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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충돌

2007.01.18 00:17

브리이트 조회 수:1343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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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황정민의 FM대행진 3부, 방금 시작했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맞춰, 눈을 떴다. KBS에서 황정민의 FM대행진3부가 시작될 시간은
정확하게 8시2분. 정확히 일어나본 적은 별로 없건만 오랜만에 제때에 일어났다.
어제는 너무 늦게 들어와서 쓰러지듯이 잠이 들었는데도 꾀나 일찍일어난게 아이러니 하구만.
아침은 대충 빵조가리로 때우려고 빵을 찾는데 문득,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꿈 같잖아 정말로..."

갑자기 문을 박차고 나가서 공원에 갔더니 천사와 비교해도 될정도의 미인과 화음을 맞춰서
태연하게 연주했다. 어디 처박혀있던 삼류작가가 써놓은 스토리보다 형편없다..
혼자서 열심히 떠들고 있는 라디오를 꺼버리고, 정신이 바짝들게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한다.

샤워를 마치고, 하모니카를 꺼내든채 리 오스카(Lee Oskar)의 곡중 BEFORE THE RAIN라는,
재즈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들어보면 알아챌 정도로 유명한 곡을 연주한다. 이집 주인은
낮에 연주하는건 상관하지 않지만 밤에는 애들 잠깬다면서 아주 질색을 하기때문에
집에선 이렇게 낮에만 연습할 수 있다.

' 따르르르릉! '

아름다운 음의 선율을 헤집고, 불협화음이 끼어 들어왔다. 아마 전화벨 소리리라.

"여보세요?"

"아,여보세요"

이 친숙한 목소리는..

"준혁이냐?"

"응,맞아"

준혁이는 우리 밴드에서 색소폰을 맡고 있는 친구다. 실력만큼은 알아주는 부러운 녀석.

"네가 왠일이냐, 전화를 다하고"

"그게.."

준혁은 조금 뜸을 들이더니 살짝 한숨을 내쉬고

"나, 오늘부터 밴드 못갈것 같아"

"뭐?"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의아해 한다.

"무슨소리야 그게?!"

"나, 낮에는 가끔 홍대앞에서 연주하잖아"

맞다. 준혁이는 무료하다면서 가끔 낮에 홍대앞에가서 연주를 하곤한다.

"그런데, 어제 낮에 캐스팅 당했어"

"에엥?"

"아니, 가수나 연예인은 아니고, 미국에서 잠깐 휴가차 온 어느 유명 재즈 가수의 소속사 프로듀서인데,

마침 색소폰 연주자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어서, 내가 대신 해줬으면 한데"

녀석은 조금 말을 끊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몸하고 색소폰하고 여권만 가져오면 된다니까 사기는 아닌것 같고, 명함도 진짜야"

"이야, 축하한다."

"미안해, 갑자기 빠져서"

"무슨소리야, 친구가 잘 됬는데 축하해 줘야지, 그래. 언제 갈거야?"

"몰라, 일단 이번 일주일 안에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바로 갈거래"

"축하한다, 자식."

"응,고마워"

그리고 몇마디 자질구레한(기억나지 않지만 중요하진 않았을거다) 대화가 오고가고, 전화는
어느새 끊겨있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곤란하다.
녀석에게 얼마만에 온 성공의 기회를 없애 버릴 순 없어서 말하진 않았지만,
색소폰은 재즈를 대표하는 악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대충 옷을 입는다.
그리곤 내가 연주하는 곳이자 낮에는 바대신 식당으로 쓰이는 곳에 들어간다.

"어서오세.. 왠 일이냐, 니가?"

"흥, 오늘은 손님이에요 손님"

앞에 보이는 이가게의 주인이자 전속 바텐더인 박인하씨(나보다 나이가 6살 많다.)가 나를 맞는다.

"그래, 뭐 시킬건데?"

"글세요, 제일싼거"

"마실건?"

"물"

인하씨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

"......."

"진짜 온 용건이 뭐야?"

"뭐 같아요?"

"돈빌려 달라고?"

"아니에요"

"월급 올려달라고?"

"올려줬으면 좋겠지만 아니에요"

"그럼 뭐야?"

"에에, 그니까 준혁이가 밴드일에서 빠지게 됬어요"

"뭐???"

인하씨는 정말로 놀란듯 몸을 크게 뒤로 물렸다.

"그래서, 가게 앞에 전단지좀 붙여놓으라고 말해두게요"

"으음, 왜 빠지는데?"

