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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 운명의 일곱 가지

2007.01.09 00:27

Mr. J 조회 수:1451 추천:7

extra_vars1 Atomic Ga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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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 진마국의 왕자라니 무슨 일인지도 몰라도 샤이란, 땀 좀 빼겠군.”

멀리서 앉아 카폰 크라이슬러를 바라보던 블레어가 중얼거렸다. 그는 잠시 안으로 향하는 안젤리나와 세실리아를 바라보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 늦었다간 ‘닥터’가 또 한 소리 하겠지.”

블레어가 귀찮다는 듯 중얼거리며 본관으로 향하였다. 본관에 들어서자마자 나타난 거대하고 화려한 홀에서, 블레어는 병사들의 거수 경례들을 가볍게 받으며 왼쪽 복도로 향했다. 왼쪽 복도는 붉은 카펫과 비싼 조형물들로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 블레어는 그 호화로운 복도의 중간쯤에 위치한 비상문으로 들어갔다. 비상문 안은 밖과 다르게 장식이 되어 있지 않았고, 그저 승강기 문 하나만이 있었다.
블레어가 품속에서 카드를 꺼내 승강기 옆의 스크린에 가져다 대자,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승강기 문이 열렸다. 여기저기 녹이 슨 승강기는 블레어를 싣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후, 여긴 정리도 안 하나.”

블레어가 도착한 지하는 그야말로 고철더미가 가득한 쓰레기 장이나 다름없었다. 여기저기에 기계 파츠와 망가진 총기들이 굴러다녔으며, 바닥과 벽은 기름때로 가득했다. 블레어는 그 고철더미 사이를 옷을 더럽히지 않으려 조심스레 가로질러, 큰 철문 앞에 도착했다. 철문엔 노란색 표지판에 새빨간 페인트로 ‘ATOMIC GARAGE’라고 적혀 있었으며, 그 주변엔 ‘경고’, ‘독극물’, ‘화학 약품 주의’ 따위가 쓰인 패널들이 붙여져 있었다. 문 안쪽에서는 용접 소리와 망치질, 각종 공구들의 소리와 더불어 간간히 비명소리도 들려왔다.
블레어가 문을 밀자 그것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우와아악!”

갑자기 누군가가 방에 들어선 블레어 앞에 굴러 넘어지는 바람에 그는 깜짝 놀랐다. 블레어의 발치 앞까지 굴러온 남자는 꼬질꼬질한 작업복을 입고, 머리가 헝클어진 한 남자였다. 바닥에 떨어진 그의 안경을 블레어가 집어 들었다.

“괜찮나?”

블레어가 넘어진 남자를 일으켜 세우며 안경을 건네었다.

“아, 예…….”
“임마! 일로와!”

갑자기 다가온 한 중년 남자가 방금 블레어의 앞에 넘어진 남자의 귀를 부여잡았다. 기름 때로 얼룩진 작업 가운을 입은 남자는 사십 대 중반쯤 되어 보였으며, 짧게 다듬은 헤어스타일과 덥수룩한 수염,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항상 찌푸린 미간이 그를 매우 험상궂어 보이게 만들었다.

“아야야야, 닥터, 살살해요 살살.”
“살살? 어떤 멍청이가 총에 방아쇠를 거꾸로 달아 놓느냐! 어서 다시 해!”

닥터라 불린 남자가 귀를 잡힌 남자의 엉덩이를 발로 뻥 차 밀었다. 남자는 귀와 엉덩이를 문지르며 안쪽으로 향했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닥터는 고개를 돌려 멍하니 서 있는 블레어를 쳐다보았다.

“여어 닥터…….”

블레어가 말했다.

“블레어, 마침 잘 왔군. 자네가 정확한 시간을 지킨 적은 오늘이 처음인가?”
“하아, 그런 섭섭한 소리 말라고. 그보다, 다 된 거야?”
“물론이다. 이리 오라고.”

