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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테창-릴레이완결] Tialist

2006.12.21 08:03

아란 조회 수:299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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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창-릴레이소설 완결]
제목(팀명) : Tialist
장르 : SF
총화수 : 전 25화 완결
팀장 : 아란
팀원 : 다르칸, 영원전설, 높새바람(핏빛노을.), 카에데
연재기간 : 2004년 10월 24일부터 2005년 4월 9일 전 25화 완결

[Tialist] 16 : 인간의 정의, 티아리스트
글쓴이 : 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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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그래프가 조금 이상한데요?”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노 박사를 보며 말하였다.
노태우, 즉 노 박사는 유리창 너머 은회색의 트론의 두부를 보며 깊게 한숨을 쉬며 당연하다는 듯 말하였다.

“당연하지 않은가? 원래 보통의 인간이 트론과의 동조율이 높을 턱이 없는데, 그 모자라는 동조율을 올리기 위해 약물까지 투여했으니, 바이오 그래프가 정상인 게 더 이상하지... 바보 손녀 같으니...”

노 박사는 한 숨을 쉬었다.
노 박사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그 딸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딸은 자신을 닮은 여자 아이를 낳았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행복스토리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에 평범한 행복. 하지만, 그것도 손녀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허용하지 않았다. 용들의 공격. 그리고 딸 부부는 그렇게 짧은 행복과 고해야 했다. 남겨진 아이는 용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품은 채, 그렇게 노 박사와 살아왔다. 노 박사가 용을 죽이기 위한 병기를 개발한다는 것을 알지 못 했다면, 그녀가 약까지 투여 받으며 노 박사가 개발한 한국 최신예 트론, ‘K05 김치’를 탈일은 없을 것이다.

“소라야. 정말 괜찮겠냐?”

-문제없어요. 언제든지 OK이에요. 할아버지.

“그러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 하거라.”

노 박사는 손녀인 유 소라와의 통신을 끊은 뒤,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 연구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K05 김치의 최종 테스트를 개시하게.”

노 박사의 지시에 각 연구원들은 자신들에 맡은 임무를 이행하며 각종 보고를 쉴 새 없이 하고 있었다.

-크크크... 이것이 인간들이 우리를 쓰러뜨린다고 만든 장난감이란 말인가? 참 재미있는 장난감이군.

김치의 테스트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김치에서 소라의 목소리가 아닌 괴기스런 목소리가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에 노 박사는 안색이 새하얗게 변하며 급하게 소리쳤다.

“당장 테스트 중지!! 어서 코어에 활성화를 중단하게!!”

“지, 지금 하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은 당황했지만, 자신이 할 일을 하였다. 하지만 각 연구원들이 조작하고 있는 정보를 보여주는 모니터에는 -All Code Access Denial-라는 붉은 문자가 화면에 뜰 뿐이었다.

“틀렸습니다!! 전 코드 액세스 불가!!! K05 김치, 제어를 완전히 뺏겼습니다!!”

-크오오오.

때마침 김치는 흡사 괴수의 울부짖음을 내뱉으며 김치를 구속하고 있는 시설들을 순식간에 부숴버리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난동을 부리는 은회색의 트론, 김치를 보며 노 박사는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렸다.

“이, 이 놈의 용이, 내가 개발한 트론을... 하나뿐인 손녀를...”

“노 박사님!! 어서 피하세요!!”

그 순간 김치의 은회색 장갑이 밝게 빛나더니 이내 그 빛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콰쾅



=그 시각 유라시아 나리어스 본부=

“여전히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과 통신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와 정면에 대형PDP에 비친 핏빛 촉수에 잔뜩 둘러쌓인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타워와 그것을 둘러싼 용에 촉수를 세심하게 역동화 흡수해 처리해 나가는 트론 마크 02 스카디의 모습이 보였다.

“스카디가 작전에 들어간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지.”

“전투 종결 후 바로 작전에 들어간 지 19시간 정도 경과했습니다만, 별 진전은 없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커텔은 내심 속으로 대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타워를 감싼 용의 촉수에 달린 또 다른 코어는 이미 포착했으나, 카렌티어스의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에 함부로 코어를 제거할 수도 없으며, 스카디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동화, 흡수해 버릴 경우, 자칫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동화 흡수해버릴 위험이 있었다. 물론 그 안에 있는 카렌티어스의 목숨 역시,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과의 마지막 통신에서 카렌티어스는 용에 시스템 동화 침식 상태가 68%라고 했다. 그 통신 이후로 카렌티어스와의 연락이 7시간이나 끊긴 상태이다. 카렌티어스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 현재로서는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 말은 아직 카렌티어스가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오빠, 조금만 참아. 유리카가 곧 꺼내줄게.

유리카도 조급하긴 조급했다. 하지만, 서두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용은 영악하게도 자신들의 유리한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스카디가 유리카의 의지대로 용의 촉수 한 다발을 동화 흡수하면 그 배로 촉수 다발을 재생시켜 스카디의 양손을 뒤덮어 버리는 것이었다.

“포인트 A부터 D영역에서 용 출몰!!”

“헬 하운드와 유사하지만 변종으로 판명. 개체 수 15마리입니다.”

오퍼레이터들의 급작스런 보고와 함께, 대형 PDP에는 어느 새 화면이 바뀌어 변종 헬하운드 15마리와 자동 방어에 들어간 미사일 센터에 격전을 보여주고 있었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쓸 수 없는 상황인데 어쩔 거죠, 커텔 사령관님.”

유 박사의 진지한 말에 커텔은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쓸 수 없다면, 마더 컴퓨터로 제어하면 되겠지. 당연한 것을 묻는 군.”

그때 커텔에게 통신이 들어왔다.

-커텔 사령관님,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트론을 잠시 빌릴 수 있겠습니까?

“그건 왜인가?”

-알다시피, 아까 전투로 제 기체인 메가세리움 알파가 못쓰게 되어버렸잖습니까. 이번 전투에 한해서 빌려주실 수 있을 런지요.

“미완성에 ‘마크 07 그레이’라도 좋다면 맘대로 하게.”

- 아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이 전투에 지휘권 제게 주실 수 있습니까? 줄 수 없더라도 적어도 지수 군은 빼주셨으면 합니다만.



“유우키 대위님.”

A-X48(지수)는 회색의 트론, 마크 07 그레이에 탑승할 준비를 하는 유우키를 노려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여어, 지수 군이잖아.”

