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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運命의 系統樹

2007.01.01 07:28

아란 조회 수:110 추천:4

extra_vars1 <font color="CC0303">정해진 운명의 종말</font>, <font color="3300CC">새로운 운명</font> 
extra_vars2 35<font color="3300CC">上</font><font color="CC0303">(完)</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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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홀의 중앙에는 하나의 원탁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저스티스의 12제인 제3제 용자-레이 미스테리오, 제6제 절망의 연주자-요한 베르캠프, 제7제 더 그리드 핸드-나바론, 제8제 다우전드 니들-엘리스 카리나, 제9제 인형의 왕-프리실라 테스타롯사가 원탁에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있었던 일련의 불행한 사건들 때문인지 원탁은 7자리나 비어 있었으나 비어있는 원탁에 대해 다른 12제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각자의 테이블에 놓여 있는 거대한 상자에 대해서는 다들 의아해 하는 눈치로 총수의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총수의 대리자인 프란츠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황해 하시는 것은 알지만, 나 또한 그분께 받은 지시라고는 여기로 남아 있는 12제들과 함께 집합할 것 외에는 없습니다.”

총수의 대리자로서 늘 총수의 지시를 전달해 왔던 프란츠 역시 테이블에 놓여있는 거대한 상자에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직접 대면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겠지.”

프란츠를 비롯한 다른 12제들도 중저음이지만 선명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프란츠의 뒤에 나타난 검은 그림자에 시선을 고정하며 동시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프란츠는 그림자가 누군지 한 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프란츠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총수님!”

프란츠의 말 한 마디는 원탁에 앉아 있는 12제들을 크게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황하지 않은 자들은 12제 중에서도 한 명 밖에 남지 않은 사천왕, 레이 미스테리오 뿐이었다. 사천왕을 제외한 다른 12제들이 당황하는 것은 사천왕을 제외하면 그들은 저스티스의 총수라는 존재를 대리자 외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마지막 지령을 수행하느라 크나큰 손실을 입은 것은 나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또한 생각보다 훨씬 잘해준 것에 대해서 손수 감사를 표하지.”

총수라 불린 그림자는 그 말을 하면서 어두운 그림자에서 나와 원탁에 앉아 있는 12제들과 프란츠에게 그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호수와도 같은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반짝이는 핏빛의 원피스 드레스를 입은 한 소녀였다. 거대한 홀은 저스티스의 총수에 겉모습과는 달리 풍겨오는 묘한 분위기에 압도당하여 원탁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다들 자기 앞의 상자를 열어 보도록.”

총수가 깨끗하지만 상대가 누구든 압도하는 무게감이 확실히 느껴지는 청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한 실제로 그렇지는 않지만 12제들은 그녀의 목소리가 마치 마음을 직접 울리며 들린다고 느꼈다.
총수의 말에 12제와 프란츠는 조심스레 각자의 테이블에 놓인 상자를 열었다. 열린 상자에는 이 세계에서 가장 귀한 신들의 금이라 불리는 정제된 ‘에스트랄다’가 거대한 상자 가득히 들어있었고 그 외에 또 다른 한 가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 12제와 프란츠는 상자 가득 들어 있는 그 귀한 에스트랄다에 놀랐지만, 무엇보다도 하나만 들어 있던 그 한 가지에 크게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것은 바로….

“오늘부로 저스티스는 해산, 너희들은 지금부터 자유다. 각자의 테이블에 놓여 있는 상자 안에 든 것은 오늘날까지 나를 믿고 여기까지 와준 것에 대해 내가 너희들에게 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보수이다.”

총수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12제와 프란츠는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충격에 의해 어안이 벙벙해져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총수 각하.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

레이 미스테리오가 심신을 추스르며 일어서서 총수의 진한 사파이어 같은 두 눈동자와 애써 시선을 맞추며 간신히 말을 하였다.

“내가 한 말 그대로의 의미다. 이제 너희들은 자유이니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이 가이아나 행성의 운명은 내일 끝난다. 하지만 나는 너희들이 반드시 살아남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 옛날 태초에 파멸주라 불린 고대인들이 타고 왔던 푸른 방주(Blue sky Ark)를 완벽하게 복원해두었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보수와 소망을 가지고 그 푸른 방주를 타고 원래 고대인들이 가고자 했던 행성(Shangri-La)으로 가주길 바란다. 그 행성(Shangri-La)까지 가는 항해 프로그램은 이미 다 짜여 있으니 가는 것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푸른 방주로 가는 워프석도 상자에 같이 들어 있으니 푸른 방주를 일부러 찾아 가기 위해  하지만 나의 말을 믿든 믿지 못하든, 그건 지금부터 너희들의 자유다. 다만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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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빛을 발하는 광활한 우주.
가이아나 행성(D.E.S.T.I.N.Y of Planet Prism Destroy)과 그 주위에 3개의 달인 루나, 라크리마, 그리고 아직까지 이름이 없는 달 역시 광활한 우주에 구성원 중 하나였다. 가이아나 행성의 주위를 돌던 3개의 달 중 하나인 루나의 둥근 구체의 형상이 점차 바뀌면서 차츰 푸른색을 띄는 역삼각형의 형태로 바뀌었다. 완전히 변형을 마친 그것은 더 이상 가이아나 행성의 주위를 돌던 청월(靑月) 루나가 아닌 한 척의 거대한 배였다.
바로 오래 전 생명이 없던 기계별인 D.E.S.T.I.N.Y of Planet Prism Destroy에 의해 좌초되었던 옛 지구인(고대인이자 파멸주)이 타고 온 푸른 방주는 이름 그대로 블루 스카이 아크(Blue sky Ark)였다. 블루 스카이 아크로 완전히 변형한 푸른 방주는 가이아나 행성의 주변을 공전하며 가속하더니 어느 순간 시공간 워프 게이트를 열고는 그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크크큭, 빌어먹을! 푸른 방주는 최후에 최후를 위한 카드인데, 그것을 눈앞에서 잃어버려야 하다니! 이것도 뫼비우스 네 녀석들의 계획인가? 말하라!! 아크 리치여!”

