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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테창-릴레이완결] Tialist

2006.12.21 08:00

아란 조회 수:302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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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창-릴레이소설 완결]
제목(팀명) : Tialist
장르 : SF
총화수 : 전 25화 완결
팀장 : 아란
팀원 : 다르칸, 영원전설, 높새바람(핏빛노을.), 카에데
연재기간 : 2004년 10월 24일부터 2005년 4월 9일 전 25화 완결

[Tialist] 15 : Aegis, 피어나는 증오
글쓴이 : 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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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카렌티어스? 어쩜 리에를 꼭 빼닮았을까?’

백금발에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에다 연구원들이 입는 흰 가운같은 것을 입은 여자가 블루블랙의 머리카락과 블루블랙의 눈동자를 가진 3살의 소년에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헤헤, 그런데 아카라는 누굴 닮은 거야? 티아세리스 머리는 빨갛지 않잖아?’

블루블랙의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다듬은 단발의 흰 원피스 차림에 여자가 적색의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지닌 3살의 소년을 껴안으며 하는 말이었다.
그 말에 백금발에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의 표정이 일순 굳어갔다.



두 여자는 자주 만나는 일은 없었지만, 만날 때는 언제나 자신들의 아들을 데리고 왔다.
두 소년은 처음엔 머뭇거렸지만, 그러나 곧 아이답게 활달하게 놀고, 또는 장난도 치면서 그렇게 지냈다. 가끔 두 소년에 놀이에 두 여자들도 곧잘 끼어들기도 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두 소년이 5살이 되었을 무렵, 두 소년의 어머니는 자주 만나는 시간이 적어져 갔다. 블루블랙의 머리카락을 가진 어머니를 쏙 빼닮은 소년은 친구가 언제고 올 때 같이 놀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만큼 소년에게 적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은 유일한 또래 친구였다. 그리고 어느 화창한 어느 날, 그렇게 기다리던 친구가 소년에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카라!!’

적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이 하는 말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블루블랙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은 간만에 온 친구였기에 반가워 달려나갈 뿐이었다.
적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의 두 눈이 뜨여졌다.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적색의 눈동자.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소년의 두 눈에서 적색의 수정이 돋아났다.

‘아아아악!!!’

달려오던 소년은 이내 자신의 두 눈을 감싸며 그 자리에 엎어져 버린다.
적색의 수정은 깨져버리고, 소년은 고통에 몸부림친다.

‘동화라고 해. 아버지가 그랬어. 우리는 원래 하나였다고.’

‘아카라...’

‘하나가 되자. 하나가 되면 더 이상 누구도 상처를 입거나 주지 않게 될 꺼야.’

‘어라, 아카라, 언제 왔니...’

블루블랙의 임산부 옷을 입은 여자가 적색의 머리카락의 소년을 보자 반가운 듯 다가왔다.
그러나 여자의 두 눈에 초점은 소년의 적색 눈동자를 보자마자 풀려버렸다. 그리고 곧 그녀의 온 몸에서 적색의 수정들이 마구잡이로 돋아나기 시작했다.

‘아카라!!’

‘아버지의 의지대로 나는 하나로 분리된 모든 의지를 지닌 존재들을 하나로 동화하지 않으면 안돼. 누구도 상처를 주거나 입지 않는 세상. 그것이 아버지의 의지니까. 나라는 존재는 아버지의 의지를 잇기 위한 그릇, 애초에 나란 존재는 어디에도 없는 거야. 하지만, 카렌티어스는 소중한 친구니까, 선택하게 해줄게.’

‘하나가 되겠어? 아니면, 또 다른 의지로서 존재하겠어?’

‘아니면, 사라지겠어?’



“으아아아아!!!”

카렌티어스는 비명을 지르며 냅다 잠에서 깨며 일어났다.

“하아, 하아... 어째서, 꿈에 그 일이...”

카렌티어스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쉬며 푸념같이 내뱉었다.