“여어가 아니잖아요. 어째서, 절 출격시키지 않기로 한 거죠.”

A-X48(지수)에 말에 유우키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지금, 네 상태로는 딱, 폭주해서 날뛰다 죽기 좋은 상태야.”

“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 용들을 다 죽여버리면, 죽을 일은 없잖아요.”

“아직 어리군. 너도 알겠지만, 현 시점에선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보조를 받을 수 없어. 불안하긴 하지만, 트론의 코어에 제어를 임시로 마더 컴이 대행하게 되겠지만, 카렌티어스가 하는 만큼의 반도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라서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제일 폭주할 위험이 있는 지수는 빠질 수밖에 없어.”

“그딴 거 상관없어요!! 용들을 다 잡아 죽일 수 있으면 폭주하던 뭐던 그딴 거 상관없단 말이에요!!!”

유우키는 A-X48(지수)의 말에 냉큼 오른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매우 빠른 속도로 A-X48(지수)의 얼굴에 휘둘렀다.

짝.

난데없이 유우키에게 뺨을 얻어맞은 A-X48(지수)는 멍한 눈으로 유우키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렇게 멋대로 폭주해서 유리카가 너를 죽이려고 했던 것처럼 동료를 죽일 참이냐?”

“아...”

“너 혼자 싸우는 거면, 네가 미쳐 날뛰던 말던 그건 상관없는 일이야.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혼자서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적은 교활하고, 또 숫자도 많아. 하지만, 요격에 나설 수 있는 아군의 숫자는 별로 없어. 그 적은 숫자로 적과 싸워 이기려면 팀웍이 잘 맞아야 하지. 또한 작전 지시를 이성적으로 잘 이행해야 해. 무엇보다도 너희들이 타는 트론이 폭주하는 것을 막아주던 카렌티어스의 도움은 지금으로선 전혀 받을 수 없다. 아무리 마더 컴이라도 카렌티어스가 하는 것만큼은 못해. 우린 폭주 위험을 감안하면서 서로를 믿고 싸워야 하는 거다!”

“으흑...”

A-X48(지수)는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울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증오와 분노로 휩싸인 자신이 정작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니, 오히려 소중한 친구들을 자기 손으로 죽일 지도 모른다는 것에 너무도 분해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배려해주는 유우키가 또한 고마웠다.

“지수 넌, 들어가 쉬고 있도록 해. 나랑 셰나, 그리고 지나가 나가서 싸우고 올 거니까. 물론, 네가 아끼는 지나란 애가 죽지 않게 할 거야.”

유우키는 하염없이 울고 있는 A-X48(지수)를 뒤로 하고 회색의 트론, 마크 07 그레이에 파일럿 캡슐에 탑승하였고, 곧 파일럿 캡슐은 마크 07 그레이에 삽입되었다.

“메가세리움에 비해서, 그리 썩 나쁘진 않군. 좋아. 충분히 싸울 수 있겠어.”



대형 PDP에는 변종 헬하운드를 7마리째 격파하고 있는 트론 마크 07 그레이(시라카와 유우키)와 이전 전투에서 왼팔을 잃은 메가세리움 베타(셰나)와 원거리에서 지원 사격을 하는 마크 03 드로우(B-X49, 지나)에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지나, 마크 03 드로우는 어떠니?”

유 박사가 보낸 통신에 B-X49(지나)는 대답하였다.

-제가 타던 것하고 별로 다르지 않네요.

“조금 불편해도 참아. 어쩔 수 없다고. 마크 06 시엘은 아까 전투로 반파되어서 말이지.”

-알고 있어요. 어차피 제 역할은 원거리 지원 사격이니까, 시엘이든 드로우든 별로 상관이 없잖아요. 그것보다, 카렌티어스를 구하는 건 잘 되가나요?

“진전이 없어. 그럼 이만 끊지.”

유 박사는 그렇게 통신을 마친 뒤, 마더 컴퓨터에서 보내주는 불안한 데이터들을 보며 연신 10여명에 요원들과 함께 일일이 데이터들을 조작하고 있었다. 15살의 소년이 혼자서 하는 일들을 유 박사를 포함한 11명의 어른이, 마더 컴퓨터라는 슈퍼컴퓨터로 겨우 트론의 폭주를 막고 있는 거였다. 그것도 셰나의 메가세리움 베타를 제외한 2기의 트론의 폭주만 막고 있는 것이라 이 정도의 인원으로 제어가 가능한 것이었다.
(메가세리움은 애초에 양산형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거의 폭주할 가능성이 0%에 달한다.)

“남동쪽 1.7km에서 미확인 기체 포착. 마하 7의 속도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포인트 C 좌표 X 012 Y 054에 착지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대형 PDP에는 어느 새 착지한 은회색의 트론의 모습을 비쳐주고 있었다.

-유 박사님, 제 눈이 잘못 된 것이 아니라면, 저거 트론이 맞겠지요?

유 박사는 유우키의 통신에 대답하였다.

“유우키 대위, 미확인 트론과 통신을 시도해 봤지만, 통신이 전혀 되지 않고 있어. 혹시 모르니까,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유 박사님, 이건 제 감입니다만, 저건 왠지 적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크오오오오오.

갑자기 은회색의 트론이 괴성을 지르며 두 팔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은회색 트론의 장갑 외부에는 황금빛 빛들이 얇은 막을 이루며 빛나기 시작했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타워를 감싸고 있는 용의 촉수 급속 성장합니다!!”

“용의 촉수가 메인 블록으로 침투합니다!!”

“1번, 4번, 17번 미사일 센터 컨트롤이 안 됩니다!!”

각 오퍼레이터들은 급박하게 여기저기서 보고를 날리기 시작했다.
대형 PDP에는 어느 새 C-블록을 비추고 있었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감싸고 있던 용의 촉수가 급속히 성장해 곳곳을 뚫고 들어가는 모습이, 그리고 그것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스카디의 모습도 비쳐졌다.

‘용들은 본부의 시스템을 아주 통째로 빼앗을 작정인가?’

“파일럿들에게 당장 저 은회색 트론을 제거하라고 하라!! 이 시점부터 저 트론은 트론이 아니라 용으로 간주한다.”

탁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명령을 내리는 커텔에게 전용 회선으로 통신이 들어왔다.

-커텔 사령관, 제발 늦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 유라시아 지부에 은회색 트론이 오지 않았나?