에뮤알 제이(Emueal Jay), 일명 ‘닥터’. 그는 그는 블레어와 같은 7조의 부장이기도 했으며, 샷셀 모든 조의 병기를 제작, 수리, 발명하는 ‘아토믹 개러지’의 리더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들이 그를 본명대신 ‘닥터’라 부르기 시작했고, 심지어 나중엔 그의 본명 자체가 ‘닥터’인줄 아는 사람도 몇 있었다.
블레어와 닥터는 2층에 설치된 크레인의 아래를 지나쳐, 사람이 조종하는 커다란 작업 로봇들 사이를 지나쳐 연구소의 안쪽에 위치한 닥터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역시 밖과 별반 다를 것 없었으나 침대와 책이 빽빽이 꽂힌 책장들과 여러 가지 색의 약품들이 꼴꼴거리는 소리를 내는 실험대가 있었다. 방의 중앙엔 원형 탁자가 있었다. 닥터는 블레어에게 의자를 내어주고, 탁자 위에 놓여진 붉은 리볼버를 집어 들었다.

“피닉스, 이렇게 아름다운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넌 이해가 되질 않는다.”

닥터가 총신이 유난히 긴 리볼버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립에 새겨진 불사조의 문양이 방의 전등에 비추며 반짝거렸다.

“금을 입혔어.”

닥터가 블레어에게 리볼버 피닉스를 내밀며 말했다.

“그냥 금이 아니라 총에 쓰인 재료에 잘 섞어 만들었으니까 녹을 걱정은 없을 거야.”
“고마워 닥터.”

블레어가 총에 새로 새겨진 금색 불사조의 문양을 이리저리 뜯어보며 말했다.

“총이 튼튼해서 네 능력엔 잘 맞는다만, 결함이 하나 있지.”

닥터가 입고 있던 작업복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반으로 자른 총신이었는데, 모양이 피닉스의 것과 같았다. 잘려진 단면은 새카맣게 그을려서 울퉁불퉁했다.

“총신을 새로 갈았다. 안쪽이 새카맣게 타 거칠거칠해져서 총알이 걸렸던 거야. 보통 총이라면 절대로 저런 현상이 생기지 않지만, 너처럼 불타는 총알을 갈겨대면 그렇게 된다. 총신을 새것으로 갈긴 했지만, 손질을 자주 해 줘야 해. 게으름 피우지 말고 시간 나는 대로 총 손질 좀 하라고.”
“알았어.”

블레어가 총구를 눈에 들이대 보며 말했다.

“확실히 전보다 깔끔해졌군.”

닥터가 팔짱을 끼곤 블레어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잔 하겠나? 아니, 아이스크림 어때?”
“웬 아이스크림이야.”
“여기서 일하는 놈 여동생이 선물로 가져왔어. 맛은…… 초콜릿이로군.”
“좋아.”

닥터가 작은 냉장고에서 스티로폼 통을 꺼내왔다. 안엔 드라이아이스와, 아이스크림 통이 담겨 있었다. 닥터가 아이스크림 통을 여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닥터!”

그는 아까 닥터 제이에게 귀를 잡히고 엉덩이를 걷어 채인 견습공이었는데, 그의 표정은 매우 긴박해 보였다. 그의 팔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아까 수리했던 일꾼 로봇이 난동을…….”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문간에 쓰러졌다.

“내가 처리하지.”

블레어가 권총을 집으며 말했다.

“안돼! 이곳은 폭발물 천지다. 네가 어설프게 불꽃 총알을 날렸다간 샷셀 전부가 쑥밭이 된다고.”
“하아, 너무 하는군.”

닥터가 창문으로 작업실 너머를 바라보았다. 작업실 중앙에선 2미터 반은 족히 넘는 크기의 작업용 로봇이 조종자도 없이 기계 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접근하려는 기술자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저놈은 내가 직접 처리한다.”
“하아, 맘대로 해.”
“저 정도 크기의 놈을 잡으려면 폭발물이 제격이지만 여기서 그걸 썼다간 땅 위의 지옥이 될 거야. 총으론 진압하는데 하루 종일이 걸릴 테고…….”

닥터는 잠시 생각을 하였다. 밖에선 폭주한 로봇이 난동을 부리며 기계들을 넘어뜨리고 있었다.

“아하!”

닥터가 뭔가 떠올랐는지 손뼉을 치며 외쳤다. 그는 책상 위의 스티로폼 통에서 뭔가를 꺼내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런 닥터 제이를 보고 깜짝 놀란 블레어가 외쳤다.

“뭐야, 그걸로 뭘 하려고!”

