 팬텀 나이트들이 돌연 태세를 바꾸어 가장 안쪽으로 침입한 인류군을 감싸며 후속부대와 분단시켜나가며 하나하나 전멸시켜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후속부대 역시 간헐적인 공격을 통해 조금이라도 부대가 나누어지면 그대로 나누어진 인류군의 부대를 감싸 하나씩 전멸시켜 나가고 있었다.

“나아가라! 더 이상 퇴로는 없다!! 전진!!!”

하지만 도망갈 구석도 없었다. 그저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아... 하아... 겨우 다 쓰러뜨린 걸까? 어?”

라스의 트론 마크 07 그레이의 센서에 적색 신호가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어두운 통로 저편에서 홍의 티아리스트가 직접 조종하는 마크 유그드라실이 막 자신을 둘러싼 레드 팬텀 나이트들을 전멸시키고 숨을 몰아쉬고 있는 라스에 트론 마크 07 그레이를 향해 두 손에 펜릴의 구를 단 체로 날아왔다. 라스는 거의 반사적으로 미친 듯이 트라이 건을 마크 유그드라실을 향해 쏘아대었다. 하지만 마크 유그드라실의 판넬이 만들어낸 쉴드에 막혀 단 한발도 마크 유그드라실의 맞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마크 유그드라실이 이내 오른손에 펜릴을 마크 07 그레이의 오른손에 들린 트라이 건을 노리며 던져졌다.
그리고 펜릴은 명중함과 동시에 트라이 건과 마크 07 그레이의 오른팔 하완부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시스템의 연결된 모두에게 작렬하는 고통.

“끄아아아아악!!!”

라스의 비명.

“큭.”

지나와 셰나는 이를 살짝 악물었다.

“라스!! 피해!!”

아카라 역시 간신히 고통을 참으며 라스에게 말하였다.
마크 07 그레이는 부스터를 작동하여 뒤로 후퇴함과 동시에 단숨에 P.E.V 필드 제네레이터를 펼치지만 미처 펼쳐지기도 전에 잇따른 판넬의 펜릴 난사에 부셔져 버렸다. 그리고 마크 유그드라실은 완전히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라스를 향해 두 손으로 보기만 해도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펜릴의 구체를 만들며 금방이라도 내던질 것 같아보였다.

“안돼겠어... 나 죽을 것 같아...”

라스의 체념의 가까운 말에 이내 지나와 셰나의 통신이 들어왔다.

“라스!!”

“포기하지마!!”

그리고 아카라의 통신.

“한 명이라도 죽으면 시스템은 효력을 잃게 되어버려!! 전부 폭주해 버린다고!!”

라스는 아카라의 말에 이를 악물고 마크 07 그레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왼손에 들린 듀거 란스에 에너지를 모은 채로 마크 유그드라실을 향해 내 뻗었다. 순식간에 마크 유그드라실은 판넬을 이용해 쉴드를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라스는 죽을 수 없었다. 듀거 란스의 검날이 쉴드에 의해 부서져 가면서도 끝내 마크 유그드라실을 향해 듀거 란스에 모아둔 에너지 탄을 쏠 수 있었다. 그리고 환한 폭발이 일며 마크 07 그레이는 그 충격으로 뒤로 날아갔다.

“적들이 갑자기 공격이 정체. 인류군이 측이 적의 방어라인을 차례로 돌파.”

한 병사의 보고대로 갑자기 모든 종류의 레드 팬텀 나이트들이 공격을 멈춘 채로 주춤대며 적색의 수정으로 된 몸체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인류군의 공격으로 파괴되어 가도 그들은 조금의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계속 떨고 있었다.

“전진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라!!!”

벽을 기대고 검날이 중간쯤이 부러져 나간 듀거 란스를 들고 앉아 있는 마크 07 그레이의 반대편에서는 폭발에 의해 백금색이었던 기체가 검게 그을린 마크 유그드라실이 대부분의 판넬이 파괴되어 있는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타고 있는 홍의 티아리스트는 점점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뭐냐... 이것은? 뭐냔 말이다?」

그리고 홍의 티아리스트에게 대답해주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것이 ‘아픔’이다! 티아리스트!!」

카렌티어스의 목소리가 끝마쳐지기 전에 천장이 무너지며 트론 메가세리움 베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내 막 일어서는 마크 유그드라실을 향해 달려들며 소리쳤다.