“왔습니다.”

-아직 파괴하지는 않았겠지. 돌려 말하지 않겠네. K05 김치를 생포해 달라고는 하지 않겠네. 제발 내 손녀만이라도 구해주게. 커텔 사령관.

“아무리 노 박사님이라도, 공과 사는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렇다면 내가 조언해주지. 김치에 특수능력 중 하나인 임펄스 쉴드를 조심하게. 쉴드긴 하지만, 공격적인 원형 쉴드지. 에너지를 임계점까지 끌어 모아 그 에너지를 폭발시켜 사방으로 방출하는 거지. 그 위력은 트론이 자폭하는 것보다 약간 못한 파괴력이라고 보면 되네. 사정거리는 아직 시범적으로 적용한 거라 트론 3대가 동시에 휘말릴 정도라고 보면 되네.

-할 수 있다면, 손녀를 구하기 위한 노력만이라도 해주게.



카렌티어스 주위에 모니터에 창들이 막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전에 카렌티어스를 머리를 쑤시는 듯한 통증과 원하지 않는 정보들이 마구 들어 닥치기 시작했다.

“이건 크로싱... 기체 코드... K05 김치... 란 말인가?”

카렌티어스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어떻게 시스템을 제어해보려고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보려고 하였다. 이미 용에게 98% 빼앗긴 시스템, 사실상 용에게 트론의 제어를 빼앗긴 거나 다름없었지만,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은 메인 블록의 시스템과도 연결되어 있었기에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빼앗은 용이 본부의 시스템을 빼앗으려고 시도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리고 카렌티어스의 우려대로 모니터에는 본부의 시스템을 마구 컨트롤 액세스 하는 창들이 떴다 닫혔다를 반복하였다.

“제길, 네 녀석들 마음대로 하게 내가 내버려 둘 줄 아나!!”

카렌티어스는 용안을 사용해 시스템을 다시금 제어하려고 했지만, 그때 모니터의 틈새에서 용의 핏빛의 가시 달린 촉수들이 카렌티어스를 둘둘 감싸기 시작했다.(머리 빼고)

“큭...”

「크크크, 시스템이 무척 흥미롭더군. 이런 시스템을 고작 인간 꼬마가 혼자서 다 처리한다니, 크크크, 그래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네가 지키고 있는 것을 네 손으로 파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일 것이야.」

“무슨 짓을... 큭... 서, 설마 네 녀석들!!”



트론 마크 03 드로우는 쏴야 하는 목표인 K05 김치가 아니라 셰나의 트론인 메가세리움 베타를 향해 클래식 스나이퍼 건을 쏴버렸다.

핑.

드로우의 공격을 간발에 차로 피한 메가세리움 베타는 한 건물 구조물 뒤로 후퇴하였다. 그리고 유우키는 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나!! 무슨 짓이야 아군을... 큭...

순간 유우키는 자신을 엄청나게 위압적인 기운이 자신이 동조한 트론을 맘대로 하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 이건 크로싱인가?’

“쳇, 시스템이, 완전히 용에게... 넘어간... 거란 말인가?”

유우키는 멋대로 움직이려는 그레이를 겨우겨우 붙들어 매며 한발자국 움직이며 말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난 네 녀석들에게 멋대로 조종당하진 않아!!”

그대로 그레이는 김치에게 달려들어 나이트 하르트를 박아 넣었다. 곧 김치 주위에 황금빛 에너지가 모이더니 사방으로 폭발하듯 내뿜어졌다.



“오빠!! 오빠!! 괜찮... 아악!!!”

유리카 역시 용에 강제 크로싱에서 무사할 수 없었다.
스카디는 유리카의 심경을 대변하듯 머리를 감싸 안은 채 마구 날뛰었다.



“본부의 시스템 제어가 완전히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에 빼앗겨 버렸습니다!!”

“본부 자폭 카운터 들어갔습니다!! 핵미사일 발사 카운터에 들어갔습니다!!”

“변종 헬 하운드, 본부 내로 침입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개채 수 3마리입니다!!”

“방어 시스템과 격벽들이 헬 하운드들의 침입을 돕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오퍼레이터들의 보고, 그러나 오퍼레이터들은 보고만 할 뿐, 어떻게 이 사태를 막아 볼 힘이 없었다. 대형 PDP에는 붉은 글자로 자폭 카운터가 5분 남았다는 것과 핵미사일 발사 카운터가 4분 남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거, 이거 정말 최악의 상황이군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계할 생각인가요? 커텔 사령관님?”

갑자기 들려온 한 여자의 목소리에 커텔은 잠시 뒤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본부와는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상의 조금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여성용 정장을 입고 지적이게 보이는 안경을 쓰고 짧은 핑크빛 머리카락을 올려 묶은 여자가 있었다.

“‘슈리엘 클레이즈’입니다. 뭐, 클레이즈 박사라고 하면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클레이즈 박사인가? 어째서, 이곳에 온 거지?”

“원래대로라면, 연구 겸, 그에 몸의 상태를 검사할 겸해서 왔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찾는 게 먼저 일 것 같군요.”

그때 유 박사가 ‘슈리엘 클레이즈’ 라 자신을 밝힌 여자에게 다가가며 말하였다.

“클레이즈 박사는 방법이 있기라도 한다는 말입니까?”

“아, 유 박사님도 계셨군요. 일단 그 질문에 대해서는 제 분야가 아니라서 뭐라 할 말은 없군요. 그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카렌티어스 군을 믿어보라고 밖에...”

대형 PDP에 화면은 여러개로 분할되어서 침입한 3마리의 변종 헬 하운드에게 저항하는 병사들이 무참히 살해되는 것과, 마크 03 드로우와 김치의 임펄스 쉴드에 당해 엉망이 된 마크 07 그레이가 메가세리움 베타를 노리며 공격하는 것과 그것을 열심히 피하는 메가세리움 베타의 모습, C-블록에서 여전히 머리를 쥐어 잡고 날뛰는 스카디와 덕분에 부서져 가는 시설들의 모습, 급속 성장한 가시 달린 용의 핏빛 촉수가 사람들을 마구 살해하는 모습 등을...

그리고 그러한 모든 정보는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모니터에도 분할되어 보여 지고 있었다.