만신창이가 된 흑색의 특수 갑주를 장착하고 있던 노 머시 장군은 워프 게이트를 열고 그 안으로 사라져버린 블루 스카이 아크를 그저 눈뜨고 바라만 봐야 하는 것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정말로 최후의 순간을 위해서 준비된 뫼비우스와 파멸주의 마지막 카드였으나 노 머시 장군은 블루 스카이 아크가 움직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혈맹성에서 유리가 죽음을 당한 그날 밤을 기점으로 대대적으로 우주에서부터 가이아나 행성을 침공하기 위해 몰려드는 엘트리움의 대군을 막기 위해 노 머시 장군이 흑색의 발키리 아머를 장착하고 우주로 올라가 아크 리치 몬타나 맥스와 함께 엘트리움의 대군을 몰아내기 위해 싸우는 것에 열중하는 바람에 루나가 원래의 모습인 블루 스카이 아크로 변형하여 워프 게이트를 여는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저스티스….”

급히 노 머시 장군을 블루 스카이 아크가 있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남은 엘트리움들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 방패 역할을 하여 머리 반쪽과 가슴 일부, 그리고 오른팔만 남은 만신창이가 된 아크 리치 몬타나 맥스는 간신히 ‘저스티스’라는 말만을 노 머시 장군에게 한 뒤 소멸했다.

“저스티스란 말인가!! 그렇다는 말이지. 크크큭, 크하하하하하!!”

노 머시 장군은 저스티스라는 말에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갑자기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러고 보니 잉그램 그 녀석이 말하기를 결국 피조물에 지나지 않던 진왕에게 우리들의 동료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고 했었지. 지금도 그때와 비슷하군. 한갓 피조물들에게 이렇게 뒤통수를 맞는 다라!! 세상일이란 참 재미있구만!! 크하하하하하하!!!”

노 머시 장군은 자신의 말을 마치고도 웃음은 그칠 줄 몰랐다. 그리고 그 순간 눈이 부실 정도로 거대한 황금색의 피라미드를 옆으로 한 뒤 길쭉하게 늘린 것이 눈으로 포착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서 그대로 노 머시 장군의 만신창이의 육신을 산산 조각내며 지나갔다. 노 머시 장군의 육신은 산산조각 났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활한 우주에는 노 머시 장군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처럼 한동안 반복되었다.
노 머시 장군을 산산조각 내 죽이면서 날아온 그 황금색의 거대한 물체는 그대로 가이아나 행성의 달 중 하나인 라크리마의 중심에 가 박혔다. 그러자 회색의 달, 라크리마의 표면에 황금빛의 수정들이 잔뜩 돋아나 라크리마의 표면을 완전히 뒤덮더니 깨져나갔다. 황금빛 수정이 깨지자 드러난 것은 역삼각형 모양을 한 백금색의 투명한 구조물이 드러났다.
그리고 역삼각형 백금색 투명한 구조물의 끝부분 3군데에 황금색 거인 엘트리움 수백만 마리가 모여들어 융합을 거듭하며 3개의 거대한 황금색 태양광 전지판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들 엘트리움이 거대한 태양광 전지판으로 모습을 바꾸기 무섭게 역삼각형 모양을 한 백금색 투명한 구조물이 무지개 색으로 물들어가며 무지개 빛깔을 발하며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했을 때, 가이아나 행성의 중심을 향해있는 날카로운 꼭지가 세부분으로 벌어지면서 점차적으로 구조물 전체가 세부분으로 갈라져 틈을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이름 없는 달의 내부 시설에서 지켜보고 있던 저스티스 12제 중 5제인 이반 아이작이 저스티스의 총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레인보우 스워드(Rainbow Sword). 에너지 충전이 완료 되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야천(夜天)의 주군이시여.”

“베디비어 경. 스위치를.”