“유우키 대위님과 유 박사님의 원수! 받아라!!”

그리고 그대로 달려가던 스피드를 살려 듀거 란스를 마크 유그드라실의 복부에 냅다 박아버렸다. 그와 동시에 홍의 티아리스트와 카렌티어스에게도 고통이 밀려왔다.

「크억!!」

고통스러워하는 홍의 티아리스트에게 카렌티어스가 소리쳤다.

「티아리스트! 가르쳐주마! 내가 너희에게 가르쳐준 전투의 이름을!!」

「소모전이다!!」

「아픔을 견디며 싸우는 전법이다!!!」

그와 동시에 마크 07 그레이가 듀거 란스를 마크 유그드라실의 등에다 박았다.
그리고 역시 홍의 티아리스트와 카렌티어스에게도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허억, 크아아악!!」

홍의 티아리스트와 똑같이 고통을 느끼지만 카렌티어스는 계속 소리쳤다.

「그것이 싸움의 아픔이다. 여기 있다는 증거이다!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티아리스트!! 크아악...」

카렌티어스의 말에 홍의 티아리스트의 초점 없는 적색 눈동자가 움츠러든다. 그리고 이내 마크 유그드라실은 갑자기 엄청난 힘을 내며 메가세리움 베타와 마크 07 그레이를 밀쳐낸 뒤, 복부와 등에 박힌 듀거 란스를 그대로 뽑아 던졌다. 그리고 소리쳤다.

「그럴 리 없다!! 나라는 존재는 이미 어디에도 없다!! 오직 존재하는 것은 아버지뿐이다!!」

그대로 마크 유그드라실은 부스터를 기동하며 반대쪽 통로로 있는 힘껏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만신창이이긴 하지만 역시 레드 팬텀 나이트를 물리치고 살아남은 지나의 트론 마크 06 시엘이 스나이퍼 건을 척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며 지나가 말하였다.

“놓치지 않아.”

스나이퍼 건에서 발사된 탄환은 마크 유그드라실의 두부를 맞추었다.

「크아아악!!」

홍의 티아리스트는 머리가 관통되는 듯한 막대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남은 판넬을 풀가동 하여 마구 난사하였다. 하지만 단 한발도 메가세리움 베타나, 마크 07 그레이나 마크 06 시엘을 맞추지 못하였다. 그러기는커녕 메가세리움 베타와 마크 07 그레이가 남은 P.E.V 필드 제네레이터를 펼처 마크 06 시엘을 보호하였고 지나는 침착하게 판넬을 하나하나 모조리 격파하였다. 그리고 저편에서는 뒤늦게 아카라의 트론 마크 미르가 듀거 란스를 손에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만신창이나 다름없는 마크 유그드라실은 양손을 높이 올린 채 펜릴을 발생시켰다.

“모두 도망쳐!!”

아카라는 펜릴을 일으키는 마크 유그드라실을 보며 도망치라고 소리쳤으나 정작 마크 유그드라실은 펜릴로 자신을 감싼 채 천장을 뚫고 저 하늘로 도망쳐 버렸다. 있는 대로 핏빛의 하늘 상공으로 날아오른 뒤 숨을 헐떡이는 홍의 티아리스트에게 카렌티어스가 말하였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은가? 그것이...」

「지금 이곳에 있다는 기쁨이다. 티아리스트... 아니, 5살 때의 벗, 아카라여...」



황금색으로 물든 얼음의 벽, 드넓은 어두운 공간의 중앙에 검붉은 구슬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을 중앙에 고정하기 위함인지, 아래에는 황금색 피라미드가 그리고 위에는 아래에 피라미드를 거꾸로 세운 모양의 피라미드가 고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살아남은 4기의 트론-마크 미르, 마크 06 시엘, 마크 07 그레이, 메가세리움 베타-과 토론의 파일럿인 소년소녀-아카라 에르나, S-X01(남, 라스), B-X49(여, 지나), 셰나-이 검붉은 구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카라가 입을 열었다.