“내가 그때 무슨 대답을 한 건지 모르겠다. 다만, 이 두 눈이 다시 뜨여졌을 때, 넌 겁을 잔뜩 집어먹고 도망가 버렸지...”



깨져서 산산이 부서져 먼지가 되어 흩날리는 적색 수정.
블루블랙의 머리카락을 지녔던 소년의 머리카락은 어느 샌가 백금색을 띄고 있었다.
뜨여진 소년에 적색 눈동자에 비친 붉은 머리카락의 소년의 눈동자는 어느새 푸른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겁에 질린 소년에 얼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적색 머리카락의 소년은 도망쳤다. 남겨진 소년은 한동안 앞만 보다가 아기에 우는 소리에 뒤돌아보았다. 사방에 튄 붉은 피, 그리고 피의 강 가운데에는 배가 찢겨진 남겨진 소년의 어머니가 처참한 몰골로 있었다. 그 주변에는 어머니의 배 밖으로 나와 있는 작은 아기가 있었다.
꺼져가는 듯한 기운으로 울고 있는 아기, 남겨진 백금발의 소년은 자신에게 어느새 심어진 적색의 용안이 이끄는 데로 아기와 어머니를 잇고 있는 탯줄을 두 손으로 끊고 두 눈으로 들어오는 무수한 정보에 구토할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무조건 달렸다.
유 박사가 있을 만한 곳으로.



“아카라... 항상 묻고 싶었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나중에 네 어머니인 티아세리스 에르나 씨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다시 만나게 된 너는 처음엔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네가 아무리 블루블랙으로 머리카락 색을 바꾸더라도 그 눈동자, 탁한 푸른 눈동자는 분명 너란 것을 증명하고 있었지. 10년 만에 보는 나를 엄마라고 불렀었지. 하지만, 그게 다였지. 정말로 나를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카라에겐 미안하지만 용안으로 마음을 훔쳐보았지만, 나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어느 한 곳은 아무리 용안으로 들여다보려고 해도 전혀 볼 수가 없는 곳이었지. 넌 나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실은 그때의 기억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나와 너가 얽힌 추억들을 봉인하는 것이니?’

카렌티어스는 곧 고개를 흔들며 다시 잠자리에 들며, 입을 열었다.

“이제 와서, 그런 것을 묻기엔 너무 늦은 걸까?”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다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신이 어머니를 죽였다고 거짓말을 한 뒤, 지금까지 폐륜아란 소리를 수없이 들어왔다.
아버지, 커텔은 그 일에 대해 처음으로 자신에게 칭찬을 했었다.

‘용을 죽이다니, 칭찬해주어야겠군.’

“비정상적인 세계야. 그래도 좋다. 네가 언제고 돌아올 수 있게 나는 나를 나쁘게 이야기 할 테니까.”

“아카라, 넌 지금 어디 있지?”



“저, 저기 에릭. 있잖아, 맛 어때?”

A-X48(지수)는 자신이 만든 도시락을 무감각하게 먹고 있는 S-X03(에릭)을 바라보며 수줍게 말하였다.

“맛없어.”

“에!!!”

S-X03(에릭)에 단 한마디에 A-X48(지수)는 울상을 지었다.

“농담이고, 실은 무지 맛있어.”

“에릭 군... 지금 절 놀린 거에요!!!!”

이마에 힘줄이 돋은 A-X48은 이내 폭주해서 S-X03(에릭)에게 큼직한 후라이팬을 들고 달려들었고 S-X03(에릭)은 열심히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손에 도시락을 든 체로 달려가면서 식사를 하고 있는 그들에 모습을 보며, 유우키가 한 소리하였다.

“하아, 저 속에서 피어나는 순진한 사랑이란 말인가? 정말 아름답군.”

“한가한 소리할 때가 아닙니다. 행여라도 다치기라도 하면 당장 전투에 투입할 전력이 그만큼 부족해지는데...”

유우키의 말에 대번에 반박하는 카렌티어스에게 유우키는 유유자적, 황홀한 듯한 눈빛으로 반박하였다.