베디비어라 불린 이반 아이작은 그가 야천의 주군이라 부른 저스티스의 총수의 말에 그에게 무릎을 꿇으며 낡은 백금색의 원반을 두 손으로 들어서 보이며 총수에게 보여주었다.

“무지개의 검이여. 모든 운명이 시작된 곳으로 나를 인도하길!”

총수는 그 말을 마치며 오른손 검지로 낡은 백금색의 원반 중앙에 낡은 루비를 눌렀다. 그러자 무지개 빛깔을 발하며 아름답게 빛나던 역삼각형 모양의 백금색 투명한 구조물의 벌어진 끝부분, 즉 가이아나 행성의 중심을 향해있는 부분에서 한줄기 무지개색의 막대한 에너지가 발사되었다.







「DESTINY」 運命의 系統樹
最終夜.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上)








다크 진은 막대한 양의 무지개색의 에너지가 가이아나 행성의 중심 표면에 박히려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온 힘을 다해 헬 엔드 해븐을 날렸다.

“위이이이이이이터어어어어어어어!!!”

그 엄청난 투지는 일시적으로 무지개색의 에너지의 검을 막아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다크 진은 알 수 있었다. 그 에너지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쟈칼을 포옹하고 또한 흡수하는 원초적인 힘이라는 것을. 하지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다크 진의 육신은 머리털 하나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기화되어 무지개색의 에너지에 일부가 되어버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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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양의 무지개색의 에너지는 마치 거대한 검처럼 가이아나 행성의 중심 표면에 박혔다. 그리고 행성의 중심 표면을 중심으로 그 주변 대지에는 거대한 무지개색의 에너지 폭풍이 휘몰아치며 모든 것을 재하나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기화되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급히 우주로 향하던 뫼비우스의 비공정에 타고 있던 잉그램, 스펜타 마이뉴, 가로드, 유이, 유신, 아카네는 충분히 관찰할 수 있었다.

“크윽, 제기랄!!”

그동안 어떤 일이 있어도 겉으로는 웬만큼 냉정함을 유지했던 잉그램이 비공정의 벽을 주먹으로 부딪치며 주먹에서 피가 날 정도로 꽉 쥐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수장,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진정하세요!”

스펜타 마이뉴가 비공정의 벽을 마구 주먹으로 치며 연신 ‘제기랄!!’을 연발하는 잉그램을 말리며 눈물을 자신도 모르는 새에 한 방울 흘렸다.

“그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사부.”

유이가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디스 아스트라나간의 검날을 손질하며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SIA type Zero!!”

“그만두….”

유이의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하는 것에 순간 흥분한 잉그램이 유이를 보며 SIA type Zero라고 스펜타 마이뉴가 말릴 새도 없이 소리쳤다. 하지만 유이는 그 단어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스펜타 마이뉴는 유이가 그 단어를 들었음에도 전혀 상관하지 않고 검을 손질하는 것을 계속하는 것에 놀랐고, 잉그램은 덕분에 이성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가로드를 되살려준 카렌티어스라는 여자가 레이첼 카벨리아(스펜타 마이뉴)가 내게 심어둔 정신 회로를 없애준 덕분에 난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아. 더불어 그녀는 내가 이미 죽어 그 유해는 스펜타 마이뉴(레이첼 카벨리아)에 의해 재구성되었다지만 영혼과 기억은 나의 것 그대로라고 말했지. 추가로 나를 스펜타 마이뉴가 부려먹었던 기분 나쁜 기억도 떠오르더군요. 사부.”

“말도 안 돼. 스펜타 마이뉴가 심은 정신 회로를 풀 수 있는 자는 스펜타 마이뉴 밖에 없는데!”

잉그램은 유이의 말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놀라기는 스펜타 마이뉴도 마찬가지였지만. 유이는 여전히 디스 아스트라나간을 손질하며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제가 비록 사부님께 훈련을 받았다 해서 사부님처럼 이 가이아나 행성을 구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예요. 나는 어디까지나 유리를 되찾기 위해서 이 비공정에 타고 있는 겁니다.”

유이는 자신의 검인 디스 아스트라나간을 손질하며 마성에 빠져 완전히 악마가 되어버린 크롬웰과의 싸웠을 때를 떠올렸다. 완전히 의욕을 잃고 있었던 때 갑자기 크롬웰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 무차별 공격했지만 그때의 자신은 크롬웰을 쓰러뜨릴 생각은 없이 그저 본능의 살고자 하는 욕망대로 겨우 겨우 디스 아스트라나간으로 막고 튕겨나가고 있을 때 크롬웰의 입에서 나온 믿을 수 없는 ‘유리는 아직 살아 있대. 하지만 유리를 만나러 가는 건 나 혼자 뿐이야!!’ 그 말 한 마디에 유이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순식간에 크롬웰을 죽음 직전으로 몰아넣고, 유리가 어디 있는지 묻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후후, 그래 이쯤해서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겠군. 나 역시 유이 대장과 마찬가지로 가이아나 행성을 구한다느니 하는 거창한 영웅 심리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 따위 할 생각이라면 집어치우는 것이 좋아.”

