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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충돌

2007.01.03 23:32

브리이트 조회 수:1251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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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과 손에는 차가운 하모니카의 금속으로서의 감촉이 느껴지지만,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더없이 아름다운 블루스의 선율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우리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감성에 젖으며 혹은 술을마시고,

혹은 서로를 축하해주며, 혹은 서로에게 언성을 높이고, 혹은 이성을 유혹한다.

이곳이 나의 삶의 터인 재즈 바. 바텐더들은 손님을 위해 칵테일을 흔들며,

우리는 손님이자 관중들인 그들을 위해 혼연을 다해 연주한다.

드럼이 곧 곡이 끝난다는걸 우리에게 알리고, 곧이어 색소폰의 깊은 울림으로 곡을 맺는다.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를 내려온다.

시간은 자정이 다되어 가고 있다. 땀으로 흠뻑 젖은 우리들은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여어, 그럼 내일 보자!"

서로에게 일제히 인사를 하고, 오늘도 하루 일과를 마친다.

화려한 무대의 조명을 벗어나면, 내가 살고있는 조그마한 옥탑방으로 향한다.

가로등은 곳곳이 꺼져있어서 어둡고, 고요한 적막은 음침하기까지 한다.

위안이 있다면, 겨울을 맞아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였다는것,

"너도, 수고했다."

작게, 내 하모니카에게 입맞춤하며, 속삭인다.

그때,

' 쿵 '

둔탁한 소리를 내며,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 죄송합니다."

"아앗, 죄송합니다!"

깜짝 놀란듯 몸을 크게 뒤로 물러서는 한 사내,

귀에는 이어폰을 끼지 않았지만, mp3를 만지며 걷고 있었던것 같다.

"그럼, 이만"

"앗,네"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려고 하자, 그 사내가 몸을 비킨다는게,

내 앞을 막아버렸다.

나는 다시 방향을 바꾸어 걸어 가려는데, 이번에도 그사내는 몸을 비킨다는게 내앞을 막은듯했다.

"흐엑..?"

자기도 당황스러운지 이상한 소리를 입에 담으며 놀라는 사내의 표정이 웃겨서,

"아,아하하하하하!"

하고,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웃고 말았다.

"흐이익, 죄송합니다!"

파바박, 하고 빠르게 달려가는 사내. 아마도, 자기도 민망했겠지.

"후,재미있는 사람이군"

혼잣말을 하며 뒤를 도는데,

' 덜컹 '

하는, 철문을 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그 사내는 나의 집 근처에 사는듯 하다.

"뭐, 살다보면 언젠가는 만나겠지"

라고 말하면서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긴, 나는 집에 도착하면

자정을 조금 넘어선 시각에 일어나는 건 그전 날의 피로에 따라, 그리고 밤 6시 반이 되기 전까지는

항상 하모니카 연습을 하려고 집에 틀어박혀 있거나 인터넷을 즐기는게 고작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어느새 집에 도착하였다.

"오늘도 피곤한 하루였군"이라고, 혼잣말이 나왔다.

씻으려고 화장실에 가자, 화장실 세면대에 붙어있는 거울에 내 모습이 비췄다.

방금 그 청년의 영향일까, 내 몰골이 예전보다 더 초라해 보인다.

어느덧 내 나이 스물아홉, 동창들은 결혼이다 돌이다 백일이다 해서 바쁜데 나만

아직 변변한 집도 없다고 생각하니, 꾀나 암담했다.

잡념을 없애기 위해,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였다.

하지만, 잡념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겠지,

주머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손으로 매만진다.

고교시절, 처음으로 블루스의 매력에 빠져 하모니카만 믿고 십수년을 살아왔다.

그러니, 앞으로도 하모니카를 믿고 살아갈 것이지만, 하모니카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하모니카가 해주지 않을까,

그런생각을 하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볼깃이 따갑지만, 하모니카를 불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것 같았다.

그렇기에, 자는 사람을 깨우지 않을 수 있는, 공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음색이 들려왔다.

이건,

"색소폰..인가?"

매일 들어서 인지 친근하게 마저 들리는 색소폰의 중후한 소리르 쫓아가니,

인공 개천을 잇는 조그마한 다리에 도착했다.

다리 위에는, 등깨까지오는 생머리에 어둠에 가려서 실루엣만 보이지만 여자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그녀가 색소폰을 불고 있었다.

음악을 듣고있다가, 은근히 화음을 넣었다.

아무 반응없이 색소폰을 연주하는 그녀에 맞춰, 나도 처음부터 같이 연주했다는 듯이 화음을 맞추었다.

이윽고, 음악의 절정에 다다랐을 때, 정말로 오랜만에, 진심으로 즐거워졌다.

하모니카를 연주 할 때는 언제나 즐거웠지만, 그건 잠시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즐거움이 오래갈것 같은, 그런 느낌.

마침내, 연주가 끝나자, 그녀가 말없이 내게 걸어왔다.

그녀가 가까이오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 쿵쾅 '

하고, 심장이 뛴다. 달빛에 비춘 그녀의 살결은 너무나 희었고, 그 머리카락은

매력적으로 윤기가 있었고, 그녀의 몸매는 남자의 욕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도 넘칠정도로

아름다웠다.

"고마워요."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멍하니 있는 동안,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 아니, 뭘요"

버벅거리며, 얼떨결에 대답했다.

"사실, 연주하고 싶었지만, 혼자 연주하기 외로웠거든요"

그녀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지만,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아, 한누리라고 합니다."

그녀가 내 이름을 물었다는 것에 기뻐서, 버벅거리며 인사 했다.

"한누리씨.."

그녀는 내 이름을 혼잣말로 여러번 읊조리더니,

"좋은 이름이네요. 저는 이다솜이라고해요."

활짝웃으며 내게 말하는 그녀의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워, 자칫하면 심장이 멎을뻔 했다.

"그럼, 다음에 뵈길 바랄게요."

"아,네.안녕히,"

그녀는 미소를 띄며 인사하곤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떠나고도, 오랫동안 그자리에 머물렀다.

별똥별처럼 잠깐동안 나를 행복에 겹게 했던 그녀.

그녀의 미소를 떠올리며, 등을돌려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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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입니다.

산디에고님이 프롤로그를 애매하게 해주셔서,

일단 생각하고 있던 스토리를 적었습니다.

각자 주인공을 다뤄도 된다고 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럼, 다음 타자께 맡기고, 저는 물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