닥터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2층에 설치된 크레인 조종석 위에 올라선 뒤, 폭주기계를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암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쿵쿵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닥터는 잠시 움직임을 살피다, 크레인을 작동시켰다. 크레인은 커다란 소리를 내며 내려가, 마침 그 주변에서 암을 휘두르던 작업 로봇의 암 한쪽을 집게 크레인으로 잡는데 성공하였다.

“닥터! 어……?”

블레어가 허겁지겁 2층으로 뛰어올라 갔으나, 이미 닥터는 조종석 위에서 붙잡혀 몸부림 치는 작업 로봇의 위로 뛰어내린 후였다. 크레인의 선을 붙잡고 간신히 매달린 닥터는 요동치는 작업 로봇의 위에 올라타 기계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의 전지 뚜껑은 압축식이지!”

닥터가 외치며 뚜껑을 열었다.

“여기에 드라이아이스를 넣고…….”

닥터가 손에 쥐고 있던 그것을 집어넣었다. 그렇다, 그건 드라이아이스였다.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도록 넣는, 그 드라이 아이스. 아까 스티로폼 상자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 내 옴니-언스테이블 한 방울이면!”

닥터가 주머니에서 액체가 담긴 작은 캡슐을 깨트려 전지 상자 안의 드라이 아이스 위에 떨어트리자 그것은 부글부글 거리며 끓기 시작했다. 닥터가 마구 흔들리는 로봇의 뚜껑을 완벽하게 닫자마자, 그는 결국 로봇에게 채여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러나 닥터의 수가 먹혀 들어갔는지, 로봇의 닫힌 전지 뚜껑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뚜껑이 뻥 하는 큰 소리와 함께 튀어 올랐다. 공기가 압축되는 듯한 소리에 모두가 귀를 틀어막았다. 닥터가 만들어낸 즉석 압축 폭탄이 작업로봇의 전지를 큰 폭발 없이 성공적으로 부쉈고, 로봇은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Bingo……. 드라이아이스는 압축용기에 넣어두면 안되요 어린이 여러분.”

박사가 바닥에 드러누워 중얼거렸다.

달려 내려온 블레어가 닥터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며 닥터에게 농담을 던졌다.

“나이를 그렇게 먹고선 젊을 때 호기를 부리면 안 된다고, 닥터.”
“시끄러. ‘싸우는 과학자’는 아직 현역이다.”
“큭큭…….”
“그나저나, 악마 왕자님이 납셨다고 들었는데?”
“아아, 그 꼬맹이…….”

블레어가 중얼거렸다.

“본관으로 가자, 블레어. 총은 챙겼지?”

닥터가 말하며 몸을 추스렸다. 작업실의 연구원과 수리공들이 작업 로봇이 멈추자마자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 어질러진 작업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닥터, 이번 소동은 전에 비해 덜 한걸?”
“후후, 이정도 난리는 거의 맨날 일어난다고. 아토믹 개러지를 무시하지 마라.”
“큭큭큭…….”

로봇 폭주건 폭발물 오작동이건 어떤 소동이나 재난이 벌어져도 별로 놀랄만한 일이 아닌 곳. 그곳이 바로 샷셀의 무기고, 아토믹 개러지(Atomic Garag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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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뮤알 제이(Emueal Jay)
샷셀 7조 데스티니의 메카닉 전문 부장. 샷셀의 병기를 지원하는 아토믹 개러지(Atomic Garage)의 리더이다. 40대 중반의 남자로, 머리는 짧게 다듬었으나 안 깎은 수염이 꽤나 지저분하다. 병기 개조와 수리에 재능이 있으며 화학 쪽 지식 역시 빠삭하며, 폭발물에도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의 화학물 조합 실력은 매우 뛰어나 주변의 흔한 요소들로도 손쉽게 폭발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대부분의 7조 사람들은 그를 ‘닥터’라고 불러, 그의 본명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의 발명품, Omni-Unstable(옴니 언스테이블)은 샷셀의 모든 조에서 사용되는 폭발물 제작에 쓰인다.

옴니-언스테이블 (Omni-Unstable)
뜻 그대로 모든 것을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 수 있는 화학약품이다. 일반적으로는 기존 폭발물 화학조합을 증폭시켜, 그 파괴력과 반경을 효율적으로 만든다. 샷셀의 무서움은 단순히 그곳에 소속된 뛰어난 인재들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사용하는 뛰어난 병기들과 폭발물 덕분이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Omni-Unstable’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몸을 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