유이가 말을 마치며 잠시 회상에 빠져들 때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던 청색의 갑주를 입고 있는 사이보그 가로드도 말했다.

“라오데키야, 아니 그동안 세계의 뒤에서 모든 것을 조작해온 뫼비우스의 최고 수장이자 파멸주인 잉그램. 당신이 이 가이아나를 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상관없지만, 내가 가이아나 행성을 구하고자 하는 건 동생인 유리를 위해서라는 것을 알아두십시요.”

유신은 그 말을 하며 순간적으로 다 무너져 가는 혈맹성에 놔두고 온 발터와 그가 이끄는 프리벤터에 삼연성 중 이제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아미르 얀 류네와 그녀의 로봇새 슈우와 다른 마족들과 부하들을 생각했다.
아카네는 이 뒤숭숭한 비공정 내 분위기에 안절부절 하면서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저기, 비록 다들 싸우는 목적이 다르지만 하지만 적어도 공통의 적을 상대하는 만큼 지금은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카네 소와르 카나드.”

“아, 네. 가로드 씨.”

“너는 굳이 안 와도 됐을 텐데 왜 유신을 따라 온 건가?”

가로드는 아카네를 보며 눈빛으로 ‘이 싸움이 장난이 아닐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따라왔지?’라는 뜻을 내비쳤다. 아카네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킨 뒤 마음을 진정시키고 가슴을 피고 당당히 말했다.

“아버님이라면 싸웠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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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의 검을 쏘아낸 역삼각형 모양을 한 백금색 투명 구조물은 그 빛을 잃고 여기 저기 금이 가더니 깨지며 폭발하며 부서져나갔다. 그 깨진 부서진 조각들은 가이아나 행성의 대기권을 향해 돌파하며 가이아나 행성의 대지 곳곳에 크고 작은 크레이터들을 생성하며 대지 위를 살아가는 자들 파괴해 나갔다.

“이제 다음 단계로 진행할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야천의 주군이시여.”

“실행한다.”

“Yes, my lord.”

베디비어 경은 그녀의 명대로 이름 없는 달의 내부 시설의 무지개 색으로 빛나는 생물 같은 기기들에 두 손을 집어넣자 전격이 튀기며 환한 빛이 이름 없는 달의 내부 시설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때와 함께 이름 없는 달의 표면, 즉 위장 거울 면이 벗겨져 나가며 그 안에 있던 에메랄드빛의 거대한 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메랄드빛의 나무는 태양빛의 비춰오는 각도에 따라 무지개 색을 내며 빛났다. 곧 나무의 주변에 황금빛의 엘트리움들이 모여들어 나무를 잡고 무지개의 검이 직격된 가이아나 행성의 중심을 향해 급속도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무지개의 검(Rainbow Sword)에 의해 직격된 가이아나 행성의 중심 대지를 기준으로 반경 1000Km라는 엄청난 크기의 구멍이 파여 있었다. 그 구멍은 행성의 중심 코어가 있는 수천 킬로 정도까지 내려가서야 구멍은 끝나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황금색 엘트리움들이 실어 나르는 거대한 에메랄드빛의 나무가 도달하여 행성의 중심 코어와 접촉하는 순간, 가이아나 행성의 대지가 순간적으로 에메랄드빛과 무지개 색으로 반짝였다. 그리고 갑자기 푸르른 식물들과 작은 생물체들이 하나둘씩 검게 변색되고 분해되며 죽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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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무는 도대체 뭐지? 뭐길래 저게 갑자기 내려와 박히면서 공기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거지?”

유신이 에메랄드빛의 거대한 나무가 엘트리움들에 의해 대지에 박히면서 느껴지는 공기의 이질감에 대해 잉그램에게 말했지만 잉그램은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저 에메랄드빛의 나무는 그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때문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우린 어떻게 해서든 행성의 코어에 도달해야 한다는 거다.”

잉그램이 그 말을 마쳤을 때, 에메랄드빛의 거대한 나무 주변에 갑자기 황금빛의 수정들이 빛을 내며 생겼다. 그리고 그것들은 곧 검보랏빛의 구체를 발생시키며 가지각색의 엘트리움으로 모습을 바꾸며 잉그램들이 탄 뫼비우스의 비공정을 맞이하며 공격할 태세를 갖추는 것을 보며 잉그램은 쓴 웃음을 지으며 스펜타 마이뉴에게 눈짓을 했고, 스펜타 마이뉴는 잔뜩 굳은 얼굴을 하며 어딘가로 나갔다.

“방금 컴퓨터의 스캐닝에 따르면 가이아나 행성의 코어로 가기 위해서는 저 에메랄드빛의 나무속의 관을 통해 가야 하네. 그러니 자네들은 나와 스펜타 마이뉴, 그리고 발키리 부대가 저들 엘트리움을 상대할 동안 그 틈을 타서 행성의 코어가 있는 곳으로 가주게! 부탁이네!!”

