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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 운명의 일곱 가지

2007.01.11 05:16

다르칸 조회 수:1318 추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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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의 군홧발이 대리석 바닥을 짓누르는 소리가 홀에 울려퍼진다. 잔뜩 긴장한 병사들은 그 앞에서 걷는 소년의 눈짓 혹은 몸짓에 흠칫거렸다. 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돌아선 것은 회의실의 커다란 문 속에 그 소년을 두고 돌아설 때였다.

"이봐, 그런데 정말 새까맣더군"

"괜히 쌍흑이겠어? 내 생전에 머리카락과 눈이 정말 밤보다 까만 사람은 처음 보는군"

"뭘 처음 본다고"

얼음같은 하늘색 머리카락이 어느 새 두 위병의 옆에 나타났다. 옷자락이 나부끼는 소리라도 들리지 않는 오싹함에 둘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했다.

"저, 저, 마왕자 전하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알겠다. 가서 일 봐라"

"예, 옛!"

군기가 바짝 든 둘은 곧장 궁의 커다란 대문으로 가 쌀쌀한 날씨보다도 매몰찬 눈길을 피해 있는 힘껏 복무를 섰다. 그래봤자 그들이 한 것은 눈을 부라리며, 궁의 담 밖으로 지나가는 이들을 노려봤을 뿐이었다. 샤이란은 무미건조하게 그들을 향해있던 고개를 회의실로 옮겼다. 그리고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아, 샤이란"

레이첼이 먼저 그를 반겼다. 능구렁이 백만마리 쯤은 잡아먹을 것 같은 여자, 샤이란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도 가끔 마주칠 때 마다 섬뜩하고 오싹하기 그지없는 카나드나 얼굴이나 말을 섞을 때 마다 혼란스러워 질 수 밖에 없는 젠가 같은 사람,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그보다도 무시무시한 류네를 통제할 수 있는 레이첼은 능구렁이 천만마리도 거뜬히 먹어치웠으리라.

"예, 각하"

레이첼은 입가에 미소를 쉽게 담을 수 있었다. 그것은 입꼬리를 도저히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샤이란에게는 무척이나 부러운 기술이었다.  
레이첼의 앞에는 꽤나 무력하고 힘없어 보이는 꼬마가 앉아 있었다. 나이는 이제 막 열여섯 쯤 되었을까 싶은 그 소년은 해맑게 웃으면서 그 특유의 어리버리한 어투로 자연스럽게 레이첼의 질문을 받아넘겼다.

  "저기, 누구시죠?"

소년이 먼저 말을 걸었다. 레이첼은 그만 알 수 있을 만큼 미세하게 굳은 샤이란의 얼굴을 보고 샤이란이 낯을 굉장히 가린다는 사실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미소를 지으며 소년을 일으켜 세웠다.

"데스티니, 7조의 조장 샤이란입니다"

"아!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소년이 먼저 꾸벅 인사를 했다. 마왕자의 위엄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하기보다는 바보스럽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샤이란은 어색했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부속건물로 데려다주지"

"넵!"

소년을 활기찼다. 그러나 소녀는 그다지 활기차지 못 했다. 레이첼은 소년의 등을 다독거려 그가 소녀를 쫓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고 둘이 회의실을 나가자, 다시 의자에 주저 앉아 발터를 불렀다.

"예 레이첼님"

"후우 - 마왕자 맞아요? 무척 얼빵한데요?"

"예, 본래 인간 사이에서 자라셨기 때문에 무척이나 순진하시다고 하십니다"

레이첼이 허리를 푹 숙여 탁상 위에 머리를 댔다. 그리곤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저애가 전력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군요"

발터는 그의 손으로 받치고 있던 커피잔을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놀랍도록 인자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아직도 예리함을 잃지 않았다.

"허허, 모르죠 또 진왕의 현세라 불릴지도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왕궁이라고 하는 것은 그 나라의 국력에 맞게 찬란해지고 거대해지는 것이 전통이며 국가의 예의다. 이 실바니아 공화국 역시 그와 다르지 않게 굉장히 커다란 왕궁을 자랑한다. 그러나 재건축이 아니라 항상 증축을 반복했기 때문에 궁 주변은 굉장히 번잡하고 복잡하다. 간혹 그것을 외부 침입에 의한 인공 미로 개조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단순히 그것은 설계자가 다수 였기에 늘 설계에 변화가 생길 뿐이었다.
카폰은 샤이란을 뒤따르면서도 벌써 몇 번이나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돌았는지 기억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샤이란은 7조에게 배당된 부속건물을 찾아냈다.

"이곳이 7조의 건물이야"

건물은 그리 소박하지 않았다. 맨 처음 대문을 열고 들어간 홀의 한쪽 벽에는 언제든 쓸 수 있도록 예리하게 벼려진 병장기들이 붙어 있었고 반대쪽에는 '화기엄금'이라는 팻말이 붙은 닥터의 개인실이 보였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길게 나누어진 계단으로 올라가면 그가 왔던 철문이 바로 보이는 창문도 있었다. 오른쪽 계단을 따라가면 그대로 잿빛의 복도가 드러났는데, 몇 개의 문은 단단히 잠궈져 있었고 그 끝에는 '집무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조장의 방이 있었다.