“카렌티어스, 넌 말이야, 지나칠 정도로 커텔 사령관에게 동화되어서 저런 아름다운 커플들에 정다운 사랑 놀음을 볼 줄 몰라, 그런 점에서 참 불쌍하다고 너도.”

“‘만년 솔로’라며 커플지옥 솔로천국을 외치는 사람에게 들을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카렌티어스에 ‘만년 솔로’라는 말에 유우키는 할말을 잃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이곳 유라시아 나리어스 본부에 눌러앉은 이유가 뭡니까?”

카렌티어스의 조용하지만 뼈가 있는 말에 유우키는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도대체 유우키 대위님은 무슨 생각으로 유라시아 나리어스 본부에 출몰하는 용들을 맡겠다고 지원하신 건지?’

셰나는 이해 할 수 없었다.
물론 용을 물리치는 것 하나로 결성된 용병단체인 알트 아이젠이었고, 용이 출몰하면 어디든 가서 물리치는 것이 제 1 임무였다. 특정 지역에 출몰하는 용을 물리치는 방어적인 성향이 아니라 용이 있다면 가서 두들기는, 원정 성향이었기에 유우키가 유라시아 나리어스 본부 쪽에 출몰하는 용들을 전부 맡겠다며 지원을 하였을 때 솔직히 그게 받아들여진 것에 의아심을 품는 중이었다.

쿵.

너무 깊이 생각했었던 것이 흠이었는지, 셰나는 앞에 벽이 있는지도 모르고 부딪히고 말았다. 마침 저쪽 복도에서 오던 유 박사는 벽에 부딪혀 기절한 셰나에게 달려가 부축하며 말하였다.

“셰나 씨, 괜찮으세...”

유 박사에 눈이 셰나에 겉에 입은 제복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로켓(안에 사진을 넣을 수 있는 목걸이)에 시선이 갔다. 그것도 뚜껑이 활짝 열려 드러난 사진에 시선이 갔다.
한동안 아무 말 없던 유 박사는 이내 놀라며 입을 열었다.

“어, 어째서, 이것을 셰나 소위가...”

바로 그때 적색경보가 온 건물에 울려 퍼졌다. 용이 출현한 것이다.



“좌표 X 036, Y 048 지점에 용 출현!”

“소라게 타입이지만, 신형일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트론 전 기체 각 포인트로 이동 개시하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들에 각종 보고, 대형 PDP에 비친 마치 피기 직전에 장미 꽃봉오리를 지고 가는 소라게에 형태를 뛴 용이 비쳤다. 그것에 본채에 색깔은 흙색을 하고 있는 반면, 등에 지고 있는 장미 꽃봉오리 모양은 핏빛을 띄고 있었다. 그것은 천천히 작전 지역으로 이동해 오기 시작했다.

“마크 06 시엘은 적의 방어 수단을 찾아내 신형인지를 확인하라.”

카렌티어스에 즉각적인 지시에 B-X49(지나)의 트론인 마크 06 시엘은 클래식 스나이퍼 건
을 지면에 고정시키며 자세를 잡았다.

“포인트 A에서 C지역에서는 마크 03 드로우, 마크 05 이지스, 메가세리움 베타가 상대한다.”

지시대로 포인트 A에서 C지역에 마크 05 이지스를 선두로 좌우로 마크 03 드로우와 메가세리움 베타가 포진을 마쳤다.

“적의 공격 수단이 확인되면, 메가세리움 알파와 마크 02 스카디가 배후에서 적을 공격.”

특별히 위치를 지정해주지 않았지만 유우키의 메가세리움 알파와 SS-X00(유리카)에 마크 02 스카디는 이지스 편대에 배후에 자리를 잡으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 포메이션을 유지할 것.”

카렌티어스에 마지막 한 마디가 끝나고 곧 얼마 안 있어 한 오퍼레이터에 보고가 들어왔다.

“목표, 최종 방어라인 돌파했습니다.”

그 보고를 끝으로 카렌티어스는 즉각 마크 06 시엘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마크 06 시엘, 공격 개시!”

