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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충돌

2007.01.16 05:25

Santiago 조회 수:1377 추천:2

extra_vars1 평범한 일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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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러니까 이번이 3번째 전학이다.

물론 고등학교에 들어와선 첫번째 전학이지만.
학기 초에 전학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전 학교에 미련이 없어서 인지.
아마 후자라면 내가 친구가 없어서 그럴것이다. 그래도 새로 가는 학교가
그리 반갑지 만은 않다. 꽤 시 내에 있는 명문에다가 남여공학이라, 수행
이나 내신면으로 불리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예전 학교에선 그다지 놀자
분위기가 아니었음에도, 수준이 거기서 거기인데다가 구식인 선생에다가
교육 방식 때문에 성적은 거의다 비슷 비슷한 수준이었기때문에 나는 부
활동까지 해가며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상위권에 들수 있었다. 물론
성적에 그다지 신경쓰는 편은 아니지만 이제 고 2인데다가 부모님이 원하
시는 등수를 뽑아내려면 나도 부단히 노력해야만 할것이다.


역시나, 개학일에도 수업을 하나보다. 나는 7교시까지의 교과서를 다 챙기고
이것저것 고민하며 잡다한 물건들을 가방속에 집어 넣었다.
1년동안 입던 교복을 벗고 새 교복을 입으니 보기와는 다르게 육감적으로 뭔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 옷차림에 관해 이것저것 따져보기도 전에 벌써
슬슬 나가야 될 시간이 되었다.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첫 등교이니 조금
서두르는것도 좋을것 같았다. 학교에 도착한후 먼저 교무실에 들러 담임 선생
님을 찾아갔다. 어머니와 미리 연락이 되었는지 별 질문없이 주의사항 몇가지
만 듣고 선생님을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은것 같았다.
이정도라면 무리없이 한 학기를 보낼수 있을것 같았다. 물론 전학생으로서 겪는
여러가지 트러블은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반응이었다.

"안녕하세요? 동진고에서 전학온 안정일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나는 소개를 마치고 정면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내가 인사함을 계기로 더욱 커다란 박수와 환호 소리가 쏟아졌다.

"자, 그럼 정일이는 저 맨 뒷자리에 앉으렴."
선생님이 친절하게 내 자리를 소개시켜 주었다.

내 자리는 1분단 맨 끝 한마디로 창가 제일 뒷자리였다. 생각하고 보면 창가 자리도
꽤나 좋은 혜택이 주어질것 같았다. 다만 내 자리는 짝이 없었다는것 외에는.
그렇게 전학 첫날이자 학기 첫날은 흘러만 갔다.

다음날, 나는 어제와 달리 조금더 일찍일어나 학교를 갈 채비를 마쳤다.
왜냐하면 오늘은 걸어가고 싶어서 이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오자 시원한 새벽공기가
나를 맞았다. 공기도 아직 완연한 투명색이 아닌 조금 흐린 푸른색이었다. 이제 10분
정도만 있으면 완전히 햇빛이 들것이다. mp3를 귀에 꼽자 익숙한 음이 흘러나왔다.

아-!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한적한 거리에 사람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음악이 배경을
흘러나와 돌아다니는것만 같았다. 언제 이런 기분을 만끽할수 있을까, 나는 마치 뮤직
비디오의 한 풍경을 보는것 같았다. 귀속에서 울리는 간단한 비트가 가까이 지나가는
고양이의 발동작과 일치한다던지, 간간히 지나가는 차소리가 음악의 흥을 돋구어준다던지
하는것 말이다. 나는 이날 결심했다. 별다른 문제가 없는한, 이시간에 등교하겠다고.

-드르륵

문이 열렸지만, 역시나 하는 인기척은 적을수 밖에 없었다. 일찍와서 그런걸까, 총 3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2명은 앉아서 문제집을 풀고 있었고, 1명은 창가에서 매점표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나는 별달리 거리낄게 없었지만, 문제는 그 창가가 내 자리 바로 옆이라는
거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그 여자애에게 무관심하게 인사했다. 그 애도 무관심하게 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역시나 전학생이라고 해서 관심을 받는다는건 확률적인 이야기인가보다.
나는 인사를 하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할까 우려했었는데, 모두가 이런 반응이라면 그다지
아는척을 안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어폰을 빼지 않고 교복 안주머니에 있는
mp3만 빼어 책상에 놓았다. 그리고 오늘 교과서를 서랍안에 넣고, 문제집을 꺼냈다. 과목
은 수학이라서 별 집중 하지 않고 술술 풀수 있었다. 어느새 시간이 흐르고, 조금 조금씩
아이들이 차는것 같더니 이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몇명은 떠들기도 하고 몇명은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 외에는 모두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자습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모두 공부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아까전에 내
자리 옆 창가에서 햄버거를 먹던 여자애는 책을 펴놓고 샤프를 든채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수학 문제집의 문제들을 예상보다 많이 풀어서 시간이 남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결과가 좋게 나와서 그랬는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당시의 나는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 애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마침 시선을 느꼈는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 과학문제집을 푸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