「크크크... 어떠냐, 인간이여, 재미있지 않나? 이 모든 것들이 바로 네 손으로 직접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네가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 않게 손을 쓰던 저 장난감들이 서로를 부수고 날뛰고 하는 모습, 인간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장난감들이 정작 보호받길 원하는 인간을 학살하는 모습, 재미있지 않나?」

“...”

시스템 내에 울려퍼지는 용의 말, 용의 촉수에 휘감겨 피투성이가 된 카렌티어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

「뭐라 말을 해보지 그래? 설마 벌써 죽은 거냐? 죽지 않게 적당히 촉수로 감싼 것 뿐인데, 벌써 죽으면 앞으로 더 재미있는 것을 못 볼 텐데?」

“... 아직 죽지 않아...”

「그래, 역시 죽지 않았을 줄 알고 있었지. 그 쓰레기 龍眼(용안)으로 더더욱 재미있는 것을 봐야지. 앞으로 더욱 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말이야!!」

“... 쓰레기 용안이 아니야...”

「쓰레기가 아니면, 훗, 하긴 인간의 입장에선 쓰레기가 아니겠지만, 너희들이 용이라 표현하는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자기 눈조차 간수하지 못해 인간 따위에게 동화흡수당하는 녀석은 쓰레기 용이나 다름없는 거다!!」

“쓰레기는...”

카렌티어스의 두 눈이 감겼다. 그리고 다시 두 눈을 뜨며 소리쳤다.

“... 바로 너다!!”

카렌티어스의 용안은 이전에 적색과는 전혀 다른 타오르는 불길과도 같은 핏빛의 적색을 띄고 있었다. 시야에 비치는 모든 것은 다 태워버리겠다는 듯한 핏빛의 적색.
카렌티어스와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감싸며 그리고 메인블록과 본부 시스템 곳곳에 침투했던 용의 핏빛 촉수가 소멸해가기 시작했다. 김치는 순간 괴로운 듯,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으며, 멋대로 움직이던 마크 03 드로우와 마크 07 그레이, 마크 02 스카디는 순간 그대로 주저앉았다.

「어, 어째서... 이, 인간 따위가... 티, 티아리스트님의 3개의 용안 중, 하, 하나인... 발로르의 死眼(사안)을...」

“... 아카라가... 내게 준... 소중한... 눈이야...”



“자폭 코드가 해제 됩니다!!”

“핵미사일 발사 카운터가 중지되었습니다!!”

“방어 시스템, 독자적으로 침입해 오는 변종 헬 하운드 3마리를 요격합니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둘러싸고 있던 용의 코어 소멸 확인!! 용의 촉수들이 잇따라 소멸합니다!!”

오퍼레이터들의 잇따른 보고에 커텔의 얼굴에 조금 혈색이 돌아왔다.
그리고 대형 PDP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아마도, 그의 용안이 완전히 개방되었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커텔이 한 말에 갈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클레이즈 박사가 대형 PDP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시스템이 컨트롤을 거부합니다!!”

“모든 시스템이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통해 제어되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들의 보고에 클레이즈 박사는 싱긋 웃으며 말하였다.

“개방이 아니라, 각성일지도.”



3마리의 변종 헬 하운드들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침입을 도와주던 방어 시스템들의 갑작스런 공격에 놀라 발걸음을 C-블록으로 서두르기 시작했다. 단숨에 방어 시스템과 격벽을 부숴버리며 C-블록으로 향한 그들을 맞이한 것은 콘크리트를 동화흡수하여 마치 칼처럼 양손에 달고 있는 검붉은 색의 트론, 마크 02 스카디였다. 그리고 스카디에서 유리카의 으스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빠를 어떻게 해 볼 생각으로 왔겠지. 안됐지만, 오빠를 건드리게 놔두지 않아. 다 죽었어!!”

그리고 순식간에 스카디가 휘두른 칼같은 콘크리트에 의해 으스러지고 터지며 고깃덩이가 되어 폭발하는 3마리의 변종 헬 하운드들이었다.



“아깐 잘도 나를 멋대로 했겠다. 가만 놔두지 않겠다!! 이 망할 용아!!”

용의 강제 크로싱에서 벗어난 마크 07 그레이의 임시 파일럿인 유우키는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근처에 무기고에서 자동적으로 배출된 나이트 하르트의 레이저 광을 개방시키며 김치에게 달려들었다.

-마크 07 그레이, 아직 K05 김치에 파일럿이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오오, 카렌티어스냐? 무사했구만. 시스템을 되찾은 건 너겠지.”

-잡담할 시간은 없습니다. 적은 곧 이곳을 벗어나려고 할 것입니다. 제가 강제로 용에 크로싱을 걸어 행동을 봉쇄하겠습니다. 그 틈에 파일럿 캡슐을 회수함과 동시에 제가 김치에 D.C.S(Disintegrate Core System)를 가동시키겠습니다. 그레이에 엄호는 마크 03 드로우와 메가세리움 베타가 합니다. 마크 07 그레이는 파일럿 캡슐을 회수 하십시요. 김치의 특수능력인 임펄스 쉴드를 주의 하십시요.

“에라이, 카렌티어스 이녀석, 어른을 마구 부려먹냐!! 뭐 어쨌든 파일럿이 살아 있다는 이야긴 첨 듣는 거고, 임펄스 쉴드라면 아까의 그 공격 같고, 날 우습게보지 말라고. 그깟 사람 하나 구하는 거 뭐 어렵다고! 그것보다 견딜 수 있겠냐!! 크로싱을 하면 확실하게 고통이 전달될 텐데!!”

-머뭇거릴 수 없습니다. 작전 이행하십시요.

“좋다!! 나중에 겁나 아팠다고 투정 부리기만 해봐라!! 엉덩이 10대 때려주마!!”

순식간의 마크 07 그레이는 김치에게 빠르게 접근해 가기 시작했다.
김치는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 카렌티어스가 강제로 크로싱해서 행동을 봉쇄한 탓인지,
힘들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마저도, 마크 03 드로우의 저격으로 왼쪽 다리가 날아가 버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어느 새 도착한 마크 07 그레이는 김치의 등 쪽에 파일럿 캡슐이 삽입된 곳을 강제로 손으로 열어 파일럿 캡슐을 회수하였다. 그런 마크 07 그레이를 공격하려는 김치의 오른 팔을 메가세리움 베타가 듀거 란스로 단숨에 절단해버렸다.

