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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 운명의 일곱 가지

2007.02.13 23:39

갈가마스터 조회 수:1269 추천:5

extra_vars1 폼프레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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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폼프레 항은 실바니아 공화국의 남쪽 끝자락에 붙어있는 대규모의 항구였다. 실바니아 공화국과 옛 야환국의 국경을 이루는‘루즈드라켄 산맥’에서 시작되는 수백줄기의 지류가 한곳에 몰려들어 ‘드라켄로어 강’을 형성하는데, 그것의 거대한 강줄기가 서쪽으로 흐르며 바다로 흘러든다. 폼프레시는 그 강 하류에 두 개의 거대한 항구를 형성한 무역도시였다. 과거 레볼리카 왕국이 아직 공화국에 흡수되지 않았을 무렵엔 강줄기의 북쪽 항구가 ‘폼’, 그리고 남쪽 항구가 ‘프레’라고 불리며 나뉘어져 있었지만, 실바니아에 통합, 흡수되는 과정에서 의회는 이 둘을 합쳐 폼프레라고 부르며 도시단위를 시로 승격, 두 개의 군단위로 나뉘어져 있었던 행정을 단일화 시켰다. 행정이 복잡해지는 걸 극도로 꺼리는 실바니아 의회로서는 정치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처한 레볼리카 왕국을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이런 식의 개편을 여러 곳에서 강행했던 것이다. 레볼리카 왕국이 멸망하고 한동안 이곳이 실바니아군의 장비를 호송하고 병력을 나르는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군항으로서 이름이 높았지만, 지금에 와선 동쪽 뮤대륙의 각종 물품과 발달된 문물을 교류하는 무역항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폼프레 항의 세관이나 경비가 어마어마한데도 불구하고 암거래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건 시장이나 그 외 고위 관리들을 제외하고 이곳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공무원과 노역꾼들이 舊 레볼리카 왕국의 국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공화국을 증오시하는 건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앙금과도 같은 것이었다.
  “물건은 이것이 전부입니까?”
  어둠 속에서 지금 막 도크에 정박하여 물건을 하역하고 있는 거대한 선박을 바라보며 한 공무원이 물었다. 평범한 외관에 유난히 눈빛이 날카로운 그는 하역 허가서와 물품이 적혀있는 서류를 뒤적이며 검은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정면의 남자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워낙 거구였기 때문에 고개를 들어도 그의 턱만 바라봐야할 정도였다.
  “…무슨 문제라도?”
  동그랗고 검은 안경을 쓴 그 자는 덩치만큼이나 딱딱하고 험상궂은 얼굴로 내려다보며 공무원을 향해 말했다. 이름이 ‘브라우닝’라고 했던가? 어쨌든 그의 뒤에 주차하고 있는 진주색상의 고급스러운 차량과 선박 여기저기에서 경비원처럼 주르륵 늘어서 있는 검은 양복들은 척 보기에도 수상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그는 날카로운 눈을 빛내며 무표정하게 서류에 허가 사인을 내리곤 그 자에게 내밀었다.
브라우닝이라는 남자가 서류를 받아들자 공무원은 무표정한 얼굴에 작은 증오심을 드러내며 그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는 레볼리카 출신이었다.
  “하시는 일에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랍니다.”
  “고맙소.”
  레볼리카 출신의 공무원이 몸을 돌리고 가버리자, 브라우닝은 육중한 몸을 틀어 뒤쪽에 주차하고 있는 새하얀 차량 쪽으로 다가갔다. 그가 뒷좌석의 어떤 인물에게 경건하게 고개를 숙이자, 이어서 창이 스르륵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안쪽의 짙은 어둠 속에선 하얀 모피코트를 입은 까무잡잡한 피부의 남자가 뱀 같은 눈동자를 빛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스, 끝났습니다.”
  “수고했다 브라우닝. 그래 이번 거래 상대는 누구지?”
  “자동 소총 100정, 7.21밀리 탄 1만발, 수류탄 500백 발. 거래 상대는‘엔트로피’입니다.”
  “그래? 반 오딘 연맹이라고 했던가?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군.”
  굵직한 금발 드레드 머리가 인상적인 그 자는 약에라도 취한 듯 번들거리는 쪽빛의 눈동자로 브라우닝을 흘겨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희미한 광기가 엿보이는 웃음, 그는 바로 ‘베놈 로드, 이완 카타스트로프’였으며 대륙 전체에 걸쳐 상당한 세력과 정보통을 가지고 있는 조직 ‘바이퍼 트라이브(Viper tribe)’ 혹은‘카타스트로프 패밀리’라고 불리는 마피아의 보스였다.
  “그럼 저는 ‘물건’의 하역을 감독하러 이만 가보겠습니다, 보스.”
  “그래그래.”
  브라우닝이 사라지자, 카타스트로프는 흥미를 잃은 듯 차창을 올리고 적포도주가 담긴 잔을 가볍게 흔들었다. 포도주 안쪽에서 부글거리며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그는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모든 것을 독극물로 만드는 그의 저주때문에 강력한 마약으로 돌변한 포도주가 그의 목구멍을 넘어가며 주변 사물들을 황홀하게 일그러뜨렸다. 보통 인간이라면 들이키는 즉시 사망할 정도의 맹독도 그에게 있어선 마약 그 이상의 효과는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모든 독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있어 그것은 1초도 가지 않는 신기루일 뿐이었다. 그는 지루하다는 듯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중얼거렸다.
  “재미없군.”
  그가 다음 잔에 따르는 순간, 그의 오감을 자극하는 짜릿한 일이 벌어졌다.
  