"운좋게 길거리 캐스팅 당했대요"

"그게 다야?"

"요약하자면요"

"알았어, 색소폰 연주자 구합니다, 라고 붙여놓으면 되는거지?"

"네, 저도 찾아 볼테니까요. 그럼 수고하세요"

"그래, 잘가라"

용건만 마치고, 거리로 나선다.
각자 자신의 일때문에 바쁜 사람들은 서로 이곳저곳으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일을 마치거나 아니면 나처럼 아직 일이 없는 사람들은 재미있는걸 찾기위해 어슬렁 거린다.

"아..?"

어느새, 나는 홍대앞 거리에 있는 밴치에 앉아있다.

"바보.."

혼자 중얼거린다. 홍대앞에서 연주하면 다 캐스팅 되는것도 아닐텐데, 바보처럼
이러고 있다는게 싫어진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연주를 시작한다.
아침에 연주하던 곡을 마저 연주한다. 역시 유명한 곡의 힘은 다른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고,
내앞에 서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약간씩 느껴진다.
나는 눈을 감고 연주하기 떄문에, 사람들이 어떤 표정인걸 알지 못한다.
눈을 감고 연주하는건, 어렸을적 전설적인 재즈 아티스트 레이가 연주하는걸 보고 생긴 습관이다.

곡의 막바지에 이르렀을때, 눈을 살짝 떠보았다. 7명 정도의 사람이 실루엣은 알아볼 수 없지만
내앞에서 구경하고있고, 꾀많은사람이 내 얼굴을 처다보고 있다.
곡을 끝마치고, 눈을 떠본다. 약간 들리는 박수소리, 이맛에 재즈를 한다고 싶을 만큼
연주 후의 박수는 연주자들만의 특별한 기쁨이다.
문득, 누군가 눈에 띄었다. 내앞에서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는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는...??

"안녕하세요, 어제 만났었죠? 한누리씨"

"아아..?그..그니까..?"

"잊으셨어요? 이다솜이에요. 이다솜"

뿌우-하면서 귀엽게 입술을 삐죽이는 그녀.

"아 그러니까, 이다솜씨 안녕하세요"

"흥흥 늦었어요"

삐진듯이 볼을 부풀리는 그녀가 너무 아름다워서 자칫하면 웃어버릴 뻔 했다.

"에 그러니까 여긴 왠일..?"

"저, 여기 근처에서 항상 이시간대에 연주하거든요"

"헤에, 그러면, 혹시 제 또래의 색소포니스트 아세요?"

그녀는 팔짱을 끼고 조금 고민하더니

"아! 있어요. 자기 이름이 박준혁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이야, 세상참 좁구만

"그 애가 제 친군데, 여기서 연주하다가 어제 캐스팅 됬대요"

"우와, 하긴, 그 정도 실력이면.."

앗, 그러고보니 시간이 이렇게나..

"아, 저 먼저 가봐야 될 것 같아요"

"네, 안녕히가세요, 한누리씨"

부드럽게 웃음을 띄며 인사하는 그녀에게 미소지으며, 자리를 떳다.
이크, 늦을지도 모르니까, 얼른 가야지
도착했을때는, 생각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남았다.
우리 이전 타임에 연주하는 밴드가 한창 연주하는 걸 즐기고 있었을 때였다.
아무래도 오늘은 저 밴드중에 색소폰 연주자가 우리타임까지 연주를 해주는 것 같다.

그렇게 블랙 러시안 하나 시켜가지고 5시부터 6시 10분전 쯤  까지 계속 연주를 듣는데

' 딸 랑 '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무심코, 문을 돌아 보는데, 내 눈앞에 있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거기 서 있는건 우리 가게에서 연주자를 구한다는 전단지를 든 이다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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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처박혀있던 삼류작가가 써놓은 스토리보다 형편없다..//

내가 써놓고 내가 뜨끔했다. 젠장

흙, 그니까 대략 한누리에피소드 2편입니다. 그나저나 다른분들꺼랑 좀 달라서 위험하네요.

으음, 어쨋든, 읽어주시고 리플달아주시고 덤으로 추천도 해주시면!

건필하겠습니다!!



p.s. 제가 우연히 네이버에서 창조도시라고 검색했다가 나온 글 중에서
       우리 충돌팀의 일원으로 보이는 분의 블로그를 발견했는데,
      어른들의 세계를 모르겠다는 제목이었는데,
       사실, 저도 모릅니다(줏어들은게 많은 것일 뿐.)에에, 부담갖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