-아, 알겠습니다!!

B-X49(지나)의 트론인 마크 06 시엘은 언제나 그렇듯 그 좋은 눈으로 느리게 이동하는 용을 포착, 방아쇠를 당겼다.

퍼엉.

경쾌한 소리와 함께 포탄은 그대로 용에게 날아갔고, 무난히 명중하였다. 하지만, 공격이 명중된 용의 반응이 수상했다. 공격이 명중한 순간 꽃봉오리에 보랏빛 빛 덩어리가 모여들고 그 빛 덩어리는 이내 보랏빛 사각형을 만들어 내면서 먼저 공격을 가한 마크 06 시엘에게 빠른 속도로 튕겨 날아갔다. 미처 B-X49(지나)가 시엘을 움직여 피해볼 틈도 없이 보랏빛 사각형은 클래식 스나이퍼 건과 그것을 쥐고 있는 시엘에 두 손, 두팔을 연달아 관통하며 트론 자체를 비틀어버리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파일럿 캡슐 사출!!”

B-X49(지나)는 두 손, 아니 온 몸을 비틀어 짜는 막대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역시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는 카렌티어스는 즉각 비틀어져 가는 트론 마크 06 시엘에게서 파일럿 캡슐을 즉각 사출시켰다.

펑.

파일럿 캡슐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사출됨과 동시에 마크 06 시엘을 관통한 보랏빛 사각형 역시 사라져 나갔다. 그러나 두 팔, 두 손, 무릎이 비틀어진 시엘은 그대로 자세로 인해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용은 한층 더 속도를 내어 단숨에 이지스들이 포진한 포인트 A~C지역에 도달했다.

“마크 05 이지스는 후퇴, 메가세리움 베타와 마크 03 드로우로 거리를 벌어나가며 양측면에서 공격!!”

카렌티어스에 즉각적인 지시에 이지스는 뒤로 후퇴함과 동시에 셰나의 메가세리움 베타와 A-X48(지수)의 마크 03 드로우는 용에 양측면으로 각각 이동하면서 메가세리움 베타는 왼팔에 내장된 기관포 갈룸 14를 쏘아대었고, 마크 03 드로우는 트라이건을 양손에 쥔 채 쏘아대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용은 특별한 공격을 하지 않은 채로, 마크 06 시엘에게 한 것처럼 자신을 공격한 트론에게 보랏빛 사각형을 튕겨 낼 뿐이었다. 보랏빛 사각형은 메가세리움 베타에 왼팔을 관통하며 비틀어나갔으나 셰나는 즉각 고통을 참으며 단숨에 오른팔에 듀거 란스로 왼팔을 잘라내었다. 그러나 드로우 쪽으로 날아간 보랏빛 사각형은 드로우에 양팔을 관통하며 꽈배기처럼 비틀어버리며 A-X48(지수)에게 막대한 고통을 주기 시작했다.

-뭐, 뭐야!! 으아아아아아아악!!!!

카렌티어스 역시 예상치 못한 고통에 한쪽 눈을 찡그리며 마크 03 드로우에 상태를 살펴보며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폐인 블록이 작동하지 않아? 그렇다는 말은 데이터 상으로는 어디도 파괴되지 않았다는 뜻인가?”

트론이 상처를 입으면 그 파일럿도 역시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그 고통도 일시적일 뿐, 곧 사라져버리는 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폐인 블록, 폐인 블록에 역할은 트론이 상처를 입은 부분에 파일럿과 연결된 감각 센서를 자동적으로 끊어버리는 장치이다. 이 장치로 인해 트론의 파일럿은 일시적인 고통을 느낄 뿐, 계속적으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폐인 블록이 작동된 시점에서는 이미 상처를 입은 부위가 잘려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트론의 신체 일부분이 잘려 나가면 일시적인 고통을 느낄 뿐 곧 페인 블록이 작동해 지속적인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된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틀어져 버렸다면 당연히 폐인 블록이 작동해야 함에도 작동하지 않는 것에 의아함을 품는 카렌티어스였으나 곧 생각을 바꾸어 셰나에 메가세리움 베타에 즉각 연락을 취하였다.