  콰과광!

  창고 뒤편에서 밤하늘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치솟아 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카타스트로프의 얼굴이 환희과 광기로 번득였다. 기다리고 있었던 광경, 그렇게나 보고 싶어마지않던 장면이 지금 그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 때 브라우닝 밑에 있는 똘마니 한 명이 달려와 카타스트로프에게 상황을 알려왔다.
  “보스! 샤, 샷셀입니다! 1개 중대 규모! 지금 브라우닝 형님이 막으러 가셨심돠! 서둘러 여기를 벗어나야…!”
  “…하하! 드디어 왔나?”
  “보스?”
  카타스트로프가 웃기 시작하자, 부하가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나 그는 곧 재빨리 물러나지 않은 것을 후회해야했다. 창턱을 잡고 있는 카타스트로프의 손아귀에서부터 시작된 녹색의 독무(毒霧)가 차문을 녹여버리며 맹독으로 이루어진 연기를 사방으로 뿜어냈기 때문이다.
  “보, 보스! 우웨엑!”
  단지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들이킨 부하 셋이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피거품을 쏟아내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오직 한 남자, 그 차를 몰고 있는 운전자만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카타스트로프를 돌아볼 뿐이었다.
  “…보스, 명령을.”
  브라우닝과 똑같은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그는 거구에 어깨가 떡 벌어진 브라우닝과는 정반대로 마른 몸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자였다. 왼쪽 관자놀이에 흉측한 총상이 독특하게 남아있는 그는 운전대를 잡은 채 기계처럼 무표정하게 카타스트로프의 명령을 기다렸다.
  “드미트리, 먼저 가서 여흥을 즐기도록, 나는 천천히 따라가겠다.”
  “야볼(Jabohl)….”
  스르륵, 순간 드미트리라는 이름을 가진 운전자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가 완전히 어둠 속에 녹아내리자 카타스트로프가 그제야 슬금슬금 반쯤 녹아버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화약냄새가 코끝에 아련하게 감도는 밤공기를 들이키며 그는 가늘게 찢어진 눈으로 어느 한 곳을 주시했다. 그곳은 불꽃이 치솟아오르는 남쪽도 아니고, 총성이 천둥소리처럼 울려오는 북쪽도 아니었다. 동쪽. 첫 번째 달 스텔라(Stella)와 그 주위를 공전하는 두 번째 달 도미니아(Dominia)가 떠 있는 그곳을 바라보며 카타스트로프는 재밌는 것을 찾은 어린아이처럼 흥분을 섞어 중얼거렸다.
  “…누구일까? 크림슨 로드(Crimson Lord) 카나드인가? 아니면 악을 베는 검(The sword cuts evil) 젠가? 썬더 로어(Thunder roar) 아미르? 그것도 아니면 설원의 마녀(Witch of frozen land), 샤이란일까? 하긴… 누구라도 좋지만. 쿠쿡.”
  화약냄새가 진동하는 서늘한 밤공기를 크게 들이키며 카타스트로프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미친사람처럼 쿡쿡거렸다. 그가 향한 건 선착장의 동쪽 게이트,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곳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 느껴졌기에 단순하게 그곳으로 향한 것이다. 그 강력한 힘의 존재가 ‘카폰 크라이슬러’일 줄은 꿈에도 모른 채.

.
.
.