잉그램이 가로드와 유신, 아카네들을 보며 소리 높여 말하자, 가로드와 유신은 잠시 잉그램과 시선을 마주쳤다가 곧 방을 나갔다. 아카네는 굳은 얼굴로 잉그램을 바라보다 곧 주먹을 꼭 쥐고 방을 나가고 방에는 유이와 잉그램만 남게 되었다.

“발키리 부대라… 그걸 완성하기 위해 클론 고차원 물질화 기술을 복원시키기 위해 몇 명인지 모를 생명이 죽고, 데스티니 크리스탈의 정제를 위해 또 그에 배는 되는 인원이 죽어나갔겠지. 안 그래요. 사부.”

“어쩔 수 없었다네.”

“그리고 저를 거두어서 힘을 가르쳐 주신 것도, 두 자루의 검을 제게 주신 것도, 다 발키리 부대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었죠. 사부.”

“그건.”

“600년 전 사부는 제게 4번째 출격 때마다 동료들이 전멸한다는 500년 유효의 저주가 제게 걸렸다고 농담 삼아 말씀 하셨죠. 저 또한 농담인 줄 알았지만, 그건 진담이어서 그때마다 제가 소속된 부대는 4번째 출격 때마다 저를 제외하고 전부 전멸하였죠. 저는 사부의 저주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원망하였지만, 카렌티어스라는 여자가 정신 회로를 제거해준 덕분에 지금껏 제가 모르던 제 기억을 다시 되찾게 되었지요.”

“그런가. 다 알게 되었다는 말인가?”

“그건 저주가 아니었지요. 저는 몰랐지만 4번째 출격 때마다 저는 제 동료들을 아스트라나간으로 자신도 모르게 뒤에서 찌르고 베었던 것이죠. 제 동료들을 다 죽이고 나서야 저는 원래대로 돌아왔고.”

“유이. 모든 건 발키리 부대의 장착될 데스티니 크리스탈의 소울 드라이버를 확보하기 위해서 아스트라나간에 일종의 조건식 아카식 레코드로 연결해 둔 거라네.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선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다고 율리안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유이는 그 말을 한 뒤 방을 나가려고 했다.

“잠깐, 유이! 아스트라나간을 다시 돌려….”

잉그램은 나가는 유이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생각났는지 유이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킨 것에 대한 대가는 당신이 지크프리트 아머를 입고 그 육체가 붕괴될 때까지 발키리 부대의 고통을 공유하며 엘트리움과 싸우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아스트라나간과 디스 아스트라나간은 원래 당신의 것입니다. 하지만 디스 아스트라나간은 그때 돌려주셨으니 그대로 쓰겠습니다. 그러나 아스트라나간은 당신이 스스로 저주한 신검이니 당신이 쥐고 싸우십시요.”

유이는 그 말만을 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잉그램은 멍한 얼굴로 유이가 나간 방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때 때마침 스펜타 마이뉴가 지크프리트 아머와 아스트라나간을 가져와서 잉그램에게 말했다.

“정말로 지크프리트 아머를 입고 발키리 부대를 통솔하며 싸울 것입니까?”

스펜타 마이뉴의 말에 잉그램은 정신을 가다듬고 스펜타 마이뉴를 바라보다 그녀가 들고 온 지크프리트 아머와 아스트라나간을 손을 갖다대며 말했다.

“그래. 이것이 아카식 레코드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나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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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의 지크프리트 아머를 입고 아스트라나간을 허리에 차고 있는 잉그램이 에메랄드빛의 거대한 나무 주위에 포진해 있는 황금빛의 엘트리움들을 바라보며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눈 따가울 정도로 반짝 거리는 군.”

잉그램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렇게 말한 뒤, 왼쪽 손등 아머에 부착된 데스티니 크리스탈을 바라본 뒤 온 정신을 집중하였다. 그러자 잉그램과 뫼비우스의 비공정 주위에 하얀색의 데스티니 크리스탈이 약 5천 개가 생성되더니 번쩍하며 흑색의 구체를 생성시켰다. 흑색의 구체들이 사라지자 나타난 것은 흑요석과 같은 빛깔의 기괴한 갑주를 입고 소울 드라이버가 된 영혼들이 생전에 사용했던 무기들을 들고 있는 발키리들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에메랄드빛의 거대한 나무 주위에 포진해 있는 엘트리움들은 적어도 발키리들의 몇 배는 되는 엄청난 숫자라는 것을 뫼비우스 비공정 내에서 잉그램과 발키리들의 상태를 모니터하고 있는 스펜타 마이뉴보다 잉그램이 훨씬 잘 알 수 있었다..

“엘트리움은 아무리 적게 봐도 50만 정도, 그에 반해 발키리 부대는 5천인가?”

- 수장님!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도 이길 승산이 한 없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역시, 마야를 데리고 올 걸 그랬나?’

잉그램은 스펜타 마이뉴의 통신을 듣고 뭔가 도움 될 만한 정보인 줄 알고 내심 기대했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되자, 마야를 두고 온 것을 내심 속으로 후회했지만 마야를 두고 오기로 한 것은 잉그램 자신의 선택이었다.