“셰나 소위님!!”

-알고 있다!!

단숨에 셰나에 메가세리움 베타는 단숨에 마크 03 드로우에 비틀어진 양팔을 듀거 란스로 절단해 버렸다.

-아아아아악!!!

A-X48(지수)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정신을 잃은 채로 드로우와 함께 앞으로 엎어졌다.

“됐다, 폐인 블록이 작동.”

카렌티어스는 마크 03 드로우에 데이터를 보며 말하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적은 우리의 공격을 그저 되받아쳐오는 것뿐인가? 만약 그렇다면...’

카렌티어스에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용은 다시금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렌티어스도 역시 지시를 내렸다.

“마크 05 이지스는 이지스 쉴드로 용을 붙잡아 둔다!!”

-이미 가고 있다고!

S-X03(에릭)은 힘찬 목소리와 함께 이지스 쉴드 전개와 동시에 엔리멘탈 코드, 쉴드까지 발동하며 전진하는 용에게 정면으로 부딪쳤다. 다행이도 이지스 쉴드나 엔리멘탈 코드로 발동된 쉴드까지는 공격으로 보지 않는 듯 용에게서 보랏빛 사각형이 튕겨져 나오지는 않았다.

“역시, 좋아. 마크 02 스카디는 그대로 적의 뒤로 돌아가 눌러버리도록!!”

-아니, 눌러버리지 않고 스카디로 흡수해버리겠어!!

유리카는 역시 힘차게 소리치며 오른손에 동화시킨 듀거 란스를 단 스카디를 잽싸게 움직여 이지스가 붙잡아 두고 있는 용에 뒤로 가 용에 핏빛 장미 꽃봉오리를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콰앙.

“유리카!!”

카렌티어스에 단말마와 같은 비명소리, 내려친 스카디에 왼팔을 중심으로 그대로 스카디에 온 몸을 관통하며 비틀어대고 있는 보랏빛 사각형이 보였다. 그 사각형은 곧 사라졌고, 스카디 역시 자체 재생능력으로 곧 원형 그대로 재생되었다. 그러나 스카디는 그대로 뒤로 쿵 주저앉았다.

-아...

유리카는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고통으로 왠만한 고통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만큼 고통에는 면역이 되어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방금 겪은 고통의 수준은, 지금까지 겪어 본 바 없는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살면서 겪은 모든 고통을 일시에 느끼게 된 거랄까? 팔 하나, 다리 하나, 머리 하나 날라가는 정도의 고통이라면 무시할 수 있어도 살면서 겪은 모든 고통을 그 순간에 일시에 겪는다면 아무리 유리카라도 비명 하나 못 지르고 쓰러져 버릴 것이다.

쿵.

갑자기 용이 땅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등에 지고 있던 핏빛 장미 꽃봉오리가 벌어지면서 그 안에서 마치 혈관과도 같은 그러나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핏빛 촉수들이 무수히 많이 나오며 땅을, 그리고 땅위에 모든 것을 뒤덮어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땅위에 널 부러진 트론들도 뒤덮었지만, 트론이 뒤덮이던 말던 상관없이 그대로 땅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적이 본부 지하 시설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적, C-블록에 도달!”

“뭣!!!”

오퍼레이터들에 보고에 커텔은 자신도 모르게 한 소리를 내뱉었다.
C-블록, 바로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타워가 위치한 공간.
본부 지하에 사방 50m라는 넓은 공간 중앙에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타워가 있다.
정확히는 공간에 중심에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이 위치하며,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탑승하는 구조였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타워를 중심으로 전후좌우에 한 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는 보도블록이 있으며 나머지는 정체 모를 청색의 액체가 호수처럼 채워져 있었다. 그런 곳 C-블록에 핏빛에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혈관 같은 용의 촉수 수십 가닥이 천장을 뚫고 내려오며 단숨에 중앙에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타워를 꽁꽁 동여매듯 감싸기 시작했다.