  “알파 분대 지역 정리 완료!”
  탕! 쓰러져서 신음하고 있는 마피아 조직원 하나를 이제 막 확인사살한 대원이 분대장에게 소리쳤다. 시꺼먼 야간 전투 복장에 오른쪽 팔뚝에 아름다운 천사상 무늬가 그려진 완장을 차고 있는 그들은 바로 샷셀의 ‘셀레브레이트’소속인 선행 부대였다. 여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의미에서 찬양하는 자들(Celebrates)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들은 샷셀 내에서도 군사적 규모나 광범위한 전투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었다. 1조인 헬싱이 본대라면, 이들은 본대가 들이닥치기 전에 위력정찰을 겸하는 레인저와 같은 존재들이었다. 비록 본대의 강력한 힘이 투입되기 전에 총알받이로서 먼저 투입되고 사태를 정확히 판단하게끔 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임무였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이번 작전은 마피아 레벨의 간단한 소탕전이었기 때문에 헬싱의 본대가 전혀 오지 않은 것이다.
대신 이들은 오늘 제 7조인 데스티니 조의 명령을 받고 1개 중대규모 100여명이 투입되었다. 비록 이들의 직속 조장은 서류나 지위상으론 분명 젠가 드가인이었지만, 워낙에 혼자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젠가였기에 이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이들은 1조부터 7조 데스티니에 이르기까지 보다 넓고 광범위했다. 어떻게 보면 샷셀 직속의 베테랑 사병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2조 셀레브레이트였다.
  “좋아, 알파, 베타 분대는 먼저 선박쪽으로 향한 2,3 소대에 합류한다! 찰리 분대는 여기 남아 창고를 확보하고 잔당들을 소탕하라!”
  “예써!”
  소대장 마크 엘리슨의 지휘를 받은 이들이 각자 기관총과 소총을 들고 막 이동하려던 찰나였다. 누군가 그들의 길을 막아섰다. 시꺼먼 양복차림의 산만한 덩치에 어마어마한 거구. 바닥에 죽어 널브러져 있는 다른 마피아 조직원들처럼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고 선글라스를 낀 그로부터 농밀한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기에 셀레브레이트의 병사들은 재빠르게 반응하며 ‘누구냐’하고 물을 것도 없이 총부터 겨누었다. 어차피 그들은 이 지역을 무균지대로 만드는 임무, 단순하게 몰살 임무를 갖고 있었기에 공격은 누구보다도 신속하고 정확했다.
  투타타타탕!
  그러나 수십정의 소총이 불을 뿜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모든 총탄이 그 덩치에 닿는 순간, 쇳소리를 내며 모조리 튕겨나갔기 때문이다.
  “헉! 뭐, 뭐야! 저 놈은!”
  병사들이 당황하는 사이 그는 천천히 앞으로 한발자국씩 다가오며 손에 들고 있는 거대한 톤파를 풍차처럼 붕붕 돌렸다. ‘ㅏ'처럼 생긴 거대 톤파가 공기 중에 웅웅 울리며 육중한 소음을 토해낼 무렵, 그가 재빠르게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쏴, 쏴라!”
  또 다시 불꽃이 어둠을 가르며 덩치를 향해 날아갔지만, 총탄은 거구의 양복만 찢어놓았을 뿐 그의 몸에 닿는 순간 불똥을 튀기며 형편없이 튕겨나갔다. 순식간에 첫 번째 병사 앞까지 다가온 그의 거대한 톤파가 공기중에 묵직하게 울리는 소리를 내며 검은 질풍이 되어 가로로 휘둘러졌다.
  우두둑!
  팔과 갈비뼈가 부서지고 반대쪽 옆구리에서 내장이 튀어나오는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검은 질풍에 휩쓸린 두 명의 병사가 부둣가 밖까지 날아가 바다에 내동댕이쳐졌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절명한 그들을 뒤로 하고 거구의 악마는 몸을 빙글 돌리며 다시 한 번 반대쪽에 든 톤파로 땅을 쓸듯 크게 휘둘렀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리 헬싱 전에 투입되는 총알받이라고는 하나 단순한 그 공격에 그대로 당할만큼 약한 이들은 아니었다.
  투타타탕!
  몇몇은 위로 튀어오르고 몇몇은 뒤로 물러나며 거구의 머리를 향해 기관총과 소총, 권총을 발사했고 이 모든 것은 그대로 거대한 과녁에 적중되었다. 그러나 선글라스가 박살나고 상의가 구멍투성이가 되는 와중에도 그는 건재했다. 문득 그의 금색 눈동자에 명중한 총알이 그대로 우그러지며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월광처럼 빛나는 금빛의 눈동자가 어둠속에서 기괴하게 번뜩였다.
  “빌어먹을 어떻게 된 괴물 녀석이냐!”
  “소대장님! 저기, 저 괴물 녀석의 어깨를 보십시오!”
  병사 하나가 손가락으로 그의 어깨를 가리키자, 찢어진 외투 사이로 굵직하게 쓰인 글자가 보였다.
  “EMETH! 설마 저 자식 골렘인가?!”
  고대어로 진리라는 뜻을 가진 EMETH 철자를 바라보며 소대장 마크 엘리슨이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총알을 튕겨내는 강도나 저 괴물같은 힘과 체력을 보면 저 놈은 총이나 검으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냥 무시하고 가기엔 이 녀석의 속도나 공격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어차피 마피아의 선박을 포획해야 하는데 돌격장이나 행동대장쯤으로 보이는 이 녀석을 그냥 좌시하고 지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모두 저 놈의 오른쪽 어깨를 노려라! 총으로 저 빌어먹을 글자를 지워버려!”
  소대장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이 일사천리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나 그간의 전투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저 글자가 없어지면 저 놈은 죽을 것이 분명했다.
  쿵!
  그 때, 그 골렘 녀석이 발을 들어 콘크리트 바닥에 금이 갈 정도로 한 번 크게 구르더니 예의 기둥만한 톤파를 휘둘렀다. 아무리 봐도 톤파의 사정거리 밖이었기에 셀레브레이트의 부대원들은 당황하며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닿지도 않을 공격에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멈춰섰다만 그건 그들의 명백한 오산이었다. 갑자기 톤파가 쇠사슬 소리를 내며 삼단으로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헉!”
  그들은 헛숨을 들이켰지만 이미 검은 폭풍이 이들의 몸을 모조리 부숴버린 뒤였다. 마크 엘리슨을 비롯해 그들이 모두 날아가 버리자, 그 거인은 톤파를 다시 원래대로 거둬들였다.
  “이, 이런 괴물 자식!”
  투타타탕!
  운좋게 살아남은 병사가 그의 오른쪽 어깨를 겨누며 쉴 새 없이 기관총을 발사하는 순간, 거구가 순간적으로 톤파를 휘둘러 총알들을 모조리 튕겨냈다. 도탄된 총알은 그대로 주인의 안구를 후벼파며 주인의 생명을 앗아가버렸다.
  “으으윽!”
  순식간에 소대장을 잃은 여럿 분대장들과 그 외 셀레브레이트 대원들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우왕좌왕거리며 그 거구의 남자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거구가 황금빛의 눈동자를 빛내며 병사들을 향해 몸을 돌리는 순간, 문득 그의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재빨리 고개를 들자, 달빛을 가리며 누군가 거대한 철퇴를 치켜들고 그를 향해 낙하하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톤파를 십자형태로 교차하며 정체불명의 그 자가 휘두르는 철퇴를 방어했다.