- 비록 0.00000000938%에 불가하지만 승산은 있어. 잉그램.

“설마, 마야!! 어떻게 된 거야?”

잉그램은 갑자기 통신에서 마야의 목소리가 들리자 크게 당황하여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분명 몰래 아무 말 없이 두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마야가 있는 것인지 잉그램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곧 그 이유가 바로 자신이 그녀에게 몰래 잠입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다.

“뭐야, 마야. 지금까지 어디 숨어 있었던 거지?”

-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어차피 잉그램 너 혼자서 발키리 부대를 통제한다면 말 그대로 승산 0%야. 하지만 둘이서 발키리 부대를 통제한다면 그나마 0.00000000938%에 승산이 나오지.

“무슨 소리지? 두 명이 발키리 부대를 지휘한다니? 설마?”

그때 잉그램의 옆에 흑요석 빛깔의 갑주를 입고 날아온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잉그램의 예상대로 발키리 아머를 입은 스펜타 마이뉴였다.

“수장님.”

“스펜타 마이뉴. 어째서 자네까지!”

잉그램은 스펜타 마이뉴가 자기 명이 없이 멋대로 행동한 것에 화를 내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발키리 아머의 착용에 의한 심한 고통으로 일그러진 스펜타 마이뉴의 얼굴을 보는 순간 고개를 돌려 엘트리움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저 쪽을 맡겠다. 스펜타 마이뉴 자네는, 저 쪽을 맡게.”

잉그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발키리 아머를 입은 스펜타 마이뉴과 5천의 반에 해당하는 발키리들이 그녀를 따라 에메랄드빛 거대한 나무 동쪽 편의 엘트리움들을 향해 날아갔다. 잉그램 역시 아스트라나간을 꺼내며 반대편의 엘트리움들을 향해 날아갔고, 그의 통제를 받는 나머지 발키리들도 따라 날아갔다. 곧 엘트리움들이 베여나가며 에메랄드빛 거대한 나무 주변은 검보랏빛의 구체들 범벅이 되어갔다. 그리고 뫼비우스의 비공정에 사출 기구에 의해 유이와 가로드, 유신과 아카네가 튕겨나갔고, 곧 유이의 중력 제어 능력을 이용하여 엄청난 속도로 에메랄드빛의 거대한 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
.
.

콰쾅!

에메랄드빛 나무의 내벽이 파괴되며 보석 같은 시퍼런 파편을 사방으로 튀겼다. 외부에서 가해진 파괴에 의해 생긴 흔적, 구멍을 통해 유이, 가로드, 유신이 들어왔고 뒤를 이어 아카네가 훌쩍 구멍을 넘어 들어왔다.
앞선 일행들처럼 사뿐히 땅에 착지한 아카네는 나무 내벽의 아름다움에 취해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와아아… 마치 전설 속에나 나오는 요정들의 성 같아요.”

“맞아, 그 악마들이 가져오지만 않았다면 말이지. 긴장을 늦추지 마라 아카네.”

가로드는 슬쩍 발을 들어 에메랄드 파편을 무참하게 밟아버리며 아카네의 감상을 일축했다. 단단한 외벽과는 달리 내벽에 흩어진 에메랄드들은 겉모습뿐인지 그 강도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들과 별반 다른 게 없어 발길질에도 쉽게 부서지는 약함을 보이고 있었다.

‘원리는 알 수 없지만 강한 힘의 구속이 이 물질들의 강도를 높이는 건가? 대단하군.’

그는 이젠 의미가 없어진 안경을 검지와 중지로 슬쩍 들어 올리며 미지의 물질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새삼스럽게도 기술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흥, 걱정도 팔자야. 베~”

아카네는 낭만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는 가로드를 향해 혀를 길게 내밀었다. 성가시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린 가로드는 붉게 빛나는 의안으로 한동안 아카네를 쏘아보았다.

“가로드 말이 맞아 아카네. 우린 지금 놀러 온 게 아니야.”

유이가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로 가로드의 말을 비호하며 앞서가자 아카네가 주눅이 든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이런이런, 조장이 유리 녀석 때문인지 성급해졌군.”

“이동이 빨라지는 건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가로드.”

가로드와 유신은 서로 걱정스런 눈빛을 교환하며 유이와 아카네에게 안 들리게끔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뭐, 지금은 빠를수록 좋긴 하다만….”

“어쨌든 갑시다. 걱정할 시간에 우리가 뒤쳐지겠어요.”

유신과 가로드가 멀어지는 유이의 뒤를 바라보며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크르르르….』

갑자기 그들의 귓가에 야수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순간적인 굉음과 함께 고막을 찢을 듯한 무시무시한 사자후가 공동을 뒤흔들며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쩌적!

우렁찬 사자후의 힘은 나무 내벽에 균열을 일으킬 정도였으며 고막이 찢어질라 유이 일행은 귀를 틀어막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 이건…! 이 소리는!”