“설마, 처음부터 시스템을 빼앗을 셈으로...!”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빼앗긴다는 것은, 시스템에 연결된 트론의 코어에 제어라던가 D.C.S의 컨트롤을 용에게 빼앗긴다는 것이었다. 용에게 빼앗긴다면 분명, 시스템에 연결된 트론 전기체가 용에게 동화당하거나 또는 폭주하거나 할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해도 지휘 계통이 혼란해져 아군의 트론이 제대로 작전대로 싸우지 못할 것이다.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동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커텔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적의 본체를 뿌리와 끊어라!”

아무리 중대한 일에도 함부로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치는 일이 없는 커텔이 갑작스레 일어나 소리치며 명령하자, 본부 내에 사람들은 커텔에 그런 모습에 잠깐 멈칫했으나 곧 자신들에게 주어진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대형 PDP에서는 유우키의 트론 메가세리움 알파가 용에 본체에서 나온 촉수를 연신 공격해대었으나, 곧 바로 촉수들에 감겨 사지가 절단 나고 두동강 나버렸다.

-이 녀석!!!

S-X03(에릭)의 트론 마크 05 이지스만이 현재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트론이었다.
(유리카는 순간적인 쇼크로 일시적인 마비 상태)
S-X03(에릭)은 열을 내며 이지스 쉴드에 강도를 높임과 동시에 엔리멘탈 코드 쉴드 역시 강화하면서 용의 본체를 밀어내며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용은 교활했다. 이지스 쉴드와 엔리멘탈 코드로 발동된 쉴드가 미칠 수 없는 지하를 통해 촉수를 움직여 쉴드 내부로 나오게 함과 동시에 이지스 곳곳을 찔러대었다.

-으아아악!!!

고통으로 인해 엔리멘탈 코드와 이지스 쉴드가 잠시 해제되자마자 수십 가닥의 촉수들이 이지스 곳곳을 관통해 되었다.

-큭!!

고통에 이를 악무는 S-X03(에릭)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용의 본체 뒤에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뻗은 채로 빛나는 듀거 란스였다.

-카렌티어스... 유리카에게 손을... 꺽어달라... 고...

카렌티어스는 시스템의 방어 와중에 들려온 S-X03(에릭)에 고통을 참으며 하는 말을 듣고 곧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 지 눈치를 채고 유리카에게 말하였다.

“유리카!!”

-... 오, 오빠...

“손만이라도 움직일 수 있겠니?”

-으, 응...

유리카는 카렌티어스에 말에 겨우 손만이라도 움직이려고 생각했다.
듀거 란스가 동화된 오른손을 왼손으로 움직여 듀거 란스에 위치를 좀 더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듀거 란스에 바뀐 위치를 본 S-X03(에릭)은 결의에 찬 눈동자로 외치며 이지스를 움직였다.

-누구도 다치지 않아!! 난 방패(Aegis), 그러니까, 내가, 내가 모두를 지켜줄 테야!!!

그대로 이지스는 (이지스의 스펙으로는 믿을 수 없지만)용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지스의 손가락은 모두 잘려나가고, 이지스의 장갑에 금이 가거나 떨어져 나가고, 이지스 기체 자체에는 용이 튕겨낸 보랏빛 사각형들이 마구잡이로 관통해 팔, 다리 할 것 없이 비틀린 상태였다.

-으아아아아아!!!!

그러나 S-X03(에릭)은 그 고통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대로 무너지기 직전에 이지스로 단숨에 용에 본체를 스카디에 듀거 란스에 냅다 관통시켰다. 그러나 듀거 란스가 너무 길었기에 용에 코어뿐만 아니라 이지스에 허리 역시 관통해 버렸고, 그대로 이지스는 두 동강 나버렸다.

“파일럿 캡슐 사출!!”

카렌티어스의 외침과 동시에 이지스의 파일럿 캡슐은 사출되어 저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듀거 란스에 관통된 용의 코어도 빛을 내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늦지마.’