-마크 07 그레이, 메가세리움 베타 모두 반경 40m 내외에서 벗어나십시요. 김치의 D.C.S가 가동되었습니다. 30초 안에 김치의 코어가 붕괴될 것입니다.

카렌티어스의 지시가 있기 전에 마크 07 그레이는 김치의 파일럿 캡슐을 든 채로 순식간에 뒤로 후퇴했으며 메가세리움 베타 역시 빠른 속도로 뒤로 후퇴했다.
그리고 30초 뒤, 용에게 빼앗긴 한국 트론 K05 김치의 코어가 붕괴함과 동시에 용과 함께 소멸해 버렸다.

“큭...”

카렌티어스는 낮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용에게 크로싱을 건 것은 처음이긴 했지만, 용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 그렇기에 용에 동화된 김치가 자폭할 때의 고통 역시 크로싱한 상태의 카렌티어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오빠, 괜찮아?

시스템을 통해 유리카의 목소리가 카렌티어스에게 들려왔지만, 카렌티어스는 듣지 못했다.
용에게 침식되어 제 구실 못하는 본부의 시스템의 제어와 트론의 코어 제어, 용에게 강제 크로싱 같은 일과 용에 촉수에 휘감겨 그 가시에 찔려 입은 부상, 그 모든 게 겹쳐 피로라는 이름으로 카렌티어스를 덮쳤기 때문이다.

“조금, 쉬어도 되겠지...”

그대로 카렌티어스는 나머지 컨트롤을 자율에 맡겨둔 채, 두 눈을 감았다.



“소라야? 괜찮은 거냐?”

언제 도착했는지 모를 노 박사가 마크 07 그레이가 내려놓은 K05 김치의 파일럿 캡슐에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나오고 있는 검은 머리카락의 단발의 소녀를 보며 말하였다.

“할아버지...”

소라라고 불린 소녀는 어느 새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노 박사에게 달려가 안기며 울면서 말하였다.

“무서웠어요. 우에엥...”

“그래, 괜찮아. 살아 있잖아. 응, 소라야. 그러니 그만 뚝 그치렴.”

노 박사와 박사의 품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소라를 보며 마크 07 그레이에 파일럿 캡슐에서 막 나온 유우키는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하아, 정말 용이란 존재가 뭔지, 저런 어린 여자애를 트론에 태우게 만든 건지. 그것보다 카렌티어스에게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바퀴 달린 들것이 의료 요원들에 의해 빠르게 응급처치/수술 실로 이송하고 있었다.
바퀴 달린 들것에는 잡다한 응급처치용 생명유지용 기구들과 함께 얼굴을 제외한 온몸에 용의 촉수에 달린 가시에 찔린 상처로 인한 출혈로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은 카렌티어스가 누워있었다. 의료 요원들과 함께 바퀴 달린 들것을 밀면서 달려가고 있는 유리카는 연신 오빠를 불러대며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계속 따라갈 참이었던 유리카도 응급처치/수술 실 문 앞에서 다른 의료 요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이거 놔요!! 오빠가!! 오빠가!!”

“유리카, 카렌티어스는 괜찮을 거야. 날 믿고 여기서 기다려.”

유 박사는 계속 어떻게 해서든 응급처치/수술 실로 들어오려는 유리카에게 그렇게 말한 뒤 그대로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에는 이미 수술 준비를 끝마치고 기다리고 있던

“클레이즈 박사님.”

유 박사의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이며, 단호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하였다.

“준비 OK.”

                        ○                                            ○

‘카렌티어스 뭐 하고 있는 거야?’

붉은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지닌 4살 정도의 소년이 블루블랙의 머리카락과 역시 같은 색의 눈동자를 지닌 같은 나이의 소년, 카렌티어스를 부르며 물었다.

‘아카라, 이건, 점자책이라고 장님들이 손가락으로 읽는 점자라는 것으로 씌여진 책이야.’

‘에, 카렌티어스는 장님도 아닌데 점자책은 왜 읽는 거야?’

아카라의 물음에 카렌티어스는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엄마가 하는 말을 들었어. 나, 태어날 때부터 눈에 심각한 병이 있다고 했어.’

‘에, 무슨 병이야? 많이 아파?’

아카라의 말에 카렌티어스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하였다.

‘아프지는 않아. 아카라. 하지만, 아프진 않지만 대신 언제, 장님이 될지 모른데. 그래서 점자를 열심히 익혀두지 않으면 안돼. 지금도 눈앞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리고 겹쳐 보이거든.’

카렌티어스의 말에 아카라는 카렌티어스의 양 손을 갑자기 잡았다. 그리고 카렌티어스의 탁한 블루블랙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카렌티어스! 나 결심했어!’

‘응 뭔데?’

‘나, 의사가 될 거야. 그래서 카렌티어스의 눈을 고쳐 줄 거야!’

아카라의 말에 카렌티어스는 놀람과 동시에 금방 뭔가가 생각 난 듯 말하였다.

‘에, 정말? 그치 만, 저번에 너 대통령이 된다고 하지 않았어?’

‘꿈은 크게 가지라잖아? 당연히 대통령이랑 의사랑 둘 다 할 꺼 야!! 그러니까, 카렌티어스 너도 이런 점투성이 책 읽을 필요 없어!!’

갑자기 아카라가 카렌티어스가 들고 있던 점자책을 빼앗아 들더니 그대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아카라!! 거기 서!!’

열심히 달려가던 카렌티어스는 그만, 돌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올린 카렌티어스의 눈앞엔 아카라가 있었다.

‘잡았다. 아카라.’

아카라의 푸른색 눈동자가 적색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하나가 되겠어? 아니면, 또 다른 의지로서 존재하겠어?’

‘아니면, 사라지겠어?’

                        ○                                            ○

“헉!!”

카렌티어스의 두 눈이 뜨여졌다.
눈앞에 보여 지는 하얀 천장을 보며 카렌티어스는 안도 한 듯 말하였다.

“꿈이라서 다행이야. 하지만, 왜 끝에 그런 꿈을...”

단순히 안도하며 도로 눈을 감았던 카렌티어스는 다시 눈을 떴다. 그렇게 떴다가 감았다를 반복한 뒤 카렌티어스는 눈에 다시금 힘을 주어보았다. 그리고 다시 아까의 행동을 반복했다. 그러다 옆에 탁자에 놓인 손거울이 눈에 들어오자 그걸로 자신의 얼굴을 비쳤다.
조금 헝클어진 백금발의 머리카락, 하얀 피부, 그리고 따뜻해 보이는 적색의 눈동자.
카렌티어스는 놀랍다는 듯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용안이... 완전히 제어되고 있어... 완전히...”