“저 안에 카렌티어스가 있어.”

그리고 아카라는 마크 미르를 움직여 검붉은 구슬에 양손을 갖다 댔다. 적색의 수정이 마크 미르의 양손에 돋아나려고 하였다. 당황한 아카라는 역으로 동화를 시도하지만, 눈앞에 메시지 창이 하나 떴다. 메시지 창에는 청의 티아리스트가 남긴 글귀가 쓰여있었다.

[저항하지마.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힘이야.]

그 글의 의미를 아카라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받아들였다.
곧 마크 미르의 양 손에만 서서히 돋아나던 적색의 수정이 마크 미르의 온 몸에 돋아나며 감쌌다. 다른 파일럿들이 깜짝 놀라서 어떻게 해보려 했으나, 곧 적색의 수정이 먼저 깨지면서 마크 미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카라가... 적 티아리스트의 고동을, 적의 의지와 동화했다.」

“카렌티어스! 거기 있는 거야?”

아카라의 암갈색의 눈동자는 어느새 초점 없는 적색으로 변해 있었다. 눈앞이 갑자기 흐릿해진 아카라는 카렌티어스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리자 그 이름을 불렀다.

“카렌티어스!”

「아카라...」

아카라의 옆에 카렌티어스의 모습을 한 적색의 홀로그램이 생겼다. 그리고 카렌티어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카렌티어스... 여기 있는 거구나?”

아카라의 초점 없는 적색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다들 재회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적색의 수정들이 황금빛으로 변해가면서 얼음들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이변에 어리둥절 하는 모두의 앞에 갑자기 천장에서 검은 빛의 펜릴이 발생하며 천장을 부수고 내려왔다. 펜릴이 걷혔을 때는 수십의 레드 팬텀 나이트들의 모습이 보였다. 갑작스런 레드 팬텀 나이트의 등장에 다들 급작스럽게 전투태세를 갖출 때 카렌티어스가 입을 열었다.

「모두들, 나를 구하러 와줘서 고마워.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게 되었어. 유리카나 아카라, 모두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너희들의 세계를 지키겠다. 그러니까 다들 도망가 줘.」

카렌티어스의 말에 아카라의 두 눈은 커졌다. 그리고 소리쳤다.

“그게 무슨 뜻이야!! 카렌티어스!!”

「나는... 이 시스템을 통해 용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티아리스트, 홍의 티아리스트가 위안 삼기 위해 만든 또 다른 존재가 어느새 자신의 자아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각성하여 홍의 티아리스트의 잘못된 바램을 이행하려 하고 있다. 모든 것을 동화하여 이 별을 황금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죽음의 별로 만들 셈이야.」

“카렌티어스!! 설마!!!”

아카라의 불길한 예상, 그리고 카렌티어스는 아카라의 예상이 맞는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아, 그래. 티아리스트 에르나가 막아보려고 했지만 그 강대한 힘에 자신의 존재를 담고 있는 그릇을 잃었어... 홍의 티아리스트도 그 존재에 흡수되어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거짓 티아리스트를 받아들인 뒤, 소멸하는 것... 미안해. 아카라.」

이내 레드 팬텀 나이트들 수십이 아카라들의 트론 4기를 붙잡아 뚫린 천장을 통해 바깥으로 피신시키고 있었다. 아카라의 흐릿한 두 눈에 황금빛의 용이 서서히 움직이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레드 팬텀 나이트들이 자폭하며 펜릴을 뿜어대고 있는 것도 보였다. 하지만 소용없는지 전부 황금빛으로 변하더니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카렌티어스... 네가 뭐라고 하든, 이번엔 놓치지 않아!!!”

