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Machine Father

2007.01.05 09:03

갈가마스터 조회 수:1211 추천:1

extra_vars1 월척이다!!! 
extra_vars2 Sc 4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준서가 집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는 그 때였다.
  "잠깐, 거기 서보실까? 강준서."
  삽시간에 주변의 소음을 냉각시키는 싸늘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목소리의 명령에 따라 준서는 그 자리에 말뚝 박힌 듯 멈춰서고 말았다.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짜증이 마구 치솟고 식은땀이 절로 흘러내렸다. 똥 씹은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누워있는 두 구의 시체들과 시체들처럼 창백한 얼굴로 입을 쩍 벌린 경관들 사이로 선글라스를 낀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보이쉬하게 다듬은 그의 검은 머리카락과 선글라스의 어둠 뒤편에서 녹색으로 날카롭게 빛나는 눈매를 맞대하는 순간, 준서는 사신이라도 본 것처럼 기겁을 했다.
  '윤미애! X됐다.'
  윤미애! 강준서 최대의 천적이자, 트러블메이커―덧붙여서 열두 살에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패스한 천재 소녀―, 게다가 늘 준서가 사건을 다 해결했다고 생각했을 때 나타나서 훼방을 놓는 기분 나쁜 소녀! 점심에 먹은 것이 올라올 것 같은 현기증을 느끼며 준서는 소녀를 향해 짐짓 살갑게 인사했다.
  "하, 하하…. 안녕 윤미애."
  "이쪽은 전혀 안녕치 않은데?"
  "하하(X발년)."
  준서가 기분 나쁜 듯 입 꼬리를 떨건 말건 무시하고, 미애는 쓰러져있는 아줌마의 시신 곁으로 다가가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준서가 당황한 듯 떠듬거리며 소리쳤다.
  "야! 너 또 무슨 트집을 잡으려고!"
  "트집?"
  미애가 이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아줌마의 쇼핑백을 뒤적거리기 시작하자 그걸 도발로 여긴 준서의 목소리가 확성기라도 단 것처럼 높아졌다.
  "그래 트집! 너 말야, 맨날 내가 사건을 다 해결하고 난 뒤에 오는 주제에 이게 문제다 저게 문제다, 추리가 억지투성이라든지 증거가 부족하다라든지 생트집만 잡잖아!"
  "오호라 그래서 기분이 나쁘시다? 이걸 보고도 그딴 소리가 나오나 두고 볼래?"
  미애가 작은 이마에 실핏줄을 드러내며 아줌마의 핸드백에서 명함크기의 작은 종이를 꺼내들었다. 겉에 새겨진 황금색 ‘Dr. M’이라는 이니셜을 확인하는 순간 준서의 눈이 탁구공처럼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건 설마! Dr. 머신파더의 살인 예고장?!”
  미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일컬어지는 Dr. 머신파더의 살인 예고장이 피의자의 핸드백 속에 있다니, 준서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고급 양피지에 휘갈겨진 이니셜과 문자 끝부분을 부드럽게 구부린 독특한 필체는 이모저모로 뜯어보아도 그것이 진품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준서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누워있는 시체를 내려다보며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저 아주머니는 머신파더에게 이용당한 건가?”
  “이제까지의 사건을 종합해보면 그렇지. 머신파더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는 언제나 끝에 가서 자살하니까. 하지만 이번엔 실수를 했어.”
  “실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준서는 무시하고, 미애는 주변을 주욱 둘러보며 말했다.
  “후훗, 천하의 ‘살인’탐정 강준서가 여기 올 줄은 몰랐을 테니까.”
  “오홋?”
  “잠깐! 그게 무슨 의미야?!” 영문도 모른 채 아는 척한 준서는 그제야 그것이 욕이었다는 걸 깨닫고 발끈해서 소리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애는 미동도 없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주변을 주욱 둘러보기 시작했다. 입가에 잔잔하게 미소를 띤 채 미애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천하의 강준서가 등장했는데, 시체가 꼴랑 두 구로 끝날 리가 없잖아? 그렇다는 말은 아직 살인을 끝마치지 못했다는 뜻일 터. 아무리 ‘살인 도구’가 죽었다고 해도, 완벽주의자 Dr. 머신파더가 아직까지도 멀쩡히 살아있는 목표를 내버려두고 사라질 리가 없지.”
  그 발언을 들은 형사들은 입을 쩍 벌리며 저마다 생각했다.