“그래, 용안은 이제 완전히 네 맘대로 제어가 되게 된 듯 하네.”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카렌티어스는 시선을 돌렸다. 두 눈에 비친 것은 클레이즈 박사였다.

“클레이즈 박사님...”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왜 첨보는 것처럼 말을 하니? 음, 하긴 그동안은 일부러 장님처럼 살았으니, 용안으로 나를 보는 건 처음이구나? 어때, 용안을 완벽하게 제어하게 된 기분이?”

클레이즈 박사의 질문에 카렌티어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살짝 지으며 말하였다.

“용안이 타인의 마음이나 생각, 또는 사물의 구성물질이나 등등을 멋대로 분석해서 읽어 들이지 않으니 편하군요.”

“그 말은, 네가 원할 때만 타인의 마음이나 생각을 읽거나 물체의 구성물질을 분석해 낼 수 있게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 뭐 어쨌든 완벽히 제어가 되니 더 이상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제어할 때 빼곤 장님 행세 할 필요는 없게 되었네. 축하한다.”

“그것보다, 제가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죠?”

카렌티어스의 자뭇 진지한 질문에 클레이즈 박사는 곰곰이 계산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굴리며 말하였다.

“흠, 글쎄, 네가 피투성이로 여기 응급치료실 겸 수술실에 온 것을 기준으로 하자면, 142시간 되려나?”

“그 말은 5일 22시간, 즉 거의 6일 동안 제가 정신을 잃고 있었다는 뜻입니까?”

“응. 아마도.”

클레이즈 박사는 새침하게 분홍빛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말하였다.
그러나 카렌티어스는 클레이즈 박사의 말에 냉큼 상체를 일으키며 소리쳤다.

“그럼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지...!!”

“당연히 쳐들어 온 용은 알트 아이젠의 트론과 마크 02 스카디가 개박살 내주었으니까, 걱정 말고, 넌 좀 쉬라고. 괜찮아. 쳐들어 온 용들도 소규모의 용인데다 약한 놈들뿐이었으니까.”

“그럼 다행이고요.”

카렌티어스는 한숨을 쉬며 도로 침대에 누웠다.

“너도 알고 있겠지. 사실, 용안이 분석해내고 들여보내는 그 방대한 정보를 ‘인간’의 뇌는 도저히 수용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 인간의 몸 자체가 용안을 부담하기엔 도저히 레벨이 맞지 않는 것을 말이야.”

“새삼스레,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가 뭐지요?”

카렌티어스의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그냥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말이야. 너의 몸을 연구하면 할수록, 점점 보이는 그 가능성이 말이야?”

“인간과 용이 서로 공존할 수도 있겠다라고 말이야.”

클레이즈 박사의 말에 카렌티어스는 잠자코 듣다가 입을 열었다.

“2040. 12. 25. 시드니. 대대적인 용들에 공격을 겨우 막아내었으나, 사상자 중 시드니 주민 비율은 90%. 사상자 명단 중에 아이아스 클레이즈, 넨시아 클레이즈도 포함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카렌티어스의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고개를 조금 숙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들어올리며 조금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사실이야. 그이는 2년 전에 하늘나라로 떠났고, 넨시아, 그 애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지. 꿈을 꾸면서 용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고 말이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보통 사람들이라면 용을 하나라도 쓰러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증오하는 게 당연할 텐데 말이야.”

“지킬 게 있으니까. 그 애가 아직 살아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용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애가 자신 안에 용과 싸우는 것을 도와주는 것뿐이야. 아까 말했듯이 인간과 용의 공존, 그 가능성을 찾아서 이루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그리고 그 애를 위해서기도해.”

클레이즈 박사의 말을 잠자코 듣던 카렌티어스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공존이라 함은 서로를 대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대화를 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미 알다시피, 용이 먼저 인간을 공격하지 않았습니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학살하는 상대와 대화 자체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카렌티어스, 정말 모르겠니? 네 몸 자체가 인간과 용이 서로 공존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에 증표라는 것을.”

클레이즈 박사는 그 말과 동시에 한 사진을 꺼내어 들었다. 사진에는 4살가량의 두 소년이 찍혀 있었다. 한 소년은 블루블랙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눈동자를 지닌 소년, 그리고 그 옆에는 적색의 머리카락과 탁한 푸른색의 눈동자를 지닌 소년이 사진 속에 있었다.
클레이즈 박사는 사진을 카렌티어스에게 보이며 마저 말을 이었다.

“카렌티어스 넌 원래 이런 외모가 아니었지. 하지만, 이 사진을 찍은 후로 1년 뒤에 지금의 너가 되어버렸지. 네 옆에 있는 적색의 머리카락의 아이는 네 원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인 블루블랙으로 스스로 염색해 버린 채로 케이지에서 살아왔고.”

“무슨 일이 있었지? 1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이야기 해줄 수 있겠니?”

클레이즈 박사의 말에 카렌티어스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카라가 자신과 어머니에게 한 짓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때 겁을 먹은 듯 도망가는 아카라의 뒷모습을 보며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그때 내가 보고 들은 모든 것(어머니의 죽음), 내 책임으로 돌리도록. 그러면 아카라도 용기를 내어 내게 와서, 이야기 할 것이라고.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해서.’

그런 카렌티어스를 보며 클레이즈 박사는 카렌티어스와 아카라의 4살 때 찍은 사진을 거두며 포기한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지금 당장 이야기 하라는 건 아니야. 하지만, 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어. 이건, 네 아버지인 커텔 사령관도 모르는 진실이야. 하긴 그 진실을 커텔 사령관이 알았다면, 네 소중한 친구이자, 나에겐 소중한 친구의 유일한 자손이기도 한 ‘아카라 에르나’는 아마 예전에 죽었을 거야.”

“그것이 무슨 뜻이죠? 아카라가 예전에 죽었을지도 모른다니?”

‘아카라’라는 말 한 마디에 카렌티어스는 즉각 벌떡 일어나며 말하였다.
카렌티어스의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마저 이야기 하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아카라, 그 애는 티아리스트(Tialist), 정확히는 티아리스트의 부활을 위해 그 코어를 담고 있는 살아있는 그릇.”