아카라의 마크 미르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레드 팬텀 나이트들을 펜릴을 일으켜 몽당 밀쳐내며 이내 황금빛으로 메꾸어지고 있는 황금빛의 얼음구덩이를 향해, 카렌티어스가 있는 곳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그리고 마크 미르가 황금빛의 얼음구덩이로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나도 눈부신 황금빛이 주변을 덮치며 그 충격파가 주변을 덮쳐왔다. 셰나와 지나, 라스 그 밖에 살아남은 자들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원 퇴각해야 했다.

‘크로싱은 살아있어. 꼭 살아있을 거야.’



어두운 공간에 두 사람이 기대고 서 있다.

‘아카라, 어째서 바보 같은 짓을 했지?’

‘카렌티어스, 너야말로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잖아.’

‘바보 같은 짓이라, 그러나 누군가 희생할 수밖에 없다면 내가 희생하는 게 전술적으로 낮다는 판단에서 한 일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건가?’

카렌티어스의 말이 끝났다. 잠시 침묵이 가는가 하더니 곧 두 사람은 피식 웃었다.

‘카렌티어스, 우리 지금 웃고만 있을 웃기는 상황이 아니겠지.’

‘그렇겠지. 아마 현실에선 이미 우리의 존재는 사라진 상태일 거야. 아카라.’

‘정말로, 그럴까? 카렌티어스.’

아카라가 두 손을 내밀어 카렌티어스의 두 눈을 가린다. 갑작스런 아카라의 행동에 놀란 카렌티어스가 뭐라 말하기 전에 아카라가 말하였다.

‘줬다가 빼앗아 가는 것만큼 치사한 짓도 없긴 하지만, 아버지가 가졌던 힘을 다시 하나로 모으지 않으면 우리 두 사람 다 진짜로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르겠어.’

‘무슨 말이지? 아카라? 설마?’

아카라의 오른편에 홍의 티아리스트가 왼편에 청의 티아리스트가 흐릿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두 티아리스트는 아카라에게 겹치기 시작했다. 카렌티어스의 적색의 용안도 빛을 잃고 진한 녹색의 빛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아카라의 오른쪽 눈은 적색을, 왼쪽은 푸른색을 뛰었다.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힘, 자신으로 있고자 하는 것은 의지, 그리고 사라지는 것은 또 다른 가능성.’

아카라의 말이 끝나자, 어두운 공간이 환해졌다.
그리고 카렌티어스의 의식의 끈도 점점 끊어져 가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네. 그렇게나 나라는 존재로 있고 싶었으면서도, 역시 티아리스트라는 존재가 되지 않으면, 카렌티어스나 나나 둘 다 구할 수 없게 되어버려서... 미안해. 일단은 난, 더 이상 아카라가 아니게 되어버렸어. 그리고 아버지와 동등한 존재, 진정한 의미의 또 다른 티아리스트가 되어버린 이상, 아버지가 벌인 일들을 수습하지 않으면 안 돼. 아버지가 무(無)의 티아리스트라면, 나는 유(有)의 티아리스트이기 때문에, 일단은 기다려 줘.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돌아갈 때는 티아리스트가 아닌 네가 아는 아카라 에르나라는 존재로 반드시 다시 만날 테니까.」

「그때까지, 안녕이야.」

「사랑해... 카렌티어스...」

의식의 끈이 점점 끊어져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렌티어스는 외치고 또 외쳤다.
가지 말라고,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그러니까 제발 내 곁에 있어달라고...
하지만 입 밖으로도 나오지 않은 채 의식이 끊어졌다.



3년이 흘렀다.
남극에서의 결전이 끝난 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일단 용은 이제 이 지구에서 사라졌다. 일단은 인간의 승리라고 해두어도 좋으련만, 그렇다고 인간의 절대적 승리도 아닌 것이 살아남은 인류 역시, 그 숫자는 매우 적었다. 전쟁터에서 죽은 자들도 죽은 자였지만, 용들은 사라질 때 그냥 사라지지 않고 고약한 전염병을 전 지구상에 뿌리고 사라진 듯 했다. 물론 자연 발생적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절묘했기에 그렇게 사람들은 생각했다.

“카렌티어스 오빠는 또 나갔어요?”

“오빠가 아니라, 언니잖아. 이젠.”