머리가 윙윙 울릴 정도의 사자후, 이것을 익히 들어본 적이 있는 유신의 표정이 눈에 띄게 일그러져 갔다. 천지를 뒤흔들 정도의 압도적인 힘, 총알이 구겨질 정도로 강인한 육체.

콰광!

사자후가 그칠 때쯤 갑자기 굉음과 함께 유이 일행 앞의 천정이 무너지며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잔해들 사이로 시꺼먼 그림자가 운석처럼 내리꽂혔다.
쿠웅! 그림자가 착지하는 충격량을 미처 소화하지 못한 에메랄드 바닥이 움푹 내려앉으며 크레이터를 형성했고 조각난 에메랄드의 조각들이 아름다운 운무를 형성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것들을 보면서도 아름답다고 여기는 이들이 아무도 없다는 게 좀 애석했지만, 그 구름 속에서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2m 크기의 거대한 반인반수의 ‘괴물’을 보면 언뜻 그들의 반응이 이해가기도 했다.

『크르릉!』

증기처럼 이글거리는 하얀 연기를 전신에서 내뿜으며 일어선 ‘그것’의 호랑이 머리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유이 일행을 향해 맹렬한 적의를 내뱉고 있었다.

『크르르…, 오랜만이군 퀘브레.』

“레이… 미스테리오!”

저스티스의 12제, 그 중 특히나 강하다는 사천왕 중 한 명인 ‘용자 레이 미스테리오’. 설마설마했지만 처음부터 이런 거물이 튀어나올 줄이야.

‘귀찮게 됐군.’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가로드는 은창을 으스러져라 쥐며 의안을 번뜩였다. 여차하면 레이는 자신이 맡고 유이와 다른 팀원들은 보낼 작정이었다.

“레이, 설마 처음부터 당신을 상대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하지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

『크르륵. 시간을 끌려는 건가? 하지만 죽기 전에 소원을 하나쯤은 들어줘도 괜찮겠지.』

“좋아 그럼 묻지. 지금 당신은 엘트리움에게 조종 받고 여기 있는 건가? 아니면 이건 저스티스의 의지라고 봐야하나?”

유신은 짐짓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물었지만 그의 손아귀에 고이고 있는 땀이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긴장감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아직 모르고 있나? 뭐 상관없겠지.』

레이는 그리운 회상에 잠긴 듯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짧게 으르렁거리더니, 이윽고 노란 두 눈을 살기로 번뜩이며 낮게 말했다.

『퀘브레! 이미 저스티스는 이 땅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뭐라고?!”

유이는 예상치도 못한 레이의 말에 크게 놀라 아미를 찌푸렸다. 그건 그녀뿐만이 아니라 유신, 가로드, 아카네도 마찬가지였고 레이의 말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생사를 각오하고 싸워온 조직이 사라졌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유이일행들이 채 납득하기도 전에 레이가 말을 이어나갔다.

『또한! 엘트리움에게 내 마음을 지배 받고 있지도 않다. 그 어떤 것이라도 금수들의 제왕이자 용자인 나, 레이 미스테리오를 지배할 수 없다! 여기 서있는 것은 오로지 나의 의지! 이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그것이 나의 운명이며 또한 종착점이 될 것이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유신은 레이를 바라보면서 등 뒤로 숨긴 왼손으로 뒤에 사람들이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제스처를 보고 놀라는 건 아카네 뿐이 아니었다.
자신이 레이를 맡을 테니 반대쪽 통로로 빠져나가라는 수신호. 그건 죽음을 각오하겠단 의지였다.

‘어쩔 수 없군. 미안하다 유신.’

그들이 유신의 손짓에 따라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크크큭… 크하하, 크하하하!”

푸드득! 푸드득!
사사사사….

갑자기 복도에 울려 퍼지는 광소(狂笑), 광기가 듬뿍 서려진 그 소리가 음산하게 울려 퍼지나 싶더니 나무 내벽에 뚫린 구멍과 균열 사이로 수천, 수만 마리의 까마귀와 흡혈 거미들이 에메랄드 보석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녹색의 공간을 어둠과 피의 검붉은 색으로 물들였다.

“이것들은 설마!”

유이들이 미처 놀라기도 전에 유신의 앞으로 벌떼처럼 밀려온 까마귀와 거미들이 군집하기 시작했다. 시꺼먼 까마귀와 피처럼 붉은 흡혈거미들이 덕지덕지 몰려들어 생성된 형태 없는 그림자는 이내 검은 정장을 맵시 있게 차려입은 사내의 모습으로 변했다.

“하하! 하하하하! 크큭! 크하하하하! 그렇다! 그게 바로 ‘레이’며 금수들이 우러러마지않는 제왕의 모습이다!”

까마귀의 깃털처럼 검고 윤기 나는 곱슬머리에 창백한 얼굴색을 가진 사내는 광기로 얼룩진 선홍색 눈동자로 레이를 주시하며 미친 듯이 웃었다. 벌어진 그의 입가에서 날카롭게 빛나는 송곳니가 섬뜩한 예기를 내뿜는다.

“베리도트!”