"어이? 네가 신참이야?"

새빨간 머리카락의 블레어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창문으로 뛰어올라왔다. 카폰이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그는 샤이란의 발끝에 밀려 다시 밑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샤이란은 아주 기본적인 매너에 대해 이야기했다.

"창문은 사람 다니라고 뚫어 놓은 게 아니다"

"창문이나 문이나 둘 다 문이잖아"

블레어는 투덜거리면서도 계단을 통해서 올라왔다. 그는 잠깐 샤이란과 투닥거린 다음에 카폰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마왕자! 나는 희대의 열혈남아 정의롭기는 오딘이 알고 내 강함은 진왕마저 인정했지! 사실 너를 찾아 보려고 본관까지 갔는데, 이미 레이첼 누님만 딱 버티고 있더라구. 어딜 갔냐고 하니까 조장이 널 데려왔다고 해서 이렇게 헐레벌떡 뛰어 온 거야"

카폰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변했다. 혹시 진왕이라는 이름에 트라우마가 있다던가 그래뵈어도 마왕자니까 자존심 같은 것 때문에 화가 나진 않았는지, 블레어는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일 순간 카폰이 그를 덮쳤다.

"대단해요! 정말 진왕폐하를 만나셨어요? 뭐라고 그러시던가요? 블레어씨는 오딘님도 만났나보네요?"

"..어, 뭐? 흠, 음! 그렇지"

굉장한 임기응변으로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주인공인 블레어는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한 뭉치의 돌덩어리를 피하지 못 했다. 우왁 소리를 내면서 뒤로 나자빠진 그의 뒤에는 흰 가운을 입고 느긋하게 걸어 올라오는 특이한 외모의 남자가 보였다. 민 머리에 깍은 지 한달은 된 것 같은 수염과 찌그러진 담배.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흰 가운을 입은 남자는 킥킥 거리면서 다가와 카폰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꼬맹이, 나는 에뮤알 제이라고 하지"

"하하하, 닥터야"

블레어는 언제 뭘 맞기라도 했냐는 듯이 멀쩡히 일어나서 닥터의 등을 호기있어 보이게 탕탕 쳤다. 그리고 닥터는 그의 머리통을 후려치면서 웃었다.

"크크, 아까 이놈 말은 모두 뻥이라고 꼬맹이, 진마국의 대무녀 말고 진왕을 볼 수 있는 이가 있을리 없잖아"

그 순간 카폰의 표정은 마치 이년 동안이나 몰래 남정네에게 강간당한 어린 소녀의 현실에 부딪힌 듯 처량한 울먹거림이었다. 더군다나 새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까만 머리와 까만 눈동자는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샤이란은 그를 보더니, 문득 블레어를 발로 걷어차 계단 밑까지 떨궈 버렸다.

"자, 조원은 아직 두 명 더 있는데. 나중에 소개하도록 하지"

샤이란은 카폰을 끌고 다시 집무실로 들어갔다. 집무를 볼 수 있도록 마련된 커다란 책상과 푹신해 보이는 의자, 부장들의 숫자에 맞춘 쇼파가 그 앞으로 놓여 있고 서재처럼 여러권의 책과 장롱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샤이란'이라는 팻말이 붙은 문이 있었다.

"저 문은 절.대. 들어오지 말고"

또한 그는 장롱에서 검은 색 일색의 제복을 꺼냈다. 겉옷은 정장처럼 생겼는데, 어깨의 견장은 금색이고 가슴에는 실바니아의 상징인 흰 머리 독수리가 새겨져 있었다. 또한 그 흰 머리 독수리 위에는 계급장이 붙어 있었는데, 샤이란이 꺼내든 것에는 하얀 줄이 네 개 그어져 있었다. 중사다.
안의 셔츠는 아주 하얀 색이었는데, 아무런 무늬조차 없이 그저 하얀 색이었다. 바지 또한 검은 색이었고 주름이 잡혀 있는 것이 굉장히 고급 원단을 사용한 것 같았다. 샤이란은 그것을 카폰에게 건네 주었다.

"이게 정복이다. 물론 지금 입고 있는 검은 색의 예복을 입고 돌아다녀도 상관 없지만, 우리가 예의를 차려야 할 때에는 이 정복을 반드시 입고 있어야 한다"

"예"

"카폰 크라이슬러, 202호 방에 배정되었다."

샤이란은 장롱을 뒤적거려, 흰 추에 202라고 적힌 열쇠를 카폰에게 건넸다. 카폰은 그것을 받고 그 집무실을 나왔다. 그 순간 갑작스럽게 복도 천장에 붙은 빨간 전등에 불이 들어오면서 빼애애액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문을 열어젖힌 블레어가 싱긋 웃었다. 그는 이미 카폰의 팔목을 쥐고 건물 밖으로 뛰고 있었다.

"한 판 붙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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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을 붙일 만한 등장인물이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