유리카의 질문에 클레이즈 박사는 질문을 정정해주었다.

“그래도 오빠가 편한데...”

“크크큭... 오빠든 언니든, 호칭은 중요하지 않지, 중요한 건 더 이상 남자의 그것은 없고, 대신 여자의 그것을 달고 있다는 거지만.”

안데르센 신부의 거친 말에 커텔은 벽에다 갑자기 주먹을 갖다 박으며 말하였다.

“아직 12세 밖에 안 된 여자애가 있는 곳에서 그런 말은 삼갔으면 좋겠군. 안데르센 신부.”

“크큭,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이젠 완전히 죽은 티아세리스랑 붕어빵이 되어버린 것 때문에 누가 눈독들일까 경계하는 주제에.”

“하지만, 이건 확실히 물어야 겠군. 분명 operation Blue에서 작전 도중 태평양에 처박혀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귀환한 건가? 설마 남극까지 수영해서 갔는데 거기서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카렌티어스를 데리고 또 수영해서 유라시아 지부까지 귀환했다는 말이 안대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아.”

안데르센 신부는 잠시 3년 전을 떠올렸다.
다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자신 앞에 갑자기 황금빛의 찬란한 용, 티아리스트가 모습을 보였을 때, 그리고 그 황금빛의 용이 갑자기 아카라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품에 안고 있던 카렌티어스-가 맞나 의심되는 이젠 암만 봐도 생물학적으로 여자나 다름없는-를 맡긴 뒤 유라시아 지부까지 데려다 놓은 일을, 그리고 아카라가 반드시 비밀로 해달라고 믿겠다고 하면서 사라진 일들. 이내 안데르센 신부가 입을 열었다.

“크큭, 미안하지만 그 말이 사실인데 어쩌지?”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사령관 나리, 적어도 그 빌어먹을 티아리스트와 약속을 한데다가 내 빌어먹을 혓바닥을 믿는다고 까지 했는데 말이야. 그러니 진실을 은폐할 수밖에.’



카렌티어스는 천천히 겨울의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
두 눈을 감으며 지난날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간단한 일을 그렇게나 멀리 돌아갔는지. 그러다가 아카라를 생각하며 조용히 마음속으로 말하였다.

‘아카라... 난 여기에 있어.’

‘여기서... 언제까지나, 널 기다리고 있어.’

‘언제까지나... 다시 만날 그 날까지...’













§ Epilogue §

두 눈이 떠지며 진한 녹색의 눈동자의 푸른 하늘이 보여졌다.
그리고 카렌티어스는 발걸음을 돌려 돌아가려다가 문득 느낌이 와서 살짝 뒤돌아보았다.
진한 녹색의 눈동자에는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이외에 너무나도 익숙한 한 사람을 보였다.
말은 필요 없었다. 두 눈에서 끊임없이 멈출 줄 모르는 눈물이 샘솟고 있었다.
그리고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 품에 안겼다. 말은 없었지만 이미 마음은 통하고 있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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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렌티어스(3년 후)
풀 네임 : 카렌티어스 N 프로브
성별 : 여
나이 : 17
외모 : 허리까지 오는 백금색의 머리카락. 진한 녹색의 눈동자
가족관계 : 커텔 N 프로브(50, 남), 리에 N 프로브(사, 여), 유리카 N 프로브(12, 여)
특수 : 이젠 평범한 사람.
성격 : 어딘가 맛이 갔음.
설명 : 커텔에 친딸(?). 전쟁이 끝난 지금, 그, 아니 그녀는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 사리진 아카라를 기다리며 오늘도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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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alist] 스페셜 땡스...
다르칸 <- 팀장 다음으로 많이 쓰고 설정 대다수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원전설 <- 없는 시간 쪼개면서 멋진 이야기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높새바람(핏빛노을.) <- 한글사랑을 외치며 어지간해서는 한글명칭, 한국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하신 분. 후반에 한반도 날려버린 것은 죄송해요;
카에데 <- 열심히 써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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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이 글을 다 읽은 용기있는 시민분께 진심으로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