                        ○                                            ○

‘이것이 티아리스트의 코어.’

클레이즈 박사는 반지름 7m에 지름 14m정도로 추산되는 티아리스트의 진홍색의 코어를 보며 그 말을 내뱉었다.

‘우리 인류를 그렇게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몰아새운 존재 치고는 너무 단순하지. 하지만, 슈리엘,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실은 단단한 껍질에 불가할 뿐이야. 진짜, 코어를 보호하고 있는 혼돈이라는 껍질이지.’

(백금색의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에 보석 같이 진한 녹색의 눈동자를 지닌)티아세리스 에르나, 그녀의 보석 같은 진한 녹색의 눈동자는 티아리스트의 진홍색의 코어를 바라보며, 그녀의 작은 입이 열리며 그 말을 하였다.

‘호오, 그래? 그럼 티아세리스, 진짜 코어는 얼마 만한데? 껍질이 이렇게 크다면 그만큼 클 것 같은데.’

‘아니, 중심부에 위치한 진짜 코어는 고작 반지름 8Cm, 결론은 지름 16Cm정도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작아. 그 만큼, 약하기도 하고.’

‘하아, 엄청 깨는 크기잖아. 인류가 핵무기를 쓰게 만든 상대가 실은 이런 초미니 사이즈의 코어를 가지고 있다니.’

‘하지만, 대신 그 만큼 겉에 진홍색의 껍질, 혼돈이라는 껍질은 그만큼 단단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지.’

티아세리스는 티아리스트의 진홍색의 코어에 다가가 손을 표면을 갖다대며 말하였다.

‘만약, 용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묻고 싶어. 왜 이 세계에 나타났는지. 그리고 왜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과 절망 속으로 몰아넣어야 했는지를 말이야.’

‘대화를 하는 건 좋지만, 그건 상호이해를 마친 뒤 가 아닐까? 티아세리스.’

그때 클레이즈 박사의 뇌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호... 이해... 란 말인가?...」

순간 티아리스트의 코어에서 황금빛의 촉수들이 뻗어 나왔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서 코어에 표면에 손을 대고 있던 티아세리스를 감싸버리더니 그대로 코어 속으로 늪에 빠져드는 것처럼 티아세리스는 코어 속으로 빠져 들어가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클레이즈 박사는 커다란 충격에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었다.

‘티아세리스!!!’

                        ○                                            ○

“무려 15년 전 이야기야. 너도 그리고 아카라라도 태어나기 전 일이지.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렇게 코어에 흡수된 티아세리스는 6개월 만에 도로 내뱉어 졌지. 아마 그때, 커텔 사령관이 리에랑 결혼 한 게 그때쯤일 거야.”

“혹시라도 나더러 6개월 동안 티아세리스를 구하지 않고 뭐했냐고 물을지 몰라서 하는 말이었지만, 티아리스트의 진짜 코어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껍질은 아마도 핵폭탄을 터트려도 깨지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너무도 단단한 것이었지. 6개월이 다되어서 겨우 장비를 개발해서 조금씩, 조금씩 코어의 껍질을 잘라내었을 정도였으니까.”

클레이즈 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카렌티어스는 곧 정신을 차리고 클레이즈 박사에게 말을 하였다.

“그 일이 있은 후, 태어난 게 아카라 라는 것이군요.”

카렌티어스의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숨을 고르며 말하였다.

“그래. 그 일이 있은 후, 4개월 뒤에 티아세리스는 아카라를 출산했지. 생전 남자라고는 커텔 밖에 모르는 여자가 처녀의 몸으로 말이야. 하긴 그 티아리스트의 코어 껍질이 티아세리스를 도로 내뱉었을 땐, 그녀의 몸매는 임신 6개월에 임산부와 비슷했었지만. 뭐, 어떤 충격인지 감은 잡히지만, 아카라가 태어 날 때까지 말도 하지 않고 이유 없이 울먹이기도 하고, 정신 상태가 말이 아니었어. 그리고 아카라가 태어난 지 6개월 정도 뒤에 리에가 너를 낳았고.”

“그래서, 제 몸에 어디가 인간과 용이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카렌티어스의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한 연구 보고서 같아 보이는 서류를 꺼내더니 카렌티어스에게 냅다 던져주며 말하였다.

“그 연구 결과에 대한 서류를 보면서 들어. 용안을 시작으로 유전자 레벨, 장기, 세포 등, 완벽하게 용과 융합되어 있어. 조금도 어긋나지 않고 완벽하게 말이야. 융합된 용의 유전인자도 믿을 수 없지만, 그 최초의 용 티아리스트와 완전히 같은 거야.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이만큼 이야기 했는데 모르겠니? 뭐, 덤으로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유리카 역시 너 만큼은 아니지만, 아주 약간의 티아리스트의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지. 뭐 태어나기 전에 리에가 동화되었으니, 약간은 당연하지만, 그 덕에 티아리스트의 코어 껍질, 혼돈의 조각으로 움직이는 트론 마크 02 스카디를 움직일 수 있는 걸지도.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만.”

카렌티어스는 말이 없었다. 그저 클레이즈 박사가 냅다 던져준 연구 보고서만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클레이즈 박사님... 이런 몸을 지닌 저를 인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카렌티어스의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싱긋 미소 지으며 말하였다.

“글쎄? 인간의 정의가 대체 뭘까? 단순히 생명공학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 인간답게 행동하고, 인간적인 마음을, 의지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일 뿐이지만, 난 너를 인간이라고 정의를 내리기 보다는, ‘인간과 용의 유일한 유효체’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어. 인간의 마음과 의지를 지닌, 그리고 용의 힘을 지닌 전 세계에 유일한 ‘인간과 용의 공존체’라고 말이야.”

클레이즈 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카렌티어스는 조용히 자신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말하였다.

“‘인간과 용의 공존체’라는 것인가?”

순간 카렌티어스의 머릿속에 뭔가 최악의 가정(가족 할 때 그 가정 아님;;)이 하나 지나갔다. 그대로 카렌티어스는 클레이즈 박사를 바라보며 떨리는 입을 열며 말하였다.

“그렇다면, 만약 용들이 아카라와 접촉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이죠? 분명, 클레이즈 박사님은 아카라가 티아리스트의 코어를 담고 있는 그릇이라고 이야기하셨죠?”