  ‘억지다!’
  ‘뭐야, 저 비과학적인 발언은?!’
  ‘그 머리로 잘도 사법고시를 패스했네?’
  형사들은 이제 준서를 흘낏 바라보았다. 준서는 주변 사람들이 하나에서 열까지 무서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들의 시선에서 몸을 감출 뿐이었다. 그의 멍청한 얼굴과 화려한(?) 전적을 떠올리자마자 그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설득력 있다!’
  금세 미애의 말에 동조한 형사들은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며 주변에 수상한 사람은 없나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개중엔 혹여나 자신이 희생자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악행(?)을 돌아보곤 수첩에 유서를 끄적이는 경찰들도 있었다. 물론 그건 선량한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두려움에 벌벌 떠는 시민들이 슬금슬금 뒤로 발을 뺄 때쯤이었다.
  “움직이지 마! 지금부터 움직이는 새낀 다 범인이야!”
  어디서 들어본 말을 지껄이며 돌연 준서가 사기충천한 모습으로 소리쳤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장안을 쭈욱 둘러본 준서는 입가를 길게 찢고 기분 나쁘게 웃기 시작했다.
  “후후후, 그래, 그렇단 말이지. 사건은 아직 종결된 게 아니란 말이지.”
  ‘미친 놈!’ 순간 쇼핑점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속으로 외친 말이다. 그들은 한시라도 빨리 이 지옥같은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몰려든 경찰들에 의해 물 셀 틈 없이 봉쇄된 쇼핑점은 그야말로 지옥으로 가는 편도열차의 플랫폼이었다. 누군가 하나 죽기 전엔 아무도 나갈 수 없는 블랙홀과 동의어였다.
  ‘내가 죽기 전에 아무나 죽여야 한다!’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고 그들의 시선이 슬금슬금 이 모든 사건의 원흉(?) 준서를 향했다. 자기가 죽느니 차라리 원흉을 없애자는 판단, 단순하면서도 본론에선 엄청나게 빗나간 생각이었다.
  “와아아! 강준서를 죽여라!”
  갑자기 군중들 저 뒤편에서 누군가 소리쳤고 모두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바였기에 그것을 기점으로 준서에 대한 살의(殺意)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파급됐다.
  “그래! 우리가 죽기 전에 강준서를 죽여야 한다!”
  “살인마! 걸어다니는 살인사건 제조기!”
  “저 놈을 죽이면 우린 살 수 있어!”
  “어? 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인간들의 이기심과 삶에 대한 욕구는 이런 삐뚤어진 사고를 가능케 했다. 살기등등한 얼굴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준서를 향해 차츰차츰 다가오기 시작했고 준서는 그들의 얼굴에서 끝도 모를 증오와 살기를 읽었다.
  “윽! 다, 다가오지마! 으아악!”
  군중이 성난 파도로 돌변한 것은 준서가 도망치려고 몸을 돌릴 때와 동시였다.
  “으아아아아악!”
.
.
.
  “그 날, 인류는 한 대량 살인마를 제거하고 평화를 얻게 되었다나말았다나.”
  “엑?! 님하, 그런게 어딨삼? 동화 발로 쓰셨심?”
  “에잉 시끄러운 놈! 빨리 디비 자지 못해?”
  퍼걱! 원조 머신파더는 동화책 모서리로 초딩 머신파더를 후려쳐서 기절시켰다. 다정하게(?) 이불을 잡아당겨 기절한 초딩 머신파더의 얼굴까지 덮어버린 머신파더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비밀연구소를 향해 룰루랄라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어떤 실험을 해볼까나아~”
  자동문이 스르르 열리자, 연구소의 중심부에 놓여 있는 십자가에 누군가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기절한 듯 축 늘어져 있는 그는 바로 미애였다.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선을 막을 목적이었는지 미애의 두 눈은 강철로 단단히 봉해져 있었다.
  “오~ 사랑스러운 미애야~ 오늘도 우리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 시작되었단다.”
  머신파더는 자신의 손녀딸을 바라보면서도 오로지 이어질 실험에 혼자 흥분할 뿐이었다. 과연 악당(머신파더)에게 붙잡힌 공주(미애)를 구하는 것은 누가 될 것인가.




<다음 화 예고>
  “미애, 내가 반드시 널 구해내겠어!”
  각오를 다지는 준서, 그리고 그를 막아서는 사상 최대의 낚시왕 강바다!
  “넌 이미 낚여 있다.”


.
.
.

  -┌ 죄송해요 개념이 오링났어요. 켈켈켈켈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