카렌티어스의 바람과는 달리, 이지스의 파일럿 캡슐은 폭발 사정거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콰아앙.

폭발은 곧 사그라들었고, 자욱한 먼지가 가라앉았다.
용의 코어가 폭발한 곳을 중심으로 지름 40m 가량 이르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그 곳에는 어느새 재생된 스카디가 뒤로 나자빠져 있었다. 스카디의 오른손에 있던 듀거 란스는 손잡이만 남았을 뿐, 칼날은 없었다. 폭발의 중심지 어디에도 이지스의 잔해는 없었다. 구덩이 주변에는 사지가 절단 나고, 두동강 난 메가세리움 알파가, 그리고 왼팔만 절단 난 메가세리움 베타가 두 팔이 잘린 채 앞으로 고꾸라진 마크 03 드로우를 부축해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아, 윽...

정신을 차린 A-X48(지수)에 두 눈에 으스러진 이지스의 파일럿 캡슐이 들어왔다.
으스러진 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이지스의 파일럿 캡슐을 보며 그녀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두 눈에선 맑은 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입에서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아... 으아아아악!!!



“목표 소멸.”

“이지스 역시 폭발에 휘말려 소멸되었습니다.”

“여전히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과 동화중인 용의 촉수는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시스템을 동화하고 있습니다만, 관리자님의 적극적인 방어로 일부만 동화된 상태지만, 이대로라면...”

오퍼레이터들의 보고에 커텔은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뭐든 쉽게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커텔이었다.

-유 박사님. 오빠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실래요.

“유리카, 그게 무슨 소리야? 아직, 쇼크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몸으로는 무리야!!”

-그치만, 이대로 있으면 오빠는, 위험해요. 그러니까,

“1번부터 C30번 블록을 전면 개방한다.”

유 박사과 단말기로 유리카와 하는 대화를 들었는지 커텔은 입을 열며 지시했다.

“당신!!”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을 용에게 빼앗기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잘 알고 있지 않나? 시스템의 설계자라면 당연히 잘 알고 있겠지.”



“지수 언니, 괜찮아요...”

Cage에 파일럿 대기실에서 B-X49(지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A-X48(지수)를 걱정하며 말하였다.

“괜찮아. 신경 쓸 거 없어.”

“그치만...”

A-X48은 벌떡 일어나 거울 쪽으로 향하며 말하였다.

“지나가 걱정할 것 없어.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갑자기 A-X48(지수)는 벽에 거울을 향해 냅다 주먹을 날렸다.
거울은 ‘쨍그랑’ 소리와 함께 깨지면서 붉은 피와 파편이 튀었다.
B-X49(지나)는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할말을 잃어버렸다.
그런 B-X49(지나)에게 A-X48(지수)는 조용하지만 그러나 살의와 증오가 담긴 말을 하였다.

“처음엔 그저 살기 위해, 명령이기 때문에 용과 싸워 왔지만, 이젠 용과 싸워야 하는 확실한 이유를 알겠어.”

“소모품 취급을 받든 이제 상관 안 해. 용만, 용만 전부 전멸 시킬 수만 있다면, 난 어떻게 되어도 좋아. 에릭을 앗아간 용을 전부 죽여 버릴 수만 있다면...”

한 소녀의 마음속에서 새로이 불타오르기 시작한 증오와 분노였다.



“알파 섹터부터 세타 섹터까지 X032번 방법을, 그리고 나머지 제타 섹터, 베타 섹터와 에타 14번 구역은 C-392번 방법으로 방어 개시.”

카렌티어스는 능수능란하게 시스템을 조작하며 보통 어른이라면 멀미로 졸도해버렸을지도 모를 방대한 작업을 단 10분 만에 완료를 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방법에 효과는 바로 시스템 상태 창에 보여 졌다.

“됐다. 성공이다. 이대로라면 적어도 30시간은 버틸 수 있다.”

‘순순히 용에게 시스템을 빼앗기지는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최대한 막아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