  쿠궁!
  
  흡사 폭탄이 폭발하는 듯한 충격음과 함께 인간임을 벗어난 두 존재의 무구가 불꽃을 튀기며 부닥쳤다. 그 충격으로 거구의 발이 콘크리트 바닥을 폭삭 주저앉히며 가라앉았고, 철퇴를 휘두른 남자는 반동으로 도로 튕겨나갔을 정도였다. 뒤로 튕겨난 그 남자는 바로 7조의 부장중 한명, 이가엘 야딘이었다. 이가엘은 거대한 쇠몽둥이 끝에 스파이크도 없이 민둥하게 생긴 철구만 끼워 넣은 철퇴, ‘대가리’를 어깨에 걸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도 오래간만에 싸울만한 상대를 만난 것이 꽤나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크큭, 이거 괜찮은 상대를 만났군. 내 ‘대가리’에도 부서지지 않는다 이거지. 오리하르콘 이상 가는 강도라 인건가?”
  부우웅! 철퇴를 한껏 휘둘러 거구의 얼굴을 겨냥하며 이가엘이 물었다.
  “이름은?”
  거구는 톤파를 십자형태로 교차해서 전투자세를 취하며 굵직한 어조로 짤막하게 대답했다.
  “…브라우닝.”
  “좋아 브라우닝. 네 녀석을 부숴버리면 내 철퇴가 부술 수 없는 건 더 이상 없겠지? 좋은 실험 상대다.”
  그 때, 공기를 진동시키며 이가엘의 철퇴가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대악마의 머리’, 세간의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현상이었다. 이가엘은 음울하게 타오르는 악마의 철퇴로 브라우닝을 겨누며 아직도 어물쩡거리는 셀레브레이트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이 놈은 내가 맡을 테니, 네 놈들은 신경 끄고 하던 일이나 계속해라.”
  “예, 예써! 이제부터 내가 소대장 대리다! 알파, 베타소대! 다들 따라와라! 찰리소대는 남아서 창고를 확보해라!”
  개중에 가장 계급이 높고 경험이 많은 분대장이 자동으로 소대장 대리를 맡아 명령하자,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각자 흩어지자, 이가엘은 브라우닝을 노려보며 이빨을 드러내고 씨익 웃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돌머리?”