유신이 베리도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놀란 듯 그를 바라보자, 그의 뒤에 서있던 아카네의 표정이 창백하게 굳어갔다. 문득 베리도트를 찢어죽일 듯 노려보는 그녀의 손에 투명한 염동력의 에너지가 가득하게 맺혀갔고 일행이 그것을 눈치 챘을 땐 이미 아카네가 순식간에 튀어 올라 시퍼렇게 불타오르는 염동력의 정수를 베리도트의 등에 박아 넣은 뒤였다.

“죽어! 아버지의 원수!”

퍼벙! 압축된 에너지가 순식간에 방출되며 섬광같은 불꽃으로 베리도트를 집어삼키자, 아카네가 히죽 웃었다. 마치 그녀의 아버지 모스베라토 카나드 대공과도 같은 광기를 번뜩이며….

“이게 무슨 짓이야! 아카네!”

뒤늦게 유이와 유신이 그녀의 팔을 제압하며 끌어당기자, 그들은 아카네가 미친듯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하하, 아버지. 저 해냈어요. 저 ‘광기의 황제’를 제 손으로 잡았다구요. 잘했죠? 저 잘한 거죠? 네?”

“아카네, 너….”

주륵, 아카네의 눈가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나왔다. 마드라엘 탈환전에서 아버지를 잃은 후 아카네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고 있는 유이는 별 말 없이 안색만 굳히며 연기에 휩쓸린 베리도트를 살필 뿐이었다.
근거리에서 극도로 압축된 염동력을 맞았다. 아무리 베리도트가 괴물이라 해도 방금 전 공격은 변이로 피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기에 일행은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베리도트의 상반신을 휩쓴 연기 속을 살폈다.

“크, 크크큭. 크크크크. 크하하하하!”

그 때, 흩어져가는 연기 속에서 사지 멀쩡한 그림자와 함께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떻게… 이런, 마, 말도 안 돼!”

아카네가 거의 울 뜻한 얼굴로 베리도트를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돌려 아카네를 바라보았다. 어둠과 새하얀 연기 속에서 광기로 번뜩이는 선홍빛의 눈동자가 왠지 즐겁게 보이는 것은 단순히 눈의 착각이었을까?

“아, 아아아….”

그 눈을 마주하자마자 전신에서 힘이 빠져버려 축 늘어진 아카네는 거의 유이에게 안기다시피하며 간신히 몸의 균형을 유지했다. 유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디스 아스트라나간의 투명한 손잡이를 움켜쥐며 아카네의 어깨를 꽉 끌어안았다. 유신과 가로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여차하면 뛰어들어 유이와 아카네를 보호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큭큭, 그 정도론 날 죽일 수 없다. 카나드의 유산아….”

아카네를 지그시 바라보며 이렇게 한마디 내뱉은 베리도트는 돌연 눈길을 유신에게 돌리며 소리쳤다.

“두 번 말하지 않겠다, 퀘브레. 썩 꺼져라! 저 놈은 다름 아닌 내 먹이. 너희 같은 애송이들이 나설 자리는 여기 어디에도 없다.”

의외의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다른 이들과는 달리, 뭔가를 알아챈 듯 유이의 표정은 달랐다.

“베리도트 당신….”

심각한 표정으로 베리도트를 바라본 유이는 뒷말을 흐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이들이 처한 사태의 심각성이 그녀의 마음을 바로 잡아 주었던 것이다.

“미안하군, 가자!”

짧은 사죄와 함께 유이가 아카네를 부축하며 앞장서자 일행은 주저 없이 그 자리를 떠나 더 깊은 안쪽으로 향했다.

유신 일행이 스치고 지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던 레이는 이윽고 그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주먹 관절을 우드득 풀어주며 말했다.

『크르릉, 나는 상처가 있다고 봐주진 않는다. 베리도트.』

“쿨럭!”

뚝, 뚝. 격렬한 구토와 함께 베리도트의 발 아래로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아카네의 염동력은 암흑주술과 결계로 겹겹이 둘러싸인 그의 영혼에 직격하여 타격을 입혔고 꽤 심각한 데미지를 받았는지 베리도트의 입가에서 피가 왈칵 쏟아졌다. 밖으로 쏟아지는 생명의 정수를 흡수하지도 못하고 내뱉기만 한 베리도트는 이내 입가의 피를 손등으로 주욱 닦아내며 말했다.

“큭큭큭 걱정하지 마라, 레이…. 이 정도로도 충분히 즐겁게 해줄 수 있으니까.”

화르륵. 베리도트의 오른손에서 시꺼먼 불꽃이 길게 솟구치나 싶더니, 이내 그의 손엔 가느다란 검이 어둠의 불꽃에 휩싸여 모습을 드러냈다.

『발뭉크.』

철컥. 베리도트는 발뭉크를 들어 레이를 겨누며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에 광기를 가득 담아 소리쳤다.

“와라! 레이!”

캬아앙! 날카로운 괴성을 내지르며 레이가 시위에서 벗어난 화살처럼 앞으로 튕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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