카렌티어스의 다급한 말에 클레이즈 박사 역시 굳은 얼굴로 두 눈을 감은 채로 말하였다.

“아카라가 담고 있는 티아리스트의 코어를 자극하게 되겠지. 그리고 최악은 티아리스트의 코어가 폭주하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겠지만, 그건 단기적인 최악의 상황이고 장기적으로는 티아리스트의 코어의 각성, 그리고 아카라가 티아리스트로 부활하는 것이겠지. 뭐, 게임으로 치면, 인류는 미리 GG 쳐야 하는 상황이려나.”

“그렇게 되면, 아카라는, 아카라는 어떻게 되는 것이죠?”

카렌티어스의 질문에 클레이즈 박사는 담담히 두 눈을 뜨면서 말하였다.

“네 생각엔 어떻게 될 것 같니?”

“여러 번의 걸친 연구로는 결론은 하나야. 아카라, 그의 인격, 기억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 되어버리지. 그들 용에겐 티아리스트의 코어를 담고 있는, 부활의 그릇이나 마찬가지인 아카라의 기억이나 마음 같은 건 필요 없는 것이니까.”

클레이즈 박사의 말에 카렌티어스의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                                            ○

적색의 눈동자와 적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5살 정도의 소년에 손에서는 적색의 수정이 돋아나 있었다. 그리고 같은 나이의 블루블랙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눈을 지닌 소년에게 말하였다.

‘하나가 되겠어? 아니면, 또 다른 의지로서 존재하겠어?’

‘아니면, 사라지겠어?’

적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의 말에 블루블랙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은 부들부들 떨더니, 그대로 적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그대로 적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을 땅에 눕히며 소리쳤다.

‘이제 그만해!!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어째서,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냐고? 아카라!! 대답해 봐!!’

순간 적색의 머리카락의 소년의 적색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져 간다. 적색의 소년에 손에 돋아난 적색의 수정에 금이 가더니 깨져나간다. 그리고 환한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갑작스런 빛에 눈이 부셔 두 눈을 가리며 뒤로 물러서는 블루블랙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에 귀에 익숙하지 않은 톤이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으로 있기로 선택 했구나. 그리고, 나 역시 자신으로 있게 해주어서... 고마워. 카렌티어스.’

                        ○                                            ○

“아니요. 아카라는, 그의 의지로서 남아 있을 겁니다. 설령, 티아리스트로 부활한다 해도, 아카라는 자신의 기억과 마음, 의지를 잃지 않을 겁니다. 반드시...”

카렌티어스의 단호한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약간 놀랐다는 듯 다시 카렌티어스에게 질문조로 말하였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지요?”

“저, 역시... 기억과 마음이 사라질 수도 있을 뻔 했으니까요.”

“역시, 네가 지닌 용안과, 너의 몸, 그리고 유리카의 몸이 그렇게 된 건 아카라가 관여되었구나?”

“그렇지 않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용에게 침식당한 어머니를 죽인 것도 저고, 유리카를 어머니의 뱃속에서 꺼낸 것도 저입니다. 아카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카렌티어스의 단호한 말에 클레이즈 박사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였다.

“순 거짓말이면서. 뭐, 좋아.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면, 그렇게 믿어볼게. 그럼, 빨리 나아서, 유리카를 보듬어 주라고. 그 애 완전 초상난 것 마냥 굴어서 말이지.”

“그런가요. 그럼 빨리 나아보도록 노력해 보도록 하지요.”

클레이즈 박사는 병실을 나가려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하였다.

“아참, 네가 5년 전에, 그러니까 시즈미랑 네가 한창 잘나가던 때에 그때 내게 한 말 있었지?”

“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트론에 내장할 수 없겠냐고?’ 말이야.”

“설마?”

카렌티어스는 설마 하는 마음에 클레이즈 박사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그래, 결국 만들었다. 그 당시에는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일이었지만, 유럽의 그, 베드로를 포함, 12사도라는 트론을 만든 유럽 최고의 기술진과 하여튼 전 세계에 날고뛰는 기술자들이 전부 모여서 최고의 기술과 재료로 만든, 현존하는 트론 중, 스카디와 비교하긴 그렇겠고, 베드로와 비교하자면 베드로보다 2단계나 더 뛰어난 스펙에 최신예 트론이지. 기체 코드는 ‘트론 마크 유그드라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내장 탑재한 데다, 지금까지 기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조된 코어를 동력원으로 쓰기 때문에 사실상 지금까지 트론과 비교해서 전혀 다른 신 모델이지. 그래서 번호가 붙지 않아. 자세한 건 요 디스크에 다 들어 있으니까, 거기 단말기에 삽입하고 읽어보면 될 거야.”

클레이즈 박사는 품에서 자그마한 디스크를 꺼내어서는 카렌티어스에게 주며 말하였다.

“한 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그 코어란 바로 네 몸과 결합한 티아리스트의 유전인자를 바탕으로 해서 만든 어떻게 보면 티아리스트의 코어를 재구축한거지. 다른 면도 적지 않지만. 그 덕에 너 밖에 조종할 수 없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덕분에 이제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이 미치지 못하는 원격지에서의 작전에 대한 문제는 해결된 셈이군요. 고맙습니다. 클레이즈 박사님.”

카렌티어스는 클레이즈 박사가 건네주는 디스크를 받으며 그렇게 말하였다.
클레이즈 박사는 자뭇 걱정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정말 괜찮겠니. 트론과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이중 부담, 그 외에 다른 파일럿들이 느끼는 고통. 후회하지 않니?”

“후회 할 거였으면, 부탁하지도 않습니다. 도망가지 않습니다. 시스템에 링크된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저는 갈 것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그럼 나는 이만.”

클레이즈 박사가 나가고 난 뒤, 카렌티어스는 조용히 디스크를 단말기에 넣고 자신이 타게 될 트론 마크 유그드라실에 대한 데이터를 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카라, 네가 왜 너의 어머니인 티아세리스와 비슷한 모습으로 나를 바꾸어 놓은 것인지, 직접 물어봐야 겠지만, 어쩌면 이미 답이 나왔을지도 모르겠구나. 나를 통해서 이제는 없는 어머니를 보고 싶었던 건가?”

“아카라, 넌 지금 어디 있지? 설사 네가 티아리스트로 부활한다 해도 넌 너의 기억과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싸울 거라고 나는 믿고 있어. 아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