.
.
.

  한편 선착장의 남쪽 방면에서 침투하고 있던 셀레브레이트 제 2 소대는 블레어 헤이스팅스와 히로 엘리븐의 활약에 힘입어 별 무리없이 마피아들을 제압한 뒤 남쪽 게이트를 점령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 개 분대만 게이트에 남기고 지체할 것 없이 목표가 정박해있을 선착장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가고 있었다.
  “아아, 이거 하필이면 네 놈이랑 파트너라니. 짜증이 치밀어오르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군요 블레어.”
  블레어가 이죽거리며 히로보고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말하자, 히로가 냉소를 흘리며 반박했다. 아무리 망했다고는 하나 명문귀족 출신 특유의 오만함을 대하자, 블레어는 애꿎은 주먹만 불끈 쥐며 화를 달래야했다. 싸움을 건 놈이 먼저 흥분한다고 단순무식 블레어가 바로 그 짝이었다.
  “으으으! 이래서 나는 네 놈이 싫어 히로.”
  “피차일반입니다.”
  “천박하긴….”누구 들으라는 듯 미묘하게 중얼거린 히로는 뒤에서 블레어가 폭발하든 말든 상관없이 걸어갈 뿐이었다. 뒤에서 블레어가 욕지거리를 퍼부었지만 그는 관심한번 주지 않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마피아 녀석들의 시체를 흘낏 바라보았다.
아무리 급습이라고는 하나 이들의 반격이 예상외로 너무 약했다. 아니면 자신들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어쨌든 이정도 위력밖에 되질 않는다면 샤이란과 카폰, 닥터가 간 3소대의 동부 게이트라든가, 이가엘이 간 북쪽 방면 1소대 별동대도 별 문제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정작 그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저스티스 녀석의 냄새가 나, 그 더러운 냄새가. 그것도 진하고 강력한….’
  배가 있을 저쪽에서부터 지독하게 흘러나오는 저스티스의 농밀한 향기. 홀리웨이나 이스트 울프를 만났을 때 느꼈었던 그것보다 더욱 어두운 암흑의 냄새가 그의 심장을 미치도록 뛰게 만들었다. 피와 광기, 금방이라도 자신을 미치게 만들 어둠의 존재가 저 너머에서 냄새를 풍기며 그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이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을 적이었다.
  “윽!”
  그 때, 히로의 코에 피비린내와 함께 저스티스 특유의 불쾌한 냄새가 역겨울정도로 흘러들어왔다. 서둘러 앞으로 달려가자, 선행한 셀레브레이트 부대원들의 시체가 사방팔방에 널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이건?!”
  그가 멈춰서자, 뒤에서 툴툴거리며 따라오던 블레어가 불만스럽게 이죽거렸다.
  “뭐야 왜 멈추고 난리야? 어라? 얘들 왜 죽어있어?”
  뒤늦게 시체들을 발견한 블레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 때, 조명으로 형성된 블레어의 그림자에서 뭔가 시꺼먼 것이 스물거리며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블레어 뒤!”
  냄새를 쫓아 뒤를 돌아본 히로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블레어에게 경고하며 바로 마검 피브리올을 꺼내들어 그 정체불명의 그림자를 향해 찔러들어갔다. 당연히 블레어는 화들짝 놀라 몸을 옆으로 날렸고 피브리올의 검붉은 검신을 한 끗 차이로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그림자도 보통 놈은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미간을 향해 다가오는 피브리올의 검날을 두 손가락을 잡아낸 것이다.
검은 선글라스 안쪽에서 히로를 내려다보는 자청색의 음산한 눈동자, 오른쪽 관자놀이에 끔찍한 총상이 있는 그 자는 마른 몸에 다른 마피아 놈들처럼 검은 양복을 늘씬하게 차려입은 자였다.
  “뭐, 뭐야 이놈은?!”
  블레어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며 피닉스를 꺼내들었다.
  “저-스-티-스!”
  다음 순간, 두 눈에 핏발을 세운 히로가 피브리올을 검은 불꽃으로 휘감으며 그 자를 공격했다. 비록 그는 검을 놓고 뒤로 재빨리 물러났으나, 검신을 붙잡고 있던 손가락이 오른팔과 함께 소멸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건방떨지마라!”
  그 뒤를 이어 블레어의 리볼버, 피닉스가 육중한 기염을 토해내며 불꽃탄으로 쏘아냈다. 몇 번의 폭발음과 함께 그 남자의 상체 절반이 불꽃에 휘감기더니 산산조각나버렸다.
  “뭐야, 별 것도 아닌 놈이잖아?”
  “아직! 아직입니다!”
  블레어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총구의 연기를 후 불어 쫓아내자, 히로가 이빨을 뿌드득 갈면서 말했다. 과연 상황은 아직 종결된 것이 아니었다. 사방으로 파편이 되어 날아간 그의 육신이 갑자기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더니, 그 그림자들이 하체 밖에 남지 않은 그의 발 아래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들이 몰려들면서 박살난 그의 상체가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서부터 재생되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도화지 위에 검은 물감이 번지듯이 양복은 물론이거니와 선글라스까지 복원된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히로와 블레어를 바라보며 건방지게도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자신의 이름까지 밝혔다.
  “드미트리.”
  그 도발에 블레어의 어깨에서 분노의 열기가 이글거리며 올라왔으며, 히로의 몸에선 검은 영기(影氣)가 스물스물 흘러나왔다.
  “건방진 새끼. 우리 둘을 상대로 싸우시겠다?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마.”
  “오랜만에 마음이 맞았군요 블레어.”
  그들은 전투자세를 취하며 드미트리라는 그자를 공격할 준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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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하하하하

언제나 다음 주자를 난감하게 만드는 본인!!!! 드뎌 일을 벌렸셈!!!

현재 상황을 간략히 요약하면!

북쪽 무기창고엔 이가엘 VS 브라우닝

남쪽 게이트엔 드미트리 VS 블레어, 히로

샤이란, 카폰, 닥터가 있는 동쪽 게이트엔 지금 베놈 로드, 이완 카타스트로프가 가고 있심둥!!! =3=



ㄲㄲㄲㄲㄲ 이제 대판 싸워야쥐이~ 킬킬킬




그럼 캐릭터 소~~~~개 코너~


1. 브라우닝
: 2m 30을 넘는 거대한 체구에 하체에 비해 상체가 무쟈게 건장한 고릴라 스타일, 인간만한 크기의 거대 톤파를 양 손에 들고 싸우는 녀석으로서, 카타스트로프 패밀리(바이퍼 트라이브)의 행동대장이다. 그 정체는 다름아닌 골렘. 그 강도는 오리하르콘에 비견될 만하다고 한다. 그래서 전투스타일은 몸을 사리지 않는 돌격과 그 무지막지한 스피드, 힘.
오른쪽 어깨에 생명의 상징 'EMETH'란 철자가 적혀있고 골렘의 전형적인 특징처럼 이 글씨가 지워지지 않는 한, 설사 몸이 부서진다해도 다시 복구된다.

2. 드미트리
: 카타스트로프의 전속 운전기사이자 보디가드. 평소엔 단순한 운전자에 불과하지만 그의 정체는 무려 그림자다. 흑마법과 생체공학에 의해 탄생한 그림자인간으로서, 블레어나 히로가 공격한 인간의 몸이 드미트리에게 있어선 단순한 그림자에 불과한 셈! 사물의 그림자에 간섭하여 현실의 물질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그림자가 없어진다면 그는 공격을 할 수 없다.(한마디로 공중으로 튀어 올라도 그림자가 바닥에 남아있으면 공격할 수 있다는 거심.)
*주 : 현재 블레어랑 히로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라용~ ㄲㄲㄲ~~~ 다음 탄에 "녀석의 정체는 그림자다!"라고 외치고 단순하게 싸우면 곤란하다는 말이심. 이 녀석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하고 간단한 방법은 '그림자' 본체를 없애는 거삼.(어떻게? 작가